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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뉴스논평

꼬일대로 꼬인 유나이티드 상황



꼬일 대로 꼬인 유나이티드 상황

-시사논평

 

지난 4월 9일 쉬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머물고 있던 유나이티드 항공 3411호기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의사 강퇴 사건에 대하여, 오착된 정보를 바로잡고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쓰는 글이다.

누구나 여차하면 수시로 하늘을 나는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마냥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불과 몇 주 전 단지 레깅스를 입었다 하여 두 소녀가 같은 항공사에게 탑승 거부를 당한 난감 케이스가 있었다. 항공사가 남의 신세대 복장을 일일이 챙기고, 에어라인을 하다 못해 패션 라인 관리라도 한다는 말인지..?

고가의 몸값을 "질러"가며 이 무거운 금속덩어리 큰 새에게 하나뿐인 고귀한 목숨을 통째로 내맡겨야 하는(!) 고객들을 태워 데리고 온 세상 고공을 누비면서, 때로는 이런 식의 곰탕 아닌 골탕을 먹이는 에어라인 회사들의 이런 고자세적 횡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결코 고상하다 할 수 없는 작태다.

유나이티드는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내 3위를 달리는 굴지의 회사다. 그런 거물급 회사의 이런 추태는 걸맞은 일인지, "답지" 못한 일인지 아리송하다. 맨날 하늘을 날다 보니 자연히 고자세가 되나 보다. 그나마 뭇 여론의 대공포를 맞노라면, 다소나마 정신이 들어 약간이나마 저자세(?)가 되나보다. 

해당 여객기는 켄터키주 루이빌을 목적지로 하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짐승 같은 취급을 당한 끝에 일대 화제의 희생적 영웅적(?) 주인공이 되다시피 한 피해 승객은 일각에서 오해한 대로의 '중국 화교'가 아니라[각주:1] 베트남계 미국인 폐질환 전문의, 데이비드 다오 씨(69). 참고로, 켄터키 일리저벹 타운에서 개업해온 그는 중범죄 전력이 있는 상당한 문제인사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선 글 나중에 상술하기로 한다.

 처음엔 멀쩡했던 다오


당일 항공사측 요청으로 탑승해 다오를 강제로 끌고 간 담당관은 항공사 직원도 보통 경찰도 아닌, 이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쉬카고 시의 항공관리국(CDA) 직원들이었다. 물론 합법적인 경찰권을 가진 그들이다. 유나이티드는 4명의 자체 직원을 태우기 위해 이미 '오버부킹'된 승객들중 4명이 자리를 양보하여 공항에 하루 더 머물었다 가도록 권유하면서 400 달러를 인센티브로 제의했으나 응답이 없자, 800 달러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무작위(?) 추첨하여 권유하여 내보내겠다고 통보한 뒤 추첨한 결과, 하필이면 아시안계 3명과 나머지였다. 여기서부터 이미 인종차별 의혹이 일게 된다. 과연 제대로 추첨한 것일까, 아니면 아시안계를 처음부터 퇴출 대상으로 겨냥하고 한 랜덤이 아닌 의도적 추첨이었을까? 현재로선 알 길이 없지만 수사거리의 하나라 생각된다.

항공사 측이 올라와 설득을 하자 추첨된 3명의 승객은 내렸지만, 다오 의사는 "내일 돌봐야 할 환자가 있다"고 조용히 설명하면서 내리길 거부했다. 그러나 양측의 대화 열기가 점점 상승해가고 그럴수록 완강히 거부하는 다오의 태도에, 급기야 조용히 설득하던 두 사람 다음으로 온 세 번째 담당관이 "댁은 내려주셔야 한다"며 강제로 좌석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다오가 잠시 크게 발악하는 듯 비명을 내지르고 앞 좌석에 얼굴을 심하게 부딪쳐 기절한 채로 입 부위에서 줄줄 출혈하기 시작해 마치 칼로 난자라도 당한 듯 핏줄기가 얼굴을 가로지르고 세로질렀다. 정식으로 돈 주고 탔는데 왜 내려야 하며, 더구나 강제로 피를 보면서까지 내려야 했나?-이것이 상당수 네티즌들의 따짐성 의문이다. '오버부킹'의 폐단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 상태로 다오 의사가 마치 막 잡은 돼지처럼 통로로 질질 끌려갈 동안, 그의 안경은 제멋대로 걸쳐져 있고, 입에서는 핏물이 흐르고, 배꼽이 훤히 드러난 채 만인의 시각 앞에 부각되는 수모까지 골고루 겪었다. 무자비해 보이고 황당무비하기가 보통 아닌 상황이다. 

