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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원어로 묵상하기

기름진 까닭? 기름부음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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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10:27은 학자들에게 '난해'한 구절의 하나입니다.
그리 난해할 게 아닐 성 싶은데도 그렇게들 몰아가는 인상이 짙습니다.

우선 히브리어 원문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고대 구약성경인 70인경(LXX)엔 27절 끝 부분이 없습니다. 즉 마쏘라(Masoretic: 구약 히브리어 원문) 사본과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배경

먼저 본 절의 배경 설명을 좀 하면, 지금 하나님이 한 때 아슈르(아씨리아) 왕과 그 군대를 동원하여 말 안 듣는 이스라엘을 징계하시지만, 이스라엘의 "남은 무리"를 통해 영광 받으신다는 내용입니다. 이사야 서는 '남은 무리' 사상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사실 이 '남은 무리'는 곧 메시아를 대망하고 그에게 결속되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이 4:전장, 6:13, 10:20~23. 37:32, 참조: 11:1~10).

본 절은 하나님이 오히려 아슈르의 압박을 풀고 대신 보복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서로 다른 번역들

1. 이사야 10:27을 주요 한글판 성경들은 이렇게 번역해 놨습니다(꺽쇠/[ ]표 부분 유의).

    그 날에 그의 무거운 짐이 네 어깨에서 떠나고 그의 멍에가 네 목에서 벗어지되 [기름진 까닭에] 멍에가 부러지리라  (개역 한글/ 개역개정. 이하 전반절 생략)   

   ..앗시리아의 멍에를 너의 목에서 벗기실 것이다. 네가 [살이 쪄서] 멍에가 부러질 것이다 (표준새번역)

   ..네가 [살이 붙어서] 그의 멍에가 네 목에서 부서질 것이다 (우리말성경)

위의 4개 역본들이 서로 대동소이함을 느낄 것입니다.

다음 두 주요 현대 영문 성경들도 내용 상 위의 주요 한글 번역과 비슷합니다.  

    ..and his yoke from your neck, and the yoke will be broken [because of fatness]. (NASB)
  
   ..their yoke from your neck; the yoke will be broken [because you have grown so fat]. (NIV)

..the yoke will be taken off [because your neck will be too large].
      NET(새영문역)

그밖에도 위 1과 같은/비슷한 입장을 취한 번역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Amplified(확대역), ASV(미국표준역), ESV(영문표준역), GWT(하나님의말씀역), HCSB(홀맨기독표준역), JPST(유대성서공회역), , MCB(마일즈 커버데일 역), NJPS(새유대역), NLV(뉴라이프역), REB(로더햄 역), 츠빙을리-루터 역.
 

2. 그런가 하면..

다음 두 역본들은 아예 문제를 비켜 가 해당 부분을 생략한 번역판입니다. 

   ..그들이 씌워준 멍에가 너의 목에서 풀리리라. (공동 번역)
  
   ..앗시리아의 멍에가 네 목에서 벗겨질 것이다 (쉬운성경)

위 2와 비슷한 입장인 역본들도 더러 있습니다. BBE(기본영어성경), CEV(컨템프러리), GN(굳뉴스), LXX(70인경), MJB(새예루살렘역/카톨맄), NCV(새세기역), NLT(뉴리빙역. 각주는 1의 입장), TEV(현대영역본).   


3. 그러나 다음 번역들은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올 테니 그가 지워 준 짐이 네 어깨에서 떠나리.
또 그의 멍에가 네 목에서 벗겨지되, 그 멍에가 [(붓는) 기름 까닭에] 꺾여지리! (필자 사역)

    ..and his yoke from off thy neck, and the yoke shall be destroyed [because of the anointing]. (KJV, Geneva Bible)

.    .and his yoke from off your neck, and the yoke shall be destroyed [because of the anointing oil]. WEB(세계영어성경)

그밖에 이와 비스름한 입장을 취하는 역본들은..
21KJV(21세기제임스왕역), DRB(카톨릭: 두웨이-라임 역), DHB(다비 역), ERV(영문개역), JPG(제이 그린 역), JPT(주다이카 프레스역), LB(리빙 바이블), NBV(새버클리역), NKJV(새제임스왕역), WBT(웹스터 역), 


4. 기타 다른 번역

     ..[because you have become so strong].
    NIRV(새국제독자역), LBP(람자 역).

    ..and the yok schal wexe rotun [fro the face of oile]=기름이 모자라서 (위클리프-녹스 역).

    ..And his yoke from off thy neck, And destroyed hath been the yoke, [because of prosperity]. YLT(영스직역)

    ..And his yoke from your neck, and the yoke [chafe be healed].
      FFT(페러 펜튼-HBME)

    또..RSV(개정표준역), NRSV(새개정표준역), 모퍁 역(MNT), 카톨릭 성경인 NAB(새미국역), 유진 피터슨의 '더 메시지' 등 일부 역본은 본 절 끝 부분을 "림몬으로부터.."로 번역해서 그 다음 절로 연결했습니다만 억측에 따른 일방적인 오역 같아 예외로 하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독자들은 1~4 중 도대체 어떤 번역을 믿고 택해야 합니까? 도대체 히브리어 원문은 어떻게 말했기에..?

원문 상의 핵심 낱말인 '쉐멘'은 사실 '기름짐/살짐'과 '기름/기름부음' - 두 가지 해석이 다 가능합니다.

'쉐멘'의 용례

구약 성경에서 히브리어 낱말 '쉐멘'의 용례를 보면, 모두 193회 사용됐는데 (KJV의 경우) 액체 기름 또는 기름부음으로 165회 즉 가장 많이 쓰였고, 약용유로 14회, 올리브로 4회, '기름 바른'(oiled)으로 2회, 굳기름/기름짐으로 2회, 기타 6회 등으로 사용됐습니다. 약용유까지 기름에 포함시키면 179회 되는 셈입니다. 

