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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음악

You Raise Me Up은 표절?

롤프 뢰블란(오른쪽)의 You Raise Me Up은 자신의 작품 '향수(Söknuður)[각주:1]'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헬가손[각주:2]. 과연 누가 더 정직한 것일까?  




You Raise Me Up은 표절?

-"뻔뻔한 도작(盜作)"설, 11월말 두 번째 소송 들어가




"You Raise Me Up은 뻔뻔스러운 도작(盜作)이에요."

우리나라에서까지 팦 또는 '성가'로 크게 히트(?)를 쳐온 노래, 'You Raise Me Up'이 사실상의 '표절작'이라는 의혹이 강력 제기됐다. 


본디 작곡가나 첫 연주팀에 의하면 분명히 뉴에이지 음악인데도, 이 불편한 진실이 무시된 채, '기독교 노래' 또는 '성가'로 계속 둔갑하여 남용돼온 You Raise Me Up은 드높은 인기 때문인지 본 블로그의 관련 글조차 지난 약 2년간 꾸준히 (블로그 자체의) 검색순위 1위를 지켜왔다.


우선, 정말 표절작인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해 '표절' 주장측의 다음 노래를 독자가 직접 들어보기 바란다. 


  https://youtu.be/ssIwHDLCtXo



어떤가? You Raise Me Up의 '편곡'이라고 해도 깜박 속을 만큼 너무나 서로 닮지 않았는가? 


이 노래가 바로, 노르웨이 작곡가 롤프 뢰블란의 You Raise Me Up은 자기 작품의 '표절작'이라고 줄기차게 강력 주장해온 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헬가손(Johann Helgason)의 '빛 속으로(Into the Light)'라는 곡이다. 아이슬란드어로 된 오리지널 곡 '서크누두르(Söknuður)'의 영어 번역곡이다[각주:3]


헬가손은 자신의 작품이 You Raise Me Up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아이슬란드어로 된 노래 가사를 영역하는 한편, 아예 뢰블란과 같은 나라인 노르웨이의 작곡가 욘 쉘 셀리셑의 손을 빌려 비슷한 풍으로 편곡하게 한 뒤 복음성가합창단까지 동원하여 취입하게 했다. 


아이슬란드의 비영리 국제저작권 기구인 STEF는 이 두 곡을 심층분석해 본 결과, 두 노래가 음악적으로 무려 97%나 서로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97%? 거의 100%라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음계/음열 상으로도 단 2음만 빼고는 모두 서로 일치한단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싱어/송라이터의 한 명인 헬가손은 이에 대해 지난 20년간 와신상담 하면서 소송 준비를 해 오다, 최근 영국의 로펌을 통해 공식 소송을 할 준비가 다 됐다고 피소될 상대측에 연락을 했다. 헬가손 측이 제기한 손배청구액은 (아이슬란드화로) 10억 크로너. 노르웨이 화폐(NOK)로 8000만 크로네(약103억 2260만원)이다. 


바로 이래서 해당 곡의 댓글도 그렇거니와,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언론들이 자기 나라의 인기 작곡가인 헬가손을 드높이 추켜 가면서 뢰블란을 "영락 없는 표절범"으로서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언론들도 어정쩡하게 양쪽 입장을 전달해 가며 소송에 얽힌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헬가손에 따르면, '서크누두르'는 아이슬란드 자체에서 일찌감치 인기가 높은 곡이었다. 장례식장과 추모식장에서 으레 이 곡이 불리곤 했다. 그런데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아이슬란드를 오가며 지내온 뢰블란이 헬가손의 이 곡을 듣고 나름 '소화'를 하던 나머지, 결국 '표절'하고 말았다는 게 헬가손 측 주장이다. 노래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면, 충분히 개연성과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각주:4]


흥미롭게도 곡뿐 아니라 가사풍까지 비슷한 You Raise Me Up 역시, 2003년 음반 출시 이래 영국 전역의 장례/추모 식장에서 가장 자주 불리는 가락의 하나가 됐다. 결혼식과 졸업식에서도 불렸다.  


