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
사진: 고대 페르시아 주도 페르세폴리스의 궁터(현 이란)와 에스테르의 '남편'으로 알려져온 아하슈베르쉬 대왕.
캠핑의 기찬 에스테르 서 숫자놀음
2011년 10월 25일에 예수 재림 사건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큰 소리치는 시한부 종말론자 해럴드 캠핑(패밀리 라디오 대표)의 에스테르(에스더) 성경 강해 녹음을 일부 듣다가 그저 놀랍고 탄식스러웠다. 그는 이 강해에서도 특유의 숫자 놀음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의 주장 학설(학설이라기엔 '뻥설'에 더 가깝지만..!)을 두 가지만 간추려 얘기해 보자.
[캠핑의 문제점에 관한 필자의 딴 글도 참조해 주기 바란다].
다음은 해럴드 캠핑의 주장이다.
• 에스테르의 남편 아하슈베로쉬(아하수에로) 왕은 슈샨 궁에서 127개 주(또는 도시국가)들을 다스렸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127살을 살았다. 이 '127'이란 숫자에 깊은 의미가 있다. 사라는 '열국의 어머니'란 뜻이니만큼 그 안에서 모든 후손을 아우른다. 아하슈베로쉬는 세계 127국을 총괄해 다스리는 '왕들의 왕'이었다. 왕들의 왕은 하나님이시다(틀릴 거야 없지만 성경은 우선적으로 왕들의 왕을 예수 크리스토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캠핑은 예수님을 전혀 언급치 않았다).
• 하만은 싸탄의 상징이다.[뭐, 그럴 수도 있겠다.그런데..]. 하만의 아들은 10명이었다. 계시록에 나타난 용의 뿔은 10개다. [고로, 싸탄이기에 이렇게 숫자가 서로 통한다는 의미].
흥미로운 것은 캠핑은 이런 식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숫자의 경우(예: 에스테르 1:4의 180)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머리 속에서 숫자놀음으로 연결될 만한 것은 다 연결시키면서 외딴 '나홀로' 숫자는 (최소한 이날만큼은) 그냥 놔 뒀다는 것. 피엄(film)이 연결되지 않아서일까?
독자는 이런 식의 성경 해석을 진리 강해로 받아 들이겠는가? 넌센스다! 이런 걸 갖고 소위 '풍유적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풍유법이라고 해서 죄다 오류는 아니로되, 이만저만한 보통 풍유법이 아니며 캠핑의 박학다식이 아닌 황당무지를 스스로 노출하는 작태다. 캠핑은 더구나 자기 특유의 주장 포인트에선 걸쭉한 저음 목청에 힘 줘 가며 [목울대를 돋워 가며] 각 단어를 또박또박 찍어서 읽거나 두 번씩 되풀이해 강조하는데 이 역시 가관이다.
그는 또 "아하슈베로쉬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상징한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음..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캠핑의 상징법에 따른다면(=는 여기서 비유/상징 기호)..
아하슈베로쉬=하나님
에스테르=예수 크리스토
하만=싸탄
이런 식이다. 센스가 전혀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꼭 이렇게 갖다 붙여야 하는가? 에스테르가 단지 유대인을 살린 왕후라고 해서 이방나라의 세속 왕에 불과한 아하슈베로쉬가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감히 비유될 수 있는가? 필자는 그런 해석이 '신 모독'으로 생각된다. 그런 상징적 해석을 자기합리할 목적인지 캠핑은 하만은 "사악한 자들중 사악한 자"라고 하면서 아하슈베로쉬의 미련하고 악한 점은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즉 아하슈베로쉬를 '하나님'으로 상징/비유해야겠기에 선한 왕으로만 그린다는 얘기다.
에스테르 서의 의문점들
캠핑의 발언과 관련, 에스테르 서의 몇 가지 이슈를 제기해 본다. 필자는 에스테르 서의 정경성을 믿고 싶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써 보는 것이다. 이 책을 '폐기처분'이라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니 놀라지 말고 그냥 참조하기 바란다.
첫째로, '왕들의 왕'으로 불리던 에스테르의 남편 아하슈베로쉬(페르시아어: 크샤야르샤, 그리스어: 크세르세스) 대왕의 진면목이 어떤지, 과연 캠핑 말대로 '하나님'에 비견할 수 있는 왕인지 한 번 살펴보자.
그는 왕위에 오른 지 3년에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180일 잔치를 벌였다. 굉장하다 못해 황당하다! 과연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허장성세이자 낭비다. 그것도 부족해 수도 슈샨의 시민들을 위해 왕궁 후원에 7일간 대연을 배설했다. 단지 시민을 극진히 사랑하는 왕이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하나님이 미워하신 폭군 네부칻네자르 같은 과대망상증 환자였나?
