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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삶맛에세이(김삼)

'생쥐' 코드

어린이들도 즐기는 한국의 국민 스낵인 모 '-깡' 제품 속에서 최근 생쥐머리가 발견됐다지요. 참치캔에서 커터 칼날도 나왔답니다. 앞서 지렁이/벌레도 나왔고 나중엔 플라스틱 벨트 조각도 나왔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인 식품점에서 구입한 같은 회사제품을 끓인 라면 속에서 알을 깐 무수한 벌레가 발견돼 한국산 먹거리의 안전도에 대한 의혹의 문빗장이 활짝 열렸습니다. 리콜을 요청했다는 데도 본사측에선 현재 무반응이라네요. "우째 이런 일"이?!

오래 전 언젠가는 중국산 냉동 게 뱃속에서 납덩이나 기타 다양한 독소가 발견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젠 '동방예의지국'마저도? 과연 국산 인기상품을 의존/신뢰해 온 순진한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참치캔 칼침이나 맞고 생쥐/벌레 침공 사태를 견뎌야 하는지요? 과연 해당사 해당 제품이 얼마나 계속 인기리에 팔릴 지 의문입니다.  

특히 해외 한인들에게 한국산 식품, 더구나 고소담백한 맛의 '-깡'은 언제나 고향의 맛 내지 망향/향수의 소스 같은 것이다 보니 안전의식 이전에 기본적으로 으레 심심풀이 군것질로 눈길이 가고 발길이 가고 손길이 가는 먹거린데, 아닌밤중 생쥐머리..라니.
이런 진풍경이 '흔풍경'으로 나가다 보면 망향의 입맛, 추억의 밥맛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지나 않을는지요. 더구나 해당 제조기업 탓에 전체 한국식품 신뢰도의 여지 없는 추락 또는 평가절하로 이어질 수도 없진 않을 성 싶습니다.
도대체 해당 회사 가공/제조/포장 환경이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여기까진 또 그렇더라도..새 정부의 한 새 장관이 이 판국에 "생뚱맞은" 실언을 해 네티즌들의 입길(=가십) 또는 입방아에 마구 찧이고 있습니다. "생쥐튀김을 먹으면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이라는 군요. [이런 것은 꼭 전직 아무개를 연상시키는 돌발-충격 발언 아니던가요] 엎질러진 물은 되담기가 극난하고 내뱉은 말은 거둬들일 수가 없거늘.
 
사태의 진상을 살펴보니..22일 모 부서의 업무보고 때였답니다. 해당 부서의 B 장관이 대통령을 맞아 간단한 다과를 나누는 시각에 '생쥐'라는 코드에 맞춰 때마침 생각 나는 농담을 무심코(?) 던지느라고 그랬겠지만..[대통령 비위맞추기 시범 조크?]

"생쥐머리..그거 어떻게 (새우깡 속에) 들어갈 수 있지?"라는 대통령의 물음에, 전에 노동부에 민원이 들어 왔는데 직원이 몸이 좋지 않다고 했더니 생쥐를 튀겨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 일이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발언자 자신이 댁에선 가정주부시라는군요.

그러자 대통령은 장관의 적절한(??) 농담에 대한 칭찬이나 언급은 피하고 "쥐 머리는 보기가 그렇지만 (참치 캔에) 칼이 들어갔다고 하니까.." 라며 안전대책 우려를 했다는 겁니다. 자신이 경제계 출신인 대통령은 또 “식품(범죄)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라며 “자기네는 결국 안 먹을 거 아니냐?”는 식으로 해당 기업체를 강하게 질타했다는 군요.

'생쥐튀김' 발언 당사자의 부서는 뒤늦게 부랴부랴 성명을 통해 장관이 전에 라면 기름에 쥐를 튀겨 먹었다는 민원이 노동부에 신고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이다지 끔찍한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해명'이란 게 꼭 변사또 행차 뒤 나발 내지 구멍 땜질 차원인 일종의 거짓말인 데다 순진하게 있는 대로 보도한 기자들에게 책임전가를 하기 위한, '해명'아닌 궤변이라는 게 기자들이 입을 맞춘 결론이라네요.
새 대통령님. 새 정부의 산뜻한 출발이란 게 이래서야 어디..?

