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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모세오경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웠나(창29:17)?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웠나(창29:17)?
-시력이 약했나, 눈매가 부드러웠나?

 

김삼
 

 

야콥의 아내 레아와 라헬의 외모를 비교한 창세기 29'17의 번역/해석을 갖고, KJV 및 KJV 한글역의 하나인 '흠정역'의 우월성(?) 같은  것을 주장한 어떤 글을 봤습니다. 과연 이 해석이 KJV/흠정역의 탁월성을 입증해 주는 한 바탕이 되는 것일까요?

문제의 구절은 언니/동생끼리의 자매간으로 같은 남편을 섬기고도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 레아와 라헬을 서로 비교한 독특한 구절입니다. 

 

우선 '다국어성경' 등에서 이 구절의 다양한 번역을 나열해 봅니다.

 

 

[강조는 필자의 것] 

 

(개역개정)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개역한글) 레아는 안력이 부족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공동번역)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웠지만, 라헬은 몸매도 아름답고 용모도 예뻐서
  
(새번역) 레아는 눈매가 부드럽고, 라헬은 몸매가 아름답고 용모도 예뻤다.  
  
(현대인의성경) 레아는 눈에 생기가 없었으나 라헬은 곱고 아름다우므로  
  
(NIV) Leah had weak eyes, but Rachel was lovely in form, and beautiful.
  
(KJV) Leah was tender eyed; but Rachel was beautiful and well favored.   
  
(NASB) And Leah's eyes were weak, but Rachel was beautiful of form and face.
  
일본어역:
(新改譯) レア の 目は 弱¿しかったが, ラケル は 姿も 顔だちも 美しかった.
  
(口語譯) レア は 目が 弱かったが, ラケル は 美しくて 愛らしかった.

 

(新共同譯) レア は 優しい 目をしていたが, ラケル は 顔も 美しく, 容姿も 優れていた

 

흠정역(정동수 역): "레아는 눈매가 부드러우나 라헬은 아름답고 잘 생겼더라." 

 

 

 

위에서 보다시피 이 구절 전반절의 해석은 하나로 통일돼 있거나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최소한 네 가지의 다양한 해석들이 있습니다.

 

   1. 시력이 약했다
   2. 눈매가 부드럽다/고왔다   

   3. 눈빛이 흐렸다, 생기가 없다
   4. 눈빛이 맑고 힘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해석들의 일부는 거의 서로 반대의 뜻으로 상충된다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어디 번역/해석이라는 것을 맘 놓고 믿을 수가 있겠나요. 분명히 더 바르고 정확한 해석이 있을 것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주된 원인은 문제의 낱말 라코트의 원형, 라카(rak)라는 낱말의 당대 히브리적 표현을 이해하는 후대 사람의 차이 탓입니다! 본래 이 계시의 저자인 성령님과 기록한 모쉐(모세)의 차이나 모순이 아닙니다!

이런 해석차는 사실, guesswork(추정작업)의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해석의 핵심인 낱말 히브리어 '라크'는 여러 번역판에 따라 영어 'tender' 또는 'weak'로 번역돼 있는데, 1611년 첫 등장한 KJV는 'tender'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라크'를 'tender'로 번역한 이유 한 가지는 뜻이 매우 막연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weak'의 의미는 다소 부정적인 "약하다/연약하다"는 의미, 딱 한 가지만이고 따라서 또렷합니다.

그런데 긍정적/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tender의 다양한 뜻을 보죠:

 

 

  부드러운, 보드라운(soft), 상냥한(gentle), 정다운, 섬세한(delicate), 어린, 여린(!), 유약한(!), 연약한(!), 마음 약한(faint-hearted !), 마음이 여린(tender-hearted!), 약한(!).. 


 

어떻습니까? 이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이라고 쉽사리 고를 수가 있을까요? 히브리어 '라코트(원형 라크)'를 영역한 학자들은 딱 부러지게 부정적인 'weak'나 'feeble'보다는 막연하지만 이런저런 뜻을 포함한 'tender'를 선호했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다수의 독자들은 이왕이면 긍정적인 게 좋지 않을까, 모쉐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하고서 앞 낱말들(부드러운/상냥한/정다운) 가운데 택하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뜻의 가능성도 고려하는 평등한 생각은 못 되겠지요.