이때 왕후 바슈티(와스디)는 별도로 여성시민들을 위한 연회를 따로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 왕은 술에 대취한 나머지 당대 최고 미인인 왕후가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라는 왕명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발대발한 데다 맨날 왕의 얼굴빛이나 살피는 [술취한] 신하들의 간언에 따라 예쁜 왕후를 하루아침에 아깝게(술이 깨자 금방 후회했다!) 폐위시켜 버렸다. 일부 유대학자들은 당시 바슈티에게 금관을 쓰고 나와 보이라고 한 것은 머리에 관만 쓰고 전라로 보이라는 명령이었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일부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까지 그렇게 가르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주연에 앉은 남정네들 특히 신하들의 목적은 뭐겠는가? 주흥에 충혈된 눈동자로 음탕한 눈요기나 하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왕의 명령에 따라 왕비의 몸도 경우에 따라 온 시민들의 눈요기거리가 된다, 또는 왕비를 스트립쇼 걸로 매도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프리메이슨/시인 장 콕토는 "눈으로 여인의 배를 불릴 수 있다면 거리는 임부로 가득할 것이다" 라고 읊었단다. 꼭 그런 게 아니었다 해도 최소한 대왕은 아내의 미모를 단지 하나의 소유물처럼 남들 앞에 뽐내려던 팔불출 아닌 구불출/십불출의 미련한 왕이었다.
더욱이 대왕은 야훼 하나님을 믿은 사람이 아니라 독수리 날개 모양의 주신 '아후라마즈다' 외에 여러 악령들을 신으로 섬겼다. 아후라마즈다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의 신이기도 하다. 아하슈베로쉬/키로쉬(고레스)/다리오쉬(다리우스) 등은 단지 유대인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은혜로 쓰여진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도 단지 유대인들을 도왔다는 명목 때문에 이들 왕을 "훌륭한 선왕"들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빌론 폭군 네부칻네자르를 짐승처럼 벌벌 기도록 쳐 굴복시키셨다!
바슈티가 [유대계가 주장하듯] 그 기막힌 왕명을 어겼다 해서 당장 폐위돼야 당연할 만큼 미련하고 악한 왕후였는지 아니면 수줍고 겸손한 현비였는지 누가 어떻게 아는가? 또 따로 여성 시민들을 위한 대연을 배설 중이었지 않았나? 아무튼 절대 군주의 명은 지엄하기 그지 없었다.
둘째로, 대왕은 바슈티를 헌신짝처럼 버린 뒤 후회만 하고 앉아 있을 수 없어 신하들을 시켜 전국에서 최고 미인 처녀들을 추려 모으기 시작했다. 모든 현대 미인 컨테스트의 효시라 할 만하다. 당시 왕비 간택을 위해 모여 든 처녀들은 줄을 서서 매일 왕궁 밀실에서 왕 앞에 알몸이 되다시피 쇼오프를 해야 했다. 얼굴만으로는 진짜 미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 몇 년 전에도 아프리카 최후의 절대 군주인 므스와티3세 스와질랜드 국왕이 반라로 갈대 춤을 추는 10대 틴에이저들중 16살 소녀를 13번째 부인으로 골라 가졌다.
대왕은 이때 페르시아/메디아는 물론 인도/쿠쉬(에티오피아)까지 128개 주 전국의 최고 '얼짱'/'몸짱' 처녀들을 불러다 놓고 자기 소유물처럼 모조리 볼 건 다 보고 건드렸을지도 모른다. 결국 백성들 중 남성들은 왕이 속속드리 훑어 봤거나 건드리다 진짜 왕비 감을 뽑고 난, 진짜 처녀인지 아닌지조차 알수 없는 나머지 여성들 중에서 미래의 아내를 골라야 했다는 얘기다.
이 어찌 부도덕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감히 캠핑처럼 이 아하슈베로쉬를 거룩하시고 전능한 하나님에다 비유할 수 있는가? 당연히 삼가야 할 해석이 아닐까?
셋째로는 에스테르에 나타난 유대인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 학살극이다. 페르시아-메디아 전국에 분포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단지 왕비와 함께 선민이란 이유만으로 적수들을 시쳇말로 한놈도 남기지 않고 용서없이 싹쓸이 해 쳐 죽였다. 그런데 이 대 학살을 하나님이 지시 또는 용인하셨다는 흔적이 없다. 이 복수극은 율법 그대로 "눈엔 눈, 이엔 이"의 전형적인 실천인데 이미 죄악으로 인해 나라가 무너져 70년 객지 생활을 하는 디아스포라 민족에게 하나님이 과연 그런 통쾌한(?) 응징 드라마를 연출하라 하셨을까 싶다.
