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를 정복하자?

기독교인이라는 젊은이들이 절을 찾아가 소위 '땅 밟기'식 중보기도를 한 내용을 담은,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사태'가 세상에서 요란하게 회자되고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역작용을 낳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구 동화사를 배경과 적대 대상으로 삼은 대(對)불교 대첩 스타일의 '중보기도' 운동, 더욱이 멀리 미얀마 사찰까지 방문해 그곳에서의 찬양 모임 등을 다룬 동영상도 공개돼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관계자들의 자체 해명에 따르면, 본래는 찬양인도자학교 '주님의 향기 6조' 소속인 젊은이들이 '내부용'으로 제작/편집/게재한 것 "같은"데, 웹이 워낙 열린 세상이다 보니 외부에서 딴 곳에 올리면서 사태가 확대됐단다.

그 결과..애초의 '자체 동영상'이 불교계를 포함한 세상에 일으키게 된 파문에 대해 학교 대표인 최지호 목사를 비롯한 관계 대표단과 일을 저지른 젊은이들 일동이 절을 찾아가 그곳 인사들 앞에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석고대죄 비슷한 사과를 했으니, 어찌 보면 기독교가 불교 세력 앞에 무릎 꿇는 참담한 꼴이 돼 버렸다.  

이것은 동영상이 공개된 탓이라기보다는 당초 동영상 제작 동기였던 오착된 영성의 문제이다.

불교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히 불교 세력에 대한 한국 기독교권의 도전, 현 대권을 쥔 MB 세력의 기독교적 입김의 작용의 일환 내지 결과로 보려는 성향이 짙어 뵌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대구 동화사를 대상으로 비슷한 이념으로 제작된 동영상엔 다분히 정치성도 개재돼 있다.

3개의 관련 동영상들과 뉴스를 고루 살펴 본 필자는, 이것을 일부 한국 교계 젊은이들의 "철 없는" 행각으로만 단정짓기 보다는, 한국 교계가 근래 검증 없이 무차별 수용해온 '주권주의'와 신사도운동', '중보기도'운동 등 미국 문제 영성들의 중요한 역작용으로 결론 짓게 된다.
하나님 왕국의 구현을 세상 시스템 안에 이루는 것으로 철저히 오해한 것이다.    

이들 문제 영성들의 공통점은 구약적이라는 데 있다. 구약적이기에 호전적이고 신국론(신정적/theocratic) 내지 십자군적이며, 아울러 지상적이기에 역설적으로 성스럽긴커녕 다분히 세속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이런 행태가 하나님의 뜻일까? 전혀 그 반대다! 이것은 무지의 소산이며, 왜곡된 영성 실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봉은사 관련 동영상을 보면, 요한복음서 1장에 바탕을 두고  빛과 십자가 사랑, 주의 나라를 운운한 가사의 배경음악으로 시작된다. 제대로의 신자라면, 여기서부터 대뜸 모순감을 느낄 것이다.  

세상의 빛, 진리와 사랑의 결정체로 오신 예수님의 대사들로서 빛과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 이런 것이더란 말인가?
하나님은 있는 대로의 세상을 사랑하셔서, 뜻 있고 마음 열린 세상 영혼들과 화해하시려고 화목제로 주님을 보내셨지, 정복하고 뒤집어 버리려고가 아니었다.  
 
신자들이여, 혼동하지 말고 오해하지 마라.
지금은 하나님이 직접 통치/개입하셨던 구약 이스라엘-유다 같은 신정시대가 아니다! 그 신정만 해도 이스라엘-유다의 패망으로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물론 하나님의 실패가 아니라, 백성들이 그 분을 배반한 결과다. 그래도 그 가운데 소수의 '남은 뿌리'가 참 메시아의 백성이 됐고..그 열매 맺음이 곧 신약 교회의 거듭난 무리였다. 

이어서 이들은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란 자막을 통해 사찰을 '하나님의 땅'으로 reclaim하고 되찾기 위해 쳐들어간다.

봉은사를 찾아간 젊은이들은 전도라기보다는 불교권 정복에 나선 셈이다. 서울 도심지에 이런 큰 사찰이 있어 놀랐다면서 그곳을 '하나님의 땅'이라고 마구 클레임한다. 흡사 중세 십자군의 한 소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대웅전과 미륵전 앞 법당, 법왕루 등에서 기도와 노래를 하고 불탑 둘레를 돌며 '하나님의 땅'이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주지 스님의 홍보판, 요사체 기둥이나 불경 위에 안수 시늉을 하기도 했다. 동영상은 '주님!! 우상은 무너지고 주의 나라 되게 하소서!!'란 기도문으로 마무리된다.

