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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연구/칼뱅-아르미니우스 주의

'온 세상': 칼뱅은 사도 요한과 정반대!

 


-칼뱅주의 주요교리 비평 <2>

[이 글을 읽기 앞서 필자의 시리즈 첫 글('성경은 무한속죄와 조건부 구원을 말한다')를 읽어 주기 바란다. 이 글은 성경과 칼뱅 주석 본문만을 참조했다. 필자는 아르미니우스주의권에서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그 이즘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이 글은 일방적인 칼뱅주의 폄하, 아르미니우스주의 고취 어젠다로 쓰는 게 아니다.]

필자는 앞 글에서 요한서신 알파(=요일) 2장 2절이 칼뱅주의의 '제한속죄'설과는 달리(!), 무한속죄를 웅변해 준다고 입증한 바 있다. 궁금한 것은 이 구절에 대한 칼뱅 자신의 견해는 어떠냐는 것이다. 그래서 칼뱅의 주석을 인용하면서 그의 주견을 분석해 본다.

필자가 인용하는 칼뱅의 요한 서신 주해는 [라틴어/불어 원문을 영국의 칼뱅주의자] 존 오웬 목사가 번역한 텍스트를 사용한다. 우선 다음은 칼뱅 자신의 본문 번역을 다시 옮긴 것이다.

2절: 또한 그 분(예수)은 우리 죄들을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들만 위하지 않고, 온 세상의 죄들도 위함입니다.

아래는 윗 구절에 대한 칼뱅의 주해 전문이다. [한글 번역은 필자의 것: 칼뱅의 요한서신 주해는 야코보서, 페트로서 A/B, 유다서와 함께 칼뱅이 영국 왕 에드워드 6세에게 보내는 헌사가 붙어 있다. 이 점을 감안해 번역했다.]

"그리고 우리들 뿐만 아니라 그 분은 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덧붙이십니다. 크리스토가 이루신 속죄가 믿음으로 복음을 끌어 안는 모든 사람들에게 확장됨을 신도들이 확신할 수 있게 말입니다. 여기서, 어떻게 온 세상의 죄가 속죄돼 왔느냐란 물음이 떠 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갖고 구원을 모든 타락자들에게까지, 그래서 사탄에게까지 확대하려는 광신자들의 망령을 그냥 지나치겠습니다. 그런 괴이한 주장은 반박할 가치도 없습니다.
이 불합리성을 피하려는 이들은, 크리스토께서 온 세상을 위해선 넉넉히, 그러나 택한 자들을 위해서만 효과적으로, 수난하셨다는 말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해명설이 여러 학교에 폭 넓게 유포돼 왔습니다. 저는 그런 설이 참되다고 시인하지만, 이 구절에 걸맞다는 견해는 부정합니다.
사도 요한의 의도는 이 [속죄] 혜택을 다름 아닌 온 교회(the whole Church)의 공동 혜택으로 삼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all) 또는 '온'(whole)이란 용어로써 요한은 타락자들을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 흩어져 사는 신자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토의 은혜는 세상의 유일한 참된 구원임이 선포될 때에야 걸맞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칼뱅의 등식: 온 세상=교회

믿는 자들은 두 세 사람만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도 교회다. 거듭난 온 세상 신자들은 비가시적 교회다. 그런데 온 세상과 온 세상 신자들은 엄연히 다른 극과 극의 두 개념이다. 사도 요한이 본 절에서 '온 세상'을 교회로 시사한 듯한 암시는 눈 씻고 봐도 없다.

그러나 칼뱅은 여기서 신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개념 상의 모순과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필자는 (예수님 아닌) 칼뱅을 필자와 다름 없는 범인(보통사람)으로 생각한다.] 바로 세상=교회, 교회=세상 이라는 놀라운 등식! 교회와 온 세상을 동일시하고 있음이다.
더구나 번역자 오웬은 한 술 더 떠, 칼뱅의 주석 본문 아래에다 칼뱅주의자 필립 도드리지의 견해를 각주로 포함시켰다. "내 견해로는, 사도(요한)가 온 세상의 모든 믿는 사람들-유대인들이든 이방인들이든-을 말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칼뱅 자신과 그 후학들은 주님이 분명히, 철저히 교회와 구분하신 세상을 교회=세상 등식으로 혼동하고 있다. 등식이니까 좌변과 우변을 바꿔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것은 성경 진리에 대한 엄청난 오류요 혼동이요 착각이다. 아전인수 격 해석이다.

주님은 우리가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셨다. 세상의 임금과 신은 마귀라고 명시하셨다. 주님과 그 분의 사도들은 결코, 단 한 번도, [세상=교회] 또는 [교회=세상]이라고 동일화 한 적이 없다. 독자가 그런 개념을 내포/암시하는 구절을 알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필자에게 보여 주기 바란다.

사도 요한의 부등식: 온 세상≠교회

칼뱅의 첫이름은 '장'(Jean), 즉 요한이다. 그런데 같은 구절에 대한 두 요한의 견해는 정반대다! 사도 요한은 같은 서신, 같은 장에서 엄연히 교회와 세상을 극과 극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바로 몇 구절 아래서 그렇다.

15절: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이하 16,17절도 참조. (한글 개역)]

이 2:2 성구를 기록한 요한이 과연 온세상=교회 란 식의 등식을 추호라도 사용할 의도가 있었는지는 같은 서신의 다음 구절로도 자명해진다.

