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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메시아계보 대 장정

유다의 패망 (메시아계보대장정69)

James Tissot, The Flight of the Prisoners



유다의 패망
- 예루샬렘 함락

[ 본 필자는 외래어 발음은 가급적 원음 표기를 지향함. 일부 내용이 추가될 수 있음 ]

바탕본문:
왕들B서(열왕하) 25'1-26; 연대기B(역대하) 36'17-21; 예레미야 39'1-18; 52'2-30


지드키야(=시드기야) 왕 제11년 4월 9일.
유다의 왕도(王都), 예루샬렘 성이 바벨론에 함락됐습니다. 바벨론-칼데아(갈대아) 군사들이 공성추로 성벽에 구멍을 뚫고 침입한 것입니다.
함락될 즈음, 시민들의 식량도 동이 난 상태였습니다. 먹을 것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지요. 한편 예루샬렘에 앞서, 전국의 다른 모든 성들에 이어 강력한 전략도시 라키쉬(라기스)와 아제카(아스가)도 이미 함락됐습니다.


좀 더 상세히 다뤄 보죠.
 
예루샬렘이 함락되어 바벨론/칼데아 군이 수도에 진입하자, 나부칻네자르(느부갓네살)의 모든 사령관/지휘관/고관들 곧 네르갈-사레제르, 삼가르-나보, 사르세킴 랍-사리스, 랍-막(귀족이란 뜻) 등이 줄줄이 '중앙문'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위 이름엔 바벨론 고유의 관직명도 포함됩니다.

그동안 바벨론 왕을 배신했던 지드키야 왕과 왕자들, 왕의 호위부대 및 수도방위군은 바벨론 군장들의 위세에 눌려, 모두 크게 겁을 먹고는 "이젠 달아나는 길 밖엔 살 길이 없다"면서 야간을 틈타 함께 도주합니다. 왕궁 정원 길로 두 성벽 사이의 샛문으로 빠져나가 아라바 길(요단)로 내달렸습니다. 그러나 칼데아 군사들이 그들을 맹추격하여 예리코(여리고) 평원에서 지드키야 왕과 측근을 체포하자, 왕의 군대는 순식간에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지드키야와 왕자들은 당시 하맡(하맛) 땅 리블라(립나)에 바벨론 군대와 함께 진주해 있던 나부칻네자르 왕에게로 끌려 갔습니다. 나부칻네자르는 배신감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지드키야를 심문한 끝에, 왕자들을 모두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죽여 버리고 지드키야의 두 눈을 뽑아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쇠사슬로 묶어 바벨론으로 끌고 갑니다.

바벨론 군은 예루샬렘 성전에 몰려 있던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이고, 남녀노소와 병약자들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죽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성전 안에 남아 있던 크고 작은 보물들과 온갖 기구들, 왕과 신하들의 모든 보물들을 몰수히 약탈합니다.


그 후 나부칻네자르 왕의 제19년 5월 7일, 그의 호위군 사령관인 나부자라단(딴 표기: '느부사라단')이 이끄는 병력이 예루샬렘으로 재차 투입됩니다. 그들은 또 웅장한 슐로모 성전을 장식한 놋쇠를 모두 벗겨내어 녹여서 가져 가고 성전과 왕궁, 그리고 귀족들의 집까지 시내 주요 건물을 모조리 불태워 버립니다.

성전 제사용 솥/화로/부삽/부집게/접시/대야/등잔대/잔, 금은 기구 등 온갖 쇠붙이 그릇들을 모두 가져가고, 성전 앞 마당에 10마리의 놋소들이 받치고 있던 큰 놋대야도 부수어 가져갑니다. 사제/레비인들의 정결례를 위한 물두멍이었지요.

성전 앞 부분을 장식한 '보아즈'(보아스), '야킨'(야긴) 등 두 기둥과 그 받침대도 뜯어 가져갔습니다. 역시 놋쇠로 된 이 두 기둥은 높이 18큐핃(약 8미터)에 둘레 12큐핃(약 5.4미터)였고 속이 빈 이 기둥 벽의 두께는 손가락 4개 너비나 됐습니다.  
기둥 꼭대기엔 높이 약 3~5큐핃(1.35~2.25미터.  왕들B서와 예레미야서의 기록상 서로 다른 이 수치는 아마도 기둥머리 끝을 어디서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른 듯 하다) 되는 기둥머리가 놓여 있고 그 둘레는 그물과 놋으로 만든 석류로 장식돼 있었습니다. 기둥 둘레의 놋석류는 모두 96개, 그물 장식 위의 놋석류는 100개로 놋석류만도 거의 200개였습니다. 이 모두가 슐로모 당시 제작, 건립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 두 기둥을 녹여서 나오는 놋쇠의 양만 해도 대단했지요!
   
