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
로마서 1장 25절에서 야기되는 이슈를 알기 위해 먼저 본문의 각 번역부터 나열해 본다.
• 이는 저희가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아멘 (개역한글판)
•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아멘 (개역한글 개정)
• 사람들은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과 바꾸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예배하고 섬겼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찬양을 받으실 분은 창조주이십니다. 아멘. (공동번역 개정)
• 사람들은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숭배하고 섬겼습니다. 하나님은 영원히 찬송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아멘. (표준새번역 개정)
- 이상 출처: 대한성서공회
• Who changed the truth of God into a lie, and worshipped and served the creature more than the Creator, who is blessed for ever. Amen. (KJV)
• For they exchanged the truth of God for a lie, and worshiped and served the creature rather than the Creator, who is blessed forever. Amen. (NASB)
• They exchanged the truth of God for a lie, and worshiped and served created things rather than the Creator--who is forever praised. Amen. (NIV)
• 이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말]과 맞바꾸어 피조물을 창조주 대신 경배하고 섬긴 탓인데, 그 분(창조주)은 영원히 송축받는 분이십니다. 아멘! (필자 사역).
1. 바꾸다
위 성구의 상반절에 있어 한글 역본들은 물론 영문 번역판 상당수에서 문제가 발견된다. 하나님의 진리는 본래 거짓으로(원어 '엔 프슈도이') "바꿀"(change into) 수가 없는 대상이다.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지금쯤 하나님의 진리는 존재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임스왕 역, 영(Young/직역) 등 수많은 역본들이 원어를 직역하는 과정에서 얼핏 그같은 오해를 낳게끔 표현을 잘못하고 있다. 관건은 여기서 원어 전치사 '엔'(in, 여기선 for의 뜻)을 26절의 전치사 '에이스'(into)처럼 풀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권 성서학자들도 인정하는 점이다. [http://www.ibiblio.org/bgreek/test-archives/html4/1997-09/20637.html 참조].
원문에서 '바꾸다'에 해당하는 원형 '메텔라소'란 낱말은 장소/조건의 이동/변화를 뜻하는 '메타'와 '알라소'(바꾸다)의 합성어다. 하던 행동을 그치고 대신 딴 것을 시작함을 뜻한다. 즉 하나님의 진리를 버리고(포기하고) 딴 것(사탄의 거짓)을 택하여 받아들인 것이다.
'메텔라소'는 신약 성경 전체에서 본절과 다음 절인 26절 딱 두군데만 쓰였다. 위에서 비쳤듯 두 구절의 차이는 이 메텔라소와 연계된 전치사가 25절에서는 '엔'인 반면, 26절에선 '에이스'라는 것. 그러나 상당수 역본에서는 이 '엔'과 '에이스'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한글 번역에서도 비슷한 과오가 보인다.
원래 우리 말은 '..으로'란 토씨에 크게 두가지 뜻이 있다. 용례를 대조하면..
진리를 거짓으로(거짓 되게) 바꾼다. (영어의 change into에 해당)
진리를 거짓으로(거짓을 갖고) 바꾼다. (영어의 exchange..with에 해당)
그런데 우리 글에서는 진리 대신 거짓을 택한다(영어의 exchange for에 해당)는 뜻으로서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고"라고 일반적으로 쓰지를 않는다. 어색하다. 오히려 "진리를 거짓[과] 바꾸고"가 더 낫다. '진리를 거짓으로'라고 할 때는 자칫 위 두 문장에서 전자의 의미로 보이기가 더 쉽다.
아울러..개역한글판은 본래 번역 당대에 '거짓으로'(with a/the lie)라는 뜻이 통용되던 때였다. 그러므로 그 시대엔 잘 통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은 그렇더라도 "자연스럽게" 현대적으로 했다는 표준새번역까지도 '거짓으로'라고 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이처럼 한글 번역의 '거짓으로'엔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다양한 혼동이 초래된다. 따라서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과 맞바꿔치고" 정도로 번역돼야 자연스럽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하나님의 진리가 거짓으로 변할 수 없다는 걸 누가 모르냐"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표현 자체도 알기 쉽게 해야 한다.
2. '그 거짓'
둘째로 이 성구에서 떠오르는 이슈는 '거짓'이란 단어의 [번역 보다도] 주해 문제다.
