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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뉴스단평

물 위로 걷던 목사, 악어밥 돼?




물 위로 걷던 목사, 악어밥 돼?




기독교를 빙자한 가짜뉴스가 떠돌아 서구 언론계가 웅성대고 있다. 

"목사가 물 위로 걸으려다 악어밥이 됐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국제 언론들이 앞다퉈 다뤘다가 뒤늦게 망신을 당하는 사태가 지난 5월 중순 벌어졌다. 내용인즉 짐바브웨의 한 목회자가 예수님처럼 물 위로 걸으려고 시도했다가 악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 


한 예로, '지오비츠'(GB)라는 인터넷방송은 단신 속보(速報)에서 "알려진 대로(reportedly)"를 전제로 몰려드는 악어떼의 동영상까지 곁들여 진지하게 이렇게 보도했다. 즉, 짐바브웨 화이트리버 음푸말랑가에 있는 말기성도교회(SOLD)의 '조너턴 음테트와' 목사는 교우들에게 오늘날에도 가능한 성경적인 이적을 입증해 보여주려고 악어가 들끓는 '악어강'에서 실제로 약 30미터 정도 물 위로 전진하다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중 교인들 눈앞에서 세 마리의 악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 


이 교회의 은코시 집사는 "악어들은 목사님을 불과 2분만에 끝냈다"며 "그 분의 샌들과 속옷만 달랑 남아 물 위에 떴다"고 말했단다. 30분 후 ER24 구급대의 응급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고 이 기사는 끝맺었다. 은코시는 한 술 더 떠 "우리 교우들은 아직도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목사님은 한 주 내내 금식하고 기도했기 때문이다"라고까지 말을 얹었단다. 


22일 현재도 인터넷에 버젓이 남아있는 데일리 포스트의 5월 13일자 기사는 핏물이 어린 강물 위로 왼손을 내밀며 허우적대는 사진을 곁들여 실감나게 보도했다. 여기서도 '은코시 집사'는 "목사님이 바로 지난 주일 믿음에 관한 설교를 하셨댔다"며 "그 분은 오늘 우리에게 자신의 믿음을 보여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불행하게도 물에 빠지셨고 우리들 앞에서 커다란 악어 세 마리에게 먹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인용돼 있다. 그럴 듯 하지만 말짱 꾸며낸 거짓이다. 


인디펜던트뉴스, 텔리그라프 등 영국의 일부 유명 언론들은 뒤늦게 진상을 알고 머쓱해졌다. 한국의 J, D일보 등 평소 센세이셔널한 뉴스거리를 찾는 주요 언론들도 이 '뉴스'를 확인 없이 섣불리 보도했다가 허위임이 드러나 상황이 "우습게" 됐다. 아울러 근래 급격히 떠돌며 증가하는 가짜 뉴스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 유머 사이트는 조기 보도의 실수와 기독교의 이적 문제를 함께 농 삼아 다루기도 했다. 


어메리칸온라인(AOL) 뉴스는 '모두들 가짜뉴스에 홀라당 속아 넘어갔다'는 타이틀로 기사를 냈다. 이 가짜 뉴스를 앞다퉈 '사실'로 보도한 언론은 인디펜던트 외에도 데일리 메일, 유닐래드, 메트로, 익스프레스 등. 뿌리는 나이지리아의 '데일리 포스트'였고 원초는 '헤럴드 짐바브웨'로 밝혀졌다. 그러나 기자들이 원초 스토리를 찾으려니 헤럴드 짐바브웨의 아카이브엔 없었다. 물론 애당초 가짜 뉴스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해당 목회자가 예수님 흉내를 내려 한 문제 장소의 이름이 '악어강'이어서 "엉? 하필 구태여 악어가 들끓는 강물에서 목사가 왜..." 식의 의혹을 사게 된 데다 지난 2016년 2월 비슷한 (가짜)뉴스로 보도됐음이 재확인됐다. 내셔널뉴스 불러턴(NB) 등이 보도한 이 '기사'는 같은 장소에서 걸으려던 목사가 세 마리 악어에게 잡아먹혔다는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풍자 사이트에 올려진 것이었다. 


