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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리뷰

참 사랑의 날? 거짓 사랑의 날?


 "하느님, 저의 발렌타인이 돼 주세요!"

이런 말이 과연 타당할까요? 그러나 요즘 미국 교계엔 그런 말들이 유행합니다. 

남녀 사랑과 초컬맅의 계절,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 영어식 발음: '봴런타인') 전통이 동서양을 망라한 세계 속에 자리잡아 갑니다. 과거엔 발렌타인데이의 이름도 제대로 못 듣던 대한민국도 요즘 이 '-데이'의 열풍이 대단합니다. 한글 구글에서 관련 탐색을 해 봤더니 무려 5,940,000개 창이 뜨는 군요. 크리스마스 관련 항(13,100,000)보다는 적지만 절반은 족히 되는 양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매년 이맘때 전세계에 평균 약 10억장의 카드가 우송돼 크리스마스 카드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기록한답니다. 또 미국 남성들은 이 시즌에 여성들의 2배의 돈을 쓴답니다. 부부/연인들 사이에 빨간 장미 꽃다발, 보석, 캔디 등이 교환되지요.
이 시즌은 꽃다발/캔디/선물가게로선 최대의 대목철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날 미국 공립 초등학교 교실이 빨강/핑크 하트 등으로 아기자기 장식되고 카드 교환, 캔디 먹기 등의 전통이 지켜집니다. 웹이 발달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온갖 e카드, '러브쿠폰' 등도 활용됩니다. 
 
한국의 발렌타인데이는 가까운 일본의 초컬맅 상술 바람을 타고 건너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현대의 발렌타인은 흔히 '사랑 마크'인 하트와 비둘기, 로마 신화 속의 날개 돋힌 쿠피드(그리스 신화의 에로스) 등으로써 상징되곤 합니다. 특히 화려한 카드와 빨간 하트 상자 속 초컬맅을 주고 받습니다. 발렌타인 카드 보내기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고 미국에선 1847년 에스터 하울랜드 여사의 종이레이스 카드로 본격화됩니다. 1863년쯤엔 이미 성탄절 다음으로 가장 흥청대는 명절이 됐습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어느 모로 보나 매우 세속적인 명절이랄 수 있지만 많은 교회들이 이 날을 젊은이들을 위해 신경 쓰고 힘을 기울이고 투자를 하는 게 사실이지요. 다른 여러 명절들과 마찬가지로 이 날도 교계와 상업계가 잘 아우러지는 한때이기도 합니다.
로마 카톨맄 교회는 물론, 정교회(7월6일)/성공회/루터교회(미주리총회, LCMS) 등이 이날을 '교회 명절'로 지킵니다. 특히 (중도파) 크리스천 미디어들도 이 날을 은근히 부각시키고요.

유래

흔히 '성(St.) 발렌타인'이라고 불리는 로마 카톨맄교회의 장로사제(Presbyter) 발렌티누스의 이름은 가치를 뜻하는 '발렌스'라는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순교자인 그는 이날(2월14일) 로마 북부 비아 플라미나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명이인들도 있어 헷갈리는 상황. 즉 로마의 한 사제, 인테라마(현 테르니)의 주교, 아프리카 로마령의 한 순교자 등이 있지요. 더구나 로마교회 순교자명록엔 모두 7명의 발렌티누스가 있답니다.

발렌티누스 기념절은 496년 로마교황 겔라시우스1세에 의해 제정됐습니다. 발렌티누스에 관한 모든 것이 막연해 이 교황은 "그 이름들은 민중 가운데 옳게 존경 받아도 그 행위는 하느님께만 알려진 사람들" 중 한 명으로 포함시켰답니다.

'뉘렘베르크 연대기'(1493년 http://en.wikipedia.org/wiki/File:Liber_Chronicarum.jpg )에는, 판화 초상화를 곁들여 황제 클라우디우스2세(클라우디우스 고티쿠스) 때 순교한 로마의 사제라고 표시했습니다. 황제에게 박해 받아 수감 중이던 두 카톨맄 신도 커플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돼 수감됐다가 순교했다는 군요(바로 여기서부터 발렌타인 전통과의 연계를 봅니다). '성인'들의 전설을 팬시하게 해설한 '레겐다 아우레아'(원명: 레겐다 상토룸) 즉 '황금전설'에는 좀 다른 버전으로 나옵니다. 

인테람나의 의사 겸 사제(또는 주교) 발렌티누스는 폴리아뇨의 펠리치아누스에게 서품을 받고 197년 그곳 주교가 됐답니다. 플라치두스 푸리우스(일설엔 아우렐리아누스)의 명령으로 비밀리에 수감돼 고문을 받고 목 잘려 순교했다는 군요. 옥중 순교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죄목으로 수감됐고 감옥 속에서 간수의 딸의 눈을 고쳐줘 간수를 개종시키기도 했답니다.

이 발렌티누스가 로마의 주교와 동일인물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는 알기 어렵지요. 아무튼 발렌타인데이가 카톨맄 교회와 밀접한 연계가 있음을 미뤄 알 수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와 연계된 고대 발렌티누스의 무덤/유품/유골/비문 등은 로마와 비아 플라미나,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로크모르, 비엔나의 스테판스돔, 스코틀란드의 고어발스, 영국 버밍엄 등에 산재해 있습니다.

아무튼 이 발렌티누스는 후대에 '연인들의 수호성인'으로 부각됩니다.

