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이라는 NGO가 있다. 기독교계 구호단체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대체로 순수 선교단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한국인과 해외 한인 크리스천들도 막대한 후원을 해 왔다. 이 패러처치(parachurch)에 한국인들이 특히 관심과 애착을 갖는 데는, 공동창설자 밥 피얼스 박사와 한경직 목사가 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 고아들의 참상을 보고 한경직 목사와 함께 창설한 내력도 작용한다.
기독교 정신으로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는 점,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사역해 온 사실 등은 물론 높이 살 만 하다. 그러나 이 단체가 과연 자임타임(自任他任) 뿐 아니라 하나님도 인정해 주시는 진정한 복음적 단체인지는 좀 의문이다. 시대가 하 수상쩍게도 에큐메니즘이나 온갖 이상(異常) 영성들이 활개치고 있어서, 그런 것들에 연루된 경우 복음성이 희박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의 성격은 흔히 지도자가 좌우한다. 지도자의 향배에 따라 단체의 방향도 으레 결정되기 마련이다. 월드비전의 현 총재인 리처드 스턴즈 박사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나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로서, '탚' 급 대기업 대표직에 올라 호조건을 누리다가 과감히 물러나 이 단체장으로 전임해 왔기에, 세상과 교계에서 열렬한 상찬과 지지, 환호를 받아온 사람이다.
"엄격한"(stern)이라는 뜻과도 같은 스턴즈 가는 또, 에이레 계 명문가로서, 그는 가문의 영예를 빛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우리 같은 분별자들에겐, 그의 신앙과 영성이 상당한 문제점을 보여 왔다.
스턴즈는 우선, 세상과 교계에서 공히 명사로 환영 받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주님이 말씀하시는 세상에 으레 미움 받는 참 제자로서의 조건에 어긋맞는다.
그 뿐 아니다. 스턴즈는 지난 2009년 '구멍난 복음'(the Hole in Our Gospel)이라는 책을 써서 2010년 도서상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어 왔다. 제목엔 "하나님은 우리에게 뭘 기대하시는가? 내 삶을 변화시켰고 세상도 변화시킬 해답"이라는 긴 부제도 붙어 있다.
책 제목의 비진리성과 불쾌감
그 책을 읽은 독자는 제목이 내용과 조화(?)되고 부합(?)된다며 퍽 신선하게(?)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어젠다가 빤히 엿보일 만큼 센세이셔널하게 붙여진 제목이다. 제목/부제만을 보면, 내용상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시사하는 걸로 감지된다. 하지만 모두 의문스럽다.
- 기독교 복음/진리엔 (큰) 구멍이 나 있다(?). 맹점이 있고, 허술하다(?).
- 성령이 주신 객관적인 기독교 복음도 있고, (우리가 지닌 또는 소화하는) "우리의 복음"도 있을 수 있다(?).
- 저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바로 그것을 알고 있다(?)!
- 바로 그것이 저자의 삶을 변화시켰다.
- 그것은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
- 하나님은 세상이 변화하길 기대하신다.
과연 그것이 그럴까? 책을 사 읽어 본 독자들 다수가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필자는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을 사 읽을 가치를 거의 전혀 못 느낀다. 뭔가 이상한 영성이 느껴져서다.
하나님의 진리인 복음에 구멍이 나?? 하나님의 복음이 타이태닠호처럼 마귀와 세상의 빙산에 부딪쳐 구멍이 뚫려 파선하기라도 했는가? 독자는 그렇게 믿는가?
책을 읽은 사람이 "그게 아냐! 읽어 보고 말해!"라고 해도 필자는 이런 제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크리스천으로서, 책을 팔아 먹기 위해 갖다 붙인 흔한 저질 제목보다 못한 소치다.
기독교 복음은 성경의 일부이고 그 대부분이다! 성삼위 하나님 자신의 말씀이고, 성령님의 계시요 진리다. 그 분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객관적 진리이며 절대순수하다!
그런데 '구멍'이라니, 완전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저자 자신의 영혼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즉각 발견하게 된다!
이 '구멍'설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성경과 복음의 순수하고 한 복음의 고유한 성격을 매도하고 폄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뭇 분노스럽기까지 하다.
왜, 지성인인 저자는 이런 유의 괴짜 제목을 붙였을까? 그것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구호사역을 지상제일의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호사역을 외면하는 교계에 나 있다고 믿는 '구멍'을 좀 더 충격스럽게 부각시키느라 복음에 뚫린 구멍으로 대체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책의 중요성을 세상 앞에 극대화하려고 제목에서부터 기독교 진리를 희생시키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 크리스토님, 성령님의 객관적 진리의 가치를 '구멍' 차원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세상에서 명사로 인정받고 칭찬 받으려고 기독교를 폄하하는 것을 '억지겸손'이라고 하며..그런 인사들이 오늘날 교계 및 세상의 지배계급을 이루고 있다.
그래선지 세상과 교계의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한결같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야 그렇다지만 교계까지도 이런 제목의 책에 말려드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고 분별 없는 소위라고 하겠다.
저자는 '우리의 복음'이라고 하여 하나님의 복음이 있고, 너와 나의 복음이 있는 것처럼 짐짓 몰고 간다. 또 복음이 우리 소유물인 양, 우리 맘대로 규정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성령으로 계시를 받은 사도들은 혹 '나의 복음'이라는 말을 썼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런 말을 쉽게 쓸 수 없다.
