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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교회력과 교회명절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드라마'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드라마



김삼



신구교가 해마다 함께 맘 모아 꼬박꼬박 지키는 크리스마스는 준비된 각본에 따라 매번 연출하는 한 편의 연례 드라마와도 같다. 대강절(대림절) 때부터 분위기를 잡으면서 준비했다가 정성껏 치르는 아기 예수의 생일 파티 드라마 말이다. 


드라마는 아무리 리얼하게 해도 각본에 의한 가상실제일 뿐 실제가 아니다. 실제를 그대로 모방하더라도 그렇다. 물론 극적인 효과는 있다.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다.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더욱이 경우에 따라 개인의 삶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의 '드라마' 속엔 성경 진리가 희박하다. 

오해 마라. 필자는 성육신의 진리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예수 동정녀 탄생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관행과 전통엔 많은 비진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도 흡사 진실로 가득찬 것처럼 극적인 효과를 자아내려고들 한다. 


크리스마스는 매년 '무대' 위에 아기 예수의 등장을 필요로 한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생애는 분명 세상의 모든 사람과 다름없이 신생아, 두 살쯤의 어린이, 12살, 30세.. 이렇게 점점 성장하고 성숙해 가셨지만, 성탄절 연극은 매년 이맘 때 또 다시 아기 예수를 요구한다. 이상한 노릇이다. 세상 생일 잔치만 해도 매년 당사자가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 아기 때 모습으로 되돌려 축하하진 않는다. 그런데 왜 교인들은 성숙한 예수가 아닌 아기 예수를 매년 요청할까? 그래서 각본에 따른 한 편의 드라마라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매년 아기 예수의 생일 축하 파티 같은 것을 하곤 한다. 성경은 욥의 자녀들의 방만한 생일 파티와 이방 나라 군주의 생일 잔치를 단지 진술만 했을 뿐, 그 어디에도 신자의 생일 축하를 권장한 데가 없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암시다. 만약 이것이 바람직하다면 카톨맄교 처럼 성경의 모든 위인들과 역사상의 모든 신자들의 생일을 캐내어 긴 리스트를 만들어 매년 매달 매일 꼬박꼬박 지켜야 좋을 터이다. 어느 누구는 생일을 축하해 주고 어느 누구는 빼면 공평하지 못할 터이다. 그러다 보면 아마 일년 내내 맨날 생일 잔치하다가 볼 일 못 볼 것이다. 안 그래도 성인들의 나고 죽은 날짜로 점철된 천주교의 교회력은 그와 방불하다.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아기 예수 생일 파티 연극이라는 것이다. 


다른 연극처럼 성탄극에도 온갖 배역들과 배경과 소도구가 동원된다. 아기예수/마리아/요셒 등 주역 트리오, 천사들, 목자들과 박사들, 헤로드 왕 등의 들러리 배역이 매번 '재탕'된다. 베틀레헴의 여관, 구유, 들판과 양떼, 큰 별 등이 배경과 소도구로 활용된다.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엔 다양한 성경 밖의 요소들도 끼어든다. 크리스마스 추리와 캐럴, '싼타'와 사슴 썰매, 온갖 화려한 장식과 선물들,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 등등.. 이것을 총동원해서 축소한 것이 정원 등에 꾸며 놓은 성탄절 '씬'(scene)의 파노라마라 할 수 있겠다. 

성육신을 묵상하는 것이 왜 나쁘겠나만, 제도 교회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과 마리아를 중심으로 성경 스토리를 갖고 적당히 꾸며 만든 일련의 각본에 의한 연극을 매년 되풀이하여 연출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덩달아 세상도 온통 파티 기분으로 법석이다. 평소 성경이나 교회를 싫어하고 멀리하고 심지어 혐오하던 세상이 크리스마스 때면 희한하게도 교회와 함께 장단과 박자를 맞춰 준다. 저마다 "메리 크리스마스", 또는 "해피 할러데이"를 떠들면서 무드를 잡는다. 마치 성전 제사를 위해 환전상과 짐승과 비둘기들이 판을 치던 것처럼. 세상과 교회가 함께 즐기는 파티가 크리스마스라는 것이다. 물론 거나한 돈벌이도 결부된다. 

그러다 요즘은 무신론자들과 교회-국가('정/종') 분리주의자들, 타 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쇼나 프로그램, 공공 장소의 크리스마스 추리 등을 '종교적인 것'이라고 적극 차단하고 나서니까 그나마 좀 잦아든 셈이다. 그러자 교회는 이를 기독교 박해라며 종교자유를 들고 나선다. 다 드라마의 부산물들이다. 



그러나 주님을 머리로 하는 거듭난 신자들의 비가시적/우주보편적인 참 교회엔 이런 뻑적지근한 연극이나 쇼가 필요 없다.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성경 속의 다른 부분과 진리들처럼 성육신의 진리를 묵상만 하면 된다. 성경 진리에 따르면, 아기 예수의 생일을 매년 꼬박꼬박 안 지켜 준다고 주님이 불평하실 리가 전혀 없으며, 지금 죽은 성도들의 뭇 영혼과 함께 지내고 있을 마리아와 요셒도 그 옛날 가난해서 아기를 강보에 싸서 구유에 누일 수 밖에 없던 베틀레헴 성탄 시절을 새삼 그리워 하며 눈물 짓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온 교회가 내 어린 아들 예수의 생일을 해마다 즐기며 축하해라"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러니까 다 세상 교회의 총체적인 빜 이벤트일 따름이다. 애당초 (첫 교회가 아닌!) 초기의 천주교가 마련했던 각본과 이른 바 '교회력'에 따라 지금까지 연출해 오고 있는 연례 드라마다. 마치 유렆 일각에서 부활절에 앞서 하는 패션 드라마(수난극)처럼. 


내 맘에 계신 예수님은 2000년전 이미 태어나신 분이시고 지금은 하늘에서 다시 오실 때를 기다리고 계신데, 왜 "오늘 나셨다!"고들 오색 등불을 켜 놓고 난리법석인가? 주님께서 언제 제자들에게 "이맘 때면 꼭 내 생일 파티를 해 다오"라고 주문하셨던가? 예수님의 생일 날짜가 도대체 언제인데..? 누가 그 날을 안다는 말인가? 구교가 만들어 놓은 그 드라마의 연례 연출에 과용되고 낭비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리소스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복음 전하는 데 돌려 쓸 수는 없는가?


신자는 크리스마스의 일부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왜 해마다 섣달 스무 닷새날이면 생일 잔치로 떠들까? 신자들의 정서함양을 위해서? 


성육신의 진리를 확고히 믿으면 그뿐이다.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을 비롯한 성탄 배경을 기억하고 임마누엘의 그 사랑에 감사/감격하면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지 않아도 죄 될 일 없다. 각본대로 움직이고 무드를 탄다고 신앙이 더 돈독해 지는 게 아니다. 성경 진리 그대로를 믿어야 참 신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