나부자라단 장군은 또 성전의 대사제 세라야(스라야), 부사제 제파니야(스바냐), 성전 문지기인 레비 사람 3명을 포함해 그때까지 성 안에 남아있던 내관 1명과 수하 사람들, 왕의 자문관 7명(또는 5명), 징집서기관 1명, 여타 시민 60명 등을 체포해 역시 리블라의 나부칻네자르에게 끌고 가자, 그들을 처형시킵니다.

시에 남아 있는 좋은 것들은 모두 갖고 가거나 없애 버립니다. 칼을 피하여 성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사로잡아가 자기와 후손들의 노예로 삼습니다. 그래서 70년 후의 페르시아 왕조까지 포로기가 지속됩니다. 이에 따라 하나님이 고대에 모쉐를 통해 명령하신 바, 7년마다 한 번 씩 땅을 쉬게 하라신 토지안식년도 여태 지켜지지 않다가 10회나 연거푸 자동으로 지켜지게 됩니다. 


바벨론 군에 사로잡혀 간 유다인들의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부칻네자르 제7년  3,023 명
                       18년     823
                       23년     745 (나부자라단 침공 당시)
                    합계 약  4,600 명


이 가운데는 물론, 메시아 계보를 이어갈 예호야킨의 후손들도 포함됩니다.


    미즈파(미스바) 총독부 설치

나부칻네자르는 예루샬렘에 이젠 더 왕을 두지 않고, 유다 전국에 남은 백성-남녀노소와 어린이, 농민과 빈민/천민들을 다스릴 총독으로 게달리야(딴 표기: '그달랴')를 세웠습니다. 게달리야가 머물 총독부는 미즈파였습니다. 그 옛날 샤울 왕 시대의 지도자 슈무엘(사무엘)이 국민 금식기도를 이끌던 곳이었죠.
게달리야는 요시야 시대의 개혁에 참여한 사제 아히캄(아히감)의 아들이자 샤판(사반)의 손자였습니다.


바벨론 왕은 수하의 호위대장 나부자라단을 보내면서 유다 대언가 예레미야(딴 표기: 이르미야후) 특별 보호령을 내립니다.


    "예레미야를 데려다 잘 돌봐 주거라. 그를 해치지 말고 그가 말하는 대로 다 해 주어라."


나부자라단은 랍-사리스(고위관직이란 뜻) 나부샤즈반, 랍-마그인 네르갈-사레제르 등을 대동했습니다. 그들은 수도권에 진입하는 대로, 그때까지 예루샬렘 왕궁 호위대 뜰에 있던 예레미야를 석방합니다.

그러나 나부자라단이 예루샬렘과 유다의 포로들을 바벨론으로 끌고 갈 때, 어쩌다 대언자 예레미야도 사로잡혀 포로의 한 명으로 사슬에 매여 가고 있었습니다. 나부자라단은 뒤늦게 예레미야를 찾아내어 라마에서 풀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그대의 신이신 예호바님께서 이곳에 이런 재앙을 예고하시더니 말씀대로 이루셨소. 당신들이 예호바님께 죄를 짓고 그 분 말씀에 순종치 않은 탓에 이런 일이 임했소. 그런데 보시오. 오늘 내가 그대 손의 사슬을 풀어 드릴 테니, 나랑 함께 바벨론으로 가시는 게 좋으면 따라오시오. 내가 특별 대우를 해 드리리다. 그러나 바벨론으로 갈 마음이 없거들랑 안 그래도 되오. 보시오. 온 땅이 그대 앞에 있으니 그저 가고 싶은 데로 가시도록 하오!" 

예레미야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나부자라단이 붙잡고 말했습니다.

   "또는 말이오..샤판의 손자, 아히캄의 아들인 게달리야에게 돌아가도록 하시오. 바벨론 왕께서 유다 총독으로 세우셨지요. 그에게 가서 백성과 함께 사시오. 혹 그것마저도 싫다면, 뭐~, 어디든 마음대로 가셔도 되오!"

