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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모세오경

야곱은 왜?


야콥은 왜?


김삼



창세기 48장을 보면, 몇 가지 독특한 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이 장은 오로지 야콥이 둘째 아내 라헬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인 요셒 및 두 아들-곧 야콥의 손자인 메나쎄(므낫세)와 에프라임(에브라임)-을 축복해준 과정과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야콥이 왜 다른 아들의 아들들, 즉 딴 손자들은 축복해 주지 않았을까?


[저자(모쉐)는 야콥이 왜 이 두 손자들만 별도로 축복해야 했는지 야콥 자신의 말을 인용해 그 이유를 밝혔다(48'5,6). 야콥이 이어서 나머지 아들들과 함께 (미래의) 전체 지족(支族, tribes)들를 축복 또는 저주한 사건은 49장에 기술돼 있다.]


야콥이 두 손자를 축복한 방식은 더군다나 특이하다. 그는, 요셉이 으레 당연한 방식대로 맏아들인 메나쎄는 아버지의 오른손 쪽으로, 둘째 아들인 에프라임을 왼손 쪽으로 데리고 나아가자, 야콥은 돌연 두 손을 가위표 또는 X 자 형으로 엇바꿔(교차시켜), 반대로 오른손으로는 아우인 에프라임을, 왼손으로는 형인 메나세를 축복했다. 



이 모습은 여러 모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첫째로, 야콥은 눈이 어두운 데도 두 손자를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초자연적으로-성령의 권능에 의하여 장남과 차남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대뜸 차남에게 오른손을 얹었다.


둘째로, 오래 된 기존 전통을 무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즉 일반적으로 오른손으로 대상을 축복하며, 특히 맏아들은 그렇게 할 터이다. 그런데 그는 둘을 동시에 축복하면서 손을 엇바꿔 했다. 응당 장남이 받을 장자의 복의 규칙을 깨고, 차남에게 받게 한 것이다. 

이것은, 태어날 때 쌍둥이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고 마침내 형 에사후의 장자권을 앗아 가진(!) 야콥 자신을 바로 연상시킨다(창 25'21 이하). 아울러 야콥의 넷째 아들인 유다의 후손 페레즈(베레스)와 제라(세라)의 변칙도 떠올려준다(창 38'26~30).


셋째로, 그는 언뜻 이 무리한 방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듯 보인다. X자 형으로 팔을 교차하여 한동안 축복하노라면, 당연히 여러 모로 불편하고 어색하다. 어깨가 벌어진 두 남자 청소년 또는 건장한 청년을 가로로 나란히 앞에 앉혀 두고 손을 어긋매껴 둘의 머리에 손을 동시에 얹고 축복한다고 생각해보라. X자로 겹쳐진 팔이 양쪽으로 벌릴 대로 벌려야 하니 팔과 어깨가 다 아플 것이다. 하물며 늙고 병든 야콥임에랴! 그런데도 그는 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팔 모양으로 이 무리한(?) 축복의식을 강행했다! 꼭 이래야만 했을까? 참으로 놀랍고 희한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아버지의 이 해괴한(?) 축복 광경을 지켜보던 요셒은 속으로 놀라며 의아스럽기도 하고, 조바심을 치거나 부아가 치밀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거의 아버지를 나무라고 있다. 아브라함 때부터 히브리 민족에 전해져온 전통적인 방식대로의 장자축복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셒은 아버지께 다가가 강제로라도 아버지의 X자 손을 느슨하게 풀어내어 본래대로 장자 메나쎄를 먼저 축복해 주시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콥은 "아들아, 나도 안다, 알아!.."로 응수했다. 


왜 그랬을까? 야콥 자신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그렇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의아했던 요셒도 이를 느껴 아버지에게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불만스럽긴 했어도.
아마도 요셒은 아버지 야콥 자신이 큰아버지 에사후의 장자권을 탈취했다는 그 옛 일화를 상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속으로 "아니, 우리 아들까지도 아버지처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콥은 여기서 요셒에게 놀라운 예언을 들려준다. 

즉 장차 작은아들 에프라임이 큰아들 메나쎄보다 더 큰 자가 되어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말대로 훗날 미쯔라임출국(출애굽) 때 에프라임 지족(支族. '지파')은 메나쎄 지족보다 훨씬 더 지도적 위치에서 활동하게 된다. 에프라임과 메나쎄는 요셒 지족의 절반씩을 차지하면서 12지족들과 함께 각각 반(半)지족(=반지파)을 이루다가 레빝 지족이 독립적인 제사지족으로서 전적으로 하나님을 경배하는 데 온전히 속하고나자, 숫자가 상쇄되어 다시 12 지족을 이루게 된다.


모쉐의 후계자인 다음 지도자로서 광야시대에 이어 이스라엘 제2세대의 카나안 진입과 정복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 '눈(Nun)의 아들' 예슈아[각주:1]는 에프라임 지족 출신이었다. 그는 선배 지도자/대언자(예언자/선지자)였던 모세처럼 오실 메시아의 표상의 한 사람이었다.


에프라임 지족은 훗날 왕국시대 때 북 왕국을 지도적으로 이끌었던 지족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왕국인 정통 왕조이자 메시아 선조지족인 유다 지족을 도와 형제 지족인 메나쎄와 벤야민 지족과 함께 거의 언제나 함께 행동한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점은,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보다 높고 그 길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다(예샤야후=이사야 55'8,9).

아버지의 축복 언행에 한때나마 의구심을 가졌던 요셒이 승복한 것처럼 우리도 말씀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과 그 분의 생각에 승복하고 순종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원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하신 주님이 먼저 그렇게 하셨다.

그럴 때 우리는 야콥의 예언이 에프라임과 메나쎄의 앞날을 열어간 것처럼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도구로서 큰 일을 이뤄 나가게 될 것이다!  



  1. 구원자라는 뜻의 이 이름 예슈아는 신약의 예수님과 똑 같은 이름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