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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묵상연구/메시아계보 대 장정

아마찌야 즉위/승전/실책 (메시아계보대장정48)

                   

     페트라(고대의 아셀)의 유적. 무덤이 많다.


바탕본문: 왕들B서(왕하 14:1-7), 연대기B(역대하) 25:1-16
  


유다 왕 요아쉬의 아들 아마찌야는 25세에 왕위에 오릅니다.
전술한 대로, 그는 선왕(先王) 요아쉬의 두 아내들 가운데 예호아딴 왕후의 아들이지요. 그는 아버지 요아쉬와 마찬가지로, 선한 출범을 하지만 온전하진 못했습니다. 특히 오랜 악습인 산당 제사를 폐지하지 않았습니다. 


선왕 암살자 숙청

그의 왕위가 어느 정도 탄탄해 진 뒤, 아마찌야가 선결 과제로 떠올린 것은 아버지의 암살자들인 구 정권의 대신들을 처단하는 문제였습니다. 아버지 요아쉬의 실정(失政)으로 인한 패전 이래로, 나라를 회복하고 개혁하는 데 하나의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지요.
왕위가 강화되기까지 미뤄 온 것은, 자신이 아직 젊은 데다..모르긴 해도 암살한 신복들이 젊은 아마찌야의 눈치를 보며, 정계에서 나름의 파워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암살자들은, 전왕 요아쉬가 거룩하고 의로운 대 사제 예호야다의 아들 제카리아를 척살했기에 나름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버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감히 우리를 죽이려고 하겠어? 그럴 리 없을 거야"라고 안심했을지도 모릅니다. 요아쉬는 더구나 그 때문에 역대 왕들의 묘실에 함께 묻히지도 못했지 않았습니까[각주:1]. 한동안은 여러 모로 암살자들의 명분이 타당하다고 여겨졌는지 모릅니다. 암살자들은 그러기에 여태 타국으로 도주하지 않고 눌러 앉아 있었겠지요.

그렇더라도 기름 부음 받은 군주를 살해하는 행위 자체는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그 옛날 다빋 왕은.. 펠레쉩[각주:2] 군대에 패전한 뒤 자살하기 원했던 샤울 왕의 소원 대로 왕을 죽인 뒤 그 왕관과 금팔찌를 갖고 와서 바치는 청년을, 기름부음 받은 왕을 죽였다는 이유로 측근을 시켜 응징하지 않았습니까. 이때 다빋은 말합니다: "네가 어찌 감히 손을 들어 주/야웨님의 기름부음 받은 분을 죽이는 게 두렵지도 않았냐?"[각주:3]

하물며 (암살자들이) 유다 족속도 아닌 이방 사람의 후손들인 다음에야 오죽하겠습니까(연대기B 24:26). 암몬인과 모압인들은 그 행위 탓에 하나님께 미움 받던 족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마찌야는 선친의 살해자인 두 대신들을 숙청하기로 결단합니다. 힘을 구축하고 온당한 절차를 밟기 위해 내심 이 때를 기다려 온 그는 과감히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의 숙청 방법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적법했습니다. 암살자 자신들만 죽이고 그 후손들은 손 대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즉 모쉐 율법대로였습니다[각주:4].

아마도 아마찌야는..아버지 요아쉬가 삶의 은인인 대사제 예호야다의 아들들을 음모를 통해 잔인하게 암살했던 일대 악몽 같은 옛 사건을 기억했을 터입니다. 비록 당시는 어렸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한 반추랄까요. 이유야 어떻든-선하든 악하든- 누군가의 후손을 죽인다는 것..정말 삼가고 깊이 숙고할 문제로 생각했을 터입니다. 그래서 더구나 암살자들의 아들딸은 손 대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내적 동기보다는 모쉐의 율법대로 행한다는 정신이 더 중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즉 악행한 사람은 자기 죄로 죽되, 그 아버지나 자손들은 죽이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이지요.   

그러나..아마찌야 왕이 이 율법은 지켜도 훗날 다른 율법은 지키지 못하게 되니 아이러니랄까요? 마치 저주처럼, 그 역시 29년 뒤인 훗날, 자기 백성인 예루샬렘 시민들에게 모반과 암살을 당합니다. 악몽의 역사의 순환고리가 된 셈입니다.


군대 강화와 에돔 침공전


아무튼 선친 암살자 숙청으로 국내 분위기와 내정을 강화한 아마찌야는 이제 전왕 시절 대 아람 전 당시의 악전고투 및 패전의 쓰라림을 되풀이하지 않고 또 보복전을 감행하기 위해 군대를 대폭 강화합니다.
그 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다/빈야민(베냐민) 족의 각 지족별로 천부장/백부장 선임
    20세 이상 남자를 군인으로 징병(30만명).
    북국 이스라엘(에프라임 지족) 용병 10만 확보(은 1백 키카[각주:5] 지불).


