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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과 검증/현대영성비평

미로와 미로명상

영화 '미로'의 장면 (캪처)



미로와 미로명상


미로(迷路)와 미궁 따위를 소재로 한, 현실 속 신화적이고 오컬틱하면서 기괴스런 클래싴 판타지 영화, '미로'(Labyrinth)가 재탕 친단다. 

개봉 30주년인 올해 5월초 사흘간 미국내에서 상영한다니, '반짝' 흥행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꾸준히 '미로'의 인기가 이어졌다는 얘기일까. 미로를 바탕 삼은 또 다른 기괴 판타지 영화인 '판 신(神)의 미로'(Pan's Labyrinth)가 한동안 끌어온 인기에 잇대어 미로라는 명칭만으로 계속 인기를 추구하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짐 헨슨 감독과 '별들의 전쟁'의 조지 루커스, 뢐스타 데이빋 보위 등이 합작해 만든 영화 '미로'는 도깨비가 훔쳐간 의붓남동생 아기를 찾아나선 소녀 '새러'가 도깨비 두목 '자렡'의 본부 격인 미궁 속을 헤맨다는 줄거리다. 자렡 역의 데이빗 보위는 랔 스타로 이 영화음악을 쓰고 직접 노래하고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보위는 연예계와 오컬트를 연계시킨 선구자로 악명 높다. 그는 비밀집단 의식과 상징을 비롯한 오컬트에 심취했던 사람이다.

보위는 1971년의 노래 '큌샌드'에서 이렇게 읊었다. 

   "난 황금 새벽에 가까워져 간다 / 크롤리의 상상의 유니폼 속에 잠겨" 

'황금 새벽'은 비밀집단(황금여명단) 이름이며, 크롤리는 악명 높은 오컬티스트이자 비집 사상가인 얼리스터 크롤리를 가리킨다. 그는 황금여명단 단원이었다. 

이 영화에서 미로/미궁은 곧 마인드컨트롤(심령제어술)을 암시한다. 


영화 '판 신의 미로'. 기괴한 모습의 거목은 판 신 곧 사탄의 뿔 또는 움키는 두 팔을 상징한다. 


'판 신의 미로'도 어찌 보면 대동소이한 얘기다. 두 영화 속의 미로의 정체는 모두 홀림과 헛갈림, 헤맴 등을 상징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두 뿔의 판 신은 물론 비집들이 숭상하는 바포맽 또는 루키페르(루시퍼), 곧 사실상의 사탄을 상징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흥미롭게도, 오는 5월 5일은 제10 차 '세계 미로의 날(World Labyrinth Day)'이란다. '하나 되어 1시에 걷자'(Walk as One at 1)는 캐취프레이즈로 매년 5월 첫 토요일에 개최되는데, 작년엔 20여개국에서 약 5천명이 각각 있는 곳에서 참가했단다. 전세계의 모든 미로 애호자들이 이날 하나(1)된 마음으로 오후 1시에 각각 동네의 가까운 미로를 찾아가 그 위를 휘돌며 헤매겠단다. 

올해 세계 미로명상의 날(WLD) 포스터


미국의 기독교 사학인 헨드릭스 칼리지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에서 미로명상을 하며 이 날을 지키겠단다. 헨드릭스는 1884년부터 오랫동안 연합감리교(UMC)에 연계돼 온 학교다. 소위 기독교 학교라는 곳에서 미로의 날을 갖겠다니, 정말 미로에 홀려 길을 잃은 학교가 아닌가 한다. 

근래 온 세계가 미로에 홀리고 미쳐 있다. 뭔가에 홀리는 기분이 그렇게 좋은가 보다. 미혹의 영, 홀림의 군주인 마귀가 온통 지배하는 세상이니 거의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교계 일부도 미로에 홀려 있다는 것. 이에 대해선 나의 글, '미로명상은 성경적인가?', '기독교 대학의 미로명상/향심기도'도 참조하기 바란다. 

미로의 날을 주관하는 세계미로명상협회(TLS)는 '평화'를 위한 이 걷고 움직이는 명상은 기도와 걷기 명상의 길로서 재발견된 4000년도 더 묵은 옛 전례(前例)를 따른 것이며, 신화적인 구조와 형상을 갖고 다산을 위한 의식으로, 순례의 상징으로, 영성의 실천으로 활용돼왔단다. 또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과 아울러 통찰과 내적 지혜를 증진하는 '신성한 공간'이 되기도 한단다. 


미로 신화이든, 미로 문학이든, 미로 영화이든, 미로명상이든, 미로기도이든 분명한 것은 근본적으로 이 모두가 세상의 미로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 미로 속에서 미로에 홀린 듯 세상과 교계의 일부가 음란하게 상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음란하냐고? 온 세상과 그 속의 모든 종교가 미로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 엄연히 세계 종교통합에 다가가고 있는 징조의 하나이다. 신구교 외에도 불교(http://bitly.kr/eN1a)도 이전부터 미로 명상을 해 왔고, 이슬람교도 중세부터 이미 미로 명상을 한 흔적이 있었다. 