파울은 여기서 부정관사가 아닌 정관사(목적격) '토'를 쓰고 있다. 영어로 말한다면 a lie가 아닌 the lie, 즉 '하나의 거짓(말)'이 아닌 '그 거짓(말)'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는 문법상 여기서 'a lie'가 더 통상적이고 부드럽다. 대다수의 영역본이 그렇게 썼다. 한글 번역판들은 부정관사도 정관사도 없이, 아무 구분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정작 파울이 쓴 정관사는 전혀 무의미하게 돼버리고 말았다! 이 점이 심각한 것이다. 파울은 분명히 마음에 둔 뜻이 있어서 '그 거짓(말)'이라고 정관사를 붙였다. 왜 그랬을까? 신약성경에서 정관사를 붙인 '그 거짓(말)'은 오직 테살로니카 2:11과 이곳밖엔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 구절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우선 하나님의 진리와 대칭되고 상반되는 '그 거짓'은 보통의 거짓이 아닌, 사탄의 거짓이다. 창세기(3:1~5)의 그 거짓말을 기억하는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탐스럽다. 먹으면 하나님보다 더 지혜롭게 할만큼 보였다. 그 거짓말은 창조주보다 피조물이 더 섬길 가치가 있다고 이브를 유혹한 그것이다. '진리'는 오직 창조주만을 경배할 가치가 있다는 말씀이다. 아울러 예수 크리스토가 곧 진리와 말씀 자체이시다!
'거짓'은 창조주 아닌 피조물도 또는 오히려 피조물이 경배할 가치가 있다는 속임이다. 많은 학자들은 여기서 '거짓'이란 곧 우상을 가리킨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70인경(LXX)은 거짓이란 단어를 그런 뜻으로 썼다(예: 이사야 44:20). 이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파울은 이 성구에서 창조주와 우상의 결정적인 차이를 연역적으로 말한다. 곧 우상이 아닌 창조주야말로 영원히 그리고 당연히 송축(찬양)받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파울이 창조주의 참되고 유일하심에 감격하여 거의 충동적으로 즉석 찬양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아담/이브는 마귀의 유혹에 따라 당장 눈에 좋아보이는 것을 하나님의 진리와 맞바꿔버렸다. 말하자면 하나님과 마귀, 진리와 거짓 둘 중에서 마귀와 거짓을 택한 것이다. 선택의 여지, 자유의지를 악용해 고차원의 배신(high treason)을 해버린 것이다. 마치 철모르는 어린이가 집에서 소중히 간직해온 값비싼 골동품을 가치도 모르고 엿장수가 내미는 맛난 엿가락과 맞바꿔먹은 꼴이다. 주님보다는 은돈 서른 닢을 택한 이스카리옷 유다의 선택과도 통한다. 마귀는 이처럼 늘 진리 대신 거짓을 선택하도록 유혹해온다.
참과 거짓의 차이는 하나님의 말씀과 사탄의 말의 차이이며, 곧 진리와 허위/우상의 차이다. 이 점이 이 구절의 해석에 있어 강조돼야 할 것이다.
사실 마귀는 바로 이 거짓말로 예수님도 유혹했다(마태4:9)! 그러나 주님은 진리 즉 하나님의 말씀 편을 택했다. 둘째 아담은 첫째 아담과 달리 감연히 물리치고 승리하신 것이다.
그리고 문맥상으로는 동성애자들이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순리(이성 부부 관계)대로 써야 할 것을 마귀의 거짓말에 따라 역리(동성 간)로 바꿔쓰는 것이 곧 거짓에 대한 숭상이요 우상숭배라 할 수 있다. 동성애는 왜 우상인가? 동성끼리가 더 낫다고, 더 재미있다고, 더 멋있다고, 나아가서 더 바람직하고 더 이상적이라고 마귀에게 속아서 믿는 그것이 우상이다. 동성끼리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것 자체가 우상이다. 물론 남녀부부끼리도 하나님보다 더 중시하는 것이 다 우상일 수 있다.
오늘날 뉴에이지 종교는 창조주(예수 크리스토를 포함한 성삼위일체 하나님)가 아닌 피조물(자연과 악령, 마귀, 인간자신)을 섬기라고 유혹한다. 그러므로 뉴에이지 종교는 동성애도 별로 문제시 하지 않는다. 창조주가 말씀으로 우주만물을 만드신 사실을 부정하는 진화론도 뉴에이지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유행하는 '지적설계론'을 ['지적설계자'가 예수 크리스토를 포함한 성삼위 하나님이라고 고집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뉴에이지의 입장이라는 점이다. '지성적 설계자'라면 힌두교의 잡신일 수도 있고 UFO의 외계인일 수도 있다는 게 뉴에이지의 '관용적'이고도 사실상 비관용적인 입장이다. 그러므로 성경적 창조론이 아닌 지적설계론만으로는 진화론을 참되게 반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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