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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뉴스단평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Source: goldcore.com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다널드(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엔 나 자신도 충격 받았다. 워낙 지지세가 강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될 줄로만 예상했기 때문이다. 


나는 전반적으로 미국 언론을 믿지 않는다. 미국 거주 경험상, 그리고 미국에서 언론인 생활을 한 경험상, 미 언론의 90% 이상이 어떤 특정 선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 선분에서 벗어나는 예를 거의 보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공화당이 거의 절대 불리하여왔다. 

트럼프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전반적인 비호감, 경원감(敬遠感)/경원도는 여기서 새삼 논하고 싶지 않다. 트럼프의 과거 삶에 대해 필자도 충분히 역겹다. 맨해튼에서 트럼프 타워를 쳐다볼 때마다 늘 '도박'이란 글자가 떠오르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이름의 인상과는 달리 전에 도박 부문 투자에서 여러 번 파산했다. 

그런데 생애 막판에 정치 생애를 위한 '도박'을 해,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얻으며 대 성공을 했다. 그야말로 놀랍도록 역설적인 반전인 셈이다. 


여기서 잠시..사람들이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진실이 있다. 

그것은 1990년대에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과 그 아내이자 이번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의 행적이다. 부부는 화잍워터 사태 등 수많은 '게이트'를 양산한 바 있다. 이들의 게이트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해오던 공화당측의 수많은 폭로 자료들이 당시 판을 쳤다. 신기하게도 민주당 측은 이렇다 할 응수를 하지 못했다. 

힐러리의 '로즈 법률 펌'과 클린턴 재단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차이나 게이트, 트래블게이트 스캔들, 화잍워터 스캔들, 빈스 포스터 2세 미스터리, 파일게이트 스캔들, 루터게이트, 마약밀매업자인 중남미계 호르헤 카브레라나 중국계인 노먼 영 유엔 수의 기부 스캔들, 벤가지 게이트 등 수많은 추문들이 특히 힐러리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벌어졌다. 뉴욕타임즈의 1996년 기사, '거짓말 폭설'과, '클린턴 범죄 라이브러리'를 참조해 보기 바란다. 


이에 비춰볼 때 최근의 이메일 추문 정도는 '새 발의 피'인 셈이다. 

그밖에도 그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자신에게 연루된 게이트만도 대표적인 모니카 르윈스키 추문 등 수두룩하다.   

한 마디로 이들 부부의 생애는 범죄로 점철돼 있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생존해온 범죄자들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사라졌지만, 공화당 사람들이 빌 클린턴을 일컬어 부른 별명중 가장 흔했던 것이 '교활한 빌'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런 행적들이 언론에서 거의 취급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선적으로는 다년간 미 언론을 통제/조종/지배해온 비밀집단의 장난 탓일 것이다*). 


이번 대선 캠페인 당시 필자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은 트럼프의 막말이나 옛날의 성희롱 사건 따위는 대서특필되면서, 대조적으로 힐러리나 빌 클린턴의 저런 중범죄적 문제점들은 대수롭지 않게 간과되거나 숨겨지거나 회피된다는 사실이었다. 대중이나 언론이 공화당 쪽이기보다 절대에 가깝게 민주당 쪽이기 때문일까? 

대중? 그렇다면 이번에 그 대중과 언론의 드높은 '넘사벽'을 넘어버린 트럼프의 이번 대승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해온 절대다수(?)의 대중을 이겨버린 더 큰 대중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므로 내려지는 결론은 미국 언론이 절대적으로 편파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자유와 평등을 "존중"한다는 미국으로서, 자유와 평등을 담는 그릇과 반영하는 거울이어야 할 언론의 밑바닥부터 그릇돼 있음을 반증해 준다. 

