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글 저런 글

스팸에 관한 단상



이메일은 무척 편리하다.
컴퓨터만 앞에 있으면, 무료로 몇 초 만에 어디서나 아무 때고 지구촌 어디든지 간단하거나 긴 메시지에다 가볍고 무거운 첨부물까지 보낼 수 있어, 더 할 나위 없이 편리한 존재다. 가히 현대 문화생활의 총아랄 만 하다. 웬만한 '컴맹'들도 최소한 하나씩의 이메일 주소는 갖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스팸 메일'. [ 미국식 발음은 '스뺌'에 가깝다.] 최근엔 그래도 상황이 엄청 나아진 편이지만 과거엔 쓰고 날리기 기능만 있어 여러 모로 불편했다. 요즘의 이메일 계좌들은 스팸 차단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준다.
그런가 하면 블로그를 싹쓸이하다시피 무차별 융단 폭격하는 소위 '블램'도 요즘 부쩍 만연한단다.

스팸들은 이래저래 바쁜 현대 생활 속에 또 하나의 짜증거리일 수 있다.

원래 '스팸'이라는 낱말은 비틀즈 풍의 런던 극팀 '몬티 파이톤'이 1970년에 시작한 텔레비전 희극스케치의 제목 '스팸'에서 나왔단다. 이 '스팸'은 물론 캔 가공식품 이름에서 나왔고. 
2차대전을 배경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끝 배경음악으로 뜬 메릴 스트맆 주연 영화 '소피의 선택'에서도 주인공의 기호식품으로 소개됐듯 역사가 퍽 오랜 '스팸'(SPAM)은 값도 싸고 군침이 확 돌게 하는 구수한 냄새와 맛이 일품이지만, 먹으면 먹는 대로 살로 간다. 이 가공식품의 염분과 기름기는 가공할 만큼 엄청나다(필자는 특정회사에 대한 특정 감정은 없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 주 소비국들의 하나다.

'스팸' 제조사인 호멜사 측은 본래 대문자/형용사 'SPAM'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낱말의 유래를 'Spiced Ham'(매운 맛 햄) 또는 'Shoulder of Pork and Ham'(돼지어깨살 및 햄)의 줄임말로 풀이한다. 그러나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두문자어(acronym)의 뜻을 역이용한 배크러님(backronym) 애호가들은 'Something Posing As Meat'(고기 시늉 하는 무엇), 'Spare Parts Animal Meat'(동물부품살) 심지어 'Skunk, Possum And Mouse'(스컹크/주머니쥐/생쥐 고기모음) 따위로 이죽거리기도 한다. 

이것이 소문자화 되면서 부정적인 낱말로 발전했다.

최근의 인기 뮤지컬 '스패믈랕'(2005년 개막)은 몬티파이톤(뜻: 괴물 구렁이!)의 영화 '몬티파이톤과 성배(聖盃)'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패러디한 것이다. 물론 아터 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전설을 소재로 한 것으로 제목부터가 전설의 궁성-'캐믈랕'을 희화화했다.
안 그래도 요즘 주권운동/신사도운동 등 비성경적인 캠페인이 활개치는 교계에서마저 아터 왕의 마검 '엑스캘리버'가 성경의 말씀의 검으로 둔갑, 하늘 전략회의라는 '원탁회의'와 함께 부쩍 자주 등장한다.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에 이메일 주소를 공개해 놓으면 불과 며칠 안 되어 이메일 계좌는 순식간에 스팸 메일의 쓰나미가 범람해 쓰레기통으로 변모해 버린다. 지구촌을 '스패밍' 하는 스팸 족들의 분포율을 나라 별로 따진다면 현재 미국이 단연코 1위(28.4%), 대한민국이 2위(5.2%)란다!

스팸 소나기는 매우 다양하고, 스마트하면서도 미련한 방법으로 퍼붜진다. 우연히 들른 사이트에서나 웹 항공권 주문 등으로 알린 이메일 주소에서 스팸이 자동 발송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계좌들은 이메일 내용의 낱말이나 문구가 자동 감지/추적돼 관련 홍보물이 뜨거나 날아 든다.

각 계좌의 스팸차단/여과 기능들이 강화되면서 스팸 메시지 또한 마치 축구공인 양 머리를 굴릴 대로 굴리고 쥐어 짜낼 대로 다 쥐어 짜낸 듯한 아이디어로 남의 안방에 근접하려 들고 침범해 온다.
그러나 스팸이 아무리 작전을 잘 써서 화장을 잘 하고 변신을 해도 스팸은 역시 스팸일 뿐, 정상 이메일로 승급되거나 '격상된 스팸'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냥 여과된 뒤 자동폐기될 뿐이다. 

