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시대의 헤브론 (성벽은 헤롣 시대에 건립됐음)
질문의 사람 다윋
미국 유학을 해 본 사람은 잘 알지만..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스승에게 거수 질문을 자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성적이 좋습니다. 미국 교사/교수들은 항상 누군가 질문해 주길 바라고 있어, 학생이 연필이나 손가락만 자칫 까딱 해도 "예스?" 하고 질문 내용을 묻습니다. 질문할 의도가 아니었을 경우 당황할 정도지요.
질문을 자주 하면, 교사/교수의 강의의 흐름을 타고 있고 늘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간접 표시가 되어 자연히 교수의 눈길을 끕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여러 학생들이 교수와 계속 질의/응답하는 광경도 자주 목격되지요. 따라서 미국 학교에선 수줍음을 타면 낙제하기 쉽습니다.
하나님께 올바른 질문의 '공'을 자주 건네는 사람은 하나님께 사랑 받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친절하고 정확한 답변의 공이 되날아 옵니다. 하나님과 질의/응답의 공을 자주 패스하는 선수는 하나님의 신앙 테스트도 쉽게 패스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다윋이 그랬지요. 다윋은 매 번 만사에 일을 치르기 앞서 미리 하나님께 여쭙는 모범생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미국에 살았더라면 대학/대학원을 최고수석-'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로 졸업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다윋은 하나님께 무수히 질문을 던지며 하나님은 그때마다 정확하고 적절하고 예언적인 답변을 해 주십니다(슘A 22:3, 23:2,4 등). 성경엔 다윋처럼 하나님께 성실히 질문한 사람도 드뭅니다. 바로 그 점이, 그가 "하나님과 마음이 맞는" 비결이기도 했지요!
왜 그럴까요?
당시만 해도 신자들 속에 성령님이 내주하시기 오래 전이라서, 다윋의 속에는 하나님이 내주하지 않았고 그냥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령님이 내주하시기 시작한 때는 예수님의 수난/부활/승천 후 오순절 성령강림 때 부터의 일입니다(요복=요한복음서 7:39 참조).
자.. 그래서 다윋은 하나님과 더욱 가까이 할 욕심으로 레비 사제의 예복(에폳/ephod)도 부러워 했고, 실제로 갖게 되자 수시로 착용하고 활용하기도 했습니다(슘A 21:9, 23:9~12, 30:7,8 슘B 6:13~15). 고대 레비 사제들은 판결을 위해 하나님의 뜻을 여쭐 때 이 옷을 입고 우림/툼밈으로 여쭙고 답을 얻었기 때문이지요(출 28:6~30, 민 27:21). 다윋은 레비 지족이 아니었지만 이것이 허용됐습니다. 슈무엘은 레비 족이었지만 대사제가 아닌데도 어릴 때부터 성막에서 하나님을 섬기면서 허용됐습니다(슘A 2:18).
[참고로..에폳은 금색/청색/자색/홍색/흰색 등 5 색상의 실로 짜서 만들었고 견대를 달아 견대에 각 6명 씩 이스라엘 지족의 이름을 새겨 넣은 호마노 2개를 붙였습니다. 에폳 위를 매는 띠도 금/청/자/홍색 실과 곱게 짠 베실로 붙였습니다.]
거듭난 신자는 옛 다윋과 달리, 속에 내주하시는 성령님께 질의/응답을 하고 있습니다(이사야 30:20,21, 요복 14:26, 16:13, 23, 요서A 2:20). 우리의 편의와 우리의 혜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속에 계신 그 분이 곧 스승이고 길라잡이, 우리의 위로자/협력자/상담가/자문위원/전략가이시고 변호사이십니다. 신약시대/은혜시대/복음시대/성령시대/교회시대의 큰 이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할렐루야!
다윋은 왕권이 굳건히 서고 난 뒤에도 일마다 때마다 하나님께 늘 여쭙고 응답을 받은 뒤에 비로소 행동했습니다. 왕세자 슐로모에게만 허가된 성전건축도 마음대로 나서지 않습니다(슘B 7: 전장 참조).