불교는 물론, 힌두교의 본산이기도 한 인도는 어떨까? 최근 인도의 프리랜서 고고학자인 카디얄라 벤카테스와라 라오 씨가 인도의 동부 고다바리 지방 투니 인근의 콜리메루 마을 부근에 있는, 언덕 꼭대기 동굴의 큰 바위 위에 그려진 선사시대의 미로 그림을 발견했다. 흰 안료를 칠한 데다 황토색 물감으로 그려진 이 붉은 미로는 언뜻 보기에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톨맄 샤르트르 대성당 바닥의 미로와 너무나 닮아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7개의 원이 들어 찬 이 미로 그림은 신석기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단다. 


고고학자 라오가 발견한 인도 선사시대의 미로 그림


어떻게 인도 대륙의 선사시대 것이 이렇게도 중세 유렆의 것과 비슷할 수 있을까? 전 세계의 미로가 서로 통한다는 뜻이며, 이것은 사탄에게서 유래됐다는 암시이다. 그 이유가 뭐냐고? 미로는 이교적이며, 결코 성경과 성령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로명상이 성경이나 성령으로부터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신독(blasphemy) 죄로 저주를 면할 수 없다. 자신의 마음과 입을 지켜서, 그런 주장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말기를 바란다. 

인도의 이 미로 양쪽 곁에는 흐릿하지만 황소와 사슴의 선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바위 동굴은 신석기 시대 수렵채집인들이 하나의 종교의식 장소로 썼을 것이라는 게 라오의 추측이다. 고대 이교 사제들에게 공통된 사항 하나가 춘분과 추분, 동지 등을 살피고, 해와 달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모든 자연 요소들의 작용 원리를 연구하고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 미로가 그 조상숭배교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방가룰로야'라고 불리는 이곳 언덕과 '판다불라바리 가니'라는 이름의 바위동굴에 관하여 민담도 전해져 내려온단다. 판두의 다섯 아들(유디쉬티라, 비마, 아르주나, 나쿨라, 사하데바)이 한 아내(드라우파디)와 함께 여기 살면서 판다바, 곧 판두 족을 이뤘다는 것이다. 각각 다양한 신들의 아들인 이 5 형제에겐 복잡한 갈래 신화들이 따르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이 5형제 또는 그들을 섬긴 자들이 미로명상을 했다면, 더군다나 이교적/잡교적일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대의 미로는 창조적 에너지와 연계됐다는데, 그밖에도 인도에서는 카르나타카의 호야슬레쉬와라 스와미 신전의 할리베두, 고아, 라자스타 등에서 미로가 발견됐는데, 미로가 종교 상징물인 '마나스 차크라'로 숭배를 받았다고 한다. 즉 미로는 하나의 우상이었던 셈이다. 

마나스는 생각하는 마음을 대표하고, 차크라는 두 대립 요소가 함께 만나는 지점인 소용돌이를 상징한다. 대립의 만남 장소에서 정적(stillness)이 성취되는데, 이 정적점이 곧 미로의 중심이란다. 마나스는 다양하게 풀이되는데, 생각의 감옥 곧 생각하는 혼의 새장을 부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끝없이 내부에서 지속되는 대화라고도 풀이된다. 

차크라는 또 '채널-바퀴'라고 불리며, 주변의 흩어짐으로부터 평온의 중심/연합을 향해 가는 명상 과정 자체를 가리킨단다. 이 여로는 흔히 생각하는 마음의 갈등 내지 간결한 집중으로 특징짓는데, 마음이 중심에서 얻는 내적 평화의 방향을 굳게 잡도록 강압적으로 고정되는 곳이라고 한다. 또, 카르마 자체의 힘으로 엮는 스토리라고도 한다. 

한 요가 명상 전문가는 미로 형태의 특정 얀트라가 (사실상의 악령들인) 방랑하는 존재들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미로와 연계됨으로써 훼방받지 않고 신들과 여신들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미로의 중심은 (실상 악령들인) 신들 및 여신들과의 만남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로는 '미묘한 영적 함정(덫)'으로도 비유되며, 지하의 신이자 죽은 자들의 심판관인 '야마'(그리스의 미노스)와도 연계되는데, 티베트에서 야마는 '이담'(마음 보호자)의 형태로 숭배된다. 알고 보면, 끔찍하고 섬뜩한 장소가 미로이다. 


흔히 명상과 집중을 요구하는 정신병원 등에서 미로를 하나의 '힐링/치유의 도구'로 애용하는데, 이런 고대로부터의 기원과 내막을 알고 나면, 치유가 아닌 악화의 지름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미로와 미로 명상..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성경과 기독교와는 전혀 무관하다.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미로의 끝은 어딜까? 천국이 아닌 지옥일 것이다. 


참고 글:

http://bitly.kr/4Kel

http://bitly.kr/NIq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