간혹 기다리던 메시지가 오지 않아 여과된 스팸들 속을 막연히 휴지통 뒤지듯 아니 이 잡듯이 뒤져 보면 스팸 아닌 멀쩡한 정상 메일이 발견돼 아수라장 같은 스팸 수렁 속에서 건져 올리기도 한다. 그러노라면 똥통 속에서 보석을 건져 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스팸 제목들을 대강 훑어 보면, 돈과 성에 관련된 홍보물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 줄로 읽게 된 그들의 메시지는 불안한 경제 속의 매일 살림부터 남의 옷속 사정(事情)까지, 마치 인생이 겪는 모든 문제들을 다 맡아 나서서 해결해 줄 듯한 호언장담으로 차 있다.
각 인생이 굳이 겉으로 말하지 않고도 내심 바라는(?) 것들을 다 챙기고 묶어 보내 주겠다고 큰 소리 치며 야단법석들이다.  

몽매에도 바라던 일자리에 취직시켜 실업자 신세를 모면하게 해 드리겠다느니, 안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날개 돋힌 지폐를 날려 보내 드리겠다는 둥, 무료 랲탚을 배송해 주겠다는 둥, 매일 용돈을 '75불'씩 꼬박꼬박 챙겨 드리겠다는 둥, 선불된 연료주입권을 보내 드린다는 둥 스팸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의 눈귀가 번쩍 뜨이는 오퍼를 해 온다.

주름살과 탈모증 등을 고쳐 "탱탱한" 젊음을 되찾아 드리겠다, 인생은 여분의 몸무게를 뺀 뒤부터다..몸짱 부럽지 않은 살빼기를 시켜 드리련다, 번쩍이는 주요 상품들을 대박 할인해 드리겠다, 값져 보이는 모조명품들을 진짜로 왕창 싸게 판다, 무슨 솔루션을 제공해 드린다, 이런 경제불안 시국일수록 부부 금슬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그러니 북돋아 드리겠다, 당신 이웃에 젊은 싱글이 기다리니 소개해 올리겠다..

'무료제공', '주겠다', '드리겠다', '올리겠다' 등등 갖은 오퍼가 뻑적지근하게 화려하고 많기도 많다. 인생용품들, '처방약품'들의 우편 만물상/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비상 응급상황..즉시 전화 바람", "당신에게 보낸 아무개의 편지가 여기 기다린다, 보관 중"이라는 식으로, 제법 호기심을 자아내고 솔깃해짐을 겨냥한 암시적 수법을 쓰기도 한다. "나는 모른다, 그것을.." 등 물음표를 단 것도 있다. '그 비밀' 등 비밀 시리즈도 있다. 온갖 가짜들을 제친 진짜인 '진짜'를 자랑하고 싶다고도 한다.

하여튼, 번득이는 반짝 아이디어로 수신인의 반짝이는 한 번의 눈길, 한 번의 짧은 클맄..더 나아가 한 번의 회답을 기다리는 간절한 열망 속에서 한 방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스팸을 옆 집 창문에다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듯 날려 댄다. 같은 발신 주소에서 다른 가명으로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예도 허다하다.

하지만, 스팸 대부분은 그 성격 상 뚜쟁이나 성매매남녀 같은 존재들이다. 단지 수신자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아이디어를 짜서 그럴듯이 호리는 빌미와 메시지를 내세우고 손짓과 웃음으로 수신자를 꼬신다. 발라 맞추는 아양과 아부로 도배질하지만 알맹이인 본론은 딱 한 마디 - "그러니 돈 내 놓으세요"다. 압축된 내용이 '돈 내!'가 전부다. 그러나 이 사람들, 참 답답하다. 내 돈을 도대체 누구한테 호락호락, 푼돈 뿌리듯 함부로 건네 준다는 말인가? 돈 못 내!

요즘은 스팸이 이른 바 '임계벽'처럼 자동 차단/격리돼 그런 사례가 적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스팸들을 잘못 건드리면, '베토벤' 같은 바이러스나 숨은 '트로이 목마' 균이 북한의 날다 떨어진 로킽 또는 '유나바머'의 배송물처럼 잘 포장된 우편물 폭탄, 중동 회교테러범들의 자살폭탄처럼 난데 없이 폭발하기도 하고, 방아쇠처럼 단추가 단초를 제공해 스팸이 멀티플라이 되어 자동응답-스팸 건이 걷잡을 수 없이 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천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종교성 스팸들도 있다.
요즘은 멀리 아프리카의 뭐 어딘가에 있는 아무개 선교사의 부인인 아무개 여사네, 아무개 교계 명사와 연계된 누군가네 하는 사람들이 재정적 도움을 호소하는 영문 이메일이 유행한다. 성경구절을 이리저리 갖다대어 복음적 '틀'을 갖춘 데다 문법까지도 완벽하게, 미사여구의 문장을 꾸미고 빌려 그럴 듯한 기독교적, 성경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어딘가 헛점이 엿봬 탐색기로 확인해 보면 근거 없는 종교 사기꾼들에 불과하다.