그 중 이사야서에서는 모두 10회 사용됐는데

   기름으로 2회 (41:19, 61:3) 쓰였고..
   약용유로 3회 (1:6, 39:2, 57:9)
   풍요란 뜻으로 3회 (5:1, 28:1,4)
   살짐으로 2회 (25:6),

본 구절을 기름(부음)에 포함시키면 3회, 약용유까지 모두 5회가 되는 셈입니다. 약용유는 기름부음용 기름과 거의 같은 용도입니다. 물론 본 절엔 해당되지 않지요. 반면 풍요/살짐을 같은 뜻으로 쓴다면 역시 5회로, 서로 막상막하인 셈이지요.

게세니우스 렉시콘은 쉐멘이 본 구절에서 아주 드물게 기름짐/살짐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멍에가 살짐으로 인하여 부러졌다", 즉 살진 황소가 멍에를 벗어 던지고 밟로 밟아(?) 부러뜨리는 것을 말한다면서 다른 용례로 신명기 32:15, 호세아 4:16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성구의 용례는 직접적 증거로서 박약하며 오히려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한 곳입니다.
(게세니우스는 또 창 28:18, 네헤미아 8:15, 왕들A 6:23에서는 기름으로, 시 133:2, 잠 21:17, 이사야 1:6에서는 약용유/향유의 뜻으로 쓰였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는..

    첫째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더라도, 살이 쪄서 멍에가 부러진다는 것은 매우 어색합니다. 멍에란 주로 밭을 가는 소에 메우는 것인데, 소는 오래 묶여 일하다 보면 멍에에 익숙해져 설령 갑자기 살이l 지더라도 멍에가 "부러질" 정도는 아닙니다. 또 사람(노예)에게 메우는 멍에도 그렇습니다. 노예들이 어떻게 살질 기회가 있어 멍에가 부러질 정도라는 것입니까.

    둘째로, 기름진 까닭에 멍에가 미끄러져 그 아래로 (목이) 빠져 나왔다는 말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름져서 멍에가 부러졌다는 것은 역시 어색합니다. '확대역'은 멍에가 살진 목 둘레를 헛도는 것을 막으니까/막다가 부러졌다고까지 그야말로 확대해석을 했는데 우습기까지 합니다.

    셋째로, 살진 황소가 멍에를 밟거나 힘으로 부러 뜨렸다는 것도 멍에를 부술 힘이 생길 때까지 계속 살이 졌다는 얘긴데..이 역시 우스꽝스럽습니다. 또 살이 지거나 기름져야만 비로소 멍에가 뻐개진다는 발상 자체가 어느 모로나 촌스럽습니다.

이런 이유들 탓에 위에서 위의 네 가지 번역들 중 3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멍에는 이스라엘이 스스로 꺾으려고 기름지거나 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그냥 하나님이 제거해 주시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즉 성령께서 부으시는 영적 기름으로 멍에가 "작살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모로든 이사야의 컨텍스트와 분위기에 가장 맞는 해석이라는 것이 필자가 이사야 전권을 두루 훑어 본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

이사야 9:4은 이렇습니다.

     (왜냐하면) 님께서는 그의 무거운 멍에와 그의 어깨 위 작대기와 압제자의 몽둥이를 꺾으시기를 미디안의 날과 같이 하셨기 때문입니다(사역).

이처럼 하나님이 꺾어 주시면 됩니다!

14:25을 봐도 그렇습니다.

    내가 나의 땅에서 아슈르 사람들을 멸하고 나의 산들 위에서 그를 짓밟으리. 그의 멍에가 그들에게서 떠나고 그의 짐이 그들의 어깨에서 벗겨지리(사역).

또..본 절을 비롯한 이사야서의 많은 말씀들이 메시아의 오심과 연계돼 있습니다.  메시아 위에는 성령의 기름부음이 있습니다. '메시아'(=크리스토)라는 낱말 자체가 기름부음 받은 분이란 뜻입니다.
메시아 위에는 야웨의 영 곧 성령이 함께 하십니다(11:1,2, 42:1). 그래서 심판을 행하시며 그 분의 입의 막대기로 세상을 치고 입술의 기운으로 악인을 죽이실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이 9:4 바로 다음다음 절인 9:6은 바로 메시시아에 관한 명 성구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마침내 이스라엘에 성령을 부어주실 때 풍요와 평화가 찾아 듭니다(32:15). 하나님이 오셔서 보복/응징해 주시고 구원하실 때 어떤 결과가 옵니까? 멍에가 끌러져 자유가 옵니다(35:4~10).

하나님의 기름부음, 하나님의 영 곧 성령님이 함께 하시면, 이스라엘 자신의 멍에만 끌러질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도 참된 금식을 통하여 남의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박 받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모든 멍에들을 꺾어 줄 수 있다고 하십니다(58:6).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바로 메시아 자신이 성령님의 기름부음을 받아 압박 받는 이들에게 자유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주/야웨 [하나님의 영이] 내게 임하시니
주/야웨님이 나를 [기름 부으셔서]
온유/가난한 이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고
나를 보내셔서 맘 상한 사람들을 싸매주고
사로잡힌 사람들에겐 [자유를,]
갇힌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또 주/야웨님의 은총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응징의 날을 선언하고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61:1~2)

따라서 어느 모로 보든 위 성구(10:27)의 번역은 위 네 가지 중 3이 가장 걸맞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올 테니 그가 지워 준 짐이 네 어깨에서 떠나리.
     또 그의 멍에가 네 목에서 벗겨지되, 그 멍에가 [(붓는) 기름 까닭에]
     꺾여지리! (사역)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엔 자유가 있기에(코린토B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