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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슈/물음과 답(Q.A)

하나님도 후회하시나요?

Q:
궁금한 게 있어서요...

하나님께서 사울왕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사울왕이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지 않을 것임을 알고 계셨을 텐데도 그를 왕으로 택하시고 나중에 후회하셨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A:
예..궁금할 수 있지요^^.
해당 구절인 슈무엘A(삼상) 15'11을 보면, 하나님이 "후회" 하셨다고 돼 있습니다.
한글 성경 대다수가 그렇게 번역돼 있지요.

비슷한 표현이 이곳 말고도 더 있습니다. 예컨대 창세기 6'6(동사 '아짜브')이지요. 거기는 "한탄하다"로 돼 있습니다만, 어감이 서로 비슷합니다. 


'후회하다'는 용어

우선, 이 '후회'라는 용어의 미묘성에 대해 좀 말해 보죠.
해당 원어 낱말인 동사 원형 '나ㅋ함'(נָחַם)의 풀이를 보면, 다양한 어의들 가운데 하나가 "후회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밖에 슬퍼하다,비탄하다,애석해 하다,근심하다,유감스러워 하다,위로하(받)다,동정하다.. 등의 다양한 뜻이 있지요. 
다시 말하면, '후회하다'가 이 낱말의 지배적 어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번역자들은 그렇게들 잘 합니다. 하지만 근심하다/유감스러워 하다 등등으로 번역해도 전혀 잘못된 번역이 아닙니다!

고대의 예언자 발람은..비록 한때나마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이렇게 대언한 적이 있지요.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셔서 거짓말을 안 하시오. 사람의 아들이 아니셔서 후회하시지 않는다오.." (민수기 23'19)

윗 구절에서야 말로 같은 낱말 '나ㅋ함'이 "후회하다"로 번역됐어야 하는 예입니다만, 이상하게도 개역/개정판을 제외한 한글 성경 다수는 다른 뜻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사도 파울은 로마서 11'29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엔 후회(철회/번복)란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때때로 뜻을 돌이키시는 예가 없지는 않습니다(출 32'14, 시 106'45, 예렘 18'8, 26'3, 요나 3'10, 아모스 7'3). 그것은 당초의 뜻이 후회스러워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인자/긍휼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제한적인 분?

둘째로..성경에서 하나님이 후회하셨다고 표현했다고 해서, 유한한 인간의 후회와 동일시해선 안됩니다. 하나님 차원의 후회는 인간 차원의 후회와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인간이 이해하기 쉽도록 대언자/기자들을 통해서 하신 표현이지, 실제로 인간처럼 할 것을 못했다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했기에 하는, 그런 후회가 아니지요. 

구태여 "후회하다"로 옮김으로써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지 않고 뭔가 제한된 분인 듯 느끼게 만들고 또 느끼기 쉽지요. 그러나 성경은 곳곳에서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임을 입증하고 있기에, 이 미묘한 구절과 이 낱말 탓에 우리가 실족해선 안 되겠지요. 

질문자도 비치셨듯, 하나님은 분명히 샤울 왕이 이럴 것을 미리 알고 계셨습니다. 샤울의 앞날을 내다 보셨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모르셨다면, 논리적으로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지 못한 셈이 되고 말지요.


뜻을 제 때 이루시기 위해

그렇다면 왜 샤울을 택하셨을까요?
비록 훗날 변질될 샤울이지만, 당대를 위한 첫 임금으로는 가장 걸맞다고 보셨기 때문이지요.

