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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음악

기다림의 여인 솔베이지



7월이 가면 더위가 좀 잦아드나 했더니, 최소한 통풍기 바람이라도 없으면 밤잠을 잘 못 이루게 덥군요.


이런 무더운 여름철이면, 생각 나는 노래 하나가 있지요- 시원한 북국의 청아하고 애틋한 가락, '솔베이지의 노래'.[각주:1].
청순하고 가련한 솔베이지라는 여인이 멀리 떠난 방탕한 연인이자 사실상의 남편인 페르 귄트를 잊지 못하여 애타게 부르는 노래이죠, 노르웨이라는 나라와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눈 덮인 산들과 광활한 빙하, 협곡과 피오르드 등을 연상하면서 들으면 제 격이죠.

오늘날 세상이 어떻게 돼 가는 건지 남녀가 만나기와 헤어지기를 물거품처럼 하고 심지어 '동성(同性) 결혼'까지 회자되는 경악스런 타락의 시대에, 신실하고 충성스런 '해바라기'성 애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노래라고 할 만 하지요.


독일 고백교회의 젊은 신학자로, 반 나치 저항-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면서 지하 신학교를 이끈 디트리히 본회퍼. 한 때 뉴욬신학교 초청교수로 왔다가 미국에 살 수 있는 기회도 버린 그는 귀국하여 히틀러 암살 공모 죄로 수감/처형됩니다. 그가 베를린 테겔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어느 날, 교도관의 호의로 의무실에서 쉬면서 음악 감상을 했습니다. 베토벤의 '미사 솔렘니스'(장엄미사), 한스 피츠너의 '팔레스트리나'에 이어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에서 이 노래를 듣지요.

그는 사실 처음에 이 노래가 달갑지 않았답니다. 아픈 갈망과 그리움이 가득찬 그 멜로디는 그에겐 "사치스럽게" 느껴졌다는 군요. 전주곡은 거창한 벨벹 커튼이 스르르 소리를 내리며 극의 막이 오르는 느낌이었고. 그러나 감방에 돌아와 흥얼거리며 허밍을 하는 동안, 이 노래가 그를 사로잡습니다. '마리아'![각주:2] 바로 자신의 솔베이지를 향한 그리움에 목말라서였지요.


참고로, 노르웨이어 발음으로는 Solveig가 솔베이그도 솔베이지도 아닌 '솔바이'입니다. 그래서 본토 발음을 존중하여 이하에 솔바이로 칭합니다. 전자에 워낙 익어 있어 갑작스럽고 좀 "생뚱"맞더라도, 우리말로 '솔바위'(松岩)라고 생각하면 더 정다울 수도 있지요.

Solveig 및 유사형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라트비아/독일 등 북국에 흔한 여자 이름의 하나입니다. 이름의 뜻은 분명치 않지만, 앞 부분 'sol-'은 태양, 뒷 부분 '-veig'은 힘을 뜻한다는 유력설이 있습니다. 우리말 식으로 구태여 풀어 보면 '해심'이라고나 할까요. 이 이름이 북국에 흔한 까닭은 자명하겠지요. 추운 나라이니까 햇살의 힘을 좋아할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요.


연주 사례들


다음은 노르웨이의 토박이 소프라노, 솔바이 크링글레보튼이 노래한 파일입니다(->). (동영상 앞 부분에 짧은 공백 있음). 독창자의 이름도 노래 속 주인공의 이름과 같네요. 소박하고도 눈얼음처럼 명쾌하게 들리죠. 물론 가사는 정통 본토 발음이고요.

마리타 솔베리. 역시 노르웨이 성악가입니다(->). 사실 크링글레보튼보다 인기는 더 높습니다. 

같은 나라의 보딜 아르네센(피아노 반주 -> 와 오케스트라 반주 ->). 

다음은 역시 노르웨이의, 크로스오버 소프라노인 시설 셔샤보(지셀 키르케보)입니다(->).  