자신의 작품 You Raise Me Up이 표절작인지 아닌지 밝히지 않은 채, "해 줄 얘기가 없다"로 일관하는 롤프 뢰블란.



헬가손이 '서크누두르'를 쓰게 된 계기는 지금은 작고한 아이슬란드의 젊은 가수였던 빌리 빌(본명 빌핼무르 홀마르 빌햄손)이 지난 1976년 국내 작곡가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시에 곡을 붙여 줄 수 없냐고 묻던 때였다. 



추정되는 '표절' 과정


그 반면, 뢰블란이 자신의 팀인 '비밀정원(Secret Garden)'을 통해 야심 찬 '신곡'인 You Raise Me Up을 내놓은 것은 2001년이었고, 그후 웨스트라이프와 자쉬 그로번이 불러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계속 크게 히트해 왔다. 뢰블란은 당초 자신이 아일런드의 인기 작가인 브렌던 그래엄의 첫 소설 '제일 까만 고추'를 읽고 감동 받아 이 가락을 썼다고 주장해 왔다. 이어서 그 가락 '침묵의 이야기(Silent Story)'를 갖고 가, 그래엄에게 가사를 붙여 달라고 해서 받아냈다는 것.

왜 하필 '비밀정원'이고, 왜 '침묵의 이야기'일까? 그것은 혹시 내적, 심리적으로 남의 곡을 표절한(?) 은밀한 비밀 때문은 아닐까? 만약 이 엄청난 거작 명곡(?)의 표절이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뢰블란 마음 속의 비밀정원이고, 침묵의 이야기이겠기에 말이다. 


뢰블란은 또 자신의 이 곡이 아일런드 민요 '런던데리 에어(Londonderry Air)[각주:5]'를 닮았다고 시인했는데, 헬가손은 자신의 '향수'가 과거 40년간 그런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각주:6]. 만약 뢰블란이 정녕 표절을 했다면, 표절 사실을 좀 더 본격적으로 비밀화하고 창작곡으로 애써 포장하기 위해 가운뎃 부분에 일부러 '런던데리 에어' 비슷한 가락을 삽입했을지도 모른다. 양심에 일말의 가책이 되는 아이슬란드로부터 눈길을 돌려, 가운데 부분과 비슷한 가락인 '런던데리 에어'의 본산인 아일런드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헬가손이 추정하는 뢰블란의 '표절' 작곡 과정은 이렇다. 1990년 크로아티아에서 유로비전 송컨테스트가 진행될 동안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의 참가자들이 자그레브의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일행 전원에게 문제의 곡 '서크누두르'가 취입된 커셑 테이프 한 개씩 분배됐다. 헬가손은 유독 뢰블란만 그 커셑을 받지 않았을 리 없다고 강조한다[각주:7]


헬가손과 아이슬란드 언론에 따르면, 뢰블란은 또 아이슬란드에서 한동안 지내면서 그곳의 노래를 수집/녹음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므로 뢰블란이 최소한 '서크누두르'를 의미심장하게 들은 적이 없다거나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유는, You Raise Me Up이 서크누두르를 빼쏘다시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헬가손이 고소 사실을 알려오자, 뢰블란이 간단한 이메일로 답했다. "저는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같은 소송건이 저작권 단체인 STIM에서 이미 심의된 바 있으나 기각됐거든요." 할 말이 없다고? 그게 '표절 의혹'에 대해 겨우 할 말인가? 



표절의 시발점?.. 1990년 유로비전송콘테스트가 열린 크로티아 자그레브의 바트로슬라프 리신스키 콘서트 홀. 이곳 인근 호텔에서 뢰블란이 포함된 노르웨이 참가팀에 대한 아이슬란드의 우정의 표시로 헬가손의 '향수' 테이프가 분배됐다. 



'다윗 대 골리앗' 전


그러나 헬가손은 말한다. "나는 이 낡은 집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불평만 하고 앉았을 수만은 없다. 내 손자는 '왜 여태 아무 조치도 안 하셨어요?'라고 묻는다. 모든 이성적인 사람이 하는 것을 나도 한다. 뢰블란도 (대응)할 테지." 헬가손은 수많은 음악 품평가들이 이 두 노래가 닮았음을 인식해 왔다고 덧붙여 말했다. 


