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공격하는 아씨리아 군대와 왕
바탕본문: 왕들B서(열왕하 16:5-20), 연대기B(역대하) 28:5-27
참고본문: 예샤야후(이사야)서 7장
아하즈(예호아하즈) 왕은 주/야웨님을 버린 탓에 중벌을 받습니다.
아람 나라와 형제국인 북 이스라엘의 연합과 침공으로 수많은 백성이 포로로 잡혀 가게 됩니다.
당시는 초강대국인 아씨리아 제국이 중동을 호시탐탐 넘보며 세력을 넓히던 때였습니다.
아씨리아 왕 티글랕-필레세르 3세는 '풀'이란 이름으로 주변 제국들을 겁 주기도 했지요.
그래서 아람 왕 레찐은 아씨리아를 견제하려고 남북의 이스라엘/유다와 제휴하길 원했습니다.
북쪽 이스라엘의 페카 왕은 이에 호응했습니다만, 유다의 아하즈 왕은 중동을 위하긴커녕 되레 아씨리아와 손 잡기를 원하여 아씨리아에 조공을 바치려 들었습니다. 레찐과 페카는 이 같은 아하즈의 태도에 "저런 나쁜 놈 봤나!"라며 분기탱천할 지경이었습니다. 아람과 이스라엘은 이래서 유다를 먼저 침공하기로 합니다.
비록 아하즈의 범죄에 진노하기는 하셨으나 여전히 유다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주변 제국들의 이 모습을 내려다 보시고 대언자 이샤야를 아하즈에게 보냅니다. 하나님은 우선 경고 차원에서 유다에 기회를 주십니다.
왕들B서 16장과 이샤야서 7장 앞 부분을 보면, 이 당시 아람 왕 레찐과 이스라엘 페카의 군대는 잠시동안 예루샬렘을 포위했으나 한동안 공략하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레찐이 남쪽 항구 엘랕(= 에일랕)을 도로 앗았을 뿐입니다. 엘랕은 아하즈의 아버지 우지야(아자리야) 왕 때 아람에게서 앗아 요새를 구축한 곳인데, 다시 뺏긴 것입니다.
아람은 엘랕에 살던 유다인들을 모조리 내쫓고 대신 아람 백성들을 데리고 들어와 훗날까지 살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예루샬렘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온정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예루샬렘에서는 과연 이 무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요?
누군가가 다빋 왕가에 알렸습니다.
"아람이 에프라임(이스라엘)과 동맹을 맺고 쳐들어 옵니다."
이 흉보에 왕과 백성의 마음은 마치 바람 앞에 수풀 같았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유다 대언자 예샤야후(=이사야)에게 말씀하십니다.
너와 네 아들 쉐아르야슈브는 윗 연못 수도 끝에 있는 세탁자의 밭 큰 길로 나가서 아하즈를 만나거라.
그에게 이렇게 말해라:
"왕은 신중하고 잠자코 있으소서. 아람 왕 레찐과 레말리야의 아들(페카 왕)이 비록 격분했다곤 하나 연기 나는 부지깽이 끄트머리에 불과합니다. 두려워 말고 낙심 마소서.
아람과 에프라임 왕 곧 레말리아의 아들이 악한 계교로 왕을 대적하여 말합니다:
'우리가 가서 유다를 치자. 그것을 혼내 주고 부수고 대신 타브엘의 아들을 거기다 세워 왕을 삼자'고.
그러나 주/야웨님의 말씀입니다: '이 음모는 서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다. 아람의 머리는 다메쉨, 다메쉨의 머리는 레찐, 에프라임의 머리는 쇼므론(사마리아), 쇼므론의 머리는 레말리야의 아들이려니, 65년 내로 에프라임이 패배하여 나라를 잇지 못하리'. 그런데도 네가 믿지 않는다면 참으로 네가 굳게 서진 못하리.'"
대언자 예샤야후와 아들 쉐아르야슈브는 아하즈 왕에게 이 말씀을 그대로 전합니다. 이어서 하나님의 말씀은 아하즈에게 한 표징을 주님께 구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아하즈는 표징을 거절합니다. 이 중요한 표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 회(제55회)에서 다루렵니다.
아무튼 하나님의 이같은 호의를 거부한 아하즈는 거기 걸맞은 응징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마침내 쳐들어 온 아람 군대는 유다인들을 사정없이 사로잡아 다메쉨으로 갔습니다.
또 아람과 결탁한 북국 왕 페카는 유다에서 하루만에 용사 12만명을 죽였습니다. 북에서 내려온 에프라임 족 전사 지크리는 아하즈의 아들 마아세야와 궁내관 아즈리캄, 총리대신 엘카나 등을 쳐 죽였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유다국 사람과 여인들, 자녀 등 약 20만 명을 끌고 온갖 물건들을 탈취해 사마리아로 갔습니다.
엄청난 손실이고, 징벌이지요.
하나님의 온정은 그 뿐 아닙니다.
결국 예루샬렘이 침공 당한 후, 방금 전리품과 무리를 끌고 북의 수도 사마리아로 돌아온 이스라엘군에게 이번엔 북의 대언자 오덷이 나타나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을 던진 것입니다.
