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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삶맛에세이(김삼)

삶맛 에세이-남대문은 남의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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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조선시대 말기의 남대문(담쟁이 넝쿨에 뒤덮였다).

올해 첫 황당 사건은 남대문 소실.

남대문은 한국 특히 서울의 자존심 같은 거다. 당당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고 우아하기도 하고..비록 겹겹이 주위 고층 건물에 둘러 싸이고 공해에 찌들어 마치 거인에 포위된 가여운 조선 수문장 같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한결같이 우뚝 서서 대한민국 심장부 길목을 지켜 왔다. 세계적으로 오밀조밀 정답고 아름다운 전통적/현대적 도읍지로의 고전적 관문이다. 파리 개선문과는 전혀 오는 감각이 다른, 오직 우리만의 아이덴티티 이콘의 하나다.

각설하고..
그게 졸지에 새카맣게 타서 팍삭 내려 앉았으니 애곡과 눈물이 나올 만도 하다. "우째" 이런 일이..!?

태조 이후 610년 견뎠다는 국보 1호 사적이 60대 방화 전과범 노인의 단 5분간 방화 작업과 5시간 연소로 숯덩이로 화했다. 창경궁 방화도 이미 시도했던 게 주택/토지 보상금을 적게 받았다는 '앙심'에서라니 요즘 앙심 참 얕잡아 볼 일 아니다. 이런 앙심 몇 개면 대한민국 주요 사적을 싹쓸이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양심은 어디 가고 앙심만.
그리고,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가를 치를 바에야 애당초 좀 후하게 대해 줄 일이지.

복원을 시도한다는데 과연 얼마만큼 원형다운 원형이 나올 지 거의 미지수다. 나무를 깎아 다듬는대도 옛 기술을 지닌 전통 명장 대목이 드문 데다 기계로 하면 질감이 달라진다는 얘기들이다. 600년 버틴 정도로 질기고 단단한 목재를 얻기도 여간 어렵지 않단다.

남대문은 국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지만..가깝게는 이래저래 우리네 삶의 일부다.
남산에 잇댄 오르내림 길목. 서울역. 시청. 봄 가을 다채로운 꽃향기와 낙엽. 겨울철 눈발이 정다운 덕수궁 돌담길. 어디 하난들 유명하지 않고 정답지 않은 곳이 없는 사통팔달 길이다.
외국인들에게도 서울의 명물로 알려진 볼 거 많고 싼 거 많은 최대급 도매시장인 남대문시장도 덩달아 이름 값 신세를 지지 않나. 그뿐인가. 예로부터 남자들이 부지 중 바지앞춤이 열려 있으면 친구가 다가 와 "어이, 남대문 열렸어" 하고 슬며시 귀띔해 주곤 하지 않나.

다들 잘 아는 얘기겠지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4가에 있는 이 대문은 조선 초기의 대표적 성문 형태로..한양을 둘러 싼 4대문과 4소문 등 8개 성문들 중 남쪽에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
고려 말, 조선 초기의 특유한 다포(多包) 양식으로 건립돼 창건 연대가 확실하다. 우리네 전통 목조건축의 전형이다. 태조(이성계) 제5년인 1396년 축조돼 2년 뒤인 1398년 2월 8일 준공됐다. 세종 29년인 1447년, 성종 10년인 1479년에 개수/증축됐고 현대엔 1961~62년에 해체 수리되기도 했다.

홍예형인 화강암 기단 양쪽은 원래 좌우로 성벽이 연결돼 있었다가 1907년 융희 황제 순종 때 일본의 우거지 강짜로 길을 내려고 먼저 북쪽 성벽을 헐고, 이듬해 남쪽 성벽까지 헐었다는데 정말 아깝다. 성벽이 있었다면 훌륭한 정경과 관광감이 됐을 것을. 물론 교통이야 불편했겠지만.

이번 화마에서 간신히 구출됐다는 '숭례문' 현판의 이름은 삼봉 정도전이 짓고 글씨는 일설에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이 썼다 추정되나 다른 문서에 따르면 10여 명의 딴 '후보자'들도 있다고 한다. 글씨는 추사 김정희도 볼 때마다 탄복할 만큼 명작이란다. 아무튼 "예절을 높인다"는 뜻이니 동방예의지국과도 걸맞은 이름이다.

대문들 중 현판 글씨가 유일하게 세로로 쓰인 것은 예를 존중하는 공손한 자세 또는 조선 당대의 화마에 대응하려고 "불엔 불" 차원에서 화염형으로 세웠다고도 한다. 그렇게 600여 성상을 견뎌 왔다. 그런데 단 10분간의 방화와 5시간의 연소로 잿더미가 됐으니 별 볼 일 없는 대화재 정책이다. 원래 짓고 쌓기는 공 들고 힘 들어도 태우고 무너뜨리긴 쉬운 법이다.

하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꼴이 이렇게 돼 말도 많고 글도 많다. 당초 방화범인 채 노인이 그 점을 노렸을까. 불 탄 자리를 쳐다보는 MB의 얼굴이 마냥 어둡기만 했다.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6년 중앙통로인 홍예문을 100년만에 시민들에게 개방했기에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다 할 대안 없이 그냥 열기만 했다는 것. 

