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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메시아계보 대 장정

베에르쉐바 (메시아계보대장정5)


    베에르쉐바의 유적들


여기서 잠시 또 삼천포로 빠질 기회를..

이짜크는 비록 아내 리브카처럼 자식 편애의 도가니에 빠졌더라도..그는 믿음의 사람이었고 메시아-예수님의 그림자 같은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의 정통 독자였다는 사실도 은근히 그렇지만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독자 이짜크를 바치라고 하셨던 것도 성자님을 아낌 없이 우리에게 주시려는 심정을 대변한 셈이 됐고.

이짜크는 또 매우 온유한 사람이었습니다. 거의 온유 자체였죠. 창세기 26:12~22에서 입증되지요. 이 점에서도 온유하신 주님을 상기시킵니다(마 11:29). 모쉐 역시도 당대 지상의 그 누구보다 온유한 사람이었지요(민수기 12:3). 겸손과 늘 병행되는 이것은 신자 누구에게나 정말 필요한 품성입니다. 성령의 열매이기도 합니다(갈라티아 5:22,23).

온유한 사람은 땅을 차지할 만큼 복되다(마태 5:5)는 말씀은 정말 이짜크를 연상시켜 줍니다. 이짜크가 펠레쉩 족 땅인 게라르에서 농사와 목축으로 크게 융성해지자 펠레쉩 족은 그들을 은근히 탐내고 질시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곧 떠나는 게 상책이겠지요. 왕 아비멜렠이 미리 경고합니다. "이젠 당신들이 우리보다 강대해져 가니 여길 떠나시오." 어릴 적부터 온유와 순종의 사람인 이짜크는 자리잡았던 데서 한 번 이동하기가 비록 어렵더라도 꾹 참고 그곳을 떠납니다. 

그리곤 국경에 가까운 게라르 골짜기에 자리잡고 천막을 치고 임시로 머뭅니다. 그곳은 바로 아버지 아브라함 생시에 우물을 팠으나 아브라함 사후 펠레쉩 족이 메워 버렸던 곳입니다. 광야의 우물은 생명과도 같고 피 샘과 같은 곳입니다. 옛 우물을 회복하자 아버지 때 이름을 붙입니다. 이것은 언약의 회복과도 같은 성질의 것입니다. 

이짜크의 종들은 줄이어 물줄기를 찾아 우물을 파 나가는데 한동안 펠레쉩 사람들이 자기네 것이라고 생떼를 부리자 세 곳이나 더 파면서 계속 양보하다가 마침내 레호봍 샘에서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좀 더 위쪽으로 옮겨간 곳에서, 어느날 밤 다시 하나님이 그에게 나타나 재차 언약을 상기시키십니다. "두려워 마라, 나의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케 할 것이다"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래서 이짜크는 제단을 쌓아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천막을 칩니다. 이짜크가 단을 쌓은 것은 아마도 이 곳이 처음일 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곳에 아비멜렠과 그 군장 피콜(비골)이 찾아 옵니다. 이젠 화친조약을 맺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희한한 역사의 재현입니다! 창 21:22~34과 26:26~33을 비교해 보십시오. 서로 얼마나 비슷합니까! 물론 부자 간에 똑 같이 아내 탈취 위기에 빠졌던 나쁜 '부전자전'의 순환이 아니라..이젠 좋은 역사의 순환이죠.

바로 아버지 아브라함이 오래 전 현재 이곳(베에르쉐바)에다 우물을 판 일이 있습니다. 각별한 의미와 애착이 담긴 우물입니다. 우물을 파게 된 동기는..아브라함의 첩 하가르가 아들 이슈마엘과 함께 여주인 사라에게 쫓겨나 이곳 부근을 방황할 당시 목말라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애절히 통곡할 때 하나님이 그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천사를 통해 작은 샘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지요(21:8~20 참조). 즉 하나님이 주신 샘물이었고 따라서 매우 역사적이고 소중한 샘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우물을 아비멜렠의 신하들이 탈취했기 때문에 아브라함이 내심 적지 아니 분노하여 "하나님이 주신 샘물을 꼭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마침 아비멜렠과 그 군장이 화친조약을 맺자고 찾아왔기에 준엄하게 책망합니다. 이때 아비멜렠은 "나도 몰랐소. 미안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 우물을 도로 내 준 것이 확실합니다(21:26).

