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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캪튼's 코너

교회 세습 괜찮나?

내 아들에게 목회자직을 승계할 것인가, 교회를 대물림할 것인가?




교회 세습 괜찮나?


김삼




교회에서의 대물림(succession)이라면, 부자나 친족 사이에 목사직을 승계한다는 개념과, 목사가 맡았던 교회를 물려 준다는 교회 대물림―두 가지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전자는 과히 문제 될 것이 거의 없으니, 문제는 후자일 것이다.  


한자만의 얘기지만, 흥미롭게도 '대(代) 세(世)' 자가 붙은 세습이라는 낱말의 뒷 글자는 '염습할 습(襲)' 자이다. 바꿔 말하면 본디 세습이란, 죽음과 직결되어 선임자가 죽게 된 경우 물려받는 것이 아닐까? 



최근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 부자간에 이루어진 세습 건을 놓고, 해당 교단 재판부에서는 교계에서 적용하는 '세습'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했다는데, 어거지나 다름 없다. 

세습이라는 용어는 이 경우에 완전히 들어맞는다! 굳이 비근한 예를 든다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세습은 절대독재자로서 나라를 계속 좌지우지하면서 나라 것을 자기네 것으로 삼는 정황이나, 대형교회의 CEO(?) 같은 존재로서 교회와 교인들을 사유 재산(?) 삼아 자기 아들에게 물려 주는 정황이나―"그거나 이거나"―별 진 배 없다는 견지에서, 세습이라는 개념이나 용어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본다. 대상물이 나라와 교회라는 차이밖에는. 

이 경우에 특별히 따로 전자는 더 세속적, 물적이고, 후자는 더 영적이고 성스러운 세습이라고 할 건덕지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혹자는 교회 목회자가 아직 죽지 않았을 때는 염습할 때도 아니니, 한자의 의미상으로는 이 세습이 그 세습이 아니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군다나 그 세습은 불법이고, 따라서 더 악할 수 있다. 전임자가 죽기도 전에 이미 제 욕심을 따라 미리 후임자에게 세습을 해 두는 것이겠거니 말이다. 



아버지를 뒤이어 아들도 목사가 되는 승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그 아들도 목회자 소명(召命)을 받은 경우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맡아 있던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승계의 경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성경의 누가 그랬다는 것인가?


세습은 비록 목회자직이라고 해도 세속적이다. 

구약 성경에서, 이스라엘 왕국 시대에 왕자리를 자손 대대로 이어 받은 대물림은 비록 당대의 체제가 하나님 중심의 신국(theocracy)이었을망정, 세속적 형태의 세습이다. 


완전한 신국 체제였던 미쯔라임 출국('출애굽') 당시의 지도자 모쉐는 죽을 때, 하나님의 명에 따라 자기 아들도 아닌 예호슈아에게 물려준 게 지도자라는 직책 뿐이었다. 핏줄로는 전혀 무관하니, 이건 그야말로 영적인 대물림이었던 것. 그밖에도 이런 영적인 대물림이라면, 엘리야가 엘리샤에게 남겨 준 상징적인 두루마기일 것이다. 


만약 모쉐가 세속적 의미에서의 세습을 하길 바랐다면, 응당 자기 아들 게르숌과 엘리에제르 중 맏인 게르숌에게 지도자직을 물려 주려고 했을 터이다. 그런데 정작 대물림은 하나님의 명을 따라 형인 아론에게서 후손 대대로 물려진 제사장직에 해당했다. 

이 제사장직은 딱히 재산이나 특정직을 물려줬다고 하기 어렵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옛말로) 분깃이 있었을 터이다. 말하자면 제사장직은 거룩하고 영적이지만, 분깃의 대물림은 세속적 개념이다. 설령 하나님이 명령하셨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당시는 율법시대였고 신정시대였다. 따라서 세속성이 절감된다. 



담임목회자가 자신이 맡아온 교회를 갖고 자기 친속에게 세속적 의미의 세습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성경은 '예스'라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 목회자 부자가 둘 다 제 아무리 영적이고 거룩하더라도 그렇다.  


부자간 교회 세습이라는 개념은 생각하기에 따라 우습기까지하다. 교회 건물과, 다니는 교인들과, 교회재정이 다 담임목회자 개인의 보유 자산이란 것인가? 그런 대상들이 과연 목회자가 목회자 아들에게 물려줄 만한 성격인가? 

단지 "대신 맡아서 하랄 뿐"이라고 응수한다면, 왜 꼭 아들이어야 하냐고 묻고 싶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그 세습 배후에는 뭔가 아버지-아들끼리만 통하는, 꼭 "끼리" 통해야 하는 '흑막'이 있지 않겠는가? "이것만큼은 꼭 아들인 니가 물려받아 관장해야 한다"는 식의. 설령 그런 흑막이 없더라도 충분히 그런 인상을 주지 않는가?



오늘날 소위 교회라면 '교회'인 곳의 세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 하나는 로마의 바티칸이다. 

그들은 비록 부자지간 대물림이 아니고 선거와 투표로 차기 교황을 선정하여 물려 준다고 하나, 왕직이 아니어서 신성하다기보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세속적이다. '교황'으로서 온갖 지대한 권리와 모든 호사를 누리기 때문이다. 비록 부자지간 세습이 아니더라도 개념상 세습이 아니라고 할 여지가 적은 일종의 세습이다. 




목사직의 승계는 가당하다. 

그러나 부자지간의 교회 대물림은 부당하다. 

왜냐고?


답하는 대신, 세습자와 세습 지지자들에게 묻는다: 


사도 파울은 남의 터 위에 자신의 교회를 세우지 않기로 결심한 바 있다(로마서 15'20). 자신의 친속 아닌 타인인 후계자가 대신 맡을 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이 자기 아버지 터 위에 계속 자신의 교회를 세워 나가거나 그 터를 지속할 수 있는가? 

아버지는 남이 아니니 더구나 세습이 괜찮은 것인가?


한 번씩들 생각하고 대답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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