승객들 대다수는 공포와 경악 속에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정신적 피해를 입어야 했고, 여지없이 다양한 개탄의 말을 쏟아냈다. 현장을 목격했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바로 곁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몇몇 승객들은 때를 놓칠 세라 직접 폰캠으로 찍어 온통 동영상을 뿌려대, 비행기 대신 웹과 공중파에 탑승한 비디오 물결이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다오는 코뼈가 부러지고 치아를 두 대 잃었으며, 충격으로 약간의 정신적 장애도 겪고 있다. 


다오는 얼마 후 재탑승할 기회를 얻었지만 얼굴엔 피가 줄줄 흐르는 상태였고, 정신도 어떻게 됐는지 멍해진 듯, "날 죽여도 집엔 가야 해"라고 계속 같은 말을 되뇌었다. 과연 이렇게 되기까지 인종차별의 구석은 없었는가? 아무튼 이 광경은 뭇 사람들의 놀람과 의아심과 분개심, 동정심 등을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한껏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항공사의 오스카 무노즈 회장은 일차적으로 승객 일부를 재조정(re-accommodate)하는 과정에 무리가 있었음을 사과한다면서도, 자체적으로는 되려 문제의 승객을 "파괴적이고 공격적이었다"고 비난하면서 항공사 직원 편을 들었다.
이런 의외의 언질은 다오의 과거를 비롯한 행동에 대하여 항공사와 항공국 측이 사전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뒤늦게 무노즈는 여론의 압박에 굴복해 다오 가족에게 정식 사과를 했지만, 끝내 사임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인 2015년에 해당 직책에 올랐댔다. 

한편 다오의 소송 건을 준비중인 변호사들은 12일자로 일리노이 주법원에 해당 항공기의 기내 비디오 녹화물과 조종석에서 오갔을 만한 대화의 녹음 내용, 승객 및 승무원 명단 등과 기타 관련 증거 및 자료를 보존해 달라는 긴급요청을 했다. 다오에 대한 "심각한 편파적 행위"의 위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다오를 완력으로 강제로 끌어냈던 해당 CAD 직원들은 현재 모두 휴가를 떠난 상태다.

뉴욕의 민형법 전문인 폴 캘런 변호사는 다오에 대한 난폭한 처사에 분노하는 대중의 목청이 결국 항공사로 하여금 신속하고 후한 해결을 하게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과연 그대로 됐다. 미냥 솟구치기만 하던 국제사회의 분노 기세에 눌려 겁 먹은 항공사측은 다오를 비롯한 승객들의 탑승료를 배상해 주기로 전격 결의했다. 전원이 현금, 여행 크레딭, 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자유선택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


 오스카 무노즈 


무노즈 CEO는 "이번 사태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승객퇴출 정책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언론 인터뷰에선 오버부킹 고객 퇴출을 위해 단속관의 힘을 빌리는 "이런 일이 결코 두 번 다시 발생하게 할 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대중의 유나이티드 보이코트 열풍도 광풍이 돼 가지만, 엎친 데 덮친다는 격으로 이미 이 사건의 파장세가 유나이티드 주가를 왕창 하락시켜 무려 약 2억 3,000만여 달러의 손해를 봤단다. 겨우 항공권 몇 장 값으로 엄청난 뒤탈을 본 셈이다.