'구글링'해보면 해당 언론들의 보도 흔적은 분명 남아있지만, 접속해 보면 이미 입을 씻은 뒤거나 "해당 페이지는 없음"으로 나타난다.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런 허위 뉴스를 앞다퉈 보도했다는 정황은 사실을 중시하는 현대에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원인은 평소 사실과 진상, 정론을 중시한다고 내세우는 주요 언론조차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이 뉴스가 고도의 상상으로 교묘하게 위장됐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내용물이 기독교와 성경의 이적과 신비 이슈를 빙자하고 더 나아가 목회자 등 기독교 지도층의 "있을 만한" 허점들을 겨냥한 허위라는 것. 가짜 뉴스 중엔 이른 바 '음모설'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어 과연 이번 허위뉴스도 단순히 뉴스판을 폭소나 헛웃음(LOL)을 유발하게 만들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목적인지, 기독교를 해칠 음모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곰곰히 생각케 한다. 


오래 전 한국의 K모 목사도 어느 해 여름 장마철 홍수가 난 강물 위를 "걸었다"는 주장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썰'에 불과하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사라졌지만 1980년대에 꽤 공공연히 떠돌던 것이었다. '음테타와 목사'가 "100 피트 정도" 걸었다는 주장은 믿음으로 갈릴리 물 위를 걸으려 했지만 두려움으로 물 속에 빠져 들어가다 주님께 간신히 건짐 받은 베드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성경과 기적을 이용한 스토리 위장술이 교묘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웹을 누비는 가짜 뉴스들은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넘어갈 정도로 점점 더 교묘해져가고 급증하고 있다. 또 그런 가짜 뉴스와 그 결과의 스릴을 맛보며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맨날 만우절' 현상이다. 얼핏 중대 뉴스로 보이는 어떤 스토리가 어디서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궁극적으로는 과연 무엇이 참이고 허위인지 아리송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말이다. 다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자신과 정권에 관한 '가짜 뉴스'가 판치지만 "필터링을 해야 한다"고 변명 비슷한 해명 및 비난 발언을 한 적이 있음을 폴리티팩트(=정치적 진실)이 전했다. 


사회에 가짜 뉴스가 판치다 보면 진실에 대한 '신뢰마비현상'까지 온다. 늑대가 온다는 거짓 경고를 하며 즐기다가 결국 자신이 늑대에 잡아먹혔다는 이솝 우화 속 목동처럼, 진실이 허황되게 들리고 거짓이 진실처럼 들리는 사회가 돼 간다는 얘기이니 위험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김연철 교수(인제대)는 이 예화를 인용하면서 '신뢰가 사라지면 안보도 무너진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악어밥이 된 목사'의 가짜 스토리는 성경의 이적들에 관한 현대적 의미성과 신뢰도에도 자칫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성경에 있는 이적들이 마치 현대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흔하다. 그렇다면 성경 속의 과거는 거짓 덩어리이고 현대 사회는 과학적이니 다 진실이라는 것인가? 그런 주장이나 개념은 세상의 헛 뉴스를 쉽게 믿는 언론들만 봐도 가당치 않다.  


이같은 가짜 뉴스들은 인공적 산물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통한 마귀의 장난이다. 성경에 따르면 마귀는 처음부터 모든 거짓의 아비요 허위의 앞잡이이다(요한복음 8:44). 사탄의 속에는 아예 진리가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자기 것으로 말하니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허구를 일삼는 자들은 그의 자녀들인 셈이다. 


구약 창세기 3장을 보면, 마귀는 첫 여자 하와에게 간교하고 그럴 듯한 거짓말로 접근하자 하와는 하나님의 말씀 대신 그것을 믿고 받아들여 남편까지 믿게 만들었다. 그것이 첫 불순종과 죄악의 발로였고, 그 결과는 오가는 세대의 모든 인류에게 미치는 엄청난 저주였다. 타락천사들도 옛 천사장이었을 당시의 마귀에게 속은 결과물이었다. 


갈수록 절대 진리가 소중히 여겨지고, 성경 진리를 있는 그대로 나누는 교회, 소박하고 투명한 진실을 말하는 사회가 마냥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말할 것을 요구한다(마태복음 5:30). '중간쯤의 진리'라는 것은 없다. 


다른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기독교인들-특히 기독교 지도자-만은 성경의 명령대로 늘 바른 말을 해야겠다. 

그리고 기억해 두자: 성경 속의 모든 말씀은 다 진실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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