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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슈/물음과 답(Q.A)

시110:3 번역, 왜 서로 다른가요?




시 110:3 번역, 왜 서로 다른가요?



물음/Q 


..시편 110:3 의 번역에 대한 질문인데요..

우리 개신교회들에서 청년의 중요함과 역할에 대해 말할 때마다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 (개역개정)


참고: 

   당신 진군의 날에 당신 백성이 자원하리이다. 거룩한 치장 속에 새벽의 품에서부터 젊음의 이슬이 당신의 것. (가톨릭 새번역성경)


제가 수많은 성경 역본들을 살펴본 바 의구심을 느낀 것이, 소위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로 청년을 중심으로 번역한 건 개역성경 뿐이고, 가톨릭성경과 우리 표준새번역 성경, 그리고 킹제임스 성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성경들은 '젊음의 이슬이 주께 있나이다' 식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우리 개역성경만 이런 번역을 하고 있고 하게 되었으며, 과연 어떤 번역이 옳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A


우선, (미리 잘 모르셨겠지만) 님의 말씀에 어폐가 있다는 점부터 지적해야겠네요. 님께서 수많은 성경 역본들을 살펴본 결과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로 번역한 것은 한글 개역 성경 뿐이라고 하셨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음 역본들이 모두 해당 부분(시 110'3b)을 비슷하게 옮겨 놓고 있습니다. 님이 언급하신 표준새번역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여기서도 님은 틀린 말씀을 하셨네요).  


[ 필자가 여러 역본을 나열/인용할 때 특정 버전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특정 성구의 번역의 비교에 이용했을 뿐임.]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 (개역한글)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 (개역개정)


   임금님께서 거룩한 산에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시는 날에, 임금님의 백성이 즐거이 헌신하고, 

   아침 동이 틀 때에 새벽 이슬이 맺히듯이, 젊은이들이 임금님께로 모여들 것입니다. (표준새번역)


   주께서 능력을 보이시는 날에 주의 백성들이 거룩한 아름다움을 차려입고 동트는 곳에서 기꺼이 나아올 것입니다. 주께는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말성경)


   주의 백성이 스스로 원하여, 주의 권능의 날에 참여할 것입니다. 거룩하고 위엄 있게 단장한 새벽에 맺히는 이슬처럼 신선한 청년들이 주님께 나올 것입니다. (쉬운성경)


   주님의 권능의 날에 주님의 백성은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주님의 청년들이 새벽 이슬 같이 

   주께 나옵니다. (바른성경)


   주의 능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자진해서 주께 나아갈 것입니다. 

   그들은 새벽 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입니다. (현대인의성경)


   주께서 군대를 이끌고 거동하시는 날 싸움터에 나서시는 날 주님의 백성들은 기꺼이 나서리이다. 

   이른 아침 초롱초롱 빛나는 이슬처럼 주님의 젊은이들이 거룩한 언덕으로 주님 앞에 나오리이다. 

   싸우러 나오리이다. (현대어성경/TLB 한국어판)



그러므로 님의 단정과는 달리, 청년들을 새벽 이슬에 비유하여 옮긴 한글 성경들은 최소(!) 8개 버전들이 있습니다. 



거기 비해 이 부분을 확연히 다르게 옮긴 한글 버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한글판 KJV('KJB')들


-   "네가 나던 날, 모태에서부터 네 젊음의 새벽녘에 너는 이미 거룩한 산에서 왕권을 받았다." (공동번역)


- 모든 한글 천주교 성경들

- 기타 역본들



똑 같은 히브리어 원문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우선 두 그뤂의 큰 차이는 한 마디로 전자는 해당 구절에 대하여 의역을, 후자는 직역을 했다는 데서 오는 차이입니다. 


흔히들 직역이 안전하고 무난하다고들 말하죠. 

그래서 우리도 일단 히브리어 원문에서 직역해 보도록 하죠.


עַמְּךָ֣ נְדָבֹת֮ בְּיֹ֪ום חֵ֫ילֶ֥ךָ בְּֽהַדְרֵי־קֹ֖דֶשׁ מֵרֶ֣חֶם מִשְׁחָ֑ר לְ֝ךָ֗ טַ֣ל יַלְדֻתֶֽיךָ׃


[음역: 히브리어는 역 가로행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함.

아메카 네다보트 베욤 헬레카 | 베하드레 코데쉬 메르헴 미슈하르 레카 탈 얄두테카 ]


   님의 힘의 그 날, 님의 백성은 기뻐 자원하리!  

