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본문: 왕들B 11:1-3 1
연대기B 22:10-12 2
북 이스라엘의 예후에 의한 유다 왕 아하지야의 피살 사건 후, 왕가의 목숨은 다시 한 번 "바람 앞 촛불" 위기에 빠집니다.
아하브 집안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대행한 예후는 북측을 방문한 아하지야 왕의 조카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사마리아 근교인 목자의 양털 깎는 집 웅덩이 곁에서 42명이 몰살을 당했지요.
그 뿐 아닙니다. 남쪽에 남은 왕자들도 거의 전멸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유다 왕실의 살인극
아들 아하지야 왕이 북에서 암살됐다는 소식을 들은 남 유다의 태후 아탈리아는 "때는 왔다. 이젠 내 차례야!" 하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섭니다.
아하브/이제벨 부부의 딸인 그는 눈물도 없고 인정사정 보지 않는 잔혹한 여인이었습니다. 왕위와 권력을 쟁취하려고 아하지야의 아들들-자신의 친손자들을 모조리 숙청했거든요! 3
어찌 보면, 이유야 어떻든, 아하브/이제벨의 죄악에 얽힌 남북 왕가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 바람은 아직 채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통에 하마터면 메시아의 유일한 선조를 포함한 씨를 말려 왕대가 끊길 뻔 했지요!
남편 예호람은 즉위 8년, 아들 아하지야는 불과 즉위 1년만에 연이어 죽어 가자, 권력에 굶주려 온 아탈리아는 "이제 보니 역시 사내들은 별 볼 일 없다. 내가 직접 다스리마" 하고 나선 모양입니다. 아마도 아탈리아는 특히 어릴 적부터 아버지 아하브가 어머니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남성상에 궁극적인 환멸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탈리아는 남편 예호람 왕도 그렇게 휘둘러 온 유다를 우상숭배의 거름더미로 만들었으니까. 4
이처럼 극적인 형국의 그녀의 페미니즘 정신은 보나마나 어머니 이제벨에게서 물려 받았을 터입니다. 바알-아쉐라/아슈타롵 종교 아래 왕인 남편과 온 나라를 꼭두각시처럼 다루는 어머니에게서 그 밖에 뭘 배우겠습니까.
더욱이 권력욕에 눈이 먼 나머지 손자와 왕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음은 가히 싸탄의 여종의 경지에까지 오른 셈입니다. 싸탄은 이때 아탈리아를 통해 정녕 메시아의 선조 왕자까지 죽일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의 심판에 철저하신 하나님도 이 악한 왕가를 그렇게까지 내버려 두실 순 없었습니다. 비록 사악한 아하지야의 아들이지만, 아기 왕자 요아쉬에게서 한 가닥 선한 마음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이 때, 아하지야의 누이 예호쉐바 공주는 어머니의 서릿발 같은 칼바람 아래 하나씩 스러져 가는 목숨들 가운데서, 얼마 전 갓 태어난 막내 아기왕자 요아쉬 5를 몰래 빼 돌립니다. 아기와 아기를 돌보던 유모까지 자신의 침실에 숨긴 것이지요. 요아쉬의 어머니는 베에르쉐바 출신의 지비아 왕비 6. 당시 생사를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7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사일생의 구출작전이었습니다!
마치 파라오의 히브리족 남아(男兒) 강제살해령 속에서도 갈대상자 속에 살아남아 미쯔라임(에짚트) 공주에게 건져졌던 아기 모쉐처럼. 마치 마리아-요셒 부부가 천사의 지시를 받아 비밀 리에 머나먼 남쪽나라 미쯔라임으로 데리고 피신 간 아기 예수님처럼 8. 9
유일한 조카인 요아쉬 왕자를 살려낸 예호쉐바는 선대 왕 예호람의 딸로, 제사장 예호야다에게 시집 간 공주입니다. 아마도 할아버지 예호샤팥 왕과 남편 예호야다의 경건한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예호쉐바는 조부 예호샤팥의 특별한 귀여움을 받으면서 신앙 가운데서 자란 딸이었는지도 모르며..아버지 예호람이 우상숭배의 타락 속에서 중병으로 죽은 데다 남동생(?) 아하지야를 남기곤 모든 오라비 왕자들이 몰살 당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입니다.
또한 그런 비운 가운데서 경건한 사제한테 시집 온 것이 가장 나았다고 또는 잘 선택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그녀의 남편 예호야다는 역사 상 가장 경건한 사제의 한 명이었다는 진실이지요!
