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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뉴스단평

창조론을 내버린 영국



영국 정부는 지난 해 4월, 앞으로 창조론을 가르치는 학교는 정부 지원을 박탈 당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니키 모건 교육부 장관이 공립학교 내에 종교적 관념이 번지는 것을 단죄한 것이지요. 모건 장관은 특히 급진주의 이슬람 신앙이 영국 교실에 침투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모건은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종교과격주의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제한되고 좁은 신앙 해석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학교에 은연중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분명히 있다며, 그들은 영국의 근본적인 가치관을 증진하지 않고 남들의 과격한 견해에 맞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했군요. 여기서, 종교관이나 성서관 대신 국가적 가치관을 대신 내세우려는 그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지요.


모건은 더 나아가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창조론을 비난하면서 반진화론적 신앙을 과격파 이슬람에다 비견했습니다. 교육부 보고서에는 창조론은 과학 교실에서도 "신앙을 팩트로 가르치고 있다"고 빗대었습니다. 파크뷰 스쿨의 한 직원은 학생들 일부가 "나는 흙으로 지어졌습니다. 진화 따위는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고한 사실이 있었다네요. 


이와 관련, 교육부 관리들은 학교 다수가 진화론을 무시한다며, 유치원을 비롯한 학교에서 진화론을 주기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거, 사실 영국에서는 정말 있을 만한 일이지요. 영국이라면 언뜻 KJV(제임즈왕 버전 성경)가 생각날 정도로 기독교적인 국가였으나, 진화론을 주창한 촬스 다윈의 나라이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교육부가 비록 바이블 스토리를 학교에서 축출한 것은 아니라도, 창조론을 과학과 같은 것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알고 보면, 이거 아주 심각하고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말처럼 창조론이 '종교 교리'라면, 진화론은 더욱 심한 종교 교리이기 때문이죠.

창조론은 지정의를 갖춘 우주최고의 존재인 조물주가 그 분의 말씀으로 만물을 지으셨고 그 분의 아드님이 붙들고 지탱하시기에, 모든 만물이 질서와 계열 속에 정열돼 있다고 믿습니다. 

반면 진화론은 무의 상태에서 만물이 진화됐고, 그 진화 과정 속에서 만물의 질서도 절로 생겨났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믿어주길 강요하지요. 그런데..누가 무의 상태에서 진화가 시작된 과정을 보고 믿었나요? 이거야말로 과학이 아닌 종교이지요! 어떻게 만물의 질서가 우연의 법칙에 의해 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신앙 내지 신념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되죠.  


쉽게 말해서 '진화신'이 곧 하나님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이 진화교(進化敎)라는 것이지요. 요즘은 무신론'교회'라는 곳도 생기고 (그들 나름의 사제/사역자도 있음!) 있으니 조만간 '진화론교회'가 생기면 서로 쉽게 통합될 만도 합니다.

이런데 어떻게 진화론이 종교 아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나요? 눈 가리고 아옹이죠. 진화론자들도 생각이 있다면 이런 이치를 깨달을 만한 데도, 모른 체 하거나 아니라고만 하니, 그도 위선이죠. 



올 여름 초에 영국 정부는 창조론이 과학적 가치가 있다고 하는 교육을 공립학교에서 전면 금지했습니다. 과거의 영국과는 너무나 다른 변화이죠. 정부는 또 창조론 대 진화론 논쟁은 다만 진화론은 과학적 가치가 있고 창조론은 비현실적 신앙으로 제시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정해진 수순만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그래서야 어디 제대로 '밀당'이나 되겠습니까..?

 이거 얼마나 불공평한 독재입니까, 왜 진화론에만 유리한 혜택을 주는 겁니까? 그만큼 영국은 이제 썩을 대로 썩어가고 세상과 세대가 급변한다는 뜻이겠지요. 지금 세대가 과거 세대와 다르다는 얘기이겠지요.


그러나 어차피 세상은 그렇습니다. 바로 저렇기에 세상인 것이죠. 영국은 본래 기독교적인(?) 국가이고, 헨리 8세 이후 왕이나 여왕은 대대로 국교회(앵글리칸/성공회)의 수장인데도 저렇습니다. 이건 정치계의 자유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위선이라는 것이죠. 성공회 수장이라는 여왕은 최근 동성혼도 공식 지지한 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건 종교이지, 유일 진리인 기독교는 아니지요.국가에 빌붙은 종교는 참 기독교가 아니라는 의미이겠지요. KJV를 유일한 성경이라고 떠드는 무리들의 무지를 입증해 준다는... 


같은 나무에서 서로 다른 열매를 내지 못합니다. 좋은 나무라면 좋은 열매를 맺지만. 한 우물에서 단 물과 쓴 물이 동시에 솟아날 수가 없지요. 한 목청은 한 소리를 내야 합니다. 결국 진리를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만 끝까지 성경대로의 창조론을 고수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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