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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슈/물음과 답(Q.A)

누가 예수님 무덤을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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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무덤을 누가 지켰는가는..예로부터 대사제/파리세당 측인 성전 수비대 수비설과 로마경비대 수비설- 두 가지가 늘 있어 왔습니다. 물론 양 쪽 다 일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어느 한 쪽을 '전설'이라고 하기란 일단 좀 그렇군요.

저는 로마 경비대 수비설에 훨씬 더 무게를 둡니다. 그 이유 몇 가지:

복음서들 뒷 부분의 기술을 보면, 시종여일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체포부터 재판, 처형, 죽음, 부활 당시까지 로마인들이 관여했다는 것이죠.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 문제 처결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당대 유럽과 팔레스타인 종주국이던 로마 제국의 권력에 주로 의뢰했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당시 유다는 로마의 속국/식민지에 불과했으니까요.

이 점은, 예수의 재판/처형(채찍형/십자가형)/시신관리 등에 유대인들이 로마식민지 총독 필라투스에게 일일이 명령을 요청한 것만으로도 확실해집니다.

또 이보다 앞서 자신이 에돔(이두메아)계 로마인이며 로마의 꼭둑각시인 헤롣 왕이 옛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고 다시 지어 주기도 했습니다. 로마인들은 유대인들의 삶에 깊이 간여돼 있었고, 심지어 유대인들과 친근한 로마 백부장이 회당을 지어준 일도 있습니다.

이같은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깔고요..

예수님 무덤 수비에 관한 기록은 마태복음서 27:62-66, 28:4, 11-15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마태가 파수병/수비대라고 할 때는 거의 매 번 로마군들을 가리켰다고 봐야 합니다.

먼저 대사제/파리세당 사람들이 총독에게 와서 수비령(마 27:64)을 요청한 사실..이때 총독은 "여러분에게 수비대가 있잖소?"(65절)라고 반문합니다. 아마도 이 말에 근거하여 파수병들은 유대인 성전수비대였을 것이다 라고 단정하기 쉽겠지요. 그밖에도 이 설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부분은 28:15 하반절일 것입니다. 즉 대사제/장로들이 수비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시신도난설을 퍼뜨리라고 한 것이지요. 

그러나 성전수비대란, 고대로 레비 지족 사람들이며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 전속이지 다른 임무는 없습니다. 성전수비대가 극형을 받은 죄수의 무덤을 지킨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처형 받아 죽은 죄수의 무덤을 지킨다는 것은 레비인들에겐 부정한 일입니다.
더욱이 레비인들은 중무장 파수를 보기보다 성전 문 여닫기, 문 단속 및 출입단속을 한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물론 성전수비대가 후대에 종교지도층에 의해 타락해서 딴 일에 관여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므로 주님의 무덤을 지킨 수비대는 자연히 로마군 용병들이라고 결론이 납니다.
용병들이란 주로 돈을 받고 움직이는 로마군인들입니다. 이들은 당대 상관의 허락에 의해 유대인들의 이런저런 용무를 돕는 군인들이었지요.

이 사실은 다음 증거들 때문에 더욱 분명해집니다.

예수님의 겥세마네 동산 체포 당시 이스카리옽 유다가 이끌어 데리고 온 군대는 천부장이 이끌었습니다. '천부장'(원어 '킬리아르코스')이 시사하는 것은 최다 1천명의 군대라는 뜻입니다(요복 18:3,12 참조).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직접 파견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속들'(휘페레테스)로 표기 됐습니다. 몇 십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천부장 수하에서 일개 경비대를 파견해 주는 정도는 간단한 일입니다. 유의해서 보십시오: '예수 체포'라는 중대한 사건에 임하여..유다가 기세등등하게 스승을 체포하려고 이끌어 온 사람들 중 대사제/파리세 쪽 사람들은 큰 군대가 아니라 얼마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하속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당대의 로마 경비대는 16명이 한 단위로서, 4명씩 교대로 지키는 제도였지요. 물론 당대 최강의 군세였기에 매우 강력했습니다. 이들은 만약 시신이 도난이라도 당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기네 목숨으로 바꿔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지키지 않았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리고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바라고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확실한 경비대였습니다.

마태는 예수님과 두 강도들의 십자가 처형 당시에도 백부장 이하 최다 100명의 군대가 형장과 처형 과정을 "지켰다"고 했습니다(마 27:54). 물론 십자가 처형법도 로마식입니다. 이래서 경비 임무는 로마군인들이 모두 담당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로마군대가 형장만 지키고 무덤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조화되지 않습니다.  

필라투스가 "여러분에게 수비대가 있지 않소?"라고 한 말은 이미 유다와 종교인사들 수하에 맡긴 일정 수의 로마군 용병 경비대 대원들을 말하는 것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종교인사들은 경비대와 함께 가서 무덤 입구를 막은 돌을 봉인했습니다(27:66). 이 봉인은 지배자인 로마제국을 대표하는 총독의 인장으로 찍은 봉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과정도 로마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 즉 로마군 없이는 안되는 일입니다. 

이제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첫째로, 무덤 경비병들이 로마 군인들이었다면..부활의 새벽에 천사가 나타나 돌을 굴리고 지진이 발생한 놀라운 일을 왜 직접 프레토리움의 총독부에 보고하지 않고 대사제들에게 보고했느냐..? (28:11 참조).

그 답은 간단합니다. 마태 28:14을 보십시오. 대사제들이 경비대원들에게 "혹시 이런 소문이 총독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그분을 잘 구슬러서 그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우리가 잘 처리하겠소" 라고 한 것입니다.

대사제의 이 말에서 우리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1) 로마경비대원들은 죽음으로 맞바꿔야 하는 크게 우려되는 현실이 무덤에 발생했고 
2) 궁극적인 경비령 시달자는 최고 상관인 필라투스라는 것입니다. 

자연히 겁이 난 이들은 대사제들에게 여차저차 사건을 귀띔해 주고 목숨을 지킬 방도를 강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마태 28:14이 시사해주는 포인트들은, 예수님의 무덤을 지킨 수비대는 로마군이었다는 것이 분명해 집니다. 만약 로마군대가 아니었다면 28:14의 의미가 도무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둘째로 떠오를 수 있는 물음은 어떻게 유대인들이 아닌 로마 군인들이 나가서 유대인사회에 시신도난설을 퍼뜨렸냐는 것입니다.

이 역시 해답은 간단합니다.

1) 이 로마군인들은 현지 언어에 익어 있어 유대인들과 자유자재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2) 이 경비대원들은 직접 무덤을 지켰기에 그 누구보다 유력한 현장 '증인'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성전을 지켜야 할 성전수비대가 뇌물을 받고 두루 돌아다니면서 시신도난설을 퍼뜨린다는 것은 영 걸맞지 않은 일입니다.  

이상으로 미뤄 볼 때, 예수 크리스토님의 무덤을 지킨 사람들은 로마군 경비대였다는 설이 훨씬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