한 젊은 여성은 "이 땅이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했다"면서 "하나님에 의해 이 땅은 파괴되고 회복될 것이다. 온전히 하나님만이 승리할 것이고 우리는 승리한다"고 미소지으며 자랑스럽게, 씩씩하게 자임했다. 

이 사람들아, 거기가 왜 하나님의 땅인가? 마귀의 땅이지! 참 답답한 신자들이다. 주님과 사도들은 공히 이 세상과 거기 있는 것들은 마귀의 것이라고 인정하신 바 있다^[각주:1]. 왜 신자들은 이 진리를 그리도 모르거나 외면하는가? 왜 묵상하고 실천하지 않는가?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하는도다!"라는 말씀이 왜 이리도 실감나는가!

일행 중에서 "우리가 밟고 지나간 자리에 주님이 하나님 나라를 이룰 것"이라는 식의 말도 나왔다. "쓸 데 없이 우상이 너무 많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느니 "주님을 믿어야 할 자리에 너무나 크고 웅장하게 절이 들어와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을 들어 보면, 지금이 아직 구약 신정시대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불교가 뭐라 주장하든, 성경 상으로 보면, 모든 불상들은 우상이 맞다. 사실, 불상들의 존재는 처음부터 자체 모순이다. 가우타마 시타르타 샤카무니는 훗날의 불자들이 자신의 상을 만들어 거기 절하며 섬기리라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채 오래 전 죽어 갔다. 퍽 슬기로웠던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분명히 당혹스러워 하며 이런 행습을 두 손 들어 말릴 지 모른다.

사람들이 제 손으로 만든 목석/금속 조각상들이 어떻게 산 부처이고 신처럼 경배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완전히 상식 이하이고 넌센스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고래로 그런 짓을 해 왔고, 심지어 하나님이 왕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스리시던 신정시대 왕국 백성들도 수천년간 그랬으니 오죽하랴. 천주교의 온갖 '성상'들도 대동소이하다. 왜 기독교 신자라는 사람들은 천주교 성당의 마리아상이나 성인상들을 상대로는 '땅 밟기'를 하지 않는가? 동류이고 아류라서..?

하지만, 지금 은총시대인 신약시대에, 우상종교를 다루는 길은 그들에 대한 직접 도전과 파괴와 만용, 테러가 아니다! 사랑과 화해의 복음이어야 한다! 세상 사람에 불과한 불교인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맘으로 성경대로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

아테네에서의 사도 파울을 기억하는가? 파울은 아테네 도처에 널린 그리스 신상들을 보고 열 받았지만, '땅 밟기'를 하면서 "여긴 하나님의 땅! 우리 땅!"하고 선언하고 다니지 않았다. 기독교의 우월성을 논하거나 복음을 강압하지도 않았다. 그냥 잠시 토론하다가 달게 받아들이는 일부 신자에게만 복음을 전하고 떠났다.  

이에 대해 관련 지도자인 C 목사는 표면적인 사과는 하면서도 거의 전적으로 젊은 학생들의 책임인 양 몰았다. 과연 C 목사가 학생지도에 전혀 잘못과 책임이 없는 걸까?

참고로, 미얀마 원정엔 중노년층이 주를 이루고, 지도자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함께 끼어있었다. 그들은 그곳 중을 비롯해 명백히 불자들인 현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절 한 가운데 둘러 앉아 기타를 치며 '성령이 오셨네'라고 노래했다. 곁에선 영문을 잘 모르는 듯한 주지인 듯한 사람이 차를 마시며 멍하니 지켜 보고 있었다.

불교강세국인 미얀마 자체의 신자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당장 박해 대상이 된다. 안 그래도 세계의 여러 회교/힌두교/불교 강세국에서 기독교 신자들이 철저히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박해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유독 한국 불교권이 한국 기독교를 향해 '배타적 종교' 운운함은 역지사지로 말발이 서긴커녕 전혀 씨도 먹히지 않을 주장이다! 중동에서 회교가, 인도에서 힌두교가, 태국/미얀마에서 불교가 철저히 배타적인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계는 국제감각이 거의 없다고 봐야 옳다.

