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리뷰

휘청이는 사회

김삼 2020. 6. 13. 23:13

 

 

휘청이는 사회

이 사회가 크게 휘청이며 빠르게 망가져 간다. 아무리 곱쳐 생각해도, '해도 너무 하는' 사회가 돼 가는 느낌이다. 크리스천들 보기에 죄가 넘친 세속사회는 원래가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아무리, 고래(古來)로 그래왔더라도 말이다. 

요 얼마 전, 어떤 의붓엄마가 아홉 살 아들을 벌 준다고 여행가방 속에 연거푸 가두었다가 결국 절명시켰다고 한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3/2020060390144.html ). 공기가 거의 전혀 통하지 않는 캄캄한 여행 가방 속에, 더구나 어린이가 몇 시간이나 갇혀 있었다니! 질식해 죽어 가면서 얼마나 무섭고 절박했을까?

진실로 엄마 자격 없는 그 엄마는 아들의 그 고통을 얼마만큼이나 느낄 수 있는 인간인지 의혹스럽다. 친자식 아닌 의붓자식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래도 되는 걸까? 더욱이 아이의 친부인 그 남편의 심경은 어땠을까?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무섭고 잔인한 세상이 되어 간다. 그러고도 우리네 사회 구석구석, 그런 일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을 들어보겠다. 몇 년 전 일어났지만, 최근까지도 인터넽 등 말글 사회에 크게 부상해 있는 성윤리 문제다. 광화문 앞 거리에 설치됐다가 현재는 철거된 '세월호' 유족 분향소에서, 유족인 두 기혼 남성들과 자원봉사자라는 한 여성 사이에 불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당시 목격자였던 한 활동가뿐 아니라, 문제의 여성 자신이 되레 공공연히 설파하면서 스토리가 더 알려지게 됐단다. 그중 한 남성은 해당 여성과 살림까지 차렸다니, 참 놀랍고 대단한 노릇이다. 올해 4월까지도 여러 사회단체가 이를 규탄해왔으나, 왠지 반응이 밋밋하다. 

이 역시 웬만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세기말적 현상이다. 세 사람이 긴 추모열에 지치다(?) 보니, '내로남불', 아니 '남불내로'로 어쩌다 서로 사랑(?)을 하게 돼서 그렇다손 쳐 주자. 장소가 도대체 어디었던가?! 기간과 처지와 대상과 관계가 어떻든(크리스천에겐 이 모두가 문제시되지만), 최소한 장소만은 가려야 했던 것 아닐까? 자신들의 피붙이인 아이들의 희생을 추모하라고 시가 시민들의 혈세로 마련해 준 자리가 아니던가. 더구나 함께 유족이 된 모든 사람들이 서로 슬픔을 나누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 거기서 그런 일을 벌이다니, 기가 찰 일이다. 장소야 어디든, 장시간 추모하다보면, 추모 열기보다 기분 푸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걸까. 더는 추모 아닌 추모(醜冒)적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이럴 때 영어권 사람들이 딱히 할 만한 말로, 'What nerve![대단한 (무)신경이다]'란 조용한 감탄사가 있다. 그 세 사람은 훗날 자신들이 추모를 받는 처지에 놓일 때, 혹시 눈앞에서 자기 자녀나 친지가 그런 해괴한 일을 벌여도 과연 괜찮을까? 물론 그 'XX썸'인가를 벌일 때 자기네 생각 속에서 이미 숨진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여겼겠지만 말이다.

이보다 더 희한해 뵈는 현상이 긴 꼬리를 남기고 있다. 이 사건을 폭로하면서 열불을 내던 전 국회의원이 '막말 죄'로 소속당에서 전격 제명된 뜻밖의 후속타(?)가 날았는가 하면, 문제의 사건이 사회각계에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가 여러 달 째인데도, 정계나 서울시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조사는커녕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엄청난 사회윤리적 문제일 수 있는데도, 그냥 유야무야로 넘어갈 모양인가 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이런 식이다. 되뇌고 싶다--What nerve! 성경엔, 구약 왕정시대 이전 사람들이 "제멋대로" 하던 시대가 있었다고 일러 준다. 지금은 왕정시대가 아니고, 왕정복고 시대도 아니고, 민주 대통령 정치시대여서 그런 것인가. 아무튼 우리 사회는 망가져 간다. 나날이 더 빠르게. 마치 기우뚱해 가던 세월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