그러면서 호위대장은 예레미야에게 먹거리와 함께 선물도 하나 증정했습니다. 이제 피지배국인 작은 나라의 일개 대언자에게로서는 대단한 특혜였지요. 바로, 예레미야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예레미야는 미즈파로 향했습니다.


게달리야가 총독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여러 유다인들이 몰려 옵니다. 일부 군 지휘관들과 휘하 군사들이 미즈파로 찾아 옵니다.

총독은 그들과 남은 백성에게 권하면서 약속합니다.

    "여러분, 칼데아 군관들을 두려워 마오. 이 땅에서 지내면서 바벨론 왕을 섬기면 평온할 것이오. 나는 미즈파에 머물면서 여러분을 대표하여 이곳에서 칼데아 관리들을 모셔 상대하겠소. 여러분은 포도주와 여름 과일, 기름을 거두고 모아 항아리에 저장해 놓고, 각각 차지한 마을에서 살아 가오."

그러자 멀리 모아브/암몬/에돔 등 주변 나라에 흩어져 살던 유다 사람들도 고국에서 살려고 총독부를 찾아 옵니다. 그들은 총독령을 따라 농산물을 거두어 모어 저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삽시간에 굉장한 소출이 모아졌습니다. 그들은 농민으로 살면서 포도밭과 땅을 돌보았습니다.
그러나 암몬에서 온 사람들 가운데는 좋지 못한 잡류들도 있었지요.


    총독 암살

어느 날, 유다에 남은 주요 인사들의 한 명인 요하난과 광야에 숨어 유다군 지휘관들이 미즈파 총독부를 찾아와 게달리야에게 말했습니다. 요하난은 카레아(가레아)의 아들이었습니다.

    "총독님, 암몬 족의 왕 바알리스가 네탄야후(느다냐)의 아들 이슈마엘(이스마엘)에게 총독 암살 지령을 내린 걸 아시나요? 이대로 계시면 위험합니다!"

게달리야는 요하난의 말을 쉽사리 믿지 않습니다. 요하난은 다시 몰래 총독에게 귓속말을 건넵니다.

    "염려마시오, 총독. 내가 가서 네탄야후의 아들 이슈마엘을 사전 제거하리다. 그래야만 그가 총독을 못 죽일 거요. 혹여 총독이 지금 죽으면, 여기 모인 유다 사람들이 다 흩어져, 얼마 안 되는 잔여 인구마저 사라지고 말 겁니다."

그러나 심지가 곧고 마음 착한 게달리야 총독은 말합니다.

    "아뇨, 그런 짓일랑 하지 마오! 이슈마엘에 관한 그대의 말은 참 말이 아니오."

하지만 요하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과연 이슈마엘은 그 해 7월, 부하 10명을 거느리고 미즈파로 찾아 왔습니다. 왕족의 한 명인 그는 왕의 고위급 신복이었습니다. 지드키야 왕처럼 반 바벨론파인 그는 암몬 왕의 지령을 받은 근본적으로 사악했던 사람으로, 바알리스처럼 게달리야를 속으로 질시하여 살의를 품습니다.  

그는 총독이 차려 준 식사를 함께 먹는 척 하다가 부하들과 함께 일어나, 그 자리에서 총독을 시해했습니다. 아울러 총독부와 주변에 있던 유다인/칼데아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립니다.

동족 살인마 이슈마엘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총독이 암살된 사실을 사람들이 아직 채 모를 때였습니다. 수염을 깎고 옷을 찢고 몸에 상처를 낸 80명의 북 이스라엘 쉐켐/쉴로/쇼므론(사마리아) 사람들이 내려와 여호와의 성전에 곡식 제물과 향제를 드리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슈마엘이 짐짓 울면서 그들을 만나자, "나와 함께 총독님을 만나러 갑시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미즈파에 도착해 성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슈마엘과 부하들이 그들 중 70명을 죽여 시신을 웅덩이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10명은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빌었습니다. "저희들에게 밀과 보리, 기름과 꿀이 있습니다. 밭에다 감춰 뒀어요!"

