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개입한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 전쟁 개전 10주년에 즈음하여 미국내에서 실시한 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테란들(veterans 곧 참전용사 또는 퇴역-재향군인들, 미국식 발음은 '베러런스')의 50%와 일반인의 41%가 아프간 전쟁이 싸울 가치가 있었다고 표명했답니다. 이라크 전투에 대해서는 참전자들의 44%, 일반인들의 36%가 같은 견해를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9.11후 아프간-이라크 전에 참전한 젊은 베테란들 가운데 불과 34%만, 두 전쟁이 희생할 가치가 있었고 미국에 그만한 대가와 혜택을 주었다고 믿는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나머지 3분의2는 두 전쟁이 그만한 가치가 없었고, 따라서 일부는 헛된 희생이었다고 느꼈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도 베테란들의 96%는 자신들의 복무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74%는 군 경험이 삶에 도움됐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80%는 후배들에게 군 입대를 권했고, 93%는 성숙에 도움된다고 했답니다.
퓨(Pew)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이 조사는 1,853명의 베테란들(그중 712명은 9.11 이후 참전자)과 대중으로 나눠 별도로 2회에 걸쳐 한 것입니다.
한 가지 대다수(베테란들의 84%, 일반인의 71%)가 공감한 것은 군인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대중이 거의/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폴 리크호프 이라크-아프간 전 참전용사회(IAVA) 총무는 "우리가 부딪는 최대의 도전은 용사들과 대중 사이의 전례없는 분열감(disconnect)이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미 국방부를 포함한 연방정부에 의해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아프간-이라크 전의 명분과 내용이 일반인에게 가려졌다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역 후 삶이 어려웠습니다. 이라크-아프간 베테란들의 약 절반은 과거 전쟁 시대보다 민간인 생활에 재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답했고, 37%는 전후 트로마(trauma)/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호소했습니다.
베테란들 대다수는 이젠 해외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치심할 것을 미 정부에 주문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베테란들은 나라의 전쟁 동기를 지지하는 애국자들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현상은 아마도 보수계엔 꽤 충격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들 보기에 전쟁이 일어나면 으레 마땅히 적국과 싸워야 참 애국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베테란들을 이해는 합니다. 수많은 참전자들이 여생을 영광과 자랑보다는 더 큰 불행과 슬픔 가운데 살아가기 때문이죠.
10여년 전 워싱턴몰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질 때 몰에 가득한 참전용사들 사이에 끼어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출신이라고 말하자, 백발이 성성한 그들 대다수는 반가워 눈물을 흘리며 껴안아 주기를 원했습니다. 자신이 6.25 이후 한국의 어느 전투에 참가했다고 지난 무용담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순간 싸운 보람은 느낄지 모르지만, 그들의 집안은 전쟁의 여흔이 아직 그들의 삶 주위에 서려 있고, 특히 베트남전 참전자들은 거의 평생 악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연히 한국전 참전 용사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늙고 쓸쓸하게 지내면서 깨진 유리창도 채 갈지 못한 채 목숨 유지에만도 급급한 편안치 못한 삶이었습니다.
베테란들의 나머지 3분의2를 비롯한 어떤 사람들은 전쟁이 싸울 가치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애국열을 북돋겠지만 사실 전쟁을 위한 전쟁은 무기판매 등 "경제 재흥 목적에 이끌린" 것으로 밖엔 아무 쓸모가 없는 행위입니다.
많은 베테란들은 보수파 집권 당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낸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쟁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실리를 챙겼는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막연해 합니다. 보수파 정치인들은 "하나님"과 "주님"을 거들먹거리며 마치 종교적 명분을 살린 전쟁인 양 몰아갔지만, 과연 신앙심에서 우러난 소리였는지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오늘날은 구약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신약인들은 그 누구도 전쟁에 참가하질 않았습니다. 다만 피와 몸의 싸움이 아닌 영적인 전쟁에 개입됐을 뿐입니다. 오늘날의 전쟁을 하나님이 함께 싸우시어 승전하시던 구약시대의 전쟁에 그대로 비견한다면,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우리는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귀와 그 군졸들을 상대로 치르는 영적 싸움만 참된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많은 정치인/경제인들이 전쟁을 일종의 '필요악'으로 여깁니다. 참전을 애국/애족 방편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기독교권 일각의 '십자군' 정신이나 "덴노헤이까반자이(천황폐하만세)!"란 군호를 외치며 소위 '옥쇄'(玉碎:옥 깨부수기 즉 애국자살)를 한 일본 육군 보병들이나 '신풍=神바람'(카미카제)을 탔던 일본 조종사들, 알라 신과 (여러 여인들을 거느린다는) 회교 내세의 즐거움을 위해 자살폭탄이 된 지하드 참가자들이나 대동소이할 듯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지원병들이나 징집대상들은 어쩔 수 없이 참전하게 되지만, 전도가 창창하고 유망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아까운 목숨들이 '정의의 전쟁'과 애국 또는 인류애의 명분 아래 대수롭지 않게 사라져 갔습니다. 그들을 잃은 유족들은 슬픔 속에서 그나마 애국했다며 위로를 얻으려 애쓰지만 남은 삶은 비참 그 자체입니다. 전쟁의 명분을 찾는 정치인들은 평생 참전용사 유족들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며 그들과 달리 그나마 가족과 함께 유복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근신하며 살아가야 바른 모습일 터입니다.