   거룩한 아름다움 속, 아침의 태(胎)로부터, 님은 님의 젊음의 이슬을 지니시리! (필자의 직역)


표현이 자못 추상적이죠. 좀 난해하지 않습니까?


KJV의 직역을 따른 한글KJV는 이렇게 옮겼습니다: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들이 아침의 태로부터 오는 거룩함의 아름다운 것들 가운데서 자원하리니 주께서는 주의 젊음의 이슬을 가지셨나이다.  


미안하지만, 이건 졸역입니다. "(거룩함의)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복수는 영문 'in the beauties of holiness'를 잘못 직역한 것이죠. 히브리어의 장엄복수나 일부 영어 낱말의 복수성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사실 더 직역다운 '직역'을 하려면 '아름다움들'이라고 해야 할 터입니다.  



히브리어로 된 본 시의 이 문장들은 어디까지나 시문이기 때문에 추상적입니다. 사실상 뜻이 애매하다고 모든 성경학자/주석가들이 입을 모으곤 합니다. 안 그래도 고대 언어인 히브리어의 문법이 그리스어보다 더 난해한데 말입니다. 일례로, '권능의 그 날'이라는 말만 해도, 군대가 모이는 날, 군대 열병/사열의 날, 전쟁터로 향하는 날 곧 출전의 날 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힘의 날'부터가 의역을 요구한다는 것이죠. 


직역으로서의 후반절의 의미는 더욱 모호합니다! 전반절과의 사이에 대구(對句/평행구)다운, 이렇다 할 타당한 균형과 조화성이 별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바로 그래서 의역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자, 이제는 의역을 해 보죠:


   님의 권능의 그 날, 님의 백성은 기꺼이 헌신하리!

   거룩하게 단장한 님의 젊은이들, 새벽이슬처럼 님께 나아오리! (필자의 의역)


직역과 비교해 볼 때 어떤가요? 

이처럼 의역을 해 보면, 추상성이 줄고 확실히 의미가 더 잘 통합니다. 


시문의 이런 의역이 가능하려면, 가장 첫째로, 히브리 시가(詩歌)의 특징인 형식/내용상의 대구/평행/병행(parallelism)과 어울려야 바람직합니다. 이슬을 큰 무리로 해석하는 것은 전반절과 걸맞습니다. 


또 이슬이 큰 무리 곧 군중이나 군대를 뜻하는 사례가 성경에 있습니다. 단적인 예는 구약 슈무엘A서(삼상) 17'12이죠. 이 구절에서 이슬은 바로 앞절인 11절의 '바닷가 모래알들'과 균형/대비를 이룹니다. 

또 직접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이슬이 큰 무리와 연계된 구절도 있습니다. 시 제133편과 예샤야후(사) 26'19입니다.   


히브리어 낱말 '얄두테카'는 '님의 젊음'도 될 수 있고, '님의 젊은이들'도 되기 때문에 저런 옮김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영어에서도 'youth'가 젊음/청(소)년들로 해석될 수 있는 것처럼. 


또 추가적인 내재적 이유 한 가지는 본 시가 예수 크리스토님께만 적용된 예언적, 메시아적(messianic) 시편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예수님께 나아온 (젊은) 제자들을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님이 선택하신 제자들은 주님과 비슷한 또래(30세 안팎)의 당대 젊은이들이었거든요. 이 역시, 막연한 직역보다는 더 의미가 통하는 셈이죠.   

이 해석적 입장은 특히 무수한 새벽 이슬방울들이 메시아 군대와 연계된다는 해석이 예샤야후(이사야)서 26'19이나 시 53'10 등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v.3b의 직역과 의역 입장을 취한 (영문)버전들을 분류해 보죠.(ABC순. 유명 버전은 약어 설명 생략)


   직역: ASV, ABPE(쉬운영문아람어성경), AKJV, CEB(통상영문성경), CEV(현대영어버전), CJB(완전유대성경), DARBY, DRB(두웨이-라임역), ESV, ERV(영문개역버전), EXB(확장역), GNB(제네바성경 1599년역), HCSB(홀맨기독표준역), ISR(성경연구소역), ISV(국제표준버전), KJV, KJ2000, KJ21, LEB(렉스햄영문성경), MEV(현대영어역), NABRE(NAB개정판), NCV(뉴센추리역), NET, NKJV, NOG(하나님의이름성경), NASB, NLT, NRSV(새개정표준버전), RSV, WBT(웹스터역), WEB(세계영어성경), YLT(영스문자역).. 