가사

이 노래는 워낙 원어 발음이 좀 까다로워, 외국어로도 흔히 불립니다. 참고로, 다음은 독일어 가사로 된 악보입니다(->). ( 사이트 속 위의 '>>'표가 그 다음 쪽 )


다음은 원문 가사입니다(철자법이 고쳐지기 전 가사)

  Kanske vil der gå både Vinter og Vår,
    og næste Sommer med, og det hele År; —
    men engang vil du komme, det véd jeg visst;
    og jeg skal nok vente, for det lovte jeg sidst.

    Gud styrke dig, hvor du i Verden går!
    Gud glæde dig, hvis du for hans Fodskammel står!
    Her skal jeg vente til du kommer igen;
    og venter du histoppe, vi træffes der, min Ven!


좀 더 실감이 가시라고 원문 발음을 음기(音記)해 보았습니다. |:   :| 표는 가사의 되돌이입니다. 일부는 연음(連音)대로입니다. 

   칸쉐 빌 데르 고 |: 보데 빈테로 보르 :|
   온 내스테 솜메르 메 |: 오 데 헤레 오르 :|
   멘 엔강 빌 뒤 콤메 |: 데 베 디야이 비스트 :|
   오 야이 스칼 놐 벤테 포르 |: 델롭테 야이 싣스트 :|

    ( 후렴: 아 ---------- ) 
 
   귇 스튀르케 다이 보르 뒤 |: 이 베르덴 고르 :|
   귇 글래데 다이 비스 뒤 |: 포르 한스 폳스캄멜 스토르 :|
   헤르 스칼 야이 벤테 틸 |: 뒤 콤메 리옌 :|
   옥 벤테르 뒤 히스토 페 |: 비 트래페스 다르 민 벤 :|


한편 기존 한글 가사는 귀에 익어 정답기는 하나 다소 원문에서 벗어난 느낌이 있어, 부족하나마 음절에 맞추어 필자 나름의 사역을 해 봅니다: 


1

그 긴 겨울도 봄도 다- 지나고, 겨울 봄 다 지나고-


또 여름날도 가시어 한 해가 져도, 한 해가- 져-도-


나 굳게 믿어요 그대 돌아올 테니, 되-돌아올 테니


꼭 약속한 대로 님을 늘 기다리리 늘 기다-리-리


2

주 하나님 네게 늘 힘- 주시리, 네게 힘을 주시리-


너 그 분 앞에 설 때 기쁨- 주시리, 큰 기쁨- 주시리-   


님 돌아올 때를 언제나 기다리리, 님을 기다리-리


저 하늘에서도 우리 다시 만나리, 또- 다시- 만나-



2절은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기독교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꺼리는 세속인 연주가들도 없지 않지만, 성악가들은, 전주 후 1절을 부르고, 간주 후 2절을 부른 다음에도 마무리하는 후주까지 있기 때문에, 노래를 완성하려면 싫든 좋든 반드시 2절을 불러야 하게끔 돼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듣는 이도 2절까지 들어야 하는 겁니다.

이 노래를 포함한 작품 '페르 귄트'와 작시자인 입센의 기독교성 여부는 글 나중에 다뤄 보렵니다.


이미 잘들 아실 테지만, 이 노래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맄 입센의 5막짜리 극시 '페르 귄트'(Peer Gynt)에다 같은 나라의 에드바르드 하게그뤂 그리크가 붙인 동명의 반주음악의 일부입니다. 그리크는 '노르웨이의 쇼팽'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국민주의 작곡가로, 노르웨이 음악을 국제 사회에 가장 널리 알리게 된 사람입니다[각주:3]. 그는 22세에 대 문호 입센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눴고, 10년 후엔 악계 명사로서 입센의 이 주문을 받습니다.   