"보시오. 여러분의 선조의 하나님, 주/야웨님이 유다에 진노하셨기에 바로 그 분이 그들을 여러분의 손에 붙이셨소. 그래서 여러분은 하늘에 닿을 듯한 기세로 그들을 쳐 죽였소.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유다족 자녀들과 예루샬렘 시민들을 남/녀 노예로 삼으려 하고 있소. 그러는 여러분에겐 주/야웨 여러분의 하나님께 대한 죄가 없소?
자..그러니 내 말을 들으시오. 여러분의 형제들인 포로들을 도로 데려다 주시오. 주/야웨님의 격심한 진노가 여러분 위에 있기 때문이오."
오덷의 경고를 귀담아 들은 이스라엘의 지배 지족 에프라임의 족장 아자리야/베레키아/예히즈키야/아마사 등 주요 지도자들은 "어이쿠, 큰일났구나! 우리 군대가 사고를 쳤으니.." 하면서 경악해 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귀환하는 국군의 앞을 막으며 곧장 경고합니다.
"잠깐! 그대들은 이 포로들을 여기 끌어 들어오지 못하오. 그대들이 꾸며서 한 이 일이 우리를 주/야웨님 앞에 허물 되게 했소. 이건 안 그래도 많은 우리의 죄와 허물을 더해 줄 뿐이오. 우리의 허물이 이미 커서 진노가 이스라엘 위에 임하여 있소!"
그러자 무기를 쥔 군병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포로들과 노략한 물건을 지도자들과 온 이스라엘 백성 앞에 놓아 두고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 납니다.
그러자 에프라임 지도자들은 앞으로 나서서 유다 포로들을 안심시키며 맞아 주고, 군대가 노략해 온 수많은 옷가지를 풀어 벗은 자들에게 입혀 주고, 신발도 신겨 주고, 음식을 나눠 주고, 다쳐서 아픈 사람들에겐 기름을 발라 주고, 또 몸이 약한 사람들은 나귀에 태워다가 곧장 유다 쪽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종려나무 성 예리코에 이르자, 거기서 마중 나온 유다 족에게 포로들을 도로 다 넘겨 주고 사마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이 얼마나 모범적인 태도인가요!
참으로 하나님이 귀히 보실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하나님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니다.
남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십니다.
아마도 이때 오덷의 말을 듣고 순종한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이 각별한 배려를 하셨을 터입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왕 페카의 죄악은 커서 그는 아하즈보다 먼저 왕위를 잃고 호세아가 다음 왕이 됩니다. 호세아는 북국 이스라엘 왕조의 마지막 왕입니다.
사진: 아씨리아 군대의 공격을 묘사한 고대 부조
그래도 주변 국가들은 정신 없이 유다를 짓밟습니다.
연이은 외적들의 침공에 겁 먹은 아하즈 왕은 당대의 초강국인 아씨리아 제국에 도움을 청합니다. 유다의 하나님 주/야웨님께 구하지 않고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지요.
아하즈는 아씨리아 왕 티글랕필레세르 3세에게 올릴 서신을 써서 파발마로 급송합니다.
"저는 폐하의 신복이고 아들입니다. 아람 왕과 이스라엘이 저를 치려고 하니 오셔서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해 주소서."
그러면서 성전과 왕궁 창고에 있던 은과 금 등 보물을 꺼내다가 아씨리아에 조공으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아씨리아 군대가 아람을 치러 와서 다메쉨을 쳐서 빼앗고 아람 백성을 사로잡아 키르로 옮겨 갔고 아람 왕 레찐을 처형합니다. 이스라엘도 별도로 침공해서 여러 고을을 차지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아하즈는 하나님께 감사하기보다 아씨리아에 크게 감사합니다.
"옳거니, 역시 아씨리아가 최고야!"
아하즈는 한없이 존경스런 아씨리아의 다메쉨 정복왕 티글랕-필레세르를 몸소 배알하려고 다메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우상숭배에 오래 맛 들인 아하즈는 여기서도 경을 칠 일을 저지릅니다.
다메쉨에서 하필이면 그곳 아람의 우상신전의 제단을 보고 그걸 카피할 생각을 한 겁니다. 그게 새로워 보이고 너무나 멋져 보였던 겁니다. 그래서 단의 구조와 모양 등을 세세히 설계도처럼 그려서 고국의 성전 사제 우리야에게 보냅니다.철딱서니 없는 사제 우리야는 왕의 명령에 고분고분 복종해 단을 새로 제작합니다.
만약 우리야가 참된 성전 사제라면, 마땅히 왕에게 경고해야 했을 터입니다.
"왕이시여, 뭔 그런 말씀을?! 우리가 왜 이교 신전의 단을 카피해서 만들어야 합니까? 주/야웨님께 저주받을 짓이니..아니되옵니다!" 했어야 합니다.
그 대신 그는 "오, 참으로 멋있는 제단 스타일이구나! 왕께서 돌아오시기 전 어서 이대로 만들어서 와 보실 때 흡족하게 해 드릴 테다"라는 갸륵한(?) 일념으로 단을 제작합니다. 사제라는 사람이 이러니, 나라 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겠지요.
