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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과 검증/제임즈왕역(KJV) 성경

KJV 유일주의의 뿌리


KJV 유일주의의 뿌리

KJV 본문비평 시리즈를 위한 머릿글


    "제임즈왕역본성경(KJV)만을 사랑함이 곧 진정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함이다."

제임즈왕역 유일/절대/무오/완전주의자들은 그런 묘한 나름 등식을 마치 진리인 양 시사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진리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착각을 더 사랑하는 배경주의(拜經主義) 우상숭배입니다. 우리 중 아무도 성경책 앞에 절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들은 거의 그 정도로 KJV 성경을 숭배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설령 완벽한 성경 초기 원본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런 배경주의를 허용하시지 않을 터입니다. 하나님 외에 그 어떤 존재도 우리의 숭배 대상일 수 없기 떄문이죠.

제임즈왕역본성경(KJV) 유일/절대/무오/완전/우월주의에 대해 지금껏 여러 번 비평해 온 바 있습니다만, KJV 본문을 놓고 직접 비평해 본 적은 적습니다. KJV 유일/우월주의자들은, 여타 영역본 성경들과 대조/비교하는 대차대조표 비슷한 리스트를 만들어 자기네 본문이 더 우월한 것처럼, 따라서 KJV(및 한글판 KJB)가 마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자랑삼곤 하죠. 다른 성경엔 없는데 마치 자기네 전유물처럼 모시는 KJV성경엔 '있다'는 본문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KJV 한글역을 만들어낸 사람들과 그 아류들은 자기네 책을 팔아먹기 위해 그런 대차대조표를 강조하곤 합니다. 알고 보면, 그들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할, 학적으로 유치한 비교입니다.  

사실상 거꾸로, KJV의 문제점들은 다른 대다수의 영어 성경들과 마찬가지로 사본다루기와 번역 상의 문제점들이 있으며, 실은 케이스나 중대성에 있어 훨씬 더 많고 더 심각하며(예!), 따라서 그들보다 훨씬 더 긴 리스팅 곧 '대차대조표'를 만들 수도 있지요.

왜냐..? 그야 당연한 것이 KJV가 만들어지던 17세기초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빈약한 소수의 성경 사본들만이 존재한 반면, 그 이후 현재까지 고고학의 발달과 발굴로 수많은 사본들이 추가돼 왔기에 비교도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역사적/고고학적/논리적 귀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과거에 보유하지 못했던 성경 사본들이 더 발견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런 단순한 논리적 귀결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KJV 숭상주의자들의 맹신적인 정경은 실로 안타깝고 안쓰러울 뿐입니다. 


우리 나름의 그런 '대차대조표'는 꼭 필요하다면 나중에 만들어 보기로 하고, 앞으로 몇 회에 걸쳐 KJV 본문상의 문제점들을 함께 파악해 보렵니다. 이것은 일부 독자들의 요청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전,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픈 사안이 있습니다. 그것은 KJV 유일주의가 도대체 어디서 왔냐는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교계에 의해 전반적으로 이단시되는 소위 말씀보존학회(여기서 '말씀'이란 'KJV'를 암시함)의 대표 이송오 씨가 과거 미주 한인 교계까지 들쑤시고 다니며 요란하게 KJV 지지 나발을 불 때, 그의 배후를 문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뒤늦게 이송오가 피터 러크먼 같은 미국 KJV유일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그밖에도 풀러/웨이트/칰/리플린저/하일즈/바이넘/클라우드 등이 -비록 일부는 러크먼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비슷한 성향으로 진치고 있습니다.


TR-KJV '유일' 사상의 뿌리는?

[참고/ TR: KJV 신약이 바탕원문으로 삼은 에라스무스의 그리스어 신약 원문. '수납'/'수용'사본이란 뜻의 '텍스투스 레쳎투스'라는 용어는 후대에 붙여짐. ]

그릇된 제자/후학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으레 그릇된 스승이 발견되곤 합니다. 잘못된 나무열매는 흔히 잘못된 나무뿌리에 원인이 있습니다.

KJV 유일 사상도 그렇습니다. KJV 유일/절대/완전/우월/숭상주의에 갇힌 사람은 자신의 사상이 어떤 뿌리를 갖고 있는지 원론으로 돌아가 살펴 보고 깊이, 곰곰히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없던 KJV 유일주의는 다름 아닌 20세기에, 제7일안식일재림교 선교사였던 벤저민 G. 윌킨슨(1968년 사망)에게서 왔습니다. 윌킨슨은 1930년 '권위역성경(AV)을 옹호함'이란 책을 썼는데, 오류가 너무 많아 당대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웨스트코트-홀트 판 그리스어 신약원문을 맹렬히 비판했는데, KJV 유일주에 대한 학적이고 강력한 비평가인 덕 쿠틸렠(박사보)에 따르면, 웨스트코트와 홀트에 대한 인신공격도 포함됐습니다.

윌킨슨은 또, 시편 12'6,7에 약속된 보존이 마치 KJV를 위한 것인 양 독자들을 호도하며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시 12편의 문맥/컨텍스트를 유심히 보면, 이 부분은 17세기 영국의 KJV가 아니라 분명히, 당대에(!) 박해 받던 성도들을 위한 보존이었음을 -양심 있는 독자이면- 알 수 있을 터입니다.