이슈마엘은 그들을 살려 주고, 부하들에게 이미 죽인 시신들을 모두 처리하게 했습니다. 오래 전 아사 왕 시대에 북왕 바아사의 이스라엘 군대를 막으려고 파둔 이 웅덩이는 이제 이슈마엘이 죽인 시신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어서 이슈마엘은 미즈파에 남아 있던 모든 유다인들을 포로로 사로잡아 암몬으로 향발합니다. 그 가운데는 자신의 먼 핏줄이기도 한 유다 공주들도 끼여 있었습니다. 앞서 바벨론 군이 총독부에 맡겨 둔 사람들이었지요.  

이슈마엘 일당이 총독부에 저지른 짓을 전해 들은 요하난과 그 부하들은 그 날로 그들을 추격해 오다가, 기브온 인근의 큰 못가에서 이슈마엘과 포로들을 발견합니다. 암몬 땅으로 질질 끌려가던 포로들은 요하난 일행을 보자 그제야 살 길을 찾았다고 환호하며 일제히 몸을 돌려 요하난 쪽으로 달려갑니다.
수세에 몰린 이슈마엘은 8명만 남은 부하를 거느리고 부랴부랴 암몬 쪽으로 달아났습니다.


    미쯔라임(에짚트/애굽) 행 난민들과 예레미야

기브온에서 구출된 잔여민들은 이제부터 어쩔 수 없이 요하난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그들은 병사들, 여성들, 어린이들, 왕궁 내관들을 비롯한 관리들이었습니다. 요하난은 베틀레헴 근처 게뤁 킴함에 머물며 부하들과 의논한 끝에 미쯔라임으로 건너가기로 최종결정을 내립니다. 이슈마엘이 죽인 칼데아 군사들 때문에 바벨론 군이 두려워 일행을 거느리고 갈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이 무렵, 문득 일행 중 누군가가 대언자 예레미야를 떠올립니다.

    '오, 맞아! 그 분에게 여쭈면, 좋은 답이 나올 거다. 왜 그 생각을 진작 못했지?'
 
그들 모두는 어른들부터 어린이들까지 그 유명한 예레미야에게로 몰려와 매달리다시피 입 모아 말했습니다.

     "대언자님, 부탁입니다! 저희의 청을 받아 주셔서, 저희를 위하여 님의 하나님 예호바께 이 남은 무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우리가 남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이젠 다수 중 소수일 뿐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님의 하나님께 여쭤 봐 주십시오."

일행의 눈길은 일제히 예레미야의 입술에 꽂혀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의 눈동자도 반짝거립니다. 예레미야는 그들을 눈물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측은히 둘러 보다가 입을 엽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물론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지 속으로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잘 알아 들었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하나님 예호바께, 여러분 소원대로 기도하지요. 그래서 예호바님께서 여러분에게 하시는 말씀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전하려오."

그러자 그들은 예레미야가 요구하지도 않은 맹세 선언을 자기네 입으로 합니다.

    "예호바님께서는 참되고 신실한 증인이시기를! 님의 하나님 예호바께서 님을 통해 하시는 말씀을 우리가 낱낱이 지키는지 여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것이 싫든 좋든 우리가 보내 드리는 님의 하나님 예호바께서 님을 통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은 무엇이든 그대로 따르렵니다. 우리 하나님 예호바님의 목소리를 우리가 순종하면, 우리가 잘 될 터입니다!"

그로부터 열흘 후, 이윽고 하나님의 말씀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요하난을 비롯한 모든 백성을 불러 모았습니다. 

    "자, 여러분이 저를 대표로 보내어 여쭙게 한, 예호바, 이스라엘의 하나님-그 분의 말씀이오:
    '너희가 이 땅을 떠나지 않고 머물면, 내가 너희를 세우되 허물지 않을 테요, 심되 뽑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내린 재앙을 내가 슬퍼한다는 말이다. 나 예호바의 말이다. 너희가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바벨론 왕을 두려워 하지 마라! 나 예호바의 말이란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여, 너희를 구원하고 건져낼 테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희를 불쌍히 여기고 그도 너희를 불쌍히 여길 테니, 너희를 너희 땅으로 되돌려 보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우리는 이 땅에 남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하나님 예호바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아니오, 우리는 미쯔라임으로 가렵니다. 전쟁도 보이지 않고 나팔소리도 들리지 않고 빵이 없어 굶주리지도 않을 그 땅에 가서 살렵니다'라고 한다면, 예호바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자, 유다의 남은 무리여, 이것은 예호바 쩨바옽(만군의 예호바)의 말씀이오:

