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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음악

남성합창이 보통 합창과 다른 점




합창의 유형에는 파트 구성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다. 각 파트를 한자로는 '성부'(聲部)라고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합창이라면 남녀 혼성(混聲. '混性'이 아님!) 합창을 말하며, 대체로 혼성4부 곧 SATB(소프라노/앨토/테너/베이스) 또는 남성부를 약식화한 혼성 3부-SAB(소프라노/알토/바리톤) 합창을 가리킨다. 

(변성기 전) 어린이합창과 여성합창은 서로 음역의 차이는 있어도 거의 비슷하다. 주로 2부 구성인 SA(소프라노/앨토)나 3부-SSA(제1,2소프라노 또는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앨토) 구성이 흔하며, 여성의 경우는 남성의 베이스와 방불한 중후한 콘트랄토(여성 최저음 파트)까지 포함시켜 동성(同聲) 4부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저음은 얼핏 남성의 고음을 연상시킨다. 그런 중간 영역을 흔히 '중성부'(中聲部)라고 부른다. 


구약성경에 나타난 대로, 다빋의 성막이나 슐로모(솔로몬)의 성전에서 제사음악으로 드려진 고대 이스라엘 성전 음악의 성악부는 남성 제창 형태였다[각주:1]. 이를 잘못 본받아 '성가대'를 귀족화한 카톨맄 교회는 여러 세기동안 남성들만 성악에 활용했다. 심지어 여성 대신 소년성을 오래 유지하려고 소년들을 거세해가면서까지 말이다. 신약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만행이다. 천주 교계에서는, 꼭 이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그런 만행이 간혹 저질러진다.  (관련뉴스)

각설하고.. 미국도 한국처럼 다양한 세속/기독교 남성 합창단과 중창단들이 있다. 전국적인 협회들도 조직되어 있고(예: http://amcofa-sing.org/Choruses.html ), 또 정규(혼성) 합창의 일부로서 남성 합창도 자주 연주된다. 미국은 특히 복음성가/컨추리 스타일의 남성중창단들과 해당 악곡들이 많다.  

남성(男聲)합창(male/men's chorus)은 2-4부까지 다양한 편성이 가능하지만, 4부(TBTB: 제1테너/제1베이스/제2테너/제2베이스)가 가장 흔하다. 남성합창의 특색은, 본래 창조주께서 계획하신 대로 남성(男聲)이 여성보다 기본적으로 1 옥타브 낮으므로 상대적으로 음역이 낮고 혼성보다 음역이 그만큼 좁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들만의 목청이니, 마냥 화려한 여성합창에 비해 아무래도 더 무게 있고 장중한 소리를 내게 된다. 


여기서 합창클리닠을 포함시켜 몇 가지 지적을 하련다. 

한국 남성합창단 또는 중창단이나 남성 찬양대(성가대) 다수가 혼성 합창곡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잦은데, 비상식적이고 잘못된 관례다. 반드시, 본디 남성합창/중창 전용으로 작곡된 곡을 쓰든지 아니면 남성 편성에 맞게 편곡해서 써야 한다. 혼성 곡은 남성용 곡이 아니다! 

음역과 진동수가 엇비슷한 남성끼리의 곡이 혼성과 같은 화려한 효과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1. 최상성부에 높은 음을 자주 써야 하며(멜로디 위치와 상관 없음), 따라서 두성(head voice)/가성(falsetto) 등이 흔히 사용된다. 남성의 최상성부는 여성의 저음 곧 앨토와 엇비슷하게 들린다. 

  2. 앨토(즉 제1베이스)의 가락 선(線)은 대체로 한 옥타브 올려야 바람직하며(따라서 멜로디 선보다 음정이 3도/度 위이거나 앨토에 멜로디가 떨어질 경우가 다반사임), 

  3. 상성부인 제1 테너및 제1 베이스 군(곧 여성의 SA에 해당)은 하성부인 제 2 테너 및 제2 베이스와 최소한 평균 1 옥타브 차이를 유지해야 좋다. 이것은 어찌 보면 중성부가 생략된 "이 빠진" 듯한 모습이지만, 남성곡으로서는 정상이다. 악보사례:   (오선지 이미지 클맄)

  4. 그렇게 해서 전체적/평균적으로 상성부와 하성부 사이에 최소 6도 음정~1옥타브 이상 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남성합창곡으로 바람직하다. 


이래야 하는 까닭은, 혼성 4부 합창곡을 남성 4부 편성으로 그대로 갖다 쓸 경우, 음역과 진동수가 엇비슷하게 낮은 동성끼리 계속 음이 진행되므로 결국 음악적으로 뒤죽박죽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이 상성부와 하성부가 서로 만나거나 바짝 붙은 밀집위치이거나 반진행인 경우-즉 멜로디가 하향, 베이스가 상향일 때, 앨토 음이 실제로 베이스보다 훨씬 더 낮은 경우가 잦아지면, 성부간에 비슷한 음과 진동수 간의 충돌이 심하게 된다. 그래서 화성학적으로, 주로 두 중음 파트 사이에 일종의 개리위치(開離位置. open position)로 작/편곡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찬송가를 쓸 경우, 쉽게 하려면 앨토 선을 한 옥타브 높여 편곡하되, 지나치게 높은 음이 되지 않게, 음역 안에서 제1테너 라인과 주고 받으면 편리하다. 

요컨대, (혼성/여성의 소프라노에 해당하는) 남성의 최상성부는 음이 높을수록 화려하고 좋다. 그러나 늘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수시로 멜로디의 유니슨(제창)과 파트 생략(2부/3부 등) 등을 활용하여 변화를 기하는 것이 좋다. 보다 수준 높은 남성합창 편곡을 위해서는 남성 전용 합창곡을 자주 대하고 분석하면 좋다. 요즘은 일시적/전체적인 남성 2부 편성도 매우 자주 사용된다. 


끝으로, 남성합창/중창의 반주는 가급적 높은 음을 자주 활용해야 효율적이다. 합창곡 자체가 상대적으로 음역이 낮고 무겁기 때문이다. 남성합창곡 악보 그대로를 반주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그러려면 차라리 무반주 합창이 더 낫다. 물론 다른 여느 합창과 마찬가지로, 남성합창에도 다양한 악기를 곁들여 더 입체적인 반주 효과를 기할 수 있다. 


필자: 김삼 (작곡가/음악평론가/합창클리니션/웹선교사)



  1. 레빝(레비 지족) 남성들이 대물림해가며 맡아 활동했다. 극소수 여성들이 등용(?)된 예도 있어 보이지만(연대기B=역대상 25:5,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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