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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캪튼's 코너

지체님?

지체님??



"지체님, 안녕하세요?"

교우를 부를 때, '성도님', '형제/자매님, 또는 더 흔한 '직분명+님'의 기존 칭호 대신, 특이하게 '지체님'이라고 부르는 교회들이 더러 있다. 공공연히 그런 호칭을 쓰곤 한다.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을까.. 
코린토A서(고전) 12장에서 발출한 명칭인 모양이다. 나한데 그런다면, "어떤 지체 말인가요?"라고 너털웃음으로 되묻고 싶을 것 같다. 영어로 한다면, 예컨대 'Mr. Body Part' 또는 'Miss Member'가 되려나..? 

물론 외국 교회에서는 그런 호칭이 쓰이지 않는다. 이미 '형제님', '자매님' 등의 호칭이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정답게, 아예 그냥 이름(first name)을 부르기도 한다. 성경에 나온 교회들 가운데서도 교우들에 대한 그런 명칭을 쓴 흔적이 없다. 

'지체님'이라.. 익숙한 교인들이라면 혹 모를까, 갓 출석하기 시작한 신자에게라면 뜻도 어정쩡하거니와 아주 어색할 것 같다. 거부감까지도 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지체장애교우를 가리키려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선 시대부터 쓰던 '지체높은 양반'이라는 어휘도 생각난다. 좀 더 긁는다(?)면, 늦게 출석한 지각 교우를 빈정대는 호칭으로 자칫 들리지 않는다면, 다행일 것 같다. 그만큼 특이하게, 이색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코린토A서 12장의 은사지체론에 의거해 그런 기발한(?) 호칭 아이디어를 도출했다면, 성경의 그 부분(코린토A=고전 12'27)을 다시 읽고 한번 재고해 볼 수 있길 바란다. 

먼저 원어인 그리스어로 된 해당 본문이다: 
ὑμεῖς δέ ἐστε σῶμα Χριστοῦ καὶ μέλη ἐκ μέρους.

한글 개역 성경과 개정역 성경은 공히 이렇게 되어 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영역은 "여러분은..각 지체(each member)입니다." 식으로 거의 통일돼 있다. 한글 역과 영역, 어떤 것이 더 맞을까? 솔직히 말해서, 영어 쪽이 원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 옮김은 파울이 각 지체로 비유한 각 은사자와도 일맥 상통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글 성경 쪽에 미련이 남는다. 우리 각 사람이 만약 큰 의미에서 각 지체라고 한다면, 지체를 이루는 각 부분은 무엇인가? 가령 팔이라는 지체가 있다면, 거기 달린 손도 있고 손가락도 있으며, 그 손가락의 마디가 셋씩이나 있고, 그 끝의 손톱도 있다. 이 손가락을 이루는 살덩이도 있고 뼈도 있다. 또 이 살을 구성하는 각 세포가 있다. 이 부분들이 우리 각 사람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복잡하다. 그런 미세한 요소들을 member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글 역자들은 왜 저렇게 옮겼을까? 아마도 크리스토의 몸 안에는 각 교회가 먼저 있다는 뜻에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한글역에서 '지체'는 각 신자가 아닌 각 교회요, 지체의 각 부분이 각 신자가 되는 셈이다. 만약 글을 쓴 파울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면, 한글 역은 번역이 아닌 하나의 반역이다! 
파울이 크리스토님의 구성원인 각 은사자들 곧 교우를 생각할 때, 제도교회의 각 교인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었을까? 파울은 지체를 곧 하나의 교회로서, 그 지체의 각 부분을 각 교우로 생각했을까? 

각 교회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는 크리스토님의 몸인 전체 교회의 구성원인 거듭난 신자 겸 아홉 가지 각양각색의 은사들중 하나씩 또는 그 이상을 가진 각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성구들을 따라 각 신자를 직접 '지체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럽기보다 우스꽝스럽다. 교회를 크리스토의 몸으로 한, 비유이기 때문이다. 각 교우를 '지체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목님', '어깨님', '팔님', '손님', '배님', '엉덩님', '발님'..등으로 부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초기의 그 어느 교회도 그렇게 부른 예가 없다. 
지체라는 말을 영어로 멤버(member)로 옮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멤버님(Mr. Member) 등으로 부르지 않는다. 
성경 그대로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굳이 '지체님'이라고 부르며, 어색하고 독특한 티를 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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