"생쥐튀김이 가능하냐?"와 "(이 시점에) 생쥐튀김 발언이 가당하냐?"와는 퍽 다른 문제라 생각됩니다.
생쥐튀김은, 해리슨 포드의 모험영화 '인디애너 조운즈와 파괴 신전'에 등장하는 악명 높은 '원숭이 골 파먹기'를 비롯, 만물을 먹거리로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중국 같은 경우, 일각에 충분히 보급돼(?) 있으며 애호가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과거 어릴 적엔 동네에 갓 태어난 애저(돼지새끼)를 비롯, 갓 난 쥐새끼 쌍둥이들을 어쩌다 쥐굴 속에서 기막히게 포착해 내어 삶아 먹어 치운다는 사례를 간간히 들은 적도 없지 않았지요. 그러나 우선 쥐떼가 흑사병 등 역병의 근원이 아니던가요.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다"기로서니 희귀성 진식(珍食)을 보통식사인 양, 그것도 '나랏님' 앞에서 대범하게 언급한다는 것은 상당히 앞질러 가는 과도 언행입니다. 그리고 단지 '생쥐'라는 코드가 맞다고 해서 한 나라의 부서를 대표하는 장관이 이 초민감한 시점에 그냥 떠오르는 대로, 내키는 대로 농담 삼아 말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일대 망언이요 국민의 정서와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다들 먹거리 안전을 거론하는 자리에서 먹거리 안전에 관한 말에만 초점을 맞춰도 모자랄 판에. 하물며 대한민국 서민들이 어려운 경제 난국 리에 끼니 걱정을 하는 요즘이겠습니까!

장관님. '-깡'에서 생쥐머리가 나와 온 국민과 세계 한인들 더 나아가 지구촌의 경악을 자아내는 현 시국에..튀긴 생쥐고기를 즐기면 생쥐에 대한 거부감이 넉넉히 해소된다는 뜻이신지, 그래서 역설적인 "이역치역"(以逆治逆) 효과를 노린다는 것인지요? "생쥐머리가 끔찍 하면 차라리 생쥐고기를 사랑하라"-그런 논리신가요?
장관께선 비위가 썩 양호하신 듯 합니다.

'생쥐튀김'이라는 용어는 여러 모로 일반인들 특히 어린이나 여성들에겐 거부감과 혐오감을 낳기 마련이지요. 사실 성경에서도 구약시대엔 이런 동물들이 '부정한 먹거리'들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 오소리/낙타/독수리/매/까마귀/부엉이/갈매기/백조/펠리컨/가마우지/고니/해오라기/박쥐, 날고도 기는 벌레..등과 함께(구약성경 신명기 14:7~20). 그러니 쥐야 물론이겠지요.

지금도 유대계나 아랍계는 돼지고기 등을 아예 먹지 않지요. 특히 유대계는 '코쉐르'(코셔/정결식품) 규정을 철저히 지킵니다.  율법주의야 문제가 있지만 뭐, 싫다는 데야 자기네 자유지 어떡하겠습니까? 하지만 신약 시대로 들어 오면서 돼지나 기타 많은 동물들이 먹을 수도 있다는 언질이 발견되면서(신약성경 행전 10:9~16) 서서히 금기의 강도가 늦춰졌지요.

그런데 '생쥐튀김'이라..
절해의 고도인 무인도나 사막에서 장기간 굶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이라거나
현지인들의 요구로 안 먹으면 도저히 안 되는 선교상황이라거나
목숨을 담보로 한 쥐 먹이기 박해/고문 상황이라거나
특정 질환에 기막힌 특효를 발하는 한약재라거나
거액의 상금이 내걸린 국제희귀식품 먹기대회에 출전해 눈 딱 감고 먹어 치울 수 있는 강심장이라거나
세계의 진귀한 먹거리라면 모조리 발굴해 챙겨 먹는 절륜의 애식가/미식가라거나
이름만 들어도 한국인 남성들이 '환장'하거나 쪽도 못 쓰는(?) 것으로 유명한 소위 '강정식'의 하나라면 혹 모를까..

웬만한 보통사람들에겐 혹 어지럼증이나 구역질을 촉발하지 않을진 몰라도 혐.오.감.이라는 세 글자가 떠오르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아이들만 해도 말만 듣고서도 '으으~웩!'(Ew~, Yuck!) 할 텐데. 영어의 '옄'은 발음 그대로 역하다는 뜻이지요.

장관님. 인수위의 오죽한 엄정한 심사숙고와 엄선 끝에 해당 부서 최고위 직책에 오르신 분이겠습니까만..충고 한 마디 드려도 될까요..?

구약 성경 잠언 일부의 기자인 고대의 현인 슐로모 왕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우에 걸맞은 말은 은쟁반 위에 황금사과 같다." (25:11 사역)

당대의 모든 현인을 능가했던 슐로모의 엄청난 슬기를 우리가 이루, 다는 못 배우더라도 그 가운데 딱 한 마디를 배워두는 것도 모진 질타와 드높은 성토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모면 코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잠언을 다 읽으셔도, 아니 성경을 죄다 읽으셔도 더더욱 좋겠고요.
그리고 장관님. 국민을 우롱한 듯한 농담성 발언은 솔직히 시인하고 뉘우쳐야 본인에게나 새 정부에게나 새 대통령에게나 나라의 명예에 아마도 도움되겠지요?

아울러 제발..고요한 평화의 아침 나라가 "떠들썩한 불안의 저녁 나라"로 변질돼 가지는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