적국인들 예외이겠습니까? 서로들 '성전'이라 주장하고, 나름의 명분을 찾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십자군 시대나 현대전이나 별 차이가 없어 뵙니다.
크리스천으로서는 지금은 신약시대이므로 그들이 우리 보기에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지 못했더라도 그들을 단죄하기보다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해야 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약 신정(theocracy) 시대도 아닌 현대에 전쟁을 내세울 만한 기독교적 명분이란 것은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렆의 보수계나 진보계나 정치인들은 이젠 더, 전쟁의 이유 살리기에다 성경이나 기독교를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많은 전쟁과 '혁명'들의 배경사를 면밀히 살펴 보면, 비밀집단이 개입해 있었고, 전쟁이 모종의 이해관계 속에 치러지곤 했습니다. 보수파라고 해서 예외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려진 대로의 역사는 뒤집어 봐야 합니다. 전쟁의 명분 아래 상상조차 어려운 수많은 잔인한 학살이 자행됐고, 심지어 생체실험까지 저질러졌습니다.
필수적인 국방과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닌, 명분을 찾기 어려운, 거의 전쟁을 위한 전쟁이 오늘날은 '필요악'이 아니라 근절되어야 할 악일 뿐입니다. 구약 성경이 말한 전쟁은 선민 보호와 훈련을 위한 하나의 계시적 과정이었고, 오늘날은 영적 전쟁을 위한 상징일 뿐입니다. 말세에 크리스토의 선과 싸탄의 악이 최종적인 대립과 대전을 할 전쟁도 영적입니다. 전쟁은 되도록 피해야 하며, 매번, 불가피할 때의 마지막 선택이어야 합니다.
검을 쓰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검으로 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샤야후(이사야)의 예언처럼 칼과 총은 평화의 보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주님은 칼 한 자루를 마련하여 허리에 찬 페트로에게 "충분하다"고 하시면서도 그가 그 칼을 빼어 말쿠스의 귀를 잘랐을 때 "네 검을 칼집에 도로 꽂아 넣으라"고 하셨습니다. 땅에서 '기독교적'인 명분 있는 전쟁을 치렀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하늘나라에서 상급을 받느냐..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세상이 평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경이 말하는 참 평화는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분명히 "내가 주는 평안은 이 세상 것과 같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크리스천들은 모든 신자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지만, 세상 평화를 올바른 평화라고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세에는 고대의 님로드처럼 마귀 수하의 안티 크리스토 세력들이 똘똘 뭉쳐 이름만의 '평화군단'을 이루어, 참 메시아/크리스토를 대적하는 지구촌 최후의 일대 전쟁이 치러질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과 크리스토님, 천군천사들, 성도들의 승전이 예언되고 보장된 전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론과 전쟁철학, 무용담과 군대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장황론을 펼칩니다만..우리 성도의 싸움은 피와 몸, 무기와 무력의 싸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영적인 싸움일 뿐입니다. 이 세상은 마귀가 한시적으로 다스리는 왕국이기 때문임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땅에다 '하나님 왕국'을 이룬다는 주권주의 발상 내지 지배정신을 갖고, 기독교를 거역한다고 해서 칼과 불로 해결하려 했던 중세십자군이나 화형제 등의 관행도 마찬가지로 커다란 시대착오적 행동이었습니다.
기독교는 어디까지나 영혼들을 사랑하는 명분과 실제만 있을 뿐이지, 세상 통제나 제압이 있을 수 없습니다. 참 기독교는 세상이나 세상 체제에 속하지 않고 오직 하늘나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력 사용과 전쟁의 명분을 찾아 개전하려 드는 사람들은 어떤 위치나 처지이건 간에 거듭난 참 기독교인일 수가 없습니다.
검을 드는 사람은 검으로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진리가 주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나라를 지킬 국방과 경찰의 의무가 헛되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나라와 경계는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독도는 우리가 일본의 덧없는 탐심으로부터 지켜져야 하고, 시민의 권리와 재산은 도둑과 강도의 손으로부터 정당한 법의 힘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아울러 크리스천들은 날마다 비가시적인 영적 전쟁을 마땅히 치러야 합니다. 마귀를 대적할 수도, 대적할 필요도 없다는 일부 영성론자들의 거짓 주장과는 달리, 성도가 함께 마귀를 대적하라는 것이 사도들의 견해입니다. 사실은 죄와도 싸우되 피 흘리기까지 싸우고, 하나님의 완전무장(=온몸갑옷/전신갑주)을 갖추라는 것이 성경의 명령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성도가 싸울 가치 있는 전쟁입니다.
마귀에게 무장해제 당하지 맙시다.
그러나 피와 몸의 싸움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정한 싸움은 마귀를 비롯한, (둘째)하늘의 악한 영들과 그 체제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그 싸움을 지금도 성도는 싸우고 있고 마땅히 싸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이겨 놓은 전쟁이고, 승리는 늘 주님과 성도들의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날마다 영혼을 사랑하되, 바른 판단/분별/검증을 통해 성경 말씀의 진리를 낱낱이 지키려는 정신적 싸움도 치러야 옳습니다. 비판은 모두 옳지 않다는 정신은 비진리 앞에 무장해제 당할 사람이기가 쉽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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