다만 밭쉐바와의 동침 사건, 센서스 건(24:1~3) 등 예외인 때도 있었지요. '예외'인 때는 거의 매번 그가 실수/실족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도 성령으로 바로 일깨워 주는 대언자 앞에서 즉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회개합니다(12:1~13, 24:10). 바로 그 점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윋은 이스라엘 판 '왕자의 난'-압살롬 반역 사건(슘B 15~19장 참조), 전국 온역 사건(24장 참조) 외에는 거의 한평생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면서 나라를 탄탄히 세워 갑니다.
다윋이 하나님께 자주 질문을 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의 신적 권위와 최고 권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전지/전능성을 인정했을 뿐더러 하나님이 상담가/전략가/자문위원이심을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다윋이 위의 권위를 적극 인정하고 순복한 정신은..바로 선배인 샤울 왕이 악한 사람인데도 샤울이 성령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점을 각별히 인지하고 철저히 존중해 준 점으로 미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윋은..조상 아브라함과 모쉐 등에게 몸소 나타나셔서 친히 이끌어 주시던 하나님이 바로 성자님이셨다는 사실을 영적 슬기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먼 훗날 자기 후손 중에 오실 메시아(=예수 크리스토)를 '주님'으로 부른 사실로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후손을 '주님'으로 불러 모신 사실을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자님은 다름 아닌 기묘와 모사, 즉 하늘의 상담가/자문위원/전략가이십니다(이사야 9:6). 그 분은 하늘의 무한한 지혜와 지식의 보고-슬기의 뱅크, 로고스이셨으니까요.
다윗은 또 최후 판관(=사사)이자 대언자인 슈무엘이 하나님께 자주 상담 받는 모습을 배우고 본받습니다. 슈무엘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은 많지 않았으나 이 하나님의 사람을 아버지처럼 깊이 존중했고 특히 샤울의 칼날을 피해 라마에 있는 슈무엘의 대언자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그곳에서 대언자 생도들이 대언의 영이신 성령님께 민감하게 귀 기울여 '상담훈련'을 받는 모습에서도 많은 것을 터득했을 터입니다.
슈무엘이 하나님의 영을 받들어 창건한 이 대언자학교가 있는 성산을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심지어 다윋을 죽이려고 찾아 온 샤울 왕까지도 즉석 기름부음을 받아 여러 시간 아니 여러 날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샤울이 왕 되기 전에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만.
그러나 샤울은 하나님께 불순종한 뒤 성령님이 영 떠나 버리셔서 전혀 영감이 떠오르질 않자 급기야 자기가 나라에서 내쫓았던 엔도르의 신 지핀 산골 무당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즉 하나님 아닌 악령에게 자문을 요청했던 것이지요. 결국 그는 자신뿐 아니라 자식들까지 몽땅 죽음으로 몰아 넣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님께 여쭙지 않고 무당/점쟁이/역술사/도사 등을 찾는 사람 위에는 하나님의 저주가 그냥 머물러 있습니다. 만약 믿는 신자가 그랬을 경우 반드시 철저히 회개하지 않는 이상은 저주가 후대까지 지속됩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이 특별히 혐오하시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이 죄악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자존심과 직결됩니다!
성령님께 '상담'과 '자문'을 받는 훈련이 그토록 중요합니다. 주님께서도 늘 아버지 하나님께 탄원하고 형편을 아뢰었습니다(히브리 5:7).
다윋이 하나님 앞에 질문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은 주변에 많은 대언자/선견자(seers)들을 두었던 점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다윋 성막에서 하나님 앞에 음악을 연주하며 경배했던 레비 음악인들은 거의 모두 대언자/선견자들을 겸직했지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전성기였던 다윋-슐로모 시대에 성막/성전에서 활약한 레비 음악인들의 3 악장(찬양대장)이었던 헤만/아삽/에탄(=예투둔) 등 3명은 모두 다윋의 전속 선견자들이기도 했습니다(연대기A=역대상 25:5, 연B 29:30, 35:15).