고대 민족들의 왕이나 장군들은 뭔가 두드러지고 탁월한 점이 있어서 군주로 자임하거나 선택되곤 했지요. 예컨대 왕들이 그랬고..또 골리아드도 그랬습니다.
샤울은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가 더 높은 헌칠한 체격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백성이 믿음직스럽게 볼 만 했습니다. 슈무엘까지도 그럴 정도로(슈무엘은 소년 다빋을 보기 전까지 헌헌장부를 찾고 있었음). 과연 초기엔 샤울이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은 '토사구팽' 격으로 언젠가는 버리실 대상을 고르셔서 적당히 이용하시다가 내버리시는 분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샤울이 처음엔 선하고 겸손한 마음을 지녔고, 용맹성도 있음을 알고 계셨습니다. 또한 그에게 새 마음을 주셔서 새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슘A 10'6,9). 심지어 예언자들처럼 샤울이 예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왕국과 왕의 탄생을 질시한 싸탄은 샤울에게 교만의 유혹을 심어줬고, 샤울은 거기 호응하여 점점 교만해져서 결국 하나님을 불순종하고 배신하게 됩니다. 심지어 슈무엘이 쉬지 않고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했어도 그랬습니다(슘A 12'23).

그래서 하나님은 근심하시게 되고요.

하나님은 샤울이 이렇게 될 것을 모르셨을까요? 아니지요.

돌아 보면, 세상 초기부터 인류는 이랬습니다. 하나님은 아담/하와의 창조 이전부터 그들이 장차 불순종하여 배신할 것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랬기에 미리 구원계획을 세워 놓으신 것입니다. 선악지식의 열매를 먹고 타락할 줄을 미처 몰랐다가 뒤늦게 후회하신 게 아니지요.

또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 크리스토님은..이스카리옽 유다가 배신하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그를 12제자 중 하나로 택하셨습니다. 주님께선 그를 향하여 "자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세"라고 하셨지요.
아니,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구태여 그런 유다를 태어나게 하셨을까요?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기 위해서였지요. 그렇다고 하나님이 유다를 처음부터 악의 씨로, 악인으로 기르셨나요? 아니죠. 싸탄 마귀가 유다를 그렇게 유혹했고 유다는 거기 호응한 것이며, 결국 싸탄의 계획과 뜻대로 움직여 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은 유다의 배신을 통해 성자님을 희생시키셔서 인류 구속의 위업을 달성하신 것입니다. 실패 없는 하나님이시니까.

샤울 뿐 아니라 왕국의 수많은 왕들이 마귀의 계략에 빠져, 하나님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다빋 왕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온전한 왕으로 하나님께 비쳐진 이유도 비록 가끔 실수를 하긴 했어도 끝까지 하나님을 향한 일심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운데는 샤울 같은 사람, 다빋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중의 누군가가 샤울 같이 돼 버릴 것을 모르셔서 하나님이 택하셨을까요?
이왕이면, 다빋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거듭난 사람들 가운데도 사도 파울을 섬기다 세상으로 향해 버린 사람들처럼 삐져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근심하실 대상, 샤울이나 유다처럼 끝내 버리실 대상이 돼선 안 되겠지요.


'열린 신관'(Open Theism), '열림 신학'(Open Theology)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소위 '열린 신학'이란 게 유행했습니다. 다른 기회에 상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간단히만 언급하지요. '열린 신학'이란 하나님이 절대/전지/전능하신 분이 아니라 어딘가 열린 구석이 있다는 발상인데, 하나님이 당초 계획대로 모종의 일을 하시고도 뒤늦게 후회하시는 듯한 표현들을 그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하나님이 뭔가 "모자라는" 신이시기라도 한 듯 주장함은..성경의 전체 흐름과 상치되며, 하나님께 대한 모독이기도 합니다. 그런 발상을 지닌 신학자들 자신이 뇌의 어딘가 열려 있기 쉽지요^^.

우리는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심을 믿어야 합니다!
혹 후회하다에 가까운 표현이 있더라도,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한 표현이지, 하나님이 실제로 앞서 미리 상황을 모르셨거나 내다보시지 못해서 하신 일들을 뒤늦게 알아차려서 후회하신 것으로 인상받으면 곤란합니다.

우리는..하나님의 말씀에 걸려 실족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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