예호쉐바는 특히 북에서 왕실 측근인 조카들 42명까지 모조리 예후에게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자, 뭔가 불길한 예감을 갖게 됩니다. 평소 남동생인 아하지야 왕 배후에서 섭정하다시피 했던 어머니 아탈리아의 왕성한 권력욕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예호쉐바는 아마도 남편인 사제 예호야다와 함께 아기왕자 요아쉬를 살리기 위한 작전 내지 '음모'를 극비리에 꾸며 감행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두 사람 다 목숨을 걸어야 했을 터입니다. 자칫 발각되면, 아기와 유모는 물론 자신들까지도 아탈리아의 칼날이 용서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예호야다는 아내가 목숨을 건져 낸 아기왕자를 하나님의 집인 성전 안 깊은 곳에 숨겨 무려 6년을 비밀리에 키웠습니다.
그 6년은 결국 아탈리아의 시한부 집정기한이 된 셈입니다.
6년 통치와 요아쉬의 성장
아탈리아는 막내왕자 요아쉬가 살아남은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모든 왕손들의 목숨줄을 무사히 끊어 놓았다고 안심하며 몸소 여성군주로서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숨져 간 북쪽의 어머니 이제벨까지도 비록 실권은 거의 장악했어도 왕비로서 죽어 갔지만, 이제 직접 나랏님이 된 맛과 기분은 비록 친손자들을 몰살시킨 피바람 속에서도 내심 매우 흡족했을지 모릅니다.
"기세등등하던 울 엄마도 못 올라 본 여왕직을 나는 차지했다. 여자로서 이보다 더 높은 자리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아탈리아의 집권은 6년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남/북 열왕기/연대기엔 아탈리아의 실정에 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6년 동안 아마도 과거부터 계속해 온 우상숭배 외엔 의미있는 치적은 거의 전혀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라를 다스린다고 떵떵거리긴 했지만 왕궁에서 몸을 굴리며 마냥 먹고 놀기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왕권찬탈 자체가 터무니 없는 불법이었기에 그녀는 역사 속에서 유다 왕가의 실제 군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이 6년간은 합법적인 왕손인 아기왕자 요아쉬가 자라서 왕위에 오르기까지 최소한의 준비기간이었던 셈이지요.
요아쉬는 6년간 성전 속에 숨겨져 고모부인 제사장 예호야다의 돌봄 속에 고이 자랐습니다. 마치 그 옛날 어린 시절을 성막 속에서 보냈던 최후판관 슈무엘과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요아쉬에겐 유모나 고모 예호쉐바가 곧 어머니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성전 속에서 제사장의 교육과 영향 아래 자라났기에 어린 그는 경건한 소년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는 아마도 바깥 세계를 전혀 모르고 완전 격리된 채 자랐을 것입니다.
자신이 유일한 왕손으로서, 차기 왕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 자라기까지는 성전 밖엔 결코 나갈 수 없고 극비 속에 숨겨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이유를 유모나 고모부로부터 들어 어렴풋이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극비를 유지하기 위해 예호야다의 아들처럼, 또는 다른 사제의 아들처럼, 그래서 어린 사제생도감의 하나처럼 자라났을지도 모릅니다.
아탈리아는 철저한 우상숭배자였기에 6년간 성전 출입을 전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혹시 요아쉬가 측근의 눈에 발견되더라도 예호야다의 어린 아들 또는 어느 사제의 아들쯤으로 비쳤을 것입니다.
이러한 요아쉬에게 사제 예호야다는 유일한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왕위에 오른 뒤엔 최고보좌관 내지 자문역이기도 했습니다.
요아쉬를 위한 이처럼 극도로 절제된 환경은 다시 경건한 군주를 얻기 위한 온실 묘목밭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핏발 서린 아탈리아의 칼날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보호막이기도 했습니다.
요아쉬는 유다 왕가 내 대 숙청바람에서 홀로 살아 남은 메시아 선조였기에!
예호야다 부부는 성전 안에서 요아쉬를 기르기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을 것입니다. 유다 왕가와 나라의 운명이 이 아이의 미래에 달렸기에 오직 하나님과 천사들의 도움을 구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더욱이 그의 마음은 평생 한결 같았고 유다 사상 가장 선하고 영적 권위가 넘친 사제의 하나로, 그리고 최장수 사제로 130세까지 살아 갑니다.
필자는 외래어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생각입니다.
이 점, 독자의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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