또 그 복음에 난 구멍을 땜질할 다른 복음을 끌어들이려는 속셈 같은 게 엿보인다. 글을 더 읽어 내려가면 알게 되지만, 실제로 저자는 그럴 만한 구석이 얼마든지 엿뵌다.
하나님의 진리이니 우리가 보호해야 할, 우리가 전파해야 할 복음이라는 뜻에서는 '우리의 복음'이란 말을 쓸 수 있을지 몰라도, 구멍난 복음은 한 마디로 있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성경도 제대로 모르는 무식한 제목, 잘난 체 한 제목이다.
저자는 또 부제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바로 그것-하나의 해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을 부각시켰다! 그 해답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빈민구호의 필요성이다.
저자는 바로 그것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물론 사소한 것들이 삶 속에서 부분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겠으나, 성경적으로는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복음을 받아들여 예수님을 믿고 새 피조물이 되는, 영의 거듭남이다! 개인에게 그보다 더 큰 변화란 없다. 실은 하나님이 세상 사람들에게 요구하시는 가장 큰 변화가 바로 거듭남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보다 더 큰 일대변혁이 곧 빈민구호의 필요성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바, 세상의 변화라고 몰고 간다.
독자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글쎄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옳다면, 성경의 절반 이상이 "빈민구호!"를 외치고, 빈민구호가 바로 복음이어야 할지 모른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아마도 저자의 눈에는 바로 그래서 성경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성경과 복음이 저저의 생각만큼 충분히 빈민구호를 강조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기에..
사실 빈민구호를 그 어느 것보다 강조하는 집단이 있다면 프리메이슨리다. 소위 '노블리제 오블리주' 정신을 강조하는 그들은 자선/박애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며, 수많은 단원들 또는 관련자들이 현재 세계적인 자선가들이다.
그들은 그런 업적에서 오는 명예와 자긍심 내지 자존감을 궁극적인 삶의 가치로 높이 평가한다.
테레사 수녀는 죽음 전 신의 존재조차 의혹했던 희미한 '신심'의 사람이지만, 세계적인 상을 받은 까닭도 아마 그런지 모른다.
혹시 독자는 "빈민구호가 좋은 것인데, 왜 따지고 그러냐?"고 필자에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묻겠다. 빈민구호가 영혼구원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스턴즈는 "그렇다! 빈민구호는 영혼구원보다 더 급하고 소중하다!"고 답하고 싶은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책 제목이 그의 그런 심경을 은근히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웹 평가나 독후감을 보면, 신자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책 독자들이 저자에게 찬사를 올리기 바쁘니, 독자들이 저자가 붙인 책 제목부터 정당화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제목부터가 명백한 비진리인데도!
저자는 복음을 통한, 영혼구원이 아니라 빈민구호가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바로 프리메이슨들의 정신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상 정치계나 사회에서 유난히 '변화!'를 외치고 있는 것과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볼 때는 빈민구호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님이 그런 변화를 요구하시지도, 기대하시지도 않는다.
그러니, 어찌 보면 저자가 하나님 행세를 한 셈이다. 저자가 하나님의 기대치와 맘을 헤아려 기독교를 대신(?)하여 세상에 알리고 있는 셈이다. 시건방진 시도다.
저자가 책에서 어떤 성구를 갖다가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했는지는 몰라도, 세상 변혁 목표는 하나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세상을 자기 맘대로 변화시켜보겠다는 주권주의자들(dominionists)의 생각이요 기대이다. 주권주의란, 인간적 방식으로 이 땅의 시스템 속에다 '신의 왕국'을 이뤄보겠다는 사상이다.
오늘날 외부에서 들어와 교계에서 활개치는, 관상영성/떠오름(이머징)영성/'목적'영성/(땅밟기식)중보기도운동/리더슆영성/미래영성/신사도영성 등등 온갖 희한한 영성들 대다수가 주권주의운동과 연루돼 있다는 것은 이미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아울러 주권주의는 뉴에이지 사상과도 맞물려 있다!
이런 것들은 하나님 앞에 합당한, 그 분이 흠향하실 만한 향긋한 내음이 아니라..성경이 경고하는 "딴 향불"이다.
세상에서 빈민구호는, 동기야 어떻든 간에 -가령 세금 덜 내면서도 명성도 쌓고 생색도 한껏 내는 거대기업인들의 자선이든, 베타니(베다니)의 나환자 쉬몬(시몬)의 집에서의 일부 제자들처럼 율법 정신의 발로에서였든(참고: 마태복음서 26'6-9), 돈에 대한 탐욕을 숨기고 겉으로 빈민들을 위하는 척 했던 이스카리옽(가룟) 유다의 발상이든(요한복음 12:3-5), 별로 개의치 않고 드높이 평가된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빈민구호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므로, 그 모든 종교와 세상의 칭찬을 듣고 싶으면 박애/자선 정신을 최대한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턴즈는 쉽게 명사가 되기도 했다. 물론 자수성가 끝에 애써 얻은 명성이라곤 하겠지만.
스턴즈의 단체인 월드비전도 세상과 교계로부터 고루 칭찬을 듣는다. 비슷한 단체/교파인 구세군처럼. 물론 월드비전이 '선교단체'라는 명목 탓에 가끔 의문의 눈길과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과연 명실공히 참 선교단체인지, 또 그런 케이스가 복음 때문에 당하는 순교적 박해인지 참 여부는 향후 본 블로그 글을 통해 좀 더 상세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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