아무러나.. C 목사가 뭐라든, 이번 소행은 잘못된 영성 때문에 생긴 일이다. C 목사는 이번 동영상 사태에 대해, (10월) 11일 오후 9시 10분쯤 강남역 부근을 찾아 소그룹으로 나뉘어 거리를 걸어다니며 기도도 하고 찬양도 부르던 중 해당 '원정단' 젊은이들이 따로 빠져나가 봉은사로 향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언론과의 대담에서 "다른 종교 시설에 가서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라고 밝혔다. 즉 '땅 밟기'는 해 왔는데, 이렇게 호전적으로는 안 했다는 뜻일 뿐이다.

말하자면, C 목사는 단순히 찬양인도나 예배자 양성에 그친 게 아니라, 소그룹을 지어 거리를 걸으며 기도/찬양하는 '땅 밟기'를 가르치고 실천하던 중이었고, 해당 학생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더 구체적/호전적으로 절 안에서 실천하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몽땅 학생들의 잘못으로만 치부해 버리니, 보나마나 그들은 지도자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왜 C 목사는 예배사역자, 찬양인도자 생도들에게 '땅 밟기'를 가르치던 것일까? 알고 보면, 주권운동/신사도운동/중보기도운동 등이 공히 가르치는 '세상 정복으로 하나님 왕국 만들기' 공조체제를 굳히기 위한 일환으로써 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C 목사가 해당 학생들을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 "생각이 짧았고 무례했던 행동, 신앙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 매도적 발언은, 사실 목사 자신도 분별과 검증 없이 영향 받은 잘못된 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C 목사는 J교회의 '예배목사'이며 그가 하는 찬양인도자학교 훈련 이벤트들은 S 교회에서 자주 열렸다. 비슷한 이벤트는 O교회에서도 있어 왔다. J교회, S교회, O교회가 어떤 교회들인가? 관상영성/'목적'영성/'떠오름'(이머징)영성의 한국 본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는 곳들이다!

이런 영성들의 공통점은 땅에다 신의 왕국을 이루겠다는 신국론적 주권주의 영성이다. 북한 정권과 인권말살 실상을 바꿔 놓겠다고 단신으로 쳐들어간 로버트 박, 그의 뒤를 이은 에이절론 말리 고메즈의 행동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탓만 할 게 아닌 것이다. 

오늘날 이런 외래 이상영성들은 주로 교파를 막론한 이런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다. 이들 교회 지도자들은, 영성계의 '오야붕'들로서 이상영성의 해외 보급에 앞장서온 미국 교계 명사들 아래'꼬붕'들인 한국교계 명사로서 빛나는(?) 영성 보급에 이바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철저히 젖어 쉽게 버리지 못하는 외래영성이야 말로 이들의 심각한 우상인 것이다!

대구 동화사 관련 동영상을 보면, '대구 영적 도해'란 제하에 고대의 '달구벌'로부터 현대의 '불교테마공원'에 이르기까지 대구의 종교적 흐름을 간추려 소개하고, 싸탄의 땅인 대구가 현재 경제쇠락, 교회분열, 인구감소현상이 모두 특정종교세 탓인 듯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천들은 현재 세상 전체가 싸탄의 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 천주교도들을 비롯한 일부 크리스천들이 지상(地上)의 성지 또는 지상(至上)의 성지로 오인하는 예루샬렘에 가도, 기독교인들과 예수님을 쌍욕으로 저주하고 손가락질 하며 차별하는 철저한 율법주의자 유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뭘 뜻하는가? 예루샬렘조차도 현재는 싸탄의 땅이라는 얘기다. 알겠는가..?  
예수님 당대의 사악한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조금도 다름 없는 그런 자들이 소위 '제3성전'을 지어 '제2 메시아'를 섬기겠다는데도, 기독교인들이 멋모르고 막대한 돈으로 지원을 해 주고 있으니, 정말 거대한 아이러니다.

독자여, 성경을 바로 알자.
하나님의 뜻을 오해하는 실수를 피하자.

하나님의 왕국은 성령으로 거듭난 신자들 속에만 이뤄진다. 지상에 이뤄질 하나님의 왕국은 예수 크리스토의 평화재림과 천년왕국 이전엔 이뤄질 수 없음을 이해하도록.

 

1. 예: 요한A서(요일) 2'15~17 등에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