헬가손은 또 말한다. "나는 뢰블란 및 유니버설사가 두 노래는 똑같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나와 합의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지 않았기에 나를 도울 새 로펌과 회동하여 계약을 서두르려는 것이다." 헬가손은 이 법정 싸움이 '다뷔드 대 골리앝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상대방이 다름 아닌 유니버설이기 때문이다. 

헬가손은 현재 초라한 아파트에 살고 있고, 엄청난 소송비를 순전히 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처지인 데 비해, 유니버설 레코드사는 직원이 7000여명인 데다 연간 지출이 수천 억 달러에 달한다. 이 다윗 대 골리앗 1차전은 이미 2011년에 깨졌더랬다. 헬가손의 법률비 부족 탓이었다. 



그로번도 표절'감' 인식


You Raise Me Up으로 2004년 3월 당시부터 얼마간 무려 800만장의 음반이 팔려 나갈 정도로 엄청난 대박 히트를 쳐온 미국 가수 자쉬 그로번은 2007년에야 비로소 자신의 히트 곡 일부의 한 '오리지널'일지도 모를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 해 아이슬란드의 레이가르달루어에서 그로번 공연이 있었을 당시, 헬가손이 그를 따로 만나 과거 빌리빌이 취입한 '서크누두르'를 들려주었다. 그로번은 처음에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노래가 "아름답다"며 두 노래가 "확실히 서로 (많이) 일치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로번은 You Raise Me Up의 작곡가(뢰블란)에게 "노래의 영감을 도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봐야겠다"고도 말했다. 그로번은 You Raise Me Up이 '런던데리 에어' 같은 노래를 롤모델로 삼았을 수 있음을 시인하면서, 그 와중에도 이 노래(서크누두르)는 "처음 듣는다"고 밝혔다. 그로번은 그러나 나중 언론에게 "난 그 곡(You Raise Me Up)을 쓴 장본인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소송에 으레 들곤 하는 거액의 법률비. 결국 돈싸움인 셈이다. 헬가손은 과연 끝까지 싸울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 언론들은 그가 이번에 승소한다면, 아이슬란드 팦 계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지 언론 '레이캬빜 그레잎바인'은 묻는다. 

"과연 그 노래는 도난 당했을까? 독자 자신이 판정해 주길 바란다."고. 



필자도 두 곡을 비교해 보며 들었다. 결정적인 느낌은 '서크누두르'가 없었다면, 현재의 You Raise Me Up도 있을 수 없을 뻔했다는 것. 그 정도로 전자가 후자에게 끼친 '영향'이 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녕 그랬다면, 뢰블란이 노르웨이가 존중하는 나름 훌륭한 작곡가인지는 몰라도,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라고 할 만한 진정한 창작예술가는 아니다고 어림된다.


뢰블란의 You Raise Me Up은 '서크누두르'도 저토록 닮았지만, '런던데리 에어'와도 많이 닮아 있다. 노르웨이 사람이 물 건너 아이슬란드와 아일런드의 신세를 모두 톡톡히 진 셈인가? 그렇다면 그 자신의 것은 무엇이었나 아연해진다. 이것 저것 다 갖다 발랐다(?)면, 과연 그의 노래에 순수창작, 아니 '작품'이라고 할 만한 구석이 얼마나 있는가? 



'런던데리 에어'는 어떤 노래?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런던데리 에어'다. You Raise Me Up은 과거부터 '런던데리 에어'와 비슷하다는 얘기들이 있어 왔다. 'Danny Boy'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란 옮김으로 애송돼 온 유명한 노랫가락이다. 북 아일런드 런던데리 카운티의 토속 노래인 이 가락의 유래의 역사는 매우 오래며, 미스터리라고 할 정도로 좀 애매하다. 