현악/기악/성악을 연마하여 하나님 앞에서 연주했던 레비 음악인들은 특히 악기를 켜며 신령한 노래 즉 영적인 음악으로 대언을 하곤 했습니다(연A 25:1~3). 이들은 샤울로부터의 도피 시절, 다윋이 방문했던 바로 라마 대언자 학교/산당에서 또는 거기서 배운 그 선배들에게서 훈련 받았음이 거의 틀림 없습니다(슘A 10:5, 19:20~24 참조).
왜냐하면 헤만은 다름 아닌 슈무엘의 손자였고 아삽, 에탄도 모두 그들의 형제/친척들이었기 때문입니다(연A 6:33). 성막/성전 음악인들과 사제층은 모두 레비 족 출신이었고 슈무엘 자신 레비 지족 출신입니다. 특히 헤만은 아들/딸 13명 전원이 기악과 성악, 신령한 노래에 능숙한 성전 음악인들이었지요(연A 25:5)!
고대의 거룩한 음악은 이처럼 대언과 밀접한 연계가 있었습니다(왕들B 3:15). 다윋 자신 수금 등 신령한 음악과 노래에 익숙했지만, 이들 레비 음악인/선견자들의 자문을 받았음에 틀림 없습니다.
첫 왕도 헤브론
우리 하나님-야웨/주님은 언약의 신이십니다. 아득한 옛 언약을 늘 기억하십니다.
샤울 왕과 그 왕자들이 전사하고 이스라엘이 평온을 되찾은 얼마 후 다윋은 하나님께 여쭙습니다(슘B 2:1).
"제가 유다의 한 성으로 올라갈까요?"
"그래, 올라 가거라."
"어디로 갈까요?"
"헤브론으로!"
헤브론(Hebron).. 다윋이 세운 유다 왕조가 터 잡은 첫 수도입니다. 아직 샤울 왕의 출신 지역인 이스라엘을 아우르기 전, 나머지 다윋 자신의 출신 지족인 유다 족만의 왕으로 추대됐을 당시 즉위한 곳입니다. 다윋은 이곳에서 7년 반, 훗날 예루살렘에서 33년, 도합 40년반 동안 왕위에 앉아 전국을 다스립니다. 샤울 왕과도 같은 기간이지요.
헤브론이란 이름은 연합/동맹/단합이란 뜻입니다. 유다 족이 다윋을 중심으로 뭉쳤기에 본래의 도시 이름마저 걸맞습니다. 다윋의 제1 왕도로는 이보다 더 뜻 깊은 전통적 곳도 없을 터입니다. 헤브론은 까마득히 아브라함 때부터 언약의 도시였습니다. 특히 유다 족을 위해 하나님이 직접 챙기시고 빼 내신 이 도시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 올라 가 보렵니다.
본래 이 언덕의 도시는 아브라함이 카나안에 정착했을 당시 큰 상수리나무 숲이 포함된 맠펠라 들, 동굴 등을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매장지로 헽 족(Hittites)의 지도자 에프론으로부터 사 들인 곳입니다(창 23:3~4). 땅 값은 은 400 쉐켈. 맠펠라엔 그 후에도 아브라함 자신과 후손들 몇 대가 묻힙니다(창 49:31).
카나안 7족의 하나였던 헽 족은 세계사에서도 주목 받는 고대 히타이트 문명을 이룬 민족이었습니다. 노아의 손자 함의 아들인 카나안의 아들 헽에게서 비롯된 이 민족은 카나안에 초기부터 머물던 토착민이었지요(창 15:20). 주로 헤브론과 카나안 중부 산지에 거주했는데(민 13:29)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습니다(예슈아=여호수아 1:4).
[헽 족은 그밖에도 에사후 탓에 아버지 이짜크가 본의 아니게 사돈지간을 맺기도 했지요(창 26:34). 훗날 다윋에게 충성했던 두 사람, 아히멜렠과 죽기까지 충성하면서도 다윋에게 아내를 뺏긴 애국충신/장군 우리아가 이 민족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슈무엘B 23:39).]