 

   의역: AMP(확대역), ERV(쉬운영역), GNT(굳뉴스역), GW(하나님말씀역), JB2000(주빌리=희년성경), NIRV(새국제리더버전), NIV*, NLV(뉴라이프버전), OJB(정통유대인성경)[각주:1], VOICE.. (기타 다수)   



직역 다수는 KJV 계열이거나 전통적 번역, 기타 (근)천주교적 입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의역 중에서는 NIV가 가장 널리 알려진 번역판이죠. 



다음은 각각 직역 또는 의역 입장을 취한 주석/주석가들입니다.  


   직역: 반즈, 브래들리, 체임버즈, 도낼슨, 엘리코트, 깁슨, 제이미슨-포셑-브라운(JFB), 케너웨이, 맼밀런, 펄스포드, 스펄전, 스피커즈  


   의역: 매튜 헨리, 벤슨, 칼뱅, 캐리어, 허칭스, 호밀리스트, 카일-델리취, 풀핕, 길, 탐슨, 매클러런, 케임브리지, 스튜어트, 왙슨  


직역 입장인 JFB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당신의 백성을 이끄시는 메시아님은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이른 이슬로 신선해지고 강해지는 지속적인 젊음의 활력(vigor)에 넘친 분으로 나타난다." 

결국 그렇게 하여 '님의 권능의 날'과 평행을 이룬다는 식이지요. 


그러나 개혁가/주석가인 장 칼뱅은 시편 주석에서 의역 쪽을 택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네바의 영어권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성경(1599년)의 시 110'3에서는 칼뱅의 이 주석적 견해가 반영되지 않고, 직역됐다는 사실입니다. 

 

18세기 영국의 명주석가, 매튜 헨리도 당대의 성경인 KJV를 주로 활용했으면서도 (KJV의 막연한 직역 입장이 아닌) 의역 입장을 취했습니다. 


가장 권위 있는 독일 주석가인 카일-델리취는 의역 입장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끝 낱말인) '헬레카'와 '얄두테카'의 대구성/평행성은 두드러진다. 전자가 '로보리스 투이'(라틴어: 님의 정력)를 의미하지 않듯, 후자도 전도서 11'9에서와 같은 '너의 어릴 적'(아퀼라 라틴어역의 '파이디스테토스 수')을 가리키지 않는다. 또 호프만의 해석 같은 장엄한 그날 아침 왕에게 뿌려지는 그런 이슬처럼 신선한 젊음의 정력도 아니다.

 '갈루트'(גּלוּת)가 이산(離散)과 동시에 디아스포라(유대계 해외이산자들)를 가리키듯, (얄두테카의) '얄두트'(ילדוּת) 또한 νεότης, juventus, juventa처럼 유년기와 청(소)년다움, 젊음, 아울러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더구나 시 110'3 후에는, 왕의 특성에 관한 부가적인 선언이 아니라 왕을 섬기려고 나선 그의 백성에 관한 선언을 더 찾아보게 된다. 젊은이들은 동트는 새벽의 태로부터, 왕에게 부드럽게 내려오는 이슬로 비유되어 있다." 


저는 의역을 지지한 카일-델리취의 이 주석이 매우 타당하고 역시 대가답게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한글 개역과 개정판은 바로 이 (의역)입장에 서 있는 것입니다.  



직역과 의역-어느 쪽이 더 옳다 또는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 견해로는 직역이 추상적이고 난해한 데 비해, "새벽 이슬 같은 청년들"이라고 옮긴 의역은.. 


   1. 훨씬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2. 뒷받침할 유사 구절이 있다. 

   3. 평행법으로서 조화된다.

   4. 메시아이신 예수 크리스토님께도 가장 걸맞다는 것입니다. 


반면, 직역은 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장점 정도를 들고 싶습니다. 


님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기를..


덧붙이는 말: 110'3은 (예컨대 70인경처럼) 다양한 사본들의 다양한 원문들이 있는데, 나머지는 추후에 기회를 만들어 다뤄볼 생각입니다. 



  1. 메시아닠 유대인인 필맆 고블이 편집해 AII(국제이스라엘아티스트)이 만든 성경으로, 중부/동부 유렆과 미국의 유대인들이 쓰는 이디시어(Yiddish) 문화와 정통유대교의 하시딬 문화를 충분히 반영해 영문으로 번역한 성경.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