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묵상연구/계시록

[계 13:8] 요한계시록 13'8 번역은 왜 제각각?


    요한계시록 13'8 번역들의 상이성에 대한 들풀님의 질문에 따라 생각을 펼쳐 봅니다.


다음은 해당 성구의 그리스어 원문입니다: 

    καὶ προσκυνήσουσιν αὐτὸν πάντες οἱ κατοικοῦντες ἐπὶ τῆς γῆς(,) οὗ οὐ γέγραπται τὸ ὄνομα αὐτοῦ ἐν τῷ βιβλίῳ τῆς ζωῆς τοῦ ἀρνίου τοῦ ἐσφαγμένου ἀπὸ καταβολῆς κόσμου

( 독자 편의를 위해 원문을 음독해 봅니다: )
    카이 프로스퀴네수신 아우톤 판테스 호이 카토이쿤테스 에피 테스 게스(,) 후 우 게그랖타이 토 오노마 아우투 엔 토 비블리오 테스 조(z)에스 투 아르니우 투 에스팡(f)메누 아포 카타볼레스 코스무.
    (괄호 속 쉼표가 생략된 일부 원문들도 있음).


직역을 시도해 봅니다 : 

     (또) 땅 위의 거주자들 곧 그(들)의 이름이, 세상(우주)의 창조 때부터(,) 죽임 당하신 어린양의 생명의 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모두는 그(=짐승)를 경배할 것입니다.


참고로, 각 주요 역본들의 옮김입니다.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창세 이후로 이름이 기록되지 못하고 이 땅에 사는 자들은 다 그 짐승에게 경배하리라" (개역개정) 

    "그러므로 땅 위에 사는 사람 가운데서,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창세 때부터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모두 그에게 경배할 것입니다. (표준새번역)

    "세상이 창조된 이후, 죽임당하신 어린양의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땅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 짐승을 경배하게 될 것입니다." (쉬운성경)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 곧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생명책에 세상 창조 때부터 자기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짐승에게 경배할 것입니다." (우리말성경)

    "All who dwell on the earth will worship him, everyone whose name has not been written from the foundation of the world in the book of life of the Lamb who has been slain." (NASB)

    "All inhabitants of the earth will worship the beast--all whose names have not been written in the book of life belonging to the Lamb that was slain from the creation of the world." (NIV)
 
    "And all that dwell upon the earth shall worship him, whose names are not written in the book of life of the Lamb slain from the foundation of the world. (KJV)


본 성구에 관한 논란의 초점은 과연 끝 마디-'세상의 창조 때부터'-가 이 문장의 어디를 수식해 주느냐 입니다. 이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1. KJV/NIV 등은 원문의 어순 그대로 "죽임 당하신 어린양"을 수식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2. 반면 한글 역을 포함한 대다수의 역본들은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을 수식한 쪽입니다.


매우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과연 어느 쪽일까요? 또, 왜 이런 큰 차이가 날까요?

주된 요인은 바로, 관련 절인 요계 17'8 때문입니다! 거기에 본 성구와 거의 똑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에피 테스 게스, 혼 우 게그랖타이 토 오노마 에피 토 비블리온 테스 조에스 아포 카타볼레스 코스무
    : [ 세상 창조(때)로부터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땅 위의..사람들 ]


NASB는 바로 이 관련 성구를 따라 전자 쪽을 택한 것입니다. 한글 역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그럼 왜 KJV/NIV는 17'8의 예를 무시(?)하고 전자를 택했을까요? 
 
    1. 우선 어순 상으로 그 쪽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2. 또 그렇게 옮겨도 과히 교리적으로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크리스토의 대속적 죽음은 거의 창세 때 이미 나타난 개념입니다.
예: 창 3'15(여인의 후손),'21(짐승가죽 옷), 4'4(아벨의 어린양 제사)

또한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기에 창세 이전부터 어린양 예수 크리스토, 기름 부음 받으신 분(메시아=크리스토)의 대속적 죽음을 예정 가운데 두셨음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수식 대상을 바꿔 "창세 때부터 죽임 당하신 어린양"이라고 옮길 때, 하나님 주권 사상 내지 '절대주권' 신학을 강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제가 보기에, 여기서 더 중시되는 관건은 (어린양의 죽음의 창세 전 예정보다) 13'8, 17'8에 공통된 '아포 카타볼레스 코스무'(세상 창조로부터)의 '아포'라는 전치사의 뜻을 어떻게 문법적으로 정확히 짚어내느냐 입니다.
13'8, 17'8의 문구가 거의 같기에 상호존중하는 한도 내에서 해석돼야 논리상 공평합니다.

전치사 '아포'는 (빈도 순으로) ~로부터, ~의, ~를 벗어나, ~를 위하여, ~에서 떨어져, ~에 의하여, ~에서(에의), ~안(의/에서), ~ 위에서..등으로 폭 넓게 옮겨집니다.

이 가운데서 ~로부터가 본 절에 가장 걸맞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17:8을 보면, '세상 창조(때)로부터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땅 위의..사람들'로 옮겨짐으로써, '기록되지 않은'이라는 동사의 관형형 '..게그랖타이'가 현재(종말적 미래 포함)까지의 완료형으로 돼 있어, 어느 모로나 '죽임 당하신 어린양'에 걸리는 데는 어색하고 무리가 있어 뵙니다.

    1. 창세로부터 (현재 즉 종말적 미래까지)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완료) 사람들
    2. 창세로부터 죽임 당하신 (완료) 어린양

위 두 가지를 비교할 때, 2는 "창세로부터 (이미, 앞날에) 죽임 당하(기로 작정되)신 어린양" 곧 하나님의 예정/예지/섭리 가운데서의 예언/미래적 완료인지는 몰라도, 정작 '어린양의 죽임 당하심'이 비로소 완료된(!) 때는 2000년전의 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전치사 '아포'가 과연 1.에 적합하냐, 2에 적합하냐를 볼 때, 저는 단연코 1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13'8과 17'8에 모두 공평합니다.

KJV/NIV 쪽은 설령 어순상/교리상으로는 틀리지 않더라도, 문법적으로는 어색하고 그다지 학적/애커데밐한 번역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더욱이 17:8을 참조하기보다 무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KJV/NIV 쪽 보다는 NASB와 여러 한글역 쪽을 더 지지합니다.

다음은 제 나름의 사역입니다: 

    "땅 위의 거주자들 곧 창세 때부터 자기 이름이, 죽임 당하신 어린양의 생명의 책에 기록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그(=짐승)를 경배할 것입니다."


도움 되셨기를~.


'성경묵상연구 > 계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가지 '새 하늘과 새 땅'  (3) 2020.11.21
천년통치는 하늘에서?  (6) 2020.10.05
666? 616?  (22) 2015.05.01
진짜 짐승의 표는?  (38) 2015.02.18
[계 20:1-7] 과연 '무'(無) 천년?  (73) 20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