18세기 영국 카톨맄 사제 겸 고문서 연구가 알번 버틀러와 고서수집가 프랜시스 두스에 따르면, 발렌티누스데이는 본래 '루페르칼리아'라는 고대 이교축제를 잠재우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숨진 발렌티누스의 이름을 빌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쟄 아루치 교수(캔저스 주립대/역사학)는 대다수의 발렌틴 전통들이 14세기 영국 작가/시인 조프리 초서('캔터베리 이야기' 저자)와 그 동료작가들이 남녀의 사랑과 결부시킨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합니다. 초서의 시, '조류(鳥類)들의 의회'(Parlement of Foules=Parliament of Fowls)에 따르면, 발렌타인데이가 연인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묘사돼 있지요. 이 시엔 그리스 '사랑의 신' 베누스의 신전, '자연' 신이 의회를 열어 새들이 교미할 짝들을 찾게 하는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초서의 이 시 일부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성 볼란티니스의 날로
    그날 모든 새가 그리 와 자기 짝을 찾는다네.

이 시는 영국왕 리처드2세와 보헤미아의 앤의 결혼을 경하하는 뜻에서 쓴 작품입니다. 결혼약정서는 1381년 5월2일이었고, 이 날은 또 다른 발렌티누스인 (제노아의) 발렌티누스의 날(307년 작고)의 날이었답니다.  

루페르칼리아
  
루페르칼리아는 고대 로마제국의 수도 로마를 중심으로 2월 13-15일 사이에 지켜진 이교 축제 절기입니다. '다산'(多産)과 결부된 늑대신 '루페르쿠스'(그리스의 '판'에 해당) 축제로, 이보다 더 대중적인 '주노(로마 여신, 그리스의 헤라) 페브루아타'(정화의 여신 주노의 축제)란 이름으로 유행했답니다.

특히 늑대(라틴어: 루푸스)는 로마제국의 창설자로 알려진 로물루스/레무스 형제의 전설과 직결돼 있습니다. 목신(牧神)들을 두루 섬기는 이 날은 염소와 개를 제물로 바쳤고 젊은 사내들이 짐승털옷을 입고 동굴에서 달려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들과 맞부딪치는 여성들은 틀림없이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미신도 얽혔습니다.

이 무리들을 '페부르아', 축제를 '페브루아티오', 그 날을 '디에스 페부르에투스'라고 불렀고 바로 여기서 2월의 영어 'February'가 나왔습니다. 고대 로마력의 끝달이었지요. 이 축제는 교황 겔라시우스2세에 의해 폐지됐습니다.  

중세

프랑스는 1400년 발렌타인데이에 파리에서 귀족/기사들의 비밀 연애를 다루는 '사랑의 고등법원'을 시행했습니다. '판사'들은 시 쓰기/읽기 수준을 기준으로 여성들이 뽑았습니다. 그래서 중세 최초의 발렌타인은 프랑스 오를레앙 공작 샤를르가 런던 감옥 속에서 아내한테 보낸 것이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는 쉐잌스피어의 햄맅 중 '오필리어'의 노래에도 나타나지요.
 
현대

발렌타인 데이는 1840년대에 미국에서 성 발렌타인 데이의 신기원을 이룩했답니다.
즉 리 에맄 슈미트가 월간지 '그래엄스 아메리칸 먼틀리'에다 "성 발렌타인은 전국 공휴일이 돼 가고 있다..아니 이미 됐다."고 쓴 것이 일대 계기가 됐습니다. 

문제점

발렌티누스가 누구였든 간에 죽은 사람을 추앙하고 그 날을 특별히 기념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며, 악령들 특히 고인을 잘 아는 친숙령들이 틈 탈 기회입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바로 말하면 사랑의 미신과 미혹, 유혹의 날입니다. 교회가 뭐라고 갖다붙이든 아가페 사랑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날 사람들은 플라토닠/에로스 사랑을 다룹니다. 고중세 총각들은 처녀들의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고 서로 매치가 되면 이듬해까지 서로 자기 '짝'으로 여겼습니다.
수 세기 동안 처녀들은 이날 자신이 만난 첫 총각과 결혼하든지 전날밤 무덤을 찾아가 자신의 미래 짝의 이미지를 유령으로 불러냈다고 합니다. 

과연 불투명하고 의문스런 유래를 지닌 이런 명절을 교회가 지켜도 되는가 라는 의문이 뜹니다.

에드워드 기본스는 그의 작품 '로마제국의 패망'(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에서 "제국의 수도 로마의 개종 후에도 신자들은 매년 2월 루페르칼리아 축제를 즐겼고 동물과 식물계의 신비로운 번식력의 영향을 여기 돌렸다"고 썼습니다(Vol. II, The Modern Library, p. 327).   

특히 발렌타인 시즌은 모든 점성술사/점쟁이들이 동네 남녀의 애정 운을 점쳐 주고 짝지어 주는 '뚜쟁이' 역할을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발렌타인데이, 점성술' 영문 탐색을 해 보면 무려 15,400,000 사이트가 뜹니다. 점성술과 점술은 모든 마법/오컬트/심령술과 함께 하나님의 혐오 대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단지 어리석고 비이성적인 정열 내지 열중/심취(infatuation) 행위라고 합니다. 이 심취 작용은 신경전달성 뇌 홀몬 페니레틸라민(PEA)과 화학성분을 급격히 바꿔줌으로써 '사랑에 빠져들기' 경험을 가져옵니다. 신화에 따르면, 바로 '쿠피드'가 화살을 쏜 뒤의 일이지요.
홀몬 PEA는 도파민과 도파민에서 우러나온 노레피네프린과 함께 작용해 소위 '다행증'(多幸症/euphoria)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것이 곧 남녀 간의 이기적 사랑인 에로스를 낳습니다.

그러나 에로스는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아닙니다.
성경의 부부 사랑도 본래는 희생적 아가페에 그 뿌리를 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성도들의 사랑을 연중 아무 때라도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할 특별한 날이 따로 필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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