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21장23절-32절말씀
영락없는 성전 주인행세를 한다.
대단히 근엄해 보이는 예복을 입고 의식을 주재한다.
누가 보아도 그들은 주인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나타난 나사렛 예수라는 자가, 자신들이 영업허가를
해준 장사치들이 성전 뜰에다 펼쳐놓은 환전상과 제사용품, 비둘기 등을
뒤집어 엎고 채찍을 휘두르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사건 당시는 그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불길처럼 치솟는 의분 속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이사야의 말씀을
대성일갈할 때는, 왠지 감당 못할 위력과 권세 같은 게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아무튼 다시 만나면, 대제사장과 장로의 권위로써 책임을 물으려고 단단히
별렀다.
때마침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작심한 듯한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예수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네가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냐, 또 누가 이 권세를 주었느냐?" (마21:23).
예수님 역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으시다.
맞대응하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로서 왔느냐 하늘로서냐 사람에게로서냐?"
난감하기 그지 없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외통수 질문이다.
"만일 하늘로서라 하면 어찌하여 저를 믿지 아니하였느냐 할 것이요
만일 사람에게로서라 하면 모든 사람이 요한의 선지자로 여기니 백성이
무섭고..."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해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종교계 우두머리들로서의 체면도 말씀이 아니다.
결론은, "우리가 알지 못하노라"(마21:27).
사람을 의식하며 진리에 눈이 감겨버린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대답이다.
성전의 참 주인을 앞에 모시고도 주인행세하는 그들이 점점 코너로 몰리기
시작한다.
한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다.
하루는 큰 아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하니,
"예, 알겠습니다."
어찌나 대답을 잘하는지 아버지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 아버지 눈앞에서 사라진 큰 아들은 일하기는 커녕 제멋대로
즐기고 논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도 똑같이 시켰다.
그런데 둘째는 노골적으로 “싫다”는 대답을 한다.
하지만 아버지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 먹고
포도원 일을 말끔하게 수행했다.
주님의 이야기에 이어 물음을 던지신다.
"이 두 아들 중에 누가 아버지의 뜻대로 행했느냐?"
이때, 종교의식을 행하고 성전의 주인행세하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겉으로 "예, 아멘" 대답은 잘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제일 잘 순종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 순종하지 않고 있다.
큰 아들과 같다.
우리의 믿음 생활은 어떤가?
모든 것을 머리로만 해결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은 시원스럽지만, 뒤돌아서면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 앞에서는 "예, 아멘"이요, 뒤돌아선 세상 속에선 "아니요, 노"가
아닌가?
머리로만 얼마든지 "믿어요, 믿는다니까요! 제가 섬긴다니까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반복될 때 스스로도 양심까지 속는다.
잘 믿는 사람이라고...
나 같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앞서서 봉사하고 열심인 성도들,
날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며, 교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빠질 수 있는
큰 함정이다.
항시 두려움과 떨림 가운데 "내 몸을 쳐 복종케 한다"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주님의 나라 일을 감당하면서 겸손해야 겠다.
주님 앞에 부족함을 고백하며 성령의 능력과 권능의 사역을 의지해야 겠다.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교회에서와 일상생활 속에서 한결같이 "예, 아멘"의 삶을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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