작업이 작업인지라, 그리크는 베르겐 근교에다 사방이 유리창으로 된 별장을 하나 얻어, 아내이자 사촌 누이인 성악가 니나와 함께 지내면서, 전체 총 약 90분 길이의 반주음악 중 이 노래를 가장 먼저 작곡했습니다! 어느 밝은 여름날 저녁, 니나의 노래와 자기의 반주로 불러 보곤, "첫 미소"를 지으며 크게 만족한 작품이었지요. 그래서 평생 자신의 대표작으로 삼습니다. 아울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노래가 됩니다.

'페르 귄트'가 1876년 2월 27일 크리스탸냐(오슬로)에서 초연될 때, 그리크의 다양한 22개 곡들은 입센의 연극 자체의 지루함을 달래 주는 반주로써 충분한 효력을 다합니다.   

그리크의 명작으로는 그밖에도 저 유명한 피아노협주곡 A단조(Op.16), '홀베리 모음곡'(Op.40), 명 바이올리니스트마다 거쳐 가는 걸작의 하나인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C단조 Op.45)이 있죠. 그 밖의 노래로는 조수미도 부른 적이 있는, 대단히 감미로운 연가-'그대를 사랑하오'( 원제: Jeg elsker Dig ->) 등이 있습니다[각주:4]


노르웨의 민간 설화에 기초한 이 노래는, 페르 귄트라는 젊은이가 일찍부터 야망과 탐욕이 지나친 나머지, 남의 신부(잉그리드)를 데리고 산 속으로 숨으면서 방랑 생활을 시작해, 어머니와 연인인 솔바이를 버리고 산 속 괴물나라, 모로코와 바다와 에짚트, 미국 캘리포니아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성들과 돈 등에 빠져 온갖 방탕한 향략을 즐기며 지내다가, 늙고 빈털털이가 된 생애 끝에서야 비로소 고향에 돌아와 연인의 품에 안겨 죽어 간다는 줄거리입니다.

작곡가 그리크는 훗날, 총 약 90분 길이의 이 반주음악에서 마음에 드는 8곡을 따로 뽑아 4곡씩 따로따로 2개(제1,2번) 모음곡(組曲)으로 만들었는데, 이 노래는 두 번째 모음곡에 포함됐지요. 오리지널 반주음악 '페르 귄트'(Op. 23)에서는 제 4악장에서 나옵니다. 또 모음곡에서는 No. 2, Op. 55에 해당합니다.


이 연가의 구조를 보면, 전주(후주 포함)나 본 노래 멜로디 모두가 노르웨이 민요풍을 원용(遠用)한 애상적인 가락으로, 전주 끝에 고음부-중음부-저음부로 이동돼 가는 짧은 메아리 반복부처럼, 본 노래의 가사 매 줄 끝 부분을 효과적으로 반복해 (곡이 아닌) 가사 상의 메아리(!)를 이룹니다. 바꿔 말하면, 기악부에서는 전주/후주에서 음율 상의 메아리, 성악부에서는 가사 상의 메아리가 거듭되어, 멀리 반향하는 듯한 효과가 일품입니다.

