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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시편

[시 133, 행 18:1-4] 아름다워라, 성도의 친교!





바탕본문: 구약/시편 133편, 신약/행전 18:1-4


성도의 친교는 마땅하며, 아름답지요.
여기서 '친교'라는 것은 주님 안에서 하나되어 아가페 사랑으로 서로 사귀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교회의, 지극히 마땅하고도 고상한 미덕의 하나입니다.
성경은 믿는 사람 누구나 서로 친교하길 명하고 있습니다(예: 로마서 16:16).
성도의 친교는 크리스토의 몸인 교회가 명실공히 하나를 이루는 데 기본이고 필수이기 때문이죠.

예루샬렘교회를 비롯한 모든 초기 교회들이 성도 친교에 모범을 보였고(행전 3:42-47), 사도들의 서신서 뒷 부분에서도 으레 적극적인 친교 장려 분위기를 느낍니다.


1.
다빋이 써서 훗날 성전승계송으로 쓰인 (구약성경) 시편 제133편은 성도 친교의 아름다움을 단 3절에 해당하는 짧은 시로써 은유했습니다[각주:1]

다빋은 먼저..형제들이 하나 되어 함께 머무름이 너무나 선하고 아름답다고 서두에서 감탄사를 던집니다! 

또 그 모습을 이스라엘 초대 대사제[각주:2] 아론의 머리 위에 부어진 관유[각주:3]가 머리에서 수염을 타고 소리 없이 주르르 흘러내려 사제복(에폳)의 옷깃까지 내린 광경..그리고 드높은 헤르몬 산 위의 이슬이 찌온의 산들에 내림에다 비유했지요. 바로 거기서 하나님이 복의 명령을 내리셨는데 곧 영생이라고 했습니다. 할렐루야!

고대에 모쉐가 아론에게 이 관유를 붓는 광경은 실로 장엄하고 거룩했을 터입니다.
관유란 것은..고급 액체몰약/계피/'창포'/올리브유 등 향기가 짙고 귀한 재료를 갖고 당대 향 제조법 대로 제조된 독특한 향유였습니다. 이 관유는 훗날 대대로 레빝 대사제들의 임명식에 사용됐습니다만..다른 외부인들은 모방 제조 또는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모쉐가 기름뿔을 높이 들고 기울여 아론의 머리 위에 부을 때 주위에 풍기고 퍼지는 향기가 어땠을지는 가히 상상이 갑니다. 너무나 고상하고도 심지어 환상적이었을 터입니다. 

이 시편을 읽으면서 우리는 즉각 예수 크리스토를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대사제 아론은 곧 우리의 하늘 대사제 예수 크리스토를 상징합니다.
또, 헤르몬 산은 하늘의 예루샬렘 성산을 가리킵니다.
예수 크리스토는 아브라함 당대의 엘리욘(가장높으신분)의 사제 멜키쩨뎈의 전통을 이어 대사제가 되셨는데[각주:4], 멜키쩨뎈은 이름 자체가 '의의 왕'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고대 샬렘의 군주이기도 했습니다[각주:5]. 게다가 샬렘은 평화/완전을 뜻하지요.

향기로운 관유는, 물론 예수 크리스토 위에 부어진 성령님의 기름부음을 상징합니다.그 기름부음이 머리 위에 머물지 않고 아래로 옷깃까지 흠뻑 적시며 타고 내리듯,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크리스토를 통한 기름부음은 그 몸인 온 성도들에게 고루 흘러 내립니다. 오순절 성령강림 이래로 그렇지요.

뿐만 아니라 헤르몬 산 위에 맺히는 이슬방울들이 주변의 찌온 산들 위에 내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헤르몬 산은 고대 카나안 민족에 의해 '시리온', '세니르'로, 그리고 이스라엘에선 '찌온'[각주:6]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찌온의 산들'(복수)이란, 우선적으로 헤르몬 주변의 작은 산들을 뜻합니다. 

헤르몬은 현재의 이스라엘(골란 고원)/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약 1000 평방 킬로미터 면적의 산지로..사실상 비슷한 높이인 세 봉우리들의 모듬이며, 최고봉은 해발 2814 미터입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의 하나이지만 그 높이 때문에 엄청난 양의 수분을 구름/이슬/눈/서리/안개/비/우박 등 다양한 대기수상(大氣水象/hydrometeors) 형태로 흡수해 주변에 공급하는 천혜의 수자원인 셈이지요.

헤르몬은 겨울과 봄철 내내 세 산봉이 모두 흰눈을 쓰고 있습니다. 이 눈이 녹은 물 역시 서부와 남부의 기슭으로 흘러내려 계곡과 샘물을 채우면서, 시내와 강 특히 요르단 강줄기를 이룹니다. 물줄기 주위에서는 포도밭/소나무/참나무/포플러 등이 풍부히 자랍니다.