그런데 뒤늦게 꼭 누굴 탓하고 자시고를 떠나..한국 사회의 의식구조 상의 뿌리 깊은 문제부터 헤집어 보면..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근래에 발달해 온 개인주의와 방임주의 - 그것이다.
문화재청이 중구청에 맡겨 최근 새로 남대문을 의뢰한 경비업체는 과거 10회 순시 경비 체제를 제멋대로 1회로 줄였다 한다. 그런데도 중구청이나 문화재청이 최근까지 확인을 하지 않았단다. 그러곤 관계 요처가 서로 "니 탓", 또는 암암리에 "MB 탓 "을 따지면서 아웅다웅..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우리 대문인가, 아니면 남의 대문인가.
온 나라가 통째로 아주 느슨해졌다는 말이다.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계엄령과 데모 뉴스를 무슨 노래처럼(?) 듣던 빡빡했던 긴장과 기합, 사기가 노인처럼 다 풀려 버렸다는 얘기다. 나라 전체가 그렇다.
온 나라가 무슨 짱 무슨 짱 무슨 춤이나 밝히는 '공연공화국', 노래방 나라, 노출 중심 연예판으로 전락(?)해 가며 너무 편하게 잘 먹고 잘 살다 보니..자연히 "힘든 일은 너나 해라" 시대가 된 것.
국보 제1호 하나 지켜 줄 수문장들, 파수꾼들 몇 사람조차 놀러 가 버린 형국이다. 이런 현상들이 두 김 씨 정권과 좌파적 성향이 가장 강한 노 정권을 거치는 동안 더 심화됐다는 것은 비단 정보시대와 경제발전, 컴퓨터 발달 때문일까. 

남대문 화재를 온 사회구조와 정신 상태가 방만해진 대한민국에 대한 일종의 경종으로 보면 안 될까. 보상금을 충분히 못 받아 대한민국 최고 국보를  불질렀다는 노인의 정신 구조를 한국의 구조악으로 푼다면 어불성설일까. 시민들 기분 좋게 해 준답시고 대책 없이 문만 활짝 열어 놓은 것도 그렇고.
이런 생각이 너무 일방적 판단인가.

 
성경도 비슷한 경종을 울린다. 주전 586 년 주/야웨님의 용허 아래 유다 왕국 수도 예루샬렘을 침공한 바벨론 왕 네부칻네자르는 시가지를 쑥밭으로, 화려하던 왕궁들과 슐로모 성전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예레미야는 계시로써 이런 일을 앞서 내다 보고 눈물을 시내처럼 흘려 애곡했고..시민들은 성전 불 탄 자리를 보며 땅을 치고 통곡했다. 50, 70년 후 백발이 허연 노인이 되어 다시 돌아 와 보고서도 땅바닥에 앉아 엉엉 울었다.
주/야웨님의 크신 이름 영광과는 너무도 딴 판이기에.    

당초 이스라엘-유다 왕국의 건설자인 다윋 왕과 슐로모 등은 주님이 안겨 주신 평화시대를 누리면서 위세를 떨치느라 드높은 성과 성벽도 짓고 멋지고 화려한 왕궁도 짓고 장엄한 전각도 지었다고 하지만, 사악한 바알-아쉐라 숭배자 아합 왕은 쾌락을 위해 상아궁, 여름/겨울 별궁 따위를 지었고 역시 패악한 아하즈 왕은 해시계 계단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화려한 것들이 바벨론의 발길 아래 짓밟히고 불 타 없어졌다. 왤까?

왕과 백성이 모두 우상숭배와 나락에 빠져 도무지 성전과 나라를 지킬 자세가 안 돼 있었다. 그러니 바벨론이 쳐 들어 와도 미처 가누고 추스를 겨를도 없이 고스란히 당한 것이다. 더욱이 대언자들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를 않았다.

요즘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날로 커 가는 북한의 핵 파워와 군사력을 매우 우려한다. 핵탄 제조 및 기술 수출이 가능할 만큼 자원과 설비, 엄청난 지하 방재 시설 등을 갖췄다는 북한이 언젠가 바벨론 군 노릇, 김정일이 네부칻네자르 노릇을 안 한다고 장담 못 한다.

이런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북을 간접 지원해 주고도 당당히 상을 탈 정도로 국민을 우롱한 사람이 누구던가. 북으로서야 더 없이 고마울 일일 테지만. 그렇게 퍼부어 주고 도와 줬다고 해서 결코 남을 재침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북한이 수 십 개 남침용 땅굴을 팠던 진실은 북과 '밀월 관계'인 양 착각하며 살아 가는 남한에게 전혀 경종이나 교훈이 안 되는가?
 
맨날 교태를 부리며 흔들기 좋아하고 '한류'란 미명 아래 숭례족 답지 않게 유난히 훌러덩 홀라당 벗기를 좋아하는 서울을 '기쁨조'로 상상하며 은밀하게 미소 짓고 있는 미스터 김 아니 '미쳤다 김'을 혹시 "인자하신 디도자 동지"로 착각하고 살지는 않는가?

깨어 있자!
불 타고 남은 남대문의 재 옆에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남대문을 우리 대문 아닌 남의 대문, 남의 일로 여기는 실수를 하지 말자.
특히 교계 자체의 풍요만 즐기며 사치해 가는 한국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제발 몸 조심 하자!
하나님이 한국 교회에 "만사 오케이" 낙점을 주실 거라고 자신하는가?
지금이 슐로모의 태평시대라고 보는가, 아니면 바벨론 유수기 직전 같은 위기 의식을 느끼는가?

'메네 메네 테켈 우파르신'(= 세고 세었으며 무게를 달고 나누었다)이란 저울추 앞에서 각 자 자신을 달아 보자(다니엘 5:22~2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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