"또 아는 것은 우리는 하나님께 속하고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처한 것이며" (요일5:19)

사도 요한이 보는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처한 곳"이다. 즉 세상 신인 마귀의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교회가 아니다! 요한이 코스모스라는 낱말 갖고 여기서는 악한 세상, 저기서는 교회 또는 신자들로 지칭하여 사용한 바 없다. 그런 이율배반은 신자들을 헷갈리게 만들며 엄청난 결과를 자초한다. 그런 것은 진리가 아니다!

이 구절과 2:2을 결부시켜 보면, 칼뱅의 주해는 정작 요한과는 전혀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칼뱅은 이런 단순한 귀결조차 착안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온 세상은 온 세상 교회 또는 신자일 수 없다! 이 낱말-'세상'의 범위와 개념을 '엿장수 맘대로'식으로 끝없이 풀어 나가는 것은 칼뱅주의 학자들의 자유이겠지만 [칼뱅주의자들은 자유의지 개념을 절대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은 제멋대로의 성서해석 자유를 누린다!], 요한은 2절과 15~17절에서 똑같은 '코스모스'를 쓰고 있다.
그런데 칼뱅은 2절의 코스모스만은 교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오! 도대체 이런 견해를 우리 신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 주해에서 최소한 분명해지는 것은 칼뱅은 사실상 요한의 본문이 아닌 자신의 해석과 주견을 절대 신념으로 굳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사실 칼뱅 주석과 기독교 강요 전체에 고루 나타난다.

세상=교회 -이런 견해는 칼뱅 자신이 꾸짖은 싸탄과 같은 견해다! 지상교회를 '하늘 왕국'으로 삼아온 카톨릭에서 별로 진화/발전하지 못한 미성숙한 견해인 것이다. 교회와 세상을 완전히 혼동하고 있다.
여기서 칼뱅이 왜 지상의 주권 '신정국가'를 지향했는지 어렴풋이 유추해 볼 수 있다. 변호사/법률가 출신인 칼뱅은 법적 권세로 지상에 교회 즉 천국을 건설할 수 있을 줄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카톨릭 교회를 지상의 주권 국가로 정립할 수 있을 줄 착각한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받은 영향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칼뱅주의는 물론 카톨릭의 신학적 배경도 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터. 칼뱅주의 외엔 모조리 '이단'이라는 식의 발상은 카톨릭 외엔 다 거짓 교회라는 카톨릭 지상주의를 연상시키곤 한다. 그 정도로 아우구스티누스는 교권적이다.

칼뱅의 부등식: 우리≠온세상 신자들(!)

칼뱅/도드리지는 또 이 구절에서 '우리'와 온 세상(그가 정의한 '모든 신자들')을 구분하고 있다. 자신도 미처 못 깨닫는 심각한 개념과 범주, 논리의 오착과 혼동이다. 도대체 여기서 칼뱅이 생각하는 '우리'란 누구일까? 제네바 신자들? 아니면 그가 사역을 담당했던 생 피에르 교회 교인들? '우리'라고 했으니 에드워드 국왕의 영국 교회를 포함한 유럽 신자들을 가리키는가? 그렇다면 온 세상은 한국 등 유럽이 아닌, 세상 딴 지역의 이방(?)을 가리키는가?
뭐, 아니면 그 중의 하나라고 치자. '우리'는 온 세상 신자들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포함되지 않는가? 포함되든 안 되든 칼뱅은 중대한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타 분석

칼뱅의 위 말을 재인용하면..
"이 불합리성을 피하려는 이들은, 크리스토께서 온 세상을 위해선 넉넉히, 그러나 택한 자들을 위해서만 효과적으로, 수난하셨다는 말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 해명설이 여러 학교에 폭넓게 유포돼 왔습니다. 저는 그런 설이 참되다고 시인하지만, 이 구절에 걸맞다는 견해는 부정합니다."

위에서 칼뱅 자신, 크리스토의 수난이 온 세상을 위해 넉넉하다는 당대의 폭 넓은 견해를 받아 들인다곤 하나 단 이 성구에만은 적용할 수 없다는 특이한 입장임을 본다. 왜 이 성구만일까? 그 까닭은 밝히지 않는다. '제한속죄' 개념을 부정한 가장 핵심적이고 파워풀한 성구의 하나인 이 구절에만 적용할 수 없다는 데 숨은 어젠다가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는 정직하지 못하며 의혹을 남긴다.

위에서 이미 교회개념으로 풀었듯, 칼뱅은 '온 세상'을 '믿음으로 복음을 끌어 안는 모든 사람들'로 일방적으로 국한시킨다. 즉 후기 칼뱅주의자들의 모든 변명에도 불구하고 칼뱅 자신은 [온 세상=신자들]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한속죄설'의 본래 의미가 확실해진다. 이것은 사도 요한의 의도 즉 성령의 의도를 무섭게 왜곡한 것이다!

또한 위 주석 앞 부분에서 왜 칼뱅이 '제한속죄' 개념을 강조하는지 자명해진다. 그는 보편구원을 무한속죄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결코 보편구원을 말하지 않을 뿐더러 '제한속죄'를 말하지도 않는다. 단지 온 세상을 위해 하나님이 제공해놓으신 주님의 무한속죄를 받아 들이느냐, 받아 들이지 않느냐 라는 인간의 반응의 조건에 따라 구속의 파워가 적용될 뿐이다.

칼뱅은 온 세상, 심지어 싸탄까지도 크리스토의 피로 구원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와 과장된 표현들은 심지어 우습기까지 하다. 그리고 칼뱅은 결과적으로 성경 진리 자체를 "괴물 같다"(monstrous)고 표현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견해를 은연 중 성경보다 월등히 높이는 결과를 자초하는 대목이 어찌 아닐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