이같은 헤르몬의 세 산봉을 성삼위 하나님께 은유한다면 과언일까요.. 하나님께로부터 무한한 은총이 흘러내려 교회/성도 위에 혜택을 주는 모습이 상상되지요. 
과언이 아닌 것이..끝 절에서 다빋은 다음과 같이 소리 높여 클라이맥스 겸 피날레를 장식했기 때문이지요:

   "거기서 주/야웨님이 복을 명령하셨으니 곧 영생이어라!"

무슨 뜻입니까? 곧 헤르몬은 성부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하늘의 성산을 상징한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하늘 보좌에서 친교의 모듬인 성도들에게 영생의 복을 주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할렐루야.
 
이처럼 크리스토 안에서 성도/교회의 친교는 아름답고 향기롭고 거룩하고 장엄하고 복된 것입니다. 


2.
사도 파울과 아퀼라-프리스킬라 부부와의 친교도 그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웠습니다.

아퀼라 부부는 사도 파울의 가장 충실하고 믿음직스런 동역자였지요(16:3). 감사하게도 파울과 이 부부의 생업이 같았습니다. 양쪽 다 천막 제조업자들이었기에 동업을 한 것이죠. 천막제조업은 고대로부터 유목민 출신인 히브리 민족의 주업의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언뜻, 사도 파울은 학자 출신에다 파송 선교사이므로 맨날 복음만 전하는 100% 사역자로만 생각하겠지만..그는 스스로 벌어 생활-자급자족-하던 소위 '자비량' 선교사/목회자 겸 전문인이었습니다.


본문의 행전 18장을 보면, 파울은 아퀼라 부부를 코린토에서 만났습니다. 파울은 앞서 1차 선교여행 때 자신의 고향(킬리키아)과 모교회(안티옼)에서 가까운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여 곳곳에 교회를 세운 뒤..2차 때도 주로 소아시아를 거치려 했지만 성령께서 막으셨기에 그 대신 유렆으로, 마케도니아/아카야(그리스)까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2차 선교여행에 앞서 서로 사랑하던 동역자 바르나바스와 다툰 뒤 결별한 대신, 찔라[각주:7]와 젊은 티모테를 동역자로 얻어 기타 도시를 거쳐 갔고, 아테네에서는 법관 디오니시오스, 유대인 여성 다마리스[각주:8] 등을 통해 미래 아테네 교회의 기반을 남길 수 있었지요.  

그런 연후에, 그는 코린토에서 미래의 동역자 커플인 아퀼라 부부를 처음 만나 사귀게 됩니다.

유대계인 아퀼라는 본래 흑해 연안의 폰투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살다가 로마 여성인(?) 프리스킬라[각주:9]와 결혼했지만, 박해자 클라우디우스 황제 때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로마에서 축출돼 부부가 코린토로 갓 건너왔을 무렵, 때마침 그 곳에 온 파울을 만나 복음을 듣습니다. 프리스킬라는 남편 아퀼라보다 더 열심이던 것 같습니다.

파울은 코린토에서 약 1년반을 아퀼라 부부와 함께 머물면서 생업을 잇는 동시에 이곳 유대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물론 아퀼라 부부와는 평일에 함께 천막을 만들면서도 친근하게 복음을 나눴지만, 안식일엔 응당 회당에도 함께 다녔을 터입니다. 파울의 메시지를 들으면 들을수록 부부의 믿음이 깊어져 갑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파울과 복음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나타내자, 파울은 냉큼 동족을 버리고 바로 회당 곁에 사는 티투스 유스투스를 만나 복음을 전하여 역시 좋은 동역자로 삼았고, 회당장 크리스푸스의 온 가족이 또한 신자가 됩니다. 그밖에 수많은 코린토 사람들이 신자가 되어 훗날의 유명한 코린토 교회의 근간을 이루지요. 파울이 이 도시에 머무는 동안 교인들이 각별히 많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아퀼라-프리스킬라 부부는 파울을 무척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끼며 극진히 도왔습니다. 시쳇말로 "끝내 주는(!)" 도우미들이었죠. 둘의 도움과 사랑은 파울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시 파울의 마음 가운데 상당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1차 여행 때는 뤼스트라에서 유대인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해 죽을 뻔 한 것 외엔 이렇다 할 박해를 받지 않았지만[각주:10]..2차 때는 동역자 바르나바스와 심하게 다투고 마르코스 요한을 배척한 데다..두 번 성령님에 의해 아시아 여행길이 막혔고..멀고 낯선 타향인 마케도니아/아카야에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의 외적인 핍박이 훨씬 늘어 필리포에서는 첫 투옥을 당했고, 테살로니카에서는 야손 형제들이 대신 박해를 당했으며, 테살로니카의 유대인들이 베레아까지 추적해 와 방해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대 최고 문화 도시인 철학과 다신교의 본 고장인 아테네에서는, 파울이 우상들을 보고 혈기로 흥분하여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레오 학파 등 철학자들과의 변론으로 일관했으나 이렇다 할 결실을 얻지 못하고 소수의 신자들만 확보했기에, 내심 불안과 좌절감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파울은 당시 성령님의 권능보다 자신의 변론술을 더 의존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훗날 코린토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백합니다:

    "내가 여러분 가운데 머물 때 심약하고 두려워 무척 떨었습니다." (코린토A[각주:11] 2:3)

그러면서 전도가 단지 말이 아니라 성령님의 나타남과 권능으로 이뤄지길 원했고 교우들의 믿음이 사람의 슬기가 아닌 하나님의 권능에 있게 하려 힘썼습니다(코A 2:4,5).

