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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뉴스단평

교황: "예수 죽음 유대인 탓 아냐"

photo source: Reuters

천주교황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젶 라칭어)가 최근 예수 크리스토님의 죽음에 대하여 유대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내어 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탄야후 총리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유대계가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바로 이 이슈가 기독교권(특히 천주교)-유대교 간의 오랜 갈등의 주 요인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입니다.

또, 교황의 열린 속뜻을 알겠다는 표정이고요. 유대계는 이번이 기독교권-유대교권 사이의 평화의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유대계 일각은, 같은 아브라함 후손이라는 회교권에도 카톨맄교가 어떤 공적 제스처를 해 주길 주문하기도 하지요. 아울러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동평화를 위한 어떤 공식 제언을 해 주길 갈망하기도 합니다.   


베네딕토 16세는 3월 10일자로 시판되는 자신의 신학적 근저 '나자렡 예수'라는 책에서 그같은 자신의 신념(?)을 펼쳐 보였고, 최근 그 책의 내용 일부를 발표하면서 그의 이런 대유대인 입장이 널리 홍보되고 있군요. 이 책은 2009년 당시 그가 교황 자리에 갓 오르고 처음 낸 책 '나자렡 예수'의 속편입니다. 


사실, 카톨맄교가 이런 주장을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퍽 오래 된 얘기입니다. 지난 약 50년간 비슷한 주장을 해 왔으니까요. 이 이슈는 천주교-유대교 간에 오래 껄끄러운 '뜨거운 감자'로 지속돼 왔지요. 2000년에도 요한 파울로 2세당시 교황이 요젶 라칭어 당시 신앙교리성장관과 함께 지난 수세기의 천주교의 잘못을 '공개 회개'를 할 때 유대인 배척 죄도 함께 했지요. [ 라칭어는 2000년대에 들어 과거 사제들의 성추행/학대 죄의 회개도 맡아야 했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유대인 수 백 만을 학살한 히틀러가 나치 정권을 통해 아리안계 우월주의와 함께 '우생학'을 실천할 때, 카톨맄계 일각에서 적극/소극적으로들 많이 협력했기에, 켕기는 문제도 있을 겁니다.

히틀러는 예수님을 죽인 책임이 집단 유대인들에게 있다는 카톨맄의 전통적인 잠정적 교리를 선호하여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나치 고관들이 카톨맄교를 믿거나 옹호했지요. 그러면서 신교 고백교회의 디트리히 본회퍼 등은 죽이고요.
아무튼 그래서 카톨맄교-나치의 커넼션이 당시 분명히 존재했었지요.

쉽게 말해서, 독일 출신인 라칭어는 카톨맄 집안 이었지만(http://www.time.com/time/photogallery/0,29307,1884596_1855091,00.html), 젊을 적에 나치의 압력에 못 이겨 당시 모든 소년들처럼 그도 형 게오르그와 함께 소년 나치 당원이었고(http://www.time.com/time/photogallery/0,29307,1884596_1855089,00.html), 나치의 우생주의에 의한 정신질환자 척결 정책으로 다운증후군 환자였던 사촌이 강제 피살하기도 했지요.    
1951년 뮌헨에서의 사제서품 당시 요제프와 형 게오르그의 두 팔은 한 손만 보면, 자칫 '하일 히틀러' 하는 모습처럽 보이기가 쉽네요.

그래서 이모저모로 라칭어의 이번 발언이 정치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라칭어의 주장은 옳을까요? 그는 복음서 기자들이 "그의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소서!"라고 부르짖은 유대 민중의 성토를 사실이 아닌 것처럼 뒤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결코 반쉠족주의, 안티유대주의일 수가 없지요! 유대인의 오가는 세대 사람들의 영혼 역시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므로, 그들은 우리의 혐오의 대상일 수도, 박해 대상일 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나치, 신나치주의자, 아리안우위주의자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겠지요.

따라서 당대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죽인 것이 유대인 혐오감의 정당한 근거일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모든 세상 사람들처럼 유대인들의 영혼도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니까요.

문제는, 그렇다 해서..당대 유대인들이 주모하여 예수님을 죽인 성경 기록을 뒤틀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분명히 당대 유대인의 한 명이었던 페트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무법자들의 손을 빌려 그 분을 못 박아 죽였습니다만, 하나님은 그 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습니다.." (행전 2'23,24a 사역)

훗날에도 페트로와 사도들은 비슷한 말을 합니다.
당시 대사제(대제사장)는 성전수비대를 통해 사도들을 체포하여 성전에 데려다 놓고서, 과거 예수 크리스토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것이 켕기는지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가 이 (예수의)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고 엄금했는데 그대들은 그대들의 교훈을 예루샬렘에다 온통 퍼뜨리니 이 사람(예수)의 피를 우리에게 돌리려는 거요?"

이때 페트로와 기타 사도들이 말합니다.
 
    "..여러분이 나무에 달아 죽인 예수님을 우리 선조의 하나님이 살리셨소. .." (행 5'30)

이 때 대사제와 성전수비대는 성이 날 대로 나서 사도들을 모두 없애 버리려고까지 하다가 샤울(파울의 옛 이름)의 스승인 랍비(율법교사) 가말리엘 박사의 충고로 간신히 죽임만은 피한 것입니다.  
이 정도로 유대인들은 예수님뿐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까지 죽이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스테판 집사 투석형 주모자였던 샤울도 한 때 그랬었고요.


사실이 그렇지요.

유대인 민중은 로마 제국을 당장 상쇄해 버리고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정치성 메시아 왕으로 군림해 주길 바랐던 예수 크리스토가 자기들 보기에 "흐릿트릿"하게 나가자..되레 로마 총독 필라투스를 통해 예수가 재판을 받아 로마법으로 처형되길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주님의 수난/죽음에 관한 4복음서의 기록들과 이런 여타 권서(券書)들의 기록은 분명 당대 유대인들에 의하여 예수님이 잡혀 죽으셨다고 증언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것이 오가는 세대의 모든 유대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추궁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은 아닐지언정 말입니다.


이 점에서 베네딕토-라칭어의 주장은 자못 애매하고 타협적입니다. 

아무튼 이번을 계기로 카톨맄교와 유대계 특히 세계 찌온주의자(시오니스트)들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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