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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과 검증/기타

로버트 슐러와 수정교회의 몰락(김주환)

 슐러 박사가 자랑삼던 수정교회 건물. 미니 피라미드형인 '관석'(冠石)을 포함한 노골적인 피라미드 구조 프레임이 엿뵌다[각주:1]. 수정과 피라미드, 모두가 오컬트 상징물들이다. 


로버트 슐러와 수정교회의 몰락

김주환




1. 서론

미국의 TV 설교자(Televangelist)였던 로버트 H. 슐러(Robert Harold Schuller) 목사(1926-2015)의 사역이 시작되는 과정과, 사역의 정점인 수정 교회가 매각되어 몰락하는 과정을 간단히 다뤄 봅니다.


2. 로버트 H. 슐러 목사와 그 사역의 시작

슐러 목사는 1955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설교를 하는 것으로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성공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고, 두운을 맞춘 구호와 긍정철학으로 강조된 그의 설교는 특히 남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몇 년 후 그의 가든그로브 공동체 교회는 벽을 여닫을 수 있는 정교한 건물로 옮겼고, 여기서 주차장에 차를 세운 회중에까지 설교할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권능의 시간(Hour of Power)’라는 전미 TV 방송을 시작하여 90년대 후반에 시청자가 1천만 명에 달하였습니다(지금은 손자인 바비 슐러가 방송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슐러 목사는 늘어나는 회중을 수용하고 사역의 상징이 될 건물을 세웠습니다. 그 건물이 '수정 교회(Crystal Cathedral)'로서, 1만장의 유리창으로 장식한 성소와, 2,70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하였습니다. 

90년대에 회중과 시청자는 늘어났고 슐러 목사도 건축을 계속하였습니다. 사무실, 강의실, 안내소, 조각상을 세운 정원과 71미터 짜리 종탑이 추가되었습니다. 



3. ‘수정 교회’의 매각과 몰락

문제는 세습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2006년에 슐러 목사가 목회현장을 떠나면서 아들이자 상속인인 로버트 A. 슐러(Robert Anthony Schuller)에게 담임목사직(Senior Pastor)을 주었으나, 그는 2008년에 사임합니다. 다음 해에는 딸인 실라 슐러 콜맨(Sheila Schuller Coleman)이 관리자 지위로 교회를 이끄는 등 아들과 딸이 번갈아가며 교회를 맡았습니다. 

사역의 정점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정 교회는 2011년에 그 주인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2010년과 그 다음해에 사역과 수정 교회를 두고 벌어진 사건을 정리해 나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0년 7월 11일 > 슐러 목사, 은퇴를 선언하면서, 딸 실라 슐러 콜맨을 지도 목사(Lead Pastor)로 임명.

2010년 10월 18일 > 수정교회 파산.

2010년 10월 24일 > 슐러, 교인들에게 4,300 달러의 부채를 갚아서 사역을 도울 것을 호소.

2011년 5월 25일 > 교회측에서 부채를 청산하고 파산을 모면할 충분한 기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자산을 부동산업체에 4,600 달러에 매각하기로 발표.

2011년 7월 4일 > 슐러, 이사회에서 투표권 상실.

2011년 7월 22일 > 천주교 오렌지 교구가 수정교회 자산을 5,000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

2011년 7월 28일 > 슐러, 이사회 투표권 회복.

2011년 7월 31일 > 수정교회 이사회, 교회당을 어떤 가격으로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발표.

2011년 9월 30일 > 채권단, 슐러 일가가 교회 기부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자 슐러 측 부인.

2011년 10월 18일 > 교회측, 5,000만 달러 모금 캠페인인 '기적의 신앙'을 통해 17만 2,000 달러를 모금했다고 파산법정에 보고.

2011년 10월 26일 > 교회측, 자산을 채프먼 대학교에게 5천만 달러에 매각하겠다고 발표.

2011년 11월 17일 > 교회측, 5,700만 달러에 천주교 오렌지 교구에 매각 결정, 파산법정에서 매각건 검토.

2011년 12월 18일 > 슐러 목사, "카톨릭 교회를 신뢰한다"며 수정 교회의 새 주인으로 선언.


4. 결론

노만 빈센트 필 박사와 같은 긍정철학을 설파한 슐러 H. 목사는 그의 긍정적인 설교와 교세에도 불구하고 세습, 가족간의 갈등, 탈세 등으로 몰락하였습니다. 그의 사위가 방송 책임자로 있기도 하고 면세혜택을 악용하여 탈세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언론을 통한 위기관리에서도 실패하였습니다. 매체는 교회가 파산할 즈음 재정 위기와 가족 갈등, 불확실한 미래를 광범위하게 다루었으나, 슐러 일가는 분명하고 투명하게 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재정 위기를 신앙으로 이기겠다고 하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교인 수는 1만명에 달하였지만 언론에는 소수만 인용되었습니다. 교회의 지도부는 교회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소통 하였지만 뉴스 매체에 동반되는 제3자의 보증이라고 할 수 있는 권위와 신뢰가 부족하였습니다.

어쨌든 한국은 그의 철학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왔고, 조엘 오스틴처럼 슐러 목사와 비슷한 부류의 저서와 사상을 분별없이 수용하는 등, 성경의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상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해외의 목회자나 설교자, 특히 내면의 긍정을 설파하는 이는 분별하고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권능의 시간 1회 방송영상(유튜브)

“수정교회 창립자 로버트 슐러 별세”(뉴스앤조이 2015/04/03)

“조용기와 로버트 슐러의 몰락을 묵상하라”(미주 뉴스앤조이 2011/08/02)

“권능의 시간(Hour of Power)” 홈페이지

영문 위키백과

“Schuller picks daughter to lead Crystal Cathedral: An administrative position” (Christian Century 2009/07/14)

The beginning of the end of Robert H. Schuller’s Crystal Cathedral Ministry (The Social Science Journal 2012)



  1. 노무현의 묘역도 관석이 포함된 피라미드 구조이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350A33519C6E48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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