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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의 연구묵상/캪튼's 코너

미리 해 둔 기도

 

"미리 해 둔 기도"라고 해서 개념이 특별할 것은 없고, 앞날을 내다보고 앞서 하는 미래성 기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미리 해 둔 기도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다. 그 기도가 나중 정확한 효과를 내어, 성취되면서 응답된 경우이다. 대표적 예를 든다면, 우리 주님이 페트로(베드로)를 위해 미리 해 두신 기도가 그렇다. 

   "쉬몬, 쉬몬. 이보게나, 사탄이 그대들을 밀 까불듯 하려고 요구했다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위해 기도했지. 자네 믿음이 떨어지지 말라고. 그러니 자네가 돌이킨 다음, 자네의 형제들을 굳건히 해 주게나."(루카복음서=눅 22'32 사역) 

여기서 배경을 좀 알 필요가 있다. 주님이 저 말씀을 하신 것은 유월절 만찬을 갖던 수난일 전날, '최후 설교'로 알려진, 다락방에서의 말씀 끝 대목에서였다. 당시 제자들은 주님을 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물은 데 이어, 서로 누가 더 크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주님은 새벽이면 모두들 주님을 버릴 것이라고 예언하시면서, 특히 수제자인 쉬몬 페트로(시몬 베드로)조차 그럴 것이라고 하셨다. 페트로는 충격을 받고 "다 주님을 버린대도 오직 저만은.." 하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주님은 "닭 울기 전 자네가 날 세 번 부인할 것이네"라고 더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주님의 예언대로 그 분을 3회나 부인해버린, 정말 엄청난 페트로의 배신의 끝은 뭘까? 이스카리옽(가룟) 유다 같은 운명이 아니라, 돌이킴과 회복이었다. 그 까닭은 주님이 미리 기도해 두셨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미리 해 두는 기도는 중요하다. 하물며 주님의 기도이랴! 이 중대한 주님의 기도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주님의 당연한 그 기도가 뭐 그리 중요했냐며..권능이 충만한 주님은 기도 없이도 페트로의 추후 회개도 되고, 다 되지 않냐는 것. 하지만 큰 오해다. 주님은 페트로를 위해 반드시, 꼭 미리 앞서 기도하셔야 했다. 사탄은 밀 까불듯 성도들을 까부르려고 늘 요구하는 존재이기에! 그렇게 함으로써 페트로를 철저히 타락시키고, 나머지 제자들도 적당히 무너뜨리려고. 그래서 제자들의 대표격인 페트로의 돌이킴은 절대 필요했고, 그랬기에 주님의 기도는 더더구나 절대 필요했다. 

미리 해 두는 기도의 또 다른 대표적 케이스는 스테판(스데반)의 기도다. 그는 자신을 미워하고 박해하다 못해 돌팔매질을 해대는 무리를 향해 이 때 미리 앞서 해 둔 마지막 기도가 있었다.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소서!"라는 기도였다. 이 역시 주님의 기도인, 십자가 위에서의 기도 하나(뤀 23'34)를 연상시킨다. 

그게 뭐 그리 미래형 기도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바로 스테판의 이 기도 때문에 죄인의 괴수 샤울(사울)이 회개하고 돌아와, 기독교인들의 핵심적인 일부와 이방인 선교사가 됐음을 독자는 아는가? 아니, 무슨 소리를..? 샤울이 돌아온 것은 다메쉨(다마스쿠스)에서 주님이 나타나셨기 때문이 아니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스테판의 이 기도는 그냥 형식상으로 한, 상징적인 마지막 기념 기도였다는 것인가? 샤울의 죄를 샤울 자신에게 돌리지 마시라고 기도한 것이나 다름 없는 스테판의 이 기도가 땅에 떨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스테판의 순교 순간, 보좌에서 친히 일어나신 주님은 분명히 스테판의 마지막 기도를 들으시고, 그 기도대로 샤울의 죄를 그에게 돌리지 않으셨다. 물론 주님의 뜻대로 그를 이방인의 사도로 세우기도 하셨지만. 

우리도 점점 더 험해져 가는 이 세상에서 언젠가 스테판처럼 순교의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 때 스테판과 같은 기도를 하지 않으려는가?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소서!"라고.  
물론 오직 성령 안에서 할 수 있는 기도이다. 내 배짱으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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