윌킨슨의 사상을 이어받은 차세대 주자는 J.J. 레이. 레이는 안식일교 교인인 윌킨슨의 사상을 별 표시를 내지 않고 표절해 '하나님은 오직 하나의 성경(KJV를 가리킴)을 쓰셨다'는 얇은 책을 펴 내어 자기 사상인 양 '설파'했습니다. 윌킨슨의 책과는 달리 레이의 책은 엄청난 분량이 팔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쿠틸렠이 언급한 대로, 레이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면 그는 KJV에 고쳐져야 할 오역들이 있다고 지적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레이의 주장대로라면, 하나님이 쓰신 '유일한 성경'인 KJV에 "하나님의 오류"가 있다는 얘기가 되니, 레이는 자체모순을 면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윌킨슨의 '제3세대'(쿠틸렠은 그렇게 통찰했음) 후학의 한 명은 법통침례교(RB) 목사, 데이빋 오티스 풀러입니다. 그는 레이의 책에 감화를 받은 나머지 어쩌다 윌킨슨 정보를 캐내어 나름으로 윌킨슨 연구를 시작해 자신의 책 '어느 성경?'을 썼습니다.

풀러의 책은 거의 절반이 윌킨슨의 책을 빌린 내용인데, 레이가 뿌리인 윌킨슨 자체를 가렸듯이, 풀러는 이 책에서 윌킨슨이 안식일교인인 사실을 숨기고, 윌킨슨의 주된 일부 오류들을 적당히 고쳐 나름 편집을 시도했습니다.

일부 KJV유일주의자들은 풀러의 수작에 속아, 장로교 학자 라벝 딬 윌슨, 성공회 사제 존 윌리엄 버건 등을 KJV 유일주의의 든든한 아류로 생각할 테지만, 정작 윌슨이나 버건이 사실상 풀러의 획일주의를 알았다면 반발했을 터입니다.

윌슨은 오직 최초 원본의 원문만이 성령님의 완전 영감을 받았다고..따라서 번역은 자주 원문에 기초해 고쳐져야 한다고 명언했던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KJV도 원문에 따라 마땅히 고쳐져야 하며 고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웬 유일/절대/우월주의따위가 있을 수나 있는 겁니까?! 그런 사상은 KJV 초판 번역팀조차 지니지 않았던 불순한 사상인데, 황당하게도 한 안식일교인의 발상에서 비롯됐던 것입니다.

윌슨은 심지어, '마쏘라'로 대표되는, 구약성경 히브리어 원문 사본들도 전반적으로는 믿을 수 있지만, 70인경/아람어(시리앜) 사본 등 일부 고대 사본들을 히브리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마쏘라 사본의 오류에 관해선, 필자의 '시 22:16 뒤틀지 마라' 참조 ]

풀러가 '딘 버건 협회'(DBS)를 만들 정도로 KJV 유일주의자들이 자기네의 든든한 보루처럼 모시는 버건 성공회신부 역시, KJV 유일주의자들이 절대시 해온 TR의 '완전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버건은 TR의 마태복음서에서만도 120여 군데가 개정돼야 한다고 했지요. 버건은 영문개정신약(ERNT 1881년)이 KJV의 오역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결정판의 하나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KJV 유일주의자 대부분이 자기네 아류라고 믿는 찰즈 스퍼전, 윌슨, 버건, 제인 하지즈 등이 사실상 TR/KJV 유일주의 사상 따위를 지니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날 KJV 유일주의, 절대우월주의의 흐름은 풀러의 이 책에서 거의 절대적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윌킨슨의 3대 후학의 하나로 KJV 유일주의를 가장 발전/확산시킨 피터 S. 러크먼은 한 마디로 미국의 이송오라고 할 만한 인물입니다. 물론 이송오는 한국의 러크먼이고요.

러크먼은 KJV가 판권이 없는 출판물인 양 주장했고, 어떤 신교 학자도 바티칸 사본을 검증해 본 바 없다고, 또 3세기에 오리게네스(오리겐)가 만들기까지는 그리스어 구약 성경이 '없었다'고 헛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당대 전후에 그리스어 구약인 70인경(LXX)이 주된 성경책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모로 입증됩니다. 단적으로..구약의 '여호와'가 신약 원문에서는 모두 한결 같이 그리스어 '퀴리오스'(=주님)로 바뀐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어떻게 오리게네스가 주님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것입니까?!


쿠틸렠의 예리한 통찰에 따르면, 러크먼의 초기저서 '성경 바벨탑'(1964년. [KJV 이외의 성경들은 다 바벨탑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은 레이의 책을 바탕 삼은 것입니다. 레이가 윌킨슨의 잘못된 시12'6,7 적용을 본받았듯, 러크먼도 고스란히 원용했습니다.  

그리고도, KJV 유일/절대/무오주의자들이 자기네와 똑 같은 아류로 여기고 추켜 세우는 에드워드 힐즈가 있습니다. 그러나 힐즈는 풀러, 러크만과는 달리 KJV의 무오성이나 오리게네스의 최초 그리스어 성경 번역설 따위를 믿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뿌리를 잘못 타고 난 사람들입니다. 처음부터 윌킨슨으로부터 잘못된 에러 정보를 받아버렸기에, KJV가 월등/우월하다느니, 전적으로 무오하다느니, 완벽하기에 개정불가하다느니, 심지어 히브리어/그리스어 원문엔 없는 '새 계시'가 추가됐기에 보다 탁월하다느니, 영어 KJV가 아니곤 구원받을 수 없다느니, 모든 외국어 성경들은 KJV에 맞춰야 한다느니, 타국어 성경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느니..황당하기 그지 없는 난설들을 풀어낸 것입니다.

지금도 이송오나 그 아류, 비슷한 동류들은 자기네가 만든 KJV의 한글판들이 다른 모든 공인 한글성경보다 더 우월하고 빼어나다고 믿거나 그렇게 짐짓 밀고 나가지요.


그런데..우리가 읽는 성경엔 결코, 하나님이 유일하게 완전 보존하신 바로 그 성경이 KJV라는, 그런 예언이 단 한 절도 없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