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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 코너/샬롬의 평화칼럼

영성에서 경건으로(샬롬)

묵주 관상에 빠진 러시아 정교 수사

       
샬롬 글

   네가 이것으로 형제를 깨우치면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일꾼이 되어 믿음의 말씀과 네가 따르는 좋은 교훈으로 양육을 받으리라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딤전 4:6~8)

근래 '영성'(spirituality,靈性)이란 말이 이곳저곳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삶 주변에서 어지간해서는 영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 사람의 영성이...” 라는 표현에서부터, 영성훈련에, 영성신학에, 영성 세미나에, 심지어는 저명한 문필가의 회심조차 “~에서 영성으로”라는 표현으로 나타내기까지 합니다.
참으로 작금의 우리는 영성의 도가니에서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렇듯 습관화되다시피 회자되는 영성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곧잘 표현하는 언어의 정확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성경에서는 영성을 어떻게 나타내고 표현하고 있을까요?

이를 위하여 영성의 기원부터 살펴 보고자 합니다.
 

1. 영성의 기원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말의 뿌리를 찾아 보면,이에 해당하는 말-ascetical(금욕의/'수덕'修德의/고행의/수행의. 명사형: asceticism)-을 맨처음 사용한 사람은 1655년 폴란드의 카톨릭 프란치스코 파 수사인 도브로질스키(Dobrosielski)였습니다. 이 낱말은 그리스어 '아스케인'에서 왔습니다.
그 후, 이 말은 1752~1755년 사이에 이탈리아 예수회 회원인 스카라멜리(Scaramelli)에 의해 ‘신비적’이란 뜻으로 공식화되어 사용되었습니다.

도브로질스키가 사용한 ‘영성’이란 말의 뜻은 사도 바울이 사용한 ‘영을 좇는 투쟁’(고전 9:24~27, 빌 3:13~14, 딤전 4:7~8, 딤후 4:7, 히 5:14, 12:11)이란 의미로, 그리스도인의 경건한 삶을 강조하는 수덕적(修德的)이란 (카톨릭) 용어로 사용된 것이었습니다.

17세기나 18세기에 일어난 카톨릭의 수도원운동은 바울과 카톨릭 교부들이 ‘그리스도의 삶’을 가장 핵심적인 영성의 한 모델로 삼았다고 보고 그 삶을 자신의 몸에 이식시키는‘훈련과 경건의 삶’을 강조했으며 그들의 전통을 사막의 교부들과, 중세 카톨릭 수도원 운동, 성결과 경건을 강조한 나머지 중세 이래의 모든 경건주의와 신비주의를 포함하는 의미로, 하나님과의 ‘신비적인 만남/합일’(Unio mistica)을 강조하였습니다.

도브로질스키와 스카라멜리가 살던 당시의 카톨릭이나 신교의 주류는 새로운 교리적 체계를 위해 학문적 수행과 이성적 인식을 중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른바 ‘스콜라’(scholar)라고 하는 학자들에 의해 기독교가 주도된 후기 스콜라시대가 수백 년 동안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초기의 영성이란 용어는‘수덕적’이란 의미로, 그리고 이 말이 사용되고 난 백년 후에는‘신비적’이란 의미로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담은 용어로 사용됩니다.
영성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카톨릭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는 많은 학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이제는 카톨릭과 신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성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2. 카톨릭에서 사용하는 영성의 의미


카톨릭에서는 소위 영성을 근본적 영성, 특수한 영성, 주부적(注賦的) 영성, 개인적 영성 등 4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참고: 주부적이란 ? 
'주부'(注賦)라는 한자는 물을 붓는다는 뜻으로, 은총은 신의 전적인 선물로서 수동적인 것이며, 하느님 쪽에서만 은총을 부어 넣어 주실 수 있어, 은총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하느님임을 뜻한다. ( http://kslofs.blog.me/40019437148 )

카톨릭에서는‘주부적 덕행=신적인 섬광’이라고 표현한다. 주부적 덕행은 신덕, 망덕, 애덕이며 세례를 통해 받게 되는‘초자연적인 생명’으로 이해되며,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것을 갖출 수는 없으나 성장시킬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 http://cafe.daum.net/Fragranceoflove )

근본적 영성은 청빈, 정결, 순명 혹은 신덕, 망덕, 애덕 등 누구나 지켜야 하는 기본적 영성이며, 특수한 영성은 모든 이들이 지킬 필요는 없고, 특수한 이들에게 특수한 영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지키는 것으로, 주로 수도회 회원들에게 한정된 영성입니다.