단조 가락 전반부는 계절이 바뀌어 한 해가 가는 세월의 여상한 흐름을 물레가 돌듯 상승-하강-상승-하강으로 나타냈습니다. 약속에 충실하게 기다리는 강인한 여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 좀 더 고조되고 강세를 띠는 단조 가락 후반부(악식 상 B=bb' 부분에 해당)에서는, 기악 반주부에서 낭만파 작곡가답게 그리크 음악의 주된 특징의 하나인 미묘한 반음계적 화성 진행으로 기다림과 한탄의 느낌을 고조시키며, 단조 가락 끝 부분의 잠시 멈추는 듯한 ("라시라", "도레도"라는 보조음으로 된) 짧은 장식음은 간장을 에는 여주인공의 신음과 탄식 같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반면, 후렴을 이루는 멜리즈마 '아~' 부분(악식상 C에 해당)에서는 밝은 장조와 소위 '깡충리듬'에 가까운 리듬으로 일전/쇄신하여, 가볍고 서늘한 북국 바람을 타고 대망(待望)의 아우성과 호소를 저 멀리 산과 협곡과 피오르드 너머, 먼 대양까지, 그리고..하늘 위로 날려 보내는 듯 하지요. 최종의 옥타브 위 고음은 마지막 짧은 메아리 효과를 나타내면서 절정을 이룹니다. 
짧은 길이 속에 풍부한 서정이 담긴, 그리그 최고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옥에 티라고 할까, 아쉬운 점 한 가지는, 그리크가 가사 일부에서 유렆-라틴어계 노래의 공통점인 어간-강박 중심을 무시한 채, 음악적 효과를 위해 어미를 높은 음으로 당겨올려 다음 낱말의 머리/어간과 붙여 버린 부분들은 시구의 "구식" 처리로서, 언뜻 '듣는 이해'에 방해가 되어 혼동스럽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흔히들 이 노래를, 극시 끝에 불러지는 솔바이의 또 다른 노래인 '솔바이의 자장가'(Solveigs vuggevise)와 혼동하곤 하는데, 가사만 봐도 서로 전혀 다르지요. '솔베이지 노래'는 멀리 떠난 연인이 돌아와 주길 기다리는 연가이고, '솔바이 자장가'는 갓 돌아와 죽어 가는 늙은 남편을 '나의 아이(소년)'로 부르며, 그의 영원한 잠을 달래 주는 노래입니다. 솔바이는 페르의 '엄마'인 셈이지요.
  
전자는 극 제4막에서 불리고, 후자는 제5막 피날레 장면에서 막을 서서히 내리면서 불러집니다. 또 전자는 주로 단조이고 후렴 역을 한 멜리즈마만 장조로 돼 있지만, 후자는 주로 장조로 된 자장가입니다. 

다음이 진짜 '솔바이의 자장가'의 연주 사례입니다: 

-> 위에서 소개한 마리타 솔베리의 노래입니다. 

-> 핀란드의 소프라노로 그곳 그리크 해석가의 하나였던 아울리키 라우트와라의 노래 

이 자장가는 현악이 테마 가락을 앞서 잡아 고음부에서 아주 여리고 곱게 펼치는 천상 음악 같은 전주로 시작되며, 마치 '아이'가 잠을 깨랴 조심스러운 듯 또는 보듬어 주듯 화성 진행의 속도가 점진적이고 느립니다. 이 노래는 대조적으로 '솔바이 노래'만큼 잘 불리진 않습니다. 물론 자장가여서 가사도 단순하지만.


어쨌거나 '솔바이의 노래'의 호소력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거니와 스토리 내력과 가사 내용을 알 때는 더구나 듣는 누구나의 마음을 저리게 합니다. 한낱 우화에 바탕을 둔 노래로서는 무시 못할 실제적인 파워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입센은 '페르 귄트' 설화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귇브란살렌 지방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서 비롯된 "근거 있는 실화"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작가는 이 단순한 '실화'를 뻥 튀기 하듯 늘려 고도로 환각적/추상적/심리적/복합적인 드라마로 엮었습니다. 그리크는 이 거창한 작품의 반주곡 생산에 자신이 '비적격'이라고 한동안 번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센의 이런저런 장면 묘사 주문에 응하기보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나온 음악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게 됩니다. 


'페르 귄트'에서 얻는 교훈

참고: 페르귄트 희곡 영문 (전본) ->

노르웨이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페르 귄트'는 기독교적 배경 냄새가 물씬 납니다. 바로 이 노래의 2절도 그렇지 않습니까. 첫 막 첫 장면의 페르와 어머니의 대화 가운데서도 하나님이나 크리스토 이름을 빙자한 감탄사, 농담 등이 남발됩니다. 동네에 새로 이사온 솔바이네 집안도 당대의 평신도 설교자 한스 닐슨 하우게의 따르미들입니다.   