맨날 국제항로를 타며 국제고객들을 모셔야 하는 항공사로서 국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다는 건 일대 악몽이고 초대형 재난이다. 덩치 큰 새가, 이젠 쫓긴 나머지 눈 속에 머리를 파묻은 꿩의 형국이 됐다. 결국 대 기업이 여론의 뭇매 아래 무릎을 꿇은 것이다. '독식횡포성' 대 기업들은 꼭 이렇게 대중의 질타에 한 번씩 혼쭐나야 정신차리는가?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의 바람처럼 CEO의 사임 결단이 있기까지는 무릎을 덜 꿇은 것인지도 모른다. 4월 13일 현재까지 124,000명 넘는 군중이 무노즈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건만 회사가 혹 결딴날지언정 자신이 결딴 나기는 싫은가 보다. 그의 이름 무노즈(無nose?)에서 얻는 인상도 어쩜, 눈 뜨고 코 베여도 나 몰라?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 같은..낯에다 놋판이라도 깐 느낌이 든다.


이와는 완전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다오는 무엇이라도 숨기려는 듯(?) 안전관리들에게 항의를 하지 않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등 비교적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 맹비난과 질타를 받은 항공사측과는 정반대로 폭넓게 동정을 산 대목이기도 하다.

 손녀와 함께 산책 중인 다오 부부. 그의 아내와 5명의 아들도 모두 의사이다. 


알고 보면, 다오의 이런 저자세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위에서 비친 대로, 데이비드 다오 의사는 10여년 전 자신의 약 처방과 관련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기 때문. 켄터키주 의료면허위원회(KBML)에 따르면, 다오는 호치민 시 의과대학을 1974년에 졸업한 이후 이곳 주의 허가를 받아 폐질환 전문의로 개업했단다. 

그러던 10여년전, 환자들에게 처방을 하면서 '딴짓'을 했단다. 한 남성 환자에게 동성애적 관심을 쏟으면서 그를 자신의 오피스 매니저로 채용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다오가 자신에게 "호전적으로 다그채며" 섹스를 하는 조건으로 처방약을 제공하겠다고 하도 얼러대어 그만 직장을 관뒀다고 밝혔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 했던가..다오 의사는 결국 2004년말 사기 또는 속임수로 약물을 취득하는 등 몇 가지 혐의로 기소돼, 5년간의 감독부 집행유예를 받아 면허취소를 당했단다. 취소된 뒤 그는 포커 게임에서 23만 달러를 땄단다. 그 후 끈질긴 면허 회복 노력 끝에 2015년 개업권 재취득에 성공했단다. 


이 시점에서 피해자의 이런 과거 행적이 왜 흘러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혹 이것도 언론의 음모인지? 다오 변호팀이 자신의 이런 "구린 뒷 구석"을 맨 처음 캐내어 흘려 내보낸 해당 언론 역시 소송 대상으로 삼아대진 않을는지(가능한 일이다)?


끝으로, 이번 사태의 강도(强度)는 정치권에도 일말의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오가 끌려가는 광경이 "끔찍했다(horrible)"면서도 오버부킹의 철폐까진 말하지 않고 단지 항공사가 자리를 양보하는 오버부킹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웃 제한을 둬선 안된다고만 했단다. 연방 상원과 하원의 교통위원회 위원들도 한 마디씩 거들자, 일부 항공사 관계자들은 의회가 또 다른 제재와 조치를 내놓고 콩 내라 팥 내라 관여할 세라, 미리 발등의 불을 끄느라 전전긍긍하면서 애께나 쓰고 땀께나 뺐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뭘 느끼는가. 나날이 더욱 꼬일 대로 꼬여 가는 세상은 역시나 세상이고, 더구나 마귀 세상이라는 것이다(참고: 요한A서=요일 2'15~17).

그래서 크리스천의 남다른 처신이 요구된다.
범사에 하나님께 영광 돌리도록.


  1. 중국에서 한 때 엄청 열받았다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