검색기에서 클맄 한 방이면 "뻔할 뻔 자"인 것을, 높고 두꺼운 벽으로 눈들과 귀들을 단단히 잘 가린 양 착각 또는 확신하면서 잘들 포장하여 매일 매일 알뜰히 챙겨 보낸다.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도 스팸 물결은 넘실댄다.
세상 사람들과 다른 크리스천들이 보기로는 물론 세상엔 스팸들이 훨씬 더 많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온갖 정보원과 출처로부터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글로부터 영상물까지, 몰라도 되는 정보와 뉴스거리들. 알고 나면 시간만 허비되고 감정만 상하는 불쾌하고 분노스런 비보들. 들었다간 겁과 두려움을 와락 한꺼번에 안겨다 주는 공포유도성 통신 내용들. 괜스레 기분만 흥분시키는 선정성 낭보들, 보고 듣기엔 그럴 듯 하지만 받아 들이고 나면 오래 앓게 해 주는 해독성(解毒性) 아닌 해독성(害毒性) 정보들. 구입하긴커녕 서점서 한 번 훑어 읽다가 서가에 도로 '토스'하게 되는 책들.

가리기가 분명해지는 이단들의 메시지로부터 날이 갈수록 헤아리거나 종 잡기가 어려운 애매모호한 '크리스천' 영성 메시지들. 날마다 기독교 출판계/서점가를 통해 물 붓듯 쏟아지는 '기독교 도서'들. 짐짓 기독교 칼러를 내세우지만 성경적으로는 "아니올시다"에 더 가까운 교계 명사들의 듣기만 좋은 발언들 등등.

결국, 이 모든 정보들은 우리의 마음, 혼의 작용, 심리적 흐름을 겨냥해 다가 오고 도발해 온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날마다 우리의 혼이 새롭게 되지 않으면 순간적인 판단 착오와 자칫 실수로 받아 들이게 된다. 받아 들이고 나면 나중 후회하게 되는 부정적인 정보들은 커다란 유해 내지 위해(危害) 요인이 된다.

어느 폐질환 말기환자는 신유의 이적으로 구조됐다. 절망 속에 해골처럼 다 죽어 가던 사람이 되살아나 얼굴에 핏기가 돌고 건강이 급속히 회복돼 갔다. 그런데 환자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고 믿음을 북돋았던 사람이 그에게 딱 한 가지를 당부했다. 딴 건 다 좋은데 엑스레이는 찍거나 보지 말라는 것. 환자는 흔쾌히 약속하고 날마다 흥겹게 기쁨으로 살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환자는.."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살아도 한 번쯤 확인은 해 보고 살아야 할 게 아냐"란 친지들의 끈질긴 촉구에 시달리던 나머지 마지 못해 "그럼 딱 한 번만이야!"라면서 병원에 갔다가..그만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의사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 엑스레이로 찍어 내민 컴컴한 사진장 속을 들여다 봤더니 자기 허파가 둘 다 없는 게 아닌가! 그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말았다. 그 후 며칠동안 절망감에 사로잡혀 맘과 몸이 돌처럼 굳어진 나머지 그는 비통하게도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믿음의 집을 한꺼번에 모래성처럼 허물어 버리는 불필요한 정보를 받아 들인 것이다. 세상에 제공하는 과학 정보들은 우리에게 도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죽음을 갖다 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일상의 스팸들을 나는 날마다 제대로 차단하는가? 눈과 귀를 포함한 오관과 머리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그것들을 생각과 마음 속에서 여과/차단시키는 필터는 제대로 작동 중인가..'이상 없음'인가? 시청각 정보들을 제대로 걸러 주는가? 꼭 들을 것, 볼 것만 추려 주는가? 비진리는 걸러 내고 진리만 바로 챙겨 주는가? 불신을 내쫓고 믿음을 북돋우는 정보만 받아 들이는가?

마음의 필터가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다면, 무료로 제공해 주는 나의 이메일 계좌 속의 스팸 필터만도 못한 게 아닌가.

이래서..성경 진리 이외의 모든 잡다한 난상 정보들을 제대로 걸러 주는 마음의 필터/방벽 강화의 절대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성경엔 인사이더, 기타 정보엔 아웉사이더가 되자.
우리에겐 성경이 밝혀 주는 참된 인생 잣대 내지 정보물 가리기, 진선미 판단의 도우미가 있다. 예를 들면, 필리포서(빌) 4:8,9 말씀이다. 세상의 스팸들을 잘 단속하고 성경 말씀과 성령님의 하늘 이메일로 내 마음의 우편함을 가득 채우자.


 

'이런 글 저런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너벨 리'와 포우(Poe)  (7) 2009.05.25
'정직한 조지'는 정직한 신자였나? (2)  (23) 2009.05.22
이 5월은  (2) 2009.05.02
바닷가 산책길에서  (2) 2009.04.23
'-짱' 신드롬, 바람직한가요?  (2)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