그러나 물론 입센이 이 작품에서 진지하게 기독교를 다루려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는 이 극시에다 당대 사회의 온갖 모순점과 문제점을 풍자하면서, 교계도 아울러 은근히 비판했지요. '페르 귄트'는 교회적 배경과 함께 신화적 배경도 지닙니다. 북구 신화 속 괴물들과 에짚트 신화, 피라믿과 스핑스 등 영지주의, 오컬트, 비밀집단들이 선호하는 묘한 대상들을 다루기도 했지요. 그러므로 입센이 종교를 말하려 했다면, 그건 참 기독교가 아닌 혼합종교였을 터입니다. 

입센이나 그리크나 모두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그들의 삶 속엔 거듭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전자는 젊을 때 한 여성과 동거해 자식까지 얻었지만 모두 버리고도 아무런 구체적인 뉘우침이나 회개, 갱신 사실이 엿뵈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사회를 비판하면서 '인형의 집'의 노라 같은 "자유 여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페르 귄트는 시대를 대표하는 부랑아로서, 여성들을 흡사 일회용 물품처럼 마구 대하고 마구 버립니다. 단지 성욕 충족의 대상일 뿐, 사람답게 가치 있는 대상으로 대해 주질 않습니다. 모든 것을 탕진하고 잃어 버린 그에게 한 가지 남은 게 있었다면 귀소 본능이랄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솔바이는 머리가 파 뿌리가 되기까지 한평생 그를 기다리다 돌아온 그를 반겨 맞아 줍니다.


앞서 비친 대로 솔바이의 노래 자체에도 기독교적 영향이 배여 있습니다.
과연 솔바이가 빌려 페르를 축복한 그 '귇'(Gud)은 기독교의 하나님일까요? 예수 크리스토일까요? 그냥 시와 노래의 수식어에 불과할까요? 입센은 이 작품에서 기독교나 크리스토로 돌아오는 귄트 대신, 거기 언제나 있어 꿋꿋이 기다려 주고 무조건 받아 주고 하늘로까지 이끌어 주는 신실한 한 여성을 구원(久遠)과 구원(救援)의 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솔바이는 더욱이 귄트가 그동안 뭘 했든지 무관하게, 하나님의 발등상 곧 심판대[각주:5] 앞에서도 "기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러므로 귀가 자체를 일종의 거듭남으로 본다고 할까요. 귄트는 앞서도 잠시 돌아와 둘이 한동안 같이 지내다 다시 떠난 바 있습니다.   

입센이 그린 페르의 구원자는 곧 '여성 크리스토' 겸 중재자인 솔바이이며, 신화 속의 여신이라고 할 수도 있고, 더 좋게 봐 주면 카톨맄 교의 마리아 같은 역할입니다. 어쩌면 입센은 20세기를 거쳐 곧 다가올 여신 숭배 시대인 뉴에이지를 내다봤을지 모릅니다. 이 여신은, 페르가 지금껏 엄청난 짓을 했든 뭘 했든, 회개 없이도 용서해 주고 받아 주는 스타일입니다. 그 점에서 입센이 그린 구원자는 만인구원적, 보편론적인 신이기도 합니다. 


입센이나 그리크나 결국 세상이 추켜 주며 받들어 주는 명성을 즐기며 제 잘 난 맛에 살던 명사들입니다. 문화 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구 충족을 시켜 주고, 나라와 사회를 위해 살다가 어디론지 갔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과 크리스토, 교회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태여 우리가 솔바이에게서 발견하는 긍정적인 암시가 있다면..솔바위(松岩)처럼 늘 푸르고 꿋꿋하게, 끝까지 서로에게 신실해야 할 이상적인 부부상과, 솔바이가 귄트를 기다리듯 교회는 크리스토님만을 사모하고 흠과 티와 주름이 없이 그 분이 오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진리입니다.  


 

  1. 원제: Solveigs sang. 영어: Solveig's Song [본문으로]
  2. 그의 약혼녀였던 마리아 폰 베다마이어 벨러. 본회퍼의 처형 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본문으로]
  3.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그의 선조는 스코틀란드 출신이었다. [본문으로]
  4. 사실상 그리그가 아내에게 바친 노래임. [본문으로]
  5. 원문의 '포참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