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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캪튼's 코너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

 

아브람의 행진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

-성경적 가족단위관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션섭...ㅋ 션~하고 섭하고...?)
"좀 그렇습니다. ㅋ (아들)결혼식 끝나곤 딸내미도, 이쁜 애기도 같이 내려갈 텐데, 집안이 휑할 거 같습니다."
"예..ㅠ"
"둘이서 뭔 재미로 살려나...우짜쓰까요?"
"그러게요 ㅎ"


며칠 전 지인들의 대화 내용이다. 연전에 딸을 먼저 시집보내고, 최근 아들까지 장가를 보낸 한 지인의, 복되고 화려한 행사 뒤끝에 관해서였다. 정작 신랑 아버지인 그 지인은 과히 행복한 모습은 아닌 듯 보인다. "섭"하든, 휑하든 보내주어야 할 그들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내 몸붙이였는데, 왜 헤어져야만 할까?

창세기 2'14이 이에 대한 해답을 준다. 
"그러므로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이 될 것이라."(사역) 

그것이 본래 하나님의 뜻이다. 장성한 아들이 남의 딸을 만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부모의 가정을 떠나게 되는 것이 창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어버이를 떠난다는 것은 부모는 물론, 형제 자매와도 떨어져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한 고장, 한 마을, 심지어 한 건물 안에 살더라도 그렇다. 

새 출발을 한 젊은 부부가 서로 알콩달콩 살든, 콩닥콩닥하든 토닥토닥하든, 지지고 볶든, 어떻게 살든지 간에 부모는 떠나 보내게 되는 법이다. 남자는 아내의 지아비, 자녀들의 아비가 되고, 여자는 남자의 아내, 자녀들의 어미가 되는 것이다. 창세기에 따르면, 이것이 본디 사회의 기본 구성 단위의 하나인 가족제도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다. 

그런데 같은 창세기를 보더라도, 때때로 다른 생각이 뜨곤 한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고토(故土)인 우르를 떠나 새 거주지인 카나안으로 향하면서 물론 아내 사라와 함께 나왔지만, 아버지 테라와 동생인 나홀, 조카인 롵 등도 함께 나왔다(창 11'31~12'5). 그들이 다 함께, 같이 살았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대 가족을 이루고 이른 바 '대가족제도'의 전통을 지켰다는 말일까?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대가족제도가 있었다. 할아버지부터 증손자까지 몇 대가 함께 사는 집안이다. 가부장이 있고, '여필종부'에다 '남존여비' 사상도 있어 왔다. 조선 시대 유교적 체제 아래서는 더 그랬다. 게다가 몇 대 선조들을 대상으로 제사까지 지내니, 남의 집 귀한 딸로서 시집 종갓댁 며느리를 비롯한 며느리들로선 숨막히는 삶이었다. 요새는 이런 모습이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이것과 성경의 족장시대를 혼동하는 교인들이 종종 있다. 아브람 가정이 오래 살면서 아들인 이짜크, 손자인 야콥 시대까지 한데 아우러져 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가정과 그 내면에 간섭하지 않았다. 

'출가외인'(出家外人)이란 말이 있는데, 성경적으로 말하면, 남녀 양쪽에 적용된다.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했기 때문이다. 시부모나 시형제자매가 집안 일, 특히 아들과 새 며느리와 사이의 온갖 대사 일로--심지어 부부지간의 내밀(內密)한 일까지--시시콜콜히 관여하면서 어느 한 쪽을 역성들기 따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처가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되풀이하지만, 태초에 창조주께서는 "그러므로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이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구적 핵가족제도가 본디 성경적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 장가든다는 개념보다 여자가 시집온다는 개념이 더 강하다. 가부장제도에 따르면, 성경과 달리, "그러므로 여자가 어버이를 떠나 남자의 집안과 합하여.."가 더 맞는 셈이다. 

안 그렇다면, 남자인 아브람이 어버이를 떠나, 처가인 나홀 집안에 일찌감치 데릴사위로라도 들어갔는가? 그렇지 않다. 그도, 사라도, 어버이를 떠나 한 몸이 되고, 다음 세대를 이을 한 단위의 가정이 된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가 각각 부모를 떠나 둘이 합하여 독립된 새 가정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즉 새로 꾸려갈 한 가정은 부모와 형제자매로부터의 독립된 개념이다. 

부모나 형제 자매는 일단 장가들고 시집간 아들딸 또는 형제/자매의 새 집안 일에 끼여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아야 한다. 
전에 듣곤 하던 흔한 얘기들이 있다. 시어머니가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던 나머지 아들이 결혼하고 나서도 아들며느리 일에 일일이 참견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신혼부부의 침실에 침입해 며늘아기 대신 자신이 아들을 끼고 자는 황당한 풍속도도 없지 않았다. 섭정하는 왕태후 격이다.  

아브람과 사라는 아들인 이짜크와 며느리 리브카는 일단 쌍둥이 맏아들 에사우(에사브=에서)나 차자 야콥이 결혼한 뒤로는 그들의 집안 일에 간여하지 않았다. 에사우가 이방 여인과 결혼했을 때도 부모가 싫은 내색은 했어도 강제로 헤어지게 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야콥 집안의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에사우는 야콥의 피붙이 형인데도 애당초 동생을 죽일 마음이 한때 있었어도, 동생의 집안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결혼한 남녀는 부모나 형제자매와는 독립되어 자신들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부모나 형제자매가 어려운 처경에 있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그럴 때 독립 가정을 이룬 부부라도 그들을 돕고 돌봐야 한다. 특히 크리스천은 그렇다. 가정을 이루느라 부모나 형제 자매를 떠났다고 해서, 매정하게 부모나 형제자매를 내팽겨쳐 두고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주님의 교훈에 어긋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돕고 돌보는 과정에서 부부의 집안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부부의 몫이고, 그들만이 할 일이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대가족제도나 가부장제가 아무리 집안 전통과 효도의 지탱에 '효율적'이라고 해도, 가부장 또는 조부모나 부모, 형제나 자매 등이 새 가정을 꾸린 남녀의 집안 일에 간섭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물론 성경적이지도 않다. 
부부의 집안 일은 둘이서 또는 그 자녀와 함께 손수 해결하고 처리해야 마땅하다. 설령 어려운 일로 웃 집안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남자가 어버이를 떠나"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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