 

사실 이스라엘보다는 유다 족 후손으로서 유대인들은 자기네 직계 선조인 레아가 밉게 보이길 원치 않을 터입니다. (기자인 모쉐 자신, 라헬이 아닌 레아의 후손임) 이왕이면 선조 레아의 장점이 부각되길 바랄 것입니다. 그래서 분명히 부정적인 weak보다는 비록 막연하지만 긍정적인 tender를 고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여느 사람들보다 레아를 잘 아시는 성령님의 원 의도입니다! 과연 성령님은 어떤 지식과 의도로 레아의 눈이 '랔'하다고, 모쉐를 통하여 쓰셨을까요? 과연 이런 뜻이었을까요?   

 

   -레아의 얼굴이나 몸매 등은 별로 흠모할 만하지 못했으나 그녀의 두 눈만은 유난히 빼어났다. 눈매가 부드러워 매력적이고, 그 점이 라헬보다 두드러졌다. 반면 라헬은 다 예쁘고 몸매도 빼어났지만 눈만은 예쁘지가 않고 총기가 없이 하리망당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야콥은 레아에게 "그대가 아무리 동생보다 못하다 해도 그대의 눈매만은..나를 언제나 설레게 하고 내 맘을 녹여 주오. 그러니 너무 섭섭해 마오"라고 고백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야콥은 한결같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모자란(?)" 레아를 경원했고 다만 자식을 얻느라 거의 의무적으로 동침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레아의 시력은 약했고"가 훨씬 더 걸맞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기자 모쉐는, 아쉽지만 나름의 장점과 아름다운 부분이 없지 않은 레아를 기록하기보다는.. 야콥에게 표면/외모상으로 푸대접받을 수밖에 없었던 레아의 약점과 야콥에게 처음부터 두드러지게 예쁘고 사랑받았던 라헬의 강점을 서로 대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고 논리적입니다.

사실 공평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레아의 눈매가 동생보다 부드럽고 예뻤다고 해도, 야콥은 레아의 "부드러운 눈매" 정도로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끝까지 라헬을 더 사랑했고 그래선지 요셒과 벤야민을 더 사랑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레아를 좋게 보려 해도 정작 야콥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레아가 부정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라헬이 긍정적으로만 부각시키는 것과 더 대립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외모의 차이보다는 레아의 후손에게서 메시아가 오셨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KJV가 'weak'가 아닌 'tender'를 택한 것은 KJV 번역/편집팀이 다른 번역판 성경의 번역/편집 학자들보다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지 부정적이기만 한 'weak'보다는 듣기도 좋고 좀 막연한 번역이 더 안전하게 보이기에 안주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라코트/라크'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무엇보다 유대 학자들의 입장은 중요할 것입니다. 다소 권위가 있어 뵈는 다음 유대 사이트에서는 시각장애를 말하면서..레아의 경우 '부드럽다'는 뜻인지 '약하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썼습니다. 즉 유대 학자들조차 정확한 뜻을 모른다고 실토한 것입니다.

http://www.jewishvirtuallibrary.org/jsource/judaica/ejud_0002_0003_0_03089.html


자, 이제는 히브리어 '랔'이 아닌 영어 낱말 'tender' 자체의 뜻을 파악해 봅니다.

대표적인 인터넷 사전의 하나인 The Free Dictionary에 따르면, 형용사로서의 tender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한글 옮김: 필자).

 

 

   1. 쉽게 부서지거나, 상하거나 잘리기 쉬운; 보드라운, 터프하지 않은
   2. 손상되기 쉬운; 취약하거나 민감한
   3. 따스하거나 다정다감한 감정을 갖거나 표현하는
   4. 친절한, 온정 있는, 동정적인
   5. 따스한 감정을 일으키는
   6. 부드럽고 섬세한
   7.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
   8. 아픈
   9. 도덕적/영적 감정에 민감한
  10. (후치어로서) 조심스러운, 방어적인  
  11. (선박 등이 바람에) 뒤집어지기 쉬운

 

 

이처럼 직설적인 'weak' 대신 채택한 'tender' 자체가 여러 부정적인 어의를 담고 있습니다.