아무튼 그것이 유대명절 '푸림'의 기원이다. 아이들에게 희한한 의상을 입히고 술을 퍼 마셔대는 현대 유대인들의 푸림 풍습을 보면 왠지 "만취한 핼로윈" 비슷하다. 미안하지만 필자는 거기서 전혀 금식 같은 경건성 따위를 못느낀다. 이방인 학살의 전조 같이만 느껴진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는 이와 관련된 에스테르 서의 정경성 문제다. 현재의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이 된 것은 사뭇 영적/성경적이라고 하더라도, 유대인들에 의해 우선적으로 '카논'으로 채택된 구약의 일부 책들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문제성 이름들
에스테르서는 위에서 제기한 아하슈베로쉬의 비도덕성, 유대인들의 인본주의적인 잔학한 복수심 외에도 에스테르/마르데카이(모르드개)의 이름도 이슈가 된다. 외국어인 이 두 이름 중 전자는 그리스어 '별'의 뜻이라곤 하나, 그보다는 당대의 여신 '이쉬타르'(아스다롯)와 더 가깝고, 후자는 고대의 사냥꾼이자 바빌론의 건국자인 니므롣을 신격화시킨 바빌론의 남신 마르두크(메로닥)와 동일하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메시아의 선조인] 총독 제룹바벨의 친구들 중 '마르데카이'가 있긴 있었으나 동명이인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마르데카이'란 이름은 어원 상 매우 불경건한 우상의 이름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가질 만한 이름이 결코 아니었다. 마르데카이의 어원인 님로드(마르두크)는 적 크리스토였다. 하나님께 대항한 도전자, 크리스토의 대천지 원수였고 바빌론 옛 뉴에이지운동의 창시자였다(창10:8~12, 11:2~4). 어떻게 그런 인간신격화 우상의 이름이 히브리 귀족 귀환 포로들 가운데 내포돼 있었을까? 좀 의아스럽다.
더구나 역사적/고고학적으로 왕비 바슈티/에스테르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아하슈베로쉬의 실제 왕후는 '아마스트리스'로 알려져 있다. 다리오쉬 1세의 즉위를 도운 7인 음모자의 한 명인 귀족 우타네의 딸이자 캄부지야(캄비세스) 페르시아 왕의 질녀로 평생 전혀 폐위된 적이 없고 7 남매를 낳았다. 아들왕 아르타크샤트라(아닥사스다/훗날의 '아르데시르')대까지 살면서 거의 섭정을 하다시피 세도를 부렸다. 한편 아르타크샤트라의 후비들 중 바빌론 출신의 유대인 여성이 있었다는 일설이 있어 왔다. 일각에선 아마스트리스를 에스테르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타네가 마르데카이였다는 얘긴가? 그러나 에스테르서엔 에스테르가 마르데카이의 친딸이 아닌 질녀로 양녀가 됐다고 쓰였다.
그리스 사가 헤로도투스의 우화 같은 기록에 따르면, 아하슈베로쉬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 돌아왔을 무렵 그가 왕세자 다리오쉬의 부인 아르타인테와 사랑에 빠져 아마스트리스의 노를 샀다는데 역사적 근거가 희박하다. 아마스트리스가 바슈티이고, 아르타인테가 에스테르란 얘기인가?
헤로도투스는 또 아마스트리스가 여러 귀족자녀들을 지하의 신에게 산 채로 바친 "악녀 중 악녀"였다는 일화를 썼다. [아마스트리스=에스테르] 공식이 맞다면 하만의 자녀들을 목 매달았기 때문일까? 대 복수학살극의 사실상 주역인 탓일까?
그래서 에스테르서의 전체 스토리는 명절 '푸림'의 기원을 갖고 대 학살을 정당화한 유대인들의 음모로 보는 학자들이 퍽 많다. 대 학살 사건을 하나님이 지시하셨다거나 용인하셨다는 흔적이 없는 탓이다. 실례로 이 집단학살 사건 외에도 옛 소련 공산당 유대인 간부들에 의한 수천만 대 학살을 들 수 있다. 공산주의를 주창한 칼 마르크스, 이를 이행한 블라디미르 레닌, 레온 트로츠키 등이 모두 유대인이었다. 당대의 공산당 회의 주요 간부 다수가 유대계였다.
공산당 창당 때와 히틀러 정권에게 거액의 자금지원을 해준 자들중 롣차일드(독일명: 로트쉴트)/라커펠러 등 유대계가 있다. 이들의 후손은 현재도 세계 프리메이슨/일루미나티 조직 배후에서 막대한 실력을 행사하며 뉴에이지(NAM)/신세계질서(NWO)의 세계정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해 아래 새 것은 없나니 뉴에이지/신세계질서는 이미 사탄에 의해 에덴에서 싹트고(창3:1~6) 바빌론에서 번성한 올드에이지/구세계질서다. 전혀 새로울 바 없다! 하나님께 심판 받을 낡은 바빌론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필자는 반유대주의자는 아니다. 단지 역사를 바로 보자는 시각에서 쓸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에서 비친 대로 에스테르에는 하나님 명칭이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오직 '금식'이란 말 밖엔 경건한 용어가 거의 없다.
아무튼 캠핑의 저질 성경강해를 듣고 있는 추종자들이 그지 없이 불쌍해진다. 물론 그들 쪽에선 오히려 캠핑을 믿지 않는, 구원 못 받을(?) 필자를 그지 없이 불쌍히 여기겠지만.
혹 한국/한인 목회자들 가운데 캠핑 유의 마구잡이 풍유식 강해를 하는 분이 있지 않나 우려되기도 한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에 관해 필자의 글 '한국 부흥강사들의 허와 실'을 참조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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