이 군대는 에돔 나라 정벌이라는 우선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찌야 왕은 왜 이때 에돔을 겨냥한 것일까요?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ㄱ. 선왕 암살자들은 고대 아브라함의 조카 롵의 후손인 모압/암몬 족인 데다 두 족속은 아브라함의 또 다른 후손인 에돔 족과 친근하게 지내면서 유다를 협공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에돔의 세이르 산족은 아마찌야의 증조부인 예호샤팥 왕 때도 모압/암몬 족과 연합군을 이뤄 유다를 침공했다가 대패한 적이 있습니다(연대B 20:1,2,10 참조). 
따라서 아마찌야는 건국초 위엄을 나타내려고 암살자들의 모국과도 가까운 적국을 정벌함으로써 증조부 예호샤팥 같은 대승을 이루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ㄴ. 에돔 족은 과거 아람 족과도 연합하기도 했습니다. 아람 족은 바로 선왕인 요아쉬 때 적은 군대로 유다를 침공하여 유다를 짓밟았고 요아쉬 왕에게 중상을 입혔지요. 그러나 아람 나라는 갓 왕위에 오른 아마찌야로는 좀 벅찬 상대였을 것입니다. 아람 왕 하자엘은 용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아마찌야는 아람과도 가깝던 에돔에 대한 일종의 보복심을 품었을지 모릅니다.     

    ㄷ. 위의 두 경우가 아니더라도..에돔은 그 옛날 다빋 왕대에 이미 정벌 당해 유다 수비대가 설치됐던 바 있습니다(슈무엘B/삼하 8:13,14). 그러므로 아마찌야는 왕권 강화의 일환으로 유다 왕가의 영광이었던 다빋 왕 때의 승전/정벌을 재현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의 이 바람은 이번 정벌로 상당량 이뤄집니다.   


이스라엘군 용병의 불온성


그러나 하나님은 에돔 정벌은 허용하시되 이스라엘 용병을 퍽 불온하게 보십니다.
아니..과거 예호샤팥과 친교했던 사악한 왕 아하브와 이제벨 부부 및 후손들을 모조리 숙청한 정의롭던 북국의 예후 왕조의 새 시대가 열렸고, 따라서 남/북 연합군과 원군은 상호친교에도 도움이 될 텐데 왜 그러셨을까요?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첫째로, 전쟁에 능하신 하나님은 적은 군대로도 능히 승리를 얻게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하나님의 기대와는 달리, 예후의 후손들 역시 퍽 악한 왕들이었던 탓이지요.
하나님은 이젠 더 과거 아하브 시대와 같은 발칙한 남/북 연합을 바라시지 않습니다. 아마찌야 왕이 북국의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지요.

북 이스라엘의 장군 예후는 하나님이 엘리야의 예언을 통해 하신 아하브 왕가에 대한 저주들을 낱낱이 이행할 정도로 정의로운 시작을 보였지만, 스스로 왕이 되고 나서는 전임자들과 다름 없는 우상숭배자가 돼 버렸고..그의 후손인 후임자들도 대동소이했습니다.
아마찌야가 남국 유다의 왕위에 오를 당시 북국은 예후의 손자인 요아쉬 왕(아마찌야의 아버지 요아쉬와 혼동하지 말 것)이 등극한 지 2년째였습니다. 그러니까 (남국의) 요아쉬 통치 제37년에 (북국의) 요아쉬가 왕위에 오른 것입니다.  

아마찌야는 바로 이 요아쉬 왕에게 10만 이스라엘 용사들의 원군을 요청한 것입니다.

북의 요아쉬는 비록 훗날 당대의 명 대언자 엘리샤를 매우 존중하긴 했지만, 그 자신 아버지(예호아하즈 왕)처럼 우상숭배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 부정한 남/북 연합군을 기뻐하실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대언자를 보내어 경고하십니다:

    "임금님, 이스라엘 군대를 참전시키지 마소서! 주/야웨님은 이스라엘의 모든 에프라임 후손들과 함께 하시지 않습니다. 비록 왕께서 (이스라엘 군대와 함께) 굳이 가서 애써 싸우시더라도 하나님은 왕을 적군 앞에 쓰러뜨리실 겁니다. 하나님께는 돕거나 패전시킬 권능이 있습니다."

아마찌야는 귀가 번쩍 뜨입니다. '이크! 그렇다면 하나님의 적색 경보라는 말인가?'
그러나 다음 순간 이스라엘 용병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은을 100 키카나 이스라엘 군대에 주었는데 어떡하란 말이오? (아깝지 않소?)"

    "주/야웨님께선 그보다 훨씬 많이 주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였습니다. 아마찌야는 망서림 끝에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하고 에프라임 용병을 따로 구분해 내어 도로 돌려 보냅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군대는 이미 용병 삯을 받고도 단지 참전하지 못한 데 대해 극도로 분노하며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나중에 그들은 일종의 분풀이를 합니다.