동의어/반의어 자전'thesaurus.com'에 따르면, tender는 크게 긍정적/부정적인 다음 동의어(synonym)를 지닙니다.

 

 

all heart, amorous, benevolent, bleeding-heart, caring, charitable, commiserative, compassionate, considerate, demonstrative, emotional, evocative, fond, forgiving, gentle, humane, kind, lenient, lovey-dovey, merciful, mild, moving, mushy, poignant, responsive, romantic, sensitive, sentimental, soft, softhearted, solicitous, sympathetic, tenderhearted, thoughtful, ticklish, tolerant, touching, touchy, warm, warmhearted, yielding

 

반의어:
callous, uncaring, unfeeling, unloving

 

(2차 풀이)
Definition(정의): painful, sore

동의어:
aching, acute, bruised, delicate, hypersensitive, inflamed, irritated, oversensitive, raw, sensitive, smarting, thin-skinned, ticklish, touchy
 
반의어:
healthy, ok, unpained

 

 

즉 그래도 'weak'보다 긍정적이라고 내세운 낱말 'tender' 자체가 긍정적/부정적인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죠!

 

자, 이쯤되면 창세기 기자 모쉐는 과연 어떤 뜻으로 이 단어 '라코트'를 썼으며, 야콥이 과연 어떤 점 때문에 레아를 싫어했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상식적으로, 야콥이 레아의 눈매가 부드러워서 그녀를 싫어했을 리가 없습니다. 눈은 인체에서 상대방과 가장 먼저 볼 만큼 가까운 부분이며, 마음의 창이며 따라서 가장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포인트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KJV 등의 번역/해석은 레아의 눈매가 부드럽고 빼어난데도 불구하고 야콥은 라헬의 다른 면모가 (눈 빼고는) 다 아름다움을 보고 더 좋아했다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필자는 어느 면으로든 레아의 눈이 강점이었다기 보다 취약했다고-즉 시력이 약했다고, 그래서 야콥이 더더구나 싫어했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바로 야콥의 이런 점을 하나님은 좋아하시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을 만드실 때 아름답고 완벽한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지만, 야콥의 경우처럼 남자가 주로 여성의 미모에만 끌려/홀려 공정한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시력이 약하고 용모가 라헬만 못한 레아를 불쌍히 여기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용모가 빼어나지 못해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믿음의 여성들을 하나님이 실제로 불쌍히 여기시고 도우신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또 (레아와 및 여종/시앗들의 아들인) 모든 형들에게 미움을 받던 (라헬의 아들) 요셒을 미쯔라임(이짚트)의 국무총리로 삼으실 정도로 그를 사랑하시고 쓰셨지만, 메시아는 (레아의 아들인) 유다의 후손에게서 나게 하셨고, 또 미쯔라임출국-광야시대의 지도자 모쉐는 레아의 후손에게서, 카나안 정복시대의 지도자 예슈아(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의 첫 임금 샤울(사울)은 라헬의 후손에게서 각각 나게 하십니다.
참으로 공평하신 하나님이 아니실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레아의 시력이 약했다고 하기보다 그녀의 "눈매가 부드러웠다"는 뜻으로 표기한(??) KJV나 흠정역(정동수역)이 다른 번역보다 더 "우월하다"는 주장은 별로 탁월한 평가나 해석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더욱이 같은 뜻으로 풀이한 공동번역, 새번역 등도 우월하다고 해야 공평할 거 아닌가요. 

 

 

참고로, 레아가 시력이 약했다는 아무런 흔적을 성경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KJV/흠정역 우월주의자들의 주장인데, 야콥이 자매 중에서 동생인 라헬을 먼저 만나게 된 과정은 언니 레아는 양떼를 몰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레아가 시력이 약하여 거의 양을 치지 못했으며, 따라서 집안 일을 주로 돌봤다는 간접적인 반증이 된다. (양치기들에겐 대체로 고도의 시력이 요구된다. 멀리 있는 양떼가 잘못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레아는 그 대신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녀 출산/양육에 더 능했다. 야콥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라헬은 자식들을 미처 돌보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