한편으로는 이런 절대편파적인 언론의 넘사벽을 넘어 거뜬히 대승을 거둬버린 트럼프야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이제부터 향후 4년 또는 8년간 미국 언론 대부분은 트럼프와 상하 양원을 장악해 버린 공화당 앞에 벌벌 기어야 할(?) 판국일지 모른다. 반면 지난 8년간 대중의 그늘 아래 짓눌린(?) 소수계로 지내던 대부분의 보수 언론은 "때는 왔다"며 활짝 날개를 펼치려 들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트럼프는 정치계의 '아웉사이더'라는 별명답게 입지전적인 인물로, 세상 말로 하면 미국 사상 또 하나의 '신화'를 일궈낸 축의 사람이다. 최초의 흑인계 대통령에 이어서 말이다. 그 바람에 여성 미국 대통령이라는 신기록은 이뤄지기 직전 깨져버렸지만. 

그런데 세상이 묘사하듯 트럼프가 굉장한 난봉꾼인가? 빌 클린턴처럼? 논평가들 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논평가들은 트럼프가 비록 (때로는 성적인) 막말을 하긴 해도, 그 막말처럼 마구 행동해 본 적은 드물다고 말한다. 한 아내를 거느려 온 빌과 달리, 트럼프는 아내를 두 번 바꾸고 세 번 째 얻긴 했지만, 여성과 연계된 다양한 '게이트'와 '스캔들'을 꽃피워온 빌처럼 난봉꾼이라고 하긴 어렵다. 

사람들은 이번 대선 캠페인 막판에 여러 여자들이 트럼프의 성추행 피해자라고 줄줄이 나섰던 것을 기억하리라. 그것을 모두 flatly 부인해 버린 트럼프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를지언정, 크리스천들만은 거기에 대한 자세를 신중히 했어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세상 사람들과 늘 똑 같은 태도를 취하기에 발 빠르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번에 이 여성들이 (필시 힐러리 편을 들며) 너도 나도 질세라 트럼프의 저질스런 면모를 폭로하며 나자, 평소 보수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트럼프 편을 들어온 미국 기독교계의 저명한 지도자들 다수가 대뜸 나서서 저마다 그를 저주하다시피 renounce 하고, 대신 힐러리를 지지하겠다며 돌아섰다. 그들은 트럼프가 대승한 지금 후회를 할까, 아니면 잘한 일이라고 그대로 자임할까. 아무러나 자업자득이요,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일이다. 

그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저 여성들이 '고발'한 내용 중 진실이었을(?) 만한 일부는, 근래 거듭났다고 자임해온 장로교인인인 트럼프로서 이미 사과하고 뉘우치고 회개한 과거의 일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회개를 해?" 하고 코웃음칠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거가 복잡했던 우리 교회의 누군가가 거듭나면서 회개하고 뉘우친다고 고백하면 의혹의 눈빛을 내던지면서 코웃음을 치곤 했던가? 아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가? 그런데 트럼프는 과거의 죄가 남달리 커서 남다른가?

물론 이제 정치인인 트럼프의 회개와 거듭남이 과연 진정인지 어쩐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뉘우치고 사과할 때, 우리는 받아주고 인정해 주고 재차 거론하지 말아야 옳다. 그런데 트럼프의 요 근자 일의 앞뒤를 따져볼 때 이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지난 언행들을 갖고 단죄를 한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가 그들 교회의 교인이라면 그 옛 일을 갖고 그를 내쫓을까?


트럼프는 단순하다. 복잡하지가 않다. 막말과 언행들이 거칠다 못해 거의 야만적이지만,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처럼 간교하지를 않다. 어쩌면 그가 마구 내던진 단순한 말사위에 매료되어 그에게 기꺼이 소중한 한 표를 바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 필자는 트럼프 예찬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천으로서 만사 공평히 하자는 말이다. 

왜 사람들과 언론-심지어 크리스천과 기독언론까지도-들이 진실을 제대로 가리지도 않은 채 힐러리를 편파적으로 선호하는가? 힐러리는 의인이고, 트럼프는 악인인가?

그들은 힐러리가 대통령 되기를 오매불망하고 학수고대했겠지만, 더 큰 대중이 트럼프의 팔을 들어주었다. 

뭐라고 할 것인가? 외곽의 엉뚱한 딴 대중이 의인을 버리고 악인을 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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