이런 그에게 아퀼라 부부의 헌신적인 도움사역은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프리스킬라는 그랬습니다.
아퀼라-프리스킬라는 그후 파울이 코린토를 떠나 선교본부 격인 소아시아의 안티옼으로 돌아갈 때 함께 따라갔고, 에페소에 도착해서는 부부만 머물고, 파울은 그동안 이스라엘 카이사리아로 가서 예루샬렘 교회의 안부를 물은 뒤, 다시 안티옼에 들렀다가 재차 소아시아 지역을 두루 다니며 앞서 세운 교회를 돌보고 믿음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아시아의 에페소에서는 에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인 유대계의 유능한 전도자 아폴로가 회당에서 담대히 원시적 복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파울과 달리 언변이 뛰어났지만, 예수님을 열심히만 전할 뿐 침례(세례) 요한의 침례 밖엔 별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주옥 같은 사역자를 발견한 아퀼라 부부는 곧 그를 집에 데려다가 파울에게 배운 대로 자세히 예수님과 성령에 관하여 전했고, 큰 힘을 얻은 아폴로는 파울처럼 아카야로 건너가 거기서도 웅변력으로 유대인들을 누르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즈음 아퀼라 부부는 에페소의 자기네 거처에 교회를 이루고 있었습니다[각주:12].

바로 아퀼라 부부의 이 예비적 도움 덕택에, 파울은 아폴로가 코린토에 머물 동안 아폴로의 본 고장인 에페소로 와서 그곳 사람들에게 성령을 전하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침례(세례)를 베풀고 안수하여 영언(방언)을 시작하게 합니다.

이것을 보면, 아퀼라 부부가 아폴로나 파울의 권위를 존중하여 일정 권역 밖을 넘어 행동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둘은 파울을 위해 언제라도 자신들의 목을 대신 내 놓을 각오를 하고 있을 정도로 헌신적이어서, 모든 이방인 교회들이 그들에게 감사하고 존중했습니다(로마서 16:3,4). 

파울과 아퀼라 부부의 이러한 친교와 함께머뭄, 동역은 참으로 크리스토 안에서 기름부음의 나눔이며, 헤르몬 산의 이슬을 주변 산들이 나눔과도 같습니다!


3.
늘 부끄럽고 부족한 제가 한국의 티엘티 애독자들과 만나 현지에서 친교를 나눈지 어언 1년이 됐습니다. [ 이 얘기를 하려고 메시지를 준비한 게 아니라 메시지 준비 도중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 

1년이란 세월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하나님이 새삼 여러분의 아름다운 뜻과 정을 되새기라고 하십니다. 방한 당시 여러분의 따스한 환대와 도움, 그리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친교가 그지없이 고맙고 늘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아울러 당시 저를 이모저모로 이끌어 주고 돌봐주고 초치해 준 친구/후배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에게도 다시 한 번 깊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크리스토 안에서 서로 친교가 이어지길 빕니다.
 
저는 사도 파울도 아니며 아무 것도 아니지만.. 티엘티를 통하여 하나 된 우리의 친교가 파울-아퀼라 부부의 친교를 떠올려 준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매년 1회씩 방한하려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이번 가을엔 여러가지 형편상 여의치 못했지만 우리의 뜻보다 더 높고 큰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생각하면 그저 모든 일이 감사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그동안 티엘티는 영혼의 닻이신 크리스토께 꼭 붙어 있어 바탕이 굳어지고 탄탄해지고, 고정/평균 독자수도 늘어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이 눈으로도 확인됩니다.
하나님을 송축합니다!
티엘티를 통해 주님은 계속 찬양과 영광을 받으시고, 특히 말세에 진리와 비진리를 올바로 분간하며, 크리스토의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진정 바라마지 않습니다.


온 영광을 성삼위 하나님께 돌립니다!

함께 친교하는 티엘티 온 가족 위에..

성령님의 기름부음과
헤르몬의 이슬 같은 
주님의 무한한 은총과 평화가 넘치길..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빕니다.
아멘


  1. 성경 장/절 구분은 원문에 없던 것이 후대에 생겨남. [본문으로]
  2. 대제사장 [본문으로]
  3. 灌油, anointing oil. 기름부음에 쓰인 향유 [본문으로]
  4. 신약 히브리서 4:14, 5장. 6:20, 7장 참조. [본문으로]
  5. 히브리 7:2,3 [본문으로]
  6. 다빋 성이 있는 찌온과 동명 [본문으로]
  7. 실라/실바누스/실루아노 등으로도 불림. [본문으로]
  8. 유대명: 타마르 [본문으로]
  9. 일명 '프리스카' [본문으로]
  10. 행 14:19 [본문으로]
  11. 고전 [본문으로]
  12. 로마서 16:3-5a 코린토A 16:1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