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열린 길
김삼
새해로 열린 먼 길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태 걸어온 길 잠시 되돌아보며 선뜻
발 내딛길 주저한다
아직은 발자국 하나 없이
희부연 눈 안개 낀 앞길
또 어떤 밝음과 기쁨과 웃음이 기다릴지
얼마마한 어두움과 울음, 질곡이 웅크리고 있을지
도시 알 수 없어
곰곰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어차피 열린 길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적당한 샛길 따위가 없으니 기어코
가긴 가야 한다
베일을 걷어젖히듯
희부연 눈 안개 속을 열어 볼 수 없어
아쉬워 탄식하려다
내게 그럴 힘이나 권한이 없음을
깨닫고
새 여로를 이끌어 줄 도움을 찾으며
그 길가 동산에 무릎 꿇고
그 분의 손길을 기다린다
소년 같은 아니 아기 같은 철부지를
이끌어 달라며
오늘도 빌어야겠다고
나보다 더 큰 손길에
나의 손을 맡기려고
그 분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새해로 열린
아직 발자국 하나 없는
저 희부연 눈 안개 길을 걸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