헤브론은 '키리앝-아르바'라고도 불립니다(창 23:2, 판관들=사사기 1:10). '아르바의 도시'란 뜻이지요. 아르바는 고대 헽 족의 최장신 장수였습니다(예슈아 14:15). 그 후 그 후손들인 아나킴(=아낰 족)이 이곳에 살게 되지요(민수기 13:33).
그건 그렇고..아브라함은 왜 이곳을 가족 매장지로 삼았을까요?
그 까닭을 창 13:18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일가가 아버지 테라 시절 우상의 도시국가 칼데아-우르를 빠져나와 카나안으로 와서 조카 롵 일가에게 먼저 지역 선택권을 주어 롵이 소돔/고모라를 택하자 아브라함은 장막을 옮겨 헤브론 산지 마므레 상수리 숲에 거주하면서 거기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습니다. 아브라함이 벹엘과 아이 사이에 쌓았던 카나안 지역 내 첫 단에 이어..두 번 째 제단이었지요(창 13:3,4 참조).
따라서 이곳은 에브론/헤브론/맠펠라/마므레/상수리숲/키리앝 아르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광야시대를 거쳐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지 카나안을 되찾았을 무렵. 과거 모세 생존 당시 카나안 정탐을 나섰던 12 첩보원들 중 에프라임 지족 출신인 예슈아와 함께 유일하게 광야1세대로 살아남은 유다 족 대장군 칼렙에게 헤브론 땅이 기업으로 주어집니다(예슈아 10:36,37, 14:13~15, 15:13).
당시 헤브론 산지에는 거인족 아나킴이 살고 있었습니다. '목이 길다'는 뜻을 가진 아낰 족은 홍수 전 고대의 용사들인 네필림의 '후예들'로 불리기도 했습니다(민 13:33, 참고: 창 6:4). 아낰의 옛 선조가 바로 아르바였습니다(아르바가 아낰의 '아버지'라고 한 번역은 아버지와 선조를 혼용하는 고대 히브리어 용례를 혼동한 결과임. 모쉐는 창세기를 기록할 때 이미 키리앝 아르바란 이름을 언급했음).
그런데 용맹무쌍한 80대 노장 칼렙은 아낰의 세 아들을 비롯한 거인족을 거기서 내쫓아 버립니다(예슈아 15:13, 판관들 1:20). 흥미롭게도 칼렙의 증손자의 이름이 '헤브론'입니다(연대기A=역대상 2:42).
헤브론은 또, 레비 사제들이 살면서 부지 중 살인 죄를 짓고 도주해 들어오는 살해자의 목숨을 건져 주는 수많은 '도피성'들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예 21:13).
아브라함의 초기 제단이 있고 가문의 묘원인 맠펠라가 있는 이스라엘의 고대 사적지를 결국 유다 족 칼렙 장군이 되찾은 셈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내력이 있는 헤브론에 유다 족 후예인 다윋의 왕도가 자리잡은 것은 걸맞은 이치라고 아니할 수 없지요.
헤브론이란 도시 이름은 다윋이 예루살렘으로 천도한 뒤, 연대기 이후로는 성경에서 사라지지만 지금 현존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이름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예수 크리스토께서 다시 재림하시는 날, 이곳에 잠든 아브라함/사라 부부와 그 후손들의 몸이 여기서 모두들 불쑥불쑥 일어나 하늘에서 내려온 영들과 재결합하여 신령체가 되는 장관을 이룰 것입니다(테살로니카A 4:13~18, 참조: 코린토A 15:35~58). 할렐루야!
다윋의 진짜 왕도는 바로 아브라함을 축복했던 옛 사제/왕 멜키쩨뎈이 다스리던 고대도시 샬렘 겸 '왕의 골짜기' 샤베 부근인 예루샬렘이지요(창 14:17, 슘B 18:18). 다윋은 헤브론에서 7년을 지낸 뒤 이스라엘의 나머지 11 지족들로부터 명실공히 이스라엘 왕으로 추대받은 뒤(슘B 5:1~5) 예부쉬 족의 철옹성인 이곳을 빼앗아 다윋 성 곧 찌온(=시온)성을 구축합니다(5:6~10).
[ 필자는 외래어를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생각입니다. 이 점, 독자의 이해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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