주부적 영성은 관상(觀想, contemplation)과 연결되는 것으로, 근본적 영성이나 특수한 영성보다 깊은 차원의 영성으로 여겨집니다.
이 단계는 신적 영역을 체험하고 '신비'를 체험하는 단계로, 아빌라의 테레사나 십자가의 성 요한을 대표적인 관상가로 소개하고 있으며, 카톨릭에서는 관상을 성화의 강력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적 영성은 모든 인간 개개인이 가지는 영성으로, 전술한 3가지 영성은 모두 개인 영성의 향상으로 향하고 있으며, 개인적 영성은 3가지 영성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3. 신교에서 사용하는 영성의 의미

구교에서는 영성이라는 용어를 단계적, 상황적으로 구분해 놓고 있으며, 보다 높은 수준의 영적 단계 또는 성화를 위하여 (신비적) 영성이라는 것을 중요시함을 보았습니다.

반면 신교에서는 일반 교인들에게서도 영성이란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으며, 이는  '신앙 훈련' 내지 ‘영적인’ & ‘신앙 수준의 척도’라는 의미로 곧잘 사용되곤 합니다.

그리하여, 은연 중에 영성 훈련=신앙 강화훈련, 영성 세미나=영적인 세미나, 영성 신학=영적인 신학, 영성 세미나 = 영적인 세미나의 등식이 성립되어 있고, 신앙이 굳건해 뵈는 크리스천, 은혜/은사를 받은 사람,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 등을 '영빨'(?) 혹은 영성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카톨릭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성의 표현과는 사뭇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 듯 합니다


4. 문제점

성경에서는 영성이란 용어를 직접 사용하고 있지 않는데도, 이 용어가 1980년대 이후 도입된 이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이렇다 할 대체 용어가 달리 없을 만큼 교계에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경건/신앙/신앙관이란 말 대신 영성이 자리매김하여 이젠 경건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져 버리고 영성이 모든 것을 대신하며, 신앙인은 없고 영성 좋은 사람들만이 존재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감이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름조차도 십자가의 영성이라는 표현을 통해‘영성’이 대신하고 있으며, 많은 성도들은 성령의 열매 대신 뿌리 깊은 영성의 열매(?)를 따 먹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영성보다 더 좋은 말이 있습니다.
바로 경건입니다.
그릇된 '영성 훈련'이란 말 대신 우리가 써야 할 성경적이고 본질적인 말도 바로 경건의 훈련입니다.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train, exercise) 하라고...(딤전 4:7)
이 경건한 생활이 금생과 내생에 대해 약속해 준다고 ... (딤전 4:8)

모든 말을 경건으로 통일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또한 모든 용어가 경건과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영성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알고는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성이라는 용어는 구교로부터 온, 신비주의적이고 비의적(秘意的)인 용어임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영성이라는 단어는 폭 넓게 개인의 신비 체험을 인정해 주는 용어임을 알아야 합니다. 자칫 내가복음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그 기저에 관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과, 실제적으로 관상기도를 적극 옹호하고 수행하기를 권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영성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경건한 성도입니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해야 할 성도이며, 속사람이 날로 새로워지는 영적인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일꾼입니다.


참고자료
http://blog.daum.net/khc23467/5026640  영성이란 무엇인가(김호환 목사)
http://kr.blog.yahoo.com/top21way/7084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카톨릭)
http://kslofs.blog.me/40019437148  진주의 세상- 주부적 명상이란(카톨릭)
http://cafe.daum.net/Fragranceoflove 희망의 문턱을 넘어-김홍언 신부의 새벽을 여는 영성의 샘물
자체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