부조: 티글랕-필레세르 3세
아하즈 왕은 티글랕필레세르 알현 절차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다메쉨 제단을 본 따 만든 새 단을 보고 감탄합니다.
"오~, 역시나! 우리야 사제, 아주 수고했구려. 어디 그럼 제사를 드려 볼까나." 하고 나섭니다.
아하즈는 새 단에다 번제(굽는 동물성 예물)와 소제(사르는 식물성 예물)를 불사르고 전제(술 예물)를 붓고 수은 예물(은혜를 보답하는 예물)로 가축의 피를 단에 뿌립니다.
또 주/야웨님의 성전 앞에 있던 놋단을 옮겨 새 단과 성전 사이에서 옮겨다가 북쪽에다 놓아 두었습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부를 짓거리가 아닐 수 없지요.
새 제단에 한껏 만족한 왕은 또 우리야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자..성전의 아침 번제와 저녁 소제, 짐의 번제 및 소제, 모든 국민의 번제 및 소제, 전제 등을 다 이 큰 단 위에 불살라 바치고, 번제물의 피와 다른 제물의 피도 다 그 위에 뿌리시오. 단, 저 놋단은 내가 시키는 일에만 쓰시오."
아하즈의 한심하고 오만방자한 직권 남용 행동은 이것으로 그치질 않습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전 앞 마당에 있던 물두멍 받침의 옆 판을 떼어 내고 물두멍을 그 자리에서 옮겨 버립니다. 또 놋소들이 받치고 있던 놋바다를 내려다 돌판 위에 두고 안식일용으로 성전 안에 마련된 낭하와 왕이 바깥에서 성전으로 진입할 때 사용하는 전용 낭하를 "아씨리아 왕을 위하여(!)" 주/야웨님의 전으로 옮겨 세웠습니다.
그는 자기 상전이나 신과도 같은 아씨리아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야웨님이 일찍이 다빋 왕을 통하여 슐로모에게 지시하신 성전 구조를 이렇게 제멋대로 바꿔 버린 겁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불 같은 진노에 진노를 더하기만 합니다.
하나님은 또 다시 타국이 몰려 와 유다를 치게 내버려 두십니다.
이번엔 에돔 족도 올라와 유다를 치고 역시 백성들을 사로잡아 갔습니다.
얼마 후 지중해변의 펠레쉩도 와서 유다 평지와 남쪽 도시들을 침노해, 벹세메쉬와 아얄론, 게데롵, 쇼코 및 주변, 팀나와 주변, 김조와 주변 등을 탈취하여 거기 거주했습니다.
그러자 아하즈는 다시 티글랕-필레세르에게 메신저를 보내어 도와 달라고 간청합니다. 여전히 하나님이 아닌 외세를 의존하는 거지요.
티글랕-필레세르는 다시 몸소 군대를 이끌고 나타났지만, 이번엔 돕지 않고 뜸 들이며 약만 올렸습니다. 아하즈는 성전에 남은 보물과 왕궁, 귀족들의 집에서 취한 보물들을 티글랕-필레세르에게 줬지만, 아씨리아 왕은 코웃음만 칠 뿐입니다.
아하즈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처했습니다.
그러자 제 딴엔 기껏 마지막으로 선택한다는 게 아람의 신들에게 제사하겠다는 발상을 떠올렸습니다.
"아람의 신령님들이 아람 역대 왕들을 도우셨으니, 나도 그 신들에게 제사를 드려 도움을 받아야지."
그러나 그 신들은 아하즈와 온 유다를 망하게 했습니다.
아하즈는 갈 데로 다 갔고, 끝내는 올 곳까지 다 오고야 왔습니다.
"에이, 이런! 다메쉨 신도 별 볼 일 없구나. 신들은 다 마찬가지야. 날 돕지도 않는 야웨를 내가 왜 섬겨야 해? 에라이~!"
하나님의 철저한 외면에 약이 오를 대로 오르고 급박해진 그는 급기야 하나님께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반항합니다.
아씨리아 무관들
성전의 기구와 도구들을 모아서 모조리 때려 부수고, 성전 문들을 모두 폐쇄해 버리고, 예루샬렘 시의 구석구석마다 이방 신을 위한 제단을 쌓고, 다른 신에게 향제를 올려 하나님의 진노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얼마 후 아하즈는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어 버렸고..선조 왕들의 묘실이 아닌 예루샬렘 성의 다른 곳에 묻혔습니다.
제 보응을 받은 것입니다.
아하즈-그는 자기 손자 메나쎄 왕과 함께 유다 열왕들 중 가장 사악한 왕들의 하나였습니다.
아하즈의 한 가지 괜찮은(?) 업적이 있다면, 해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해시계는 훗날 아들 히즈키야 왕이 죽을 병에 걸린 때에 하나님이 히즈키야의 간구를 들으셔서 수명을 연장하실 표시로 해그림자를 뒤로 물러나게 하는 이적을 베푸시는 표징이 됩니다(왕들B 20:8-11, 예샤야후서 38:7-9,2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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