거의 중세 때부터 있어온 이 "신비로운 가락"을 19세기에 같은 런던데리 카운티 내 뉴타운의 리마바디에 살던 제인 로스(Jane Ross) 여인이 채집해 역시 전통음악 연구가인 조지 피트리(George Petrie) 박사에게 전했고, 아일런드 가락 보존출판협회(SPPMI)에 의하여 1855년 발행된 '아일런드 고대음악(AMI)'에 실렸다. 작곡자는 알 길이 없었으므로 익명으로였다. 피트리는 이 가락의 제목을 단순히 '런던데리 가락'이라고만 붙였고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 가락에 널리 알려진 가사 'Oh Danny Boy'를 붙인 사람은 프레드맄 에드워드 웨덜리 변호사. 바로 저 유명한 성가 '거룩한 성'의 작시자이다(참고 글 링크: > ). 웨덜리는 1910년에 이 시를 써서 1913년에 이 가락과 결합됐다. 이전엔 1870년대에 앨프릳 퍼시벌 그레이브스가 쓴 'Shrive Me..'란 가사에 쓰이기도 했다. 


이 가락은 20세기에 몇몇 성가 심지어 찬송가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램보 그뤂'의 다티 램보가 가사를 쓴 '나의 잘못도 넘겨보셨다'(He looked beyond my fault)를 비롯해 10여 개가 더 있다. 그밖에도 수많은 음악에 이 가락이 쓰였다. 

한 마디로 극도의 잡동사니 재료로 활용돼 온 가락이라고 하겠다. 이 가락이 우리네 찬송가에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크리스천들은 뉴에이저들의 들러리?


헬가손과 뢰블란-두 작곡가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뉴에이저라는 사실. 뢰블란과 '비밀정원'이 뉴에이지 연주가란 불편한 진실은 관련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헬가손 역시 가슴에 버젓이 '앙크' 십자가를 달았기에 뉴에이저로 보인다. 이 노래에 직접 결부된 대다수인들이 뉴에이저들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두 곡의 취입과 연주를 도운 복음성가 합창단들이나 서크누두르를 빼박은 듯한 You Raise..를 '성가'화 한 사람들, 생각 없이 연주해 온 크리스천들은 철저히 뉴에이저들의 들러리 역을 했다는 결론이 선다. 그리고 결국 뉴에이저들이 자기네 돈벌이에 크리스천들을 이용한 모양새다. 그 돈벌이 자체에 일부 크리스천들도 편승했지만.


뉴에이저들의 잔치 격인 이런 노래들을 거의 전혀 분별하지 않는 교계의 풍토가 이해되기보다 어디까지나 한심하다고 생각된다. 

표절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는 이번 계기에 교회는 이 불편한 '성가'로부터 손을 떼면 어떨까? 아니면 멜로디가 아름답고 힘차기에 여전히 이건 "감동적"이라고 "어머, 이건 해야 해~!" 식으로 우겨 가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제단 앞에 계속 이 뉴에이지 송을 불러드리려는가? 

God forbid.


관련 글: You Raise Me Up은 성가? 




  1. 아이슬란드어 발음 "서크누두르". [본문으로]
  2. '앙크' 십자가 목걸이를 보아, 그 역시 뢰블란처럼 뉴에이저로 추정된다. [본문으로]
  3. 1976년작인 원곡의 제목은 아이슬란드어로 'Söknuður'(서크누두르). 흥미롭게도 같은 낱말이 노르웨이어로는 '향수(nostalgi, 노스탈기)'란 뜻이다. [본문으로]
  4. 참고로, 아이슬란드의 언어는 노르웨이어와 원래 어족이 같고 매우 비슷하다. 아이슬란드의 화폐명도 '크로나'로 노르웨이의 '크로네'와 거의 같다. [본문으로]
  5. 일명 '대니 보이'. '오 대니 보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런던데리'는 북아일랜드의 주 이름. [본문으로]
  6. 이미 작곡해 놓은 곡이 세월이 지나면서 절로 딴 곡을 닮을 리는 없으니, 물론 빗대어 한 말이다. [본문으로]
  7. 뢰블란은 그보다 전인 1985년 유렆 송 컨테스트에서 노르웨이를 대표해 '라 뎉 슁에( La Det Swinge)'로 수상한 바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