    '혹여 너희가 마음 먹고 미쯔라임에 들어가 거기 머물겠다면, 너희가 두려워 하는 칼이 미쯔라임까지 너희를 따라잡을 것이요, 너희가 무서워하는 굶주림이 미쯔라임으로 뒤쫓아가, 너희가 거기서 죽게 될 것이다. 누구든 미쯔라임 땅에 가서 살려고 마음 먹는 사람들은 칼과 굶주림과 역병으로 죽을 테니 내가 내릴 재앙을 벗어나 살아 남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어서 하나님은, 예루살렘 시민들에게 진노를 쏟아부으셨듯 미쯔라임에 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실 것이며, 두 번 다시 이 땅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무섭게 경고하십니다.
예레미야는 또 앞서 그들이 자신을 보내면서 맹세하고 다짐한 것을 상기시키며, 그것은 치명적인 과오였다고 일러 줍니다. 하나님의 답변을 들으면서도 그들은 딴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하나님은 이미 그들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셨습니다. 

예레미야가 그들이 주문한 대언을 마치자, 그들의 앞잡이인 아자랴와 요하난, 기타 몇몇 사람이 예레미야에게 다가와 오만하게 대듭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소! 우리 하나님 예호바께서는 '너희는 미쯔라임에 살려고 그리로 내려 가지 마라'고 당신에게 말씀하셨을 턱이 없소. 이건, 네리야의 아들 바뤀이 당신을 꼬드겨 우리를 칼데아 사람들에게 넘겨 주어 죽게 하고 바벨론으로 끌려가게 하려는 거요. 안 그렇소?"

어처구니..없지요. 유다 사람들은 이 정도로 하나님과 대언자를 업신여기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예레미야의 대언이 거짓말이긴커녕 자신들의 맹세가 한 순간 헛 맹세, 거짓 맹세로 돌변한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요하난 일행은 하나님의 마지막 경고조차 끝내 무시한 채, 일행을 몽땅 끌고 남쪽으로 내려가 미쯔라임 땅 타판헤스(딴 표기: 다바네스)에 다다랐습니다. 예레미야와 바뤀도 끌려 갔습니다.

타판헤스에 도착한 후, 하나님의 말씀이 다시 예레미야에게 임합니다. 그들의 눈 앞에서 큰 돌 몇 개를 갖다가 타판헤스의 파라오 왕궁 입구의 포장도로 아래에다 깔고 진흙으로 묻고 나서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조만간 나부칻네자르를 미쯔라임으로 불러 들여 이 돌들 위에다 그의 보좌를 놓고 화려한 장막을 치게 하겠다고. 그가 미쯔라임을 쳐서 죽일 사람은 죽이고 사로잡을 사람은 사로잡고 칼에 맞아 죽을 사람을 칼로 죽일 것이라고.
또 미쯔라임 신전을 불로 태워 버리고 신상들을 가져가 버리며, 목자가 자기 몸에다 겉옷을 두르듯 미쯔라임을 둘러 입고 나서야 돌아갈 것이라고.     

미쯔라임의 유다 난민들이 파라오 등 그곳 사람들의 배려로 믹돌/타판헤스/높/파트로스 등에 흩어져 살면서 이내 그곳 우상을 섬기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다시 예레미야에게 무서운 경고 계시를 내립니다(참고: 예레미야서 43장).
그러자, 놀랍게도 미쯔라임 우상신들을 섬기는 여성들의 남편들과 파트로스 거주 난민들이 예레미야의 예언을 거부하면서 항거합니다. 즉 과거 유다와 예루샬렘에서 하던 그대로 '하늘여왕' 신에게 향제와 전제, 여신의 모습을 새긴 과자 등을 바치겠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들이 과거 유다에서 하던 짓 때문에 유다가 망한 것을 모르냐고 다그쳐 묻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합니다. 하나님은 너희 좋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며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할 사람이 없을 터이고 복 대신 저주가 내리며 결국 칼을 피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귀국하리라고 하십니다. 이 부분 역시 하나님의 사랑을 뜻합니다.
또 하나님은 그 증거로 파라오 호프라를 지드키야처럼 나부칻네자르의 손에 붙이리라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