                         에돔 지역의 한 절벽

아무튼 아마찌야는 용감하게 유다 족과 빈야민 족 등 자국 군대만 데리고 에돔 나라로 쳐 들어 갑니다. '소금골짜기'에 다다르자 세이르 산지 주민 1만명을 쳐 죽입니다. 유다족은 또 1만 명을 포로로 잡습니다.


잔인한 벼랑 끝 살해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에돔 포로 1만명을 유다에 데려와 그냥 노예로라도 삼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다 족은 정복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잔혹하게도 그들을 높은 바위 절벽 위에서 아래로 밀어뜨려 모조리 추락사 시켜 버립니다!

    "사,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 아마도 에돔 포로들은 이렇게 애원했을 터입니다.

    "야 임마, 웃기지 마라! 네 놈들은 이렇게 죽어도 싸. 에라, 꺼져랏!"

    "으아아~악!"

    "하하핫! 꼴 좋~다. 줄줄이 다 박살 나네~! 참 재밌다. 어이 이리 와, 너도 저 아래로 보내 주마."

    "사람 살려~!"


그렇게 해서 에돔 족 1만 명은 모두 절벽 아래 떨어져 몸이 바스라져 죽어갔습니다.
과연 이게 타당하고 마땅한 승전 또는 보복 방법일까요? 해도 너무한 거 아닐까요?

그래선지는 몰라도..유다 땅에서는 한참 '뒤통수 치기'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대 에돔 정벌 전 되돌려 보낸 에프라임 군졸들이 유다-이스라엘 국경지대인 사마리아 근교로부터 벹호론까지 유다 성읍을 고루 침범하여 주민들 3000명을 죽이고 전리품을 챙겨 간 겁니다. 
유다 군대가 에돔 포로들을 바위 낭떠러지에서 추락사시키는 '살인 장난'을 즐기고 있는 동안 고국에선 자기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상에 혹하다

그런데 더 큰 앙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대 에돔의 후손 나바테 족이 신상을 모셔뒀던 바위 속 감실


유다-빈야민 군을 거느리고 출전했던 아마찌야 왕은 승리감에 도도히 도취하여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던 길에, 뭔가 번쩍 눈에 띄었습니다. 곳곳에서 세이르 산족의 우상들이 두드러져 보인 것입니다. 그 우상들은 왠지 추하고 불경스럽긴커녕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왕은 호기심에 넘쳐 그 신상들에게로 다가갑니다.  

다른 전리품도 아니고 하필 왜 우상입니까?! 유다 왕가를 결정적으로 망쳐 놓으려는 사악한 마귀의 간계이고 장난입니다. 아마도 왕궁에서 곱게 자란 아마찌야는 이방 신상을 처음 봤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야웨님보다는 눈에 뵈는 신상에게 확 끌리는 감흥을 제어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오, 세이르의 우상이구나. 그럴 듯 한데..멋있다야! 얘들아, 이 신들을 모시고 가자! 우리 신으로 섬기자꾸나."

군사들은 왕의 영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우상들을 챙겨다 떠 메거나 전마차에 싣고 흥얼거리며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선한 마음으로 집권을 시작한 아마찌야는 이제 이방 신상들을 전리품 삼아 갖고 와서 왕궁과 기타 여러 곳에 모셔다 놓고, 거기 경배하며 주/야웨님 대신 섬기기 시작합니다.

물론 하나님은 진노하십니다. '누가 승리를 안겨 줬는데, 나를 배신해..?'
그 분께서는 유다를 끝까지 사랑하시기에 왕의 어리석음을 경고하시려고 한 대언자를 보내십니다.

    "왕께서는 어찌 그 백성의 신들에게 비시나요? 그 신들은 자기 백성도 왕의 손에서 구해 내지 못했잖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참으로 상식 이하의 발상을 상식 수준에서 꾸짖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미 우상의 악령에 홀린 왕은 이젠 상식조차 상실돼, 이 경고가 귀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우상 신에 홀딱 홀린 탓이지요. 싸탄의 철저한 장난입니다.

왕은 그래서 대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 대뜸 눈을 부라리며 가로막습니다.
 
     "우리가 널 언제 왕의 고문관으로 모셨냐? 닥쳐라! 얻어 맞기를 자청하냐?"

그러자 대언자는 경고를 중단하고 곧 마무리 합니다.

     "하나님이 왕을 멸하시기로 작정하신 줄로 알겠습니다. 왕께서 이런 행동을 하시고도 제 경고를 듣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오호라~! 이 불경하기 짝이 없는 아마찌야와 그의 왕국의 앞날이 눈에 선~한 듯 캄캄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나..아마찌야 역시 메시야의 선조의 한 명이었습니다. 

필자는 외래어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생각입니다. 
이 점, 독자의 이해를 바랍니다.  



  1. 연대B 24:25 [본문으로]
  2. 불레셋 [본문으로]
  3. 슈무엘B(삼하) 1:2-16 [본문으로]
  4. 신명기 24:16, 예레미야 31:30, 에제키엘(겔) 18:20 [본문으로]
  5. 당시 금속 단위. '70인경' 등에는 '탈렌트'(달란트)로 기록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