그런데 왜 이름이 '베에르쉐바'(Beersheba)일까요? 여기 중요한 뜻이 있습니다!
조약(언약)을 맺으면서 아브라함은 일곱 암양 새끼를 따로 빼내어 아비멜렠에게 줍니다. 아비멜렠이 까닭을 묻자 "이 암양 새끼 일곱 마리를 받아서 내가 이 우물을 팠다는 사실을 확증하시오"라고 답합니다. 그리곤 두 사람이 상호맹세를 했는데, 보통 당대의 언약 의식은 짐승을 죽여 피를 흘려 맹세를 하고 축하파티를 하는 전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우물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베에르쉐바가 됩니다. '베에르'는 우물, '쉐바'는 완전수 '7'을 뜻합니다. (영어의 '세븐'도 발음이 비슷하기에 본래 히브리 등 고대어에서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암양 새끼 일곱 마리는 완전한 언약을 암시합니다. 베에르쉐바는 단순히 '언약의 우물'이란 뜻이기도 합니다(21:31 각주 참조). 말하자면 숫자 7은 행운의 수(러키넘버)이기 전 언약/약속의 수였지요.

베에르쉐바는 아브라함-아비멜렠 간의 언약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 이미 하나님이 하가르에게 하신 언약 즉 아브라함의 한 후손인 이슈마엘을 복 주시겠다는 언약을 내적으로 상징하기도 합니다(21:17b). 즉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언약, 인간끼리의 언약 모두를 암시/대변하는 우물이었습니다. 

그러던 훗날 이짜크 대에 와서 그의 흥성을 시기한 게라르/펠레쉩 사람들이 아브라함 시대의 모든 우물을 메워버리면서 베에르쉐바도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짜크는 종들을 시켜 아버지 때의 모든 우물을 차례로 다시 파내어 복원시켜 나가면서 마침내 가장 중요한 베에르쉐바까지 다다릅니다(26:23).

그런데 베에르쉐바에 이른 바로 그날 밤 (앞에서 비친 대로) 하나님이 몸소 나타나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상기시키십니다. 즉 아브라함-아비멜렠의 옛 언약은 하나님과 하가르 사이의 언약과 동시에 아브라함의 직계 후손인 이짜크와의 갱신 언약이기도 했습니다.
이 언약을 통해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옛 우물 베에르쉐바의 정확한 위치를 아들 이짜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아브라함의 옛 우물을 복구하느라 우물파기 선수들이 된 이짜크의 종들은 여기서도 우물을 팠고요. 호랑이도 제 소릴 한다면 온다던가요. 마치 이것을 증명하시기라도 하듯 그 옛날 아브라함과 베에르쉐바에서 언약을 했던 아비멜렠과 비골이 다시 똑같은 장소로 찾아 온 것입니다. 이모저모로 이곳은 언약의 장소입니다! 

언약을 마치자마자 이짜크의 사환들이 파던 우물에서 물이 솟구쳐 나왔다고 보고합니다. 그래서 이짜크는 '쉐바'(7/언약)라고 명명합니다. 그후 이 마을의 이름은 베에르쉐바로 굳혀집니다. 베에르쉐바는 훗날 이스라엘의 최남단 경계선의 역할을 하지요. 즉 이스라엘의 영토는 북으로 단, 남으로는 베에르쉐바까지였습니다.

이처럼 베에르쉐바는 여러 모로 이스라엘 역사에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20세기 현재 팔레스타인의 베에르쉐바 시 인근엔 '짜베아'(=쉐바) 골짜기가 있는데 부근에 5~7개의 우물이 있다고 하지요.

잠시 사족을 답니다. 어떤 유명 부흥강사는 이 베에르쉐바와 신약성경에 나오는 낱말 '베엘쩨붑'(일명 '바알세붑')을 혼동하는 실수를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다른 단어이고 정반대의 어감입니다! 베엘쩨붑(Beelzebub)은 '파리 떼의 두목' 곧 싸탄을 뜻합니다.  
그런데도 그루지 구르지예프(20세기 에니어그램 학습 선구자)는 이 베엘제붑이라는 냄새 나는 이름이 좋은지 그의 주요 공상물 저작 '베엘제붑이 손자에게 들려준 설화'로 명성을 떨쳤지요. 웃기는 얘기..아닙니까?


[ 필자는 외래어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려는 생각입니다. 이 점 이해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