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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의 지난 칼럼들/뉴하우스의 돌보며걸으며

가장 중요한 것 (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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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우스님이 새로 고정 필진에 참여하십니다.
티엘티에 주님을 위한 글쓰미들이 점점 더 늘어나 너무 기쁩니다!
은강님의 '은강의 님께로의 여정', 김동열님의 '김동열의 매일묵상' 등 우리에게 유익과 영감을 던져 주는 글들에 이어..
뉴하우스님의 글도 우리에게 또 다른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안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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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

대학을 입학하여 첫 학기를 마치고 긴 겨울방학을 맞은 아들아이를 집에 데려오기 위해 우리 부부는 8시간 걸려 아이의 학교가 있는 Eastern PA (동부 펜실베이니어) 에 도착했다.

하룻 밤을 거기서 지내고 이튿날 일찍 출발해 집에 오는 게 우리의 일정이었다.
한 달 이상 집에 있으려니 집에 가져 오는 짐도 꽤 많다.

열심히 짐을 차에다 싣던 남편은 [평소 마실 물과 간식을 담은 아이스 박스를 항상 운전석 바로 뒤에 내 팔이 닿는 곳에 두곤 했는데] 그날 따라 무슨 생각이었는지 다른 짐과 같이 트렁크 속에다 실었다.
긴 여행길에는 물을 잘 안 마시게 돼 나중엔 탈수현상으로 머리가 아프기도 한 것을 잘 아는 나에겐 물은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아이템이다. 

이걸 본 나.
남편을 향해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 있었으니…

    “What is the most important item in this car?”

그냥 “Ice box 는 뒷 좌석으로…” 해도 됐을 법 한데 굳이 이런 식의 표현은 무엇인고? 속이 저으기 못마땅한 것이다. 아주 큰 일에는 무척 너그러운 듯 한데 사소한 일에는 왜 이리 까탈스러운지.

아이를 오랜만에 데려오는 기쁨으로 열심히 짐을 싣던 남편의, 뭐가 깨질 만한 것을 말하나 싶은 얼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실수를 못마땅해 하는 나.
- 둘의 표정이 민감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me~” 하고 아들아이가 실실 웃으며 끼어 든다.

가끔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지는 엄마를 매우 잘 아는 아이는 이렇게 나를 원래의 자기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데려다 놓는 야릇한 재주가 있다. 그날도 아이는 나의 선생이었다.

어이 없는 웃음을 날리며 이제는 제자리를 찾은 물의 중요성마저 대수롭지 않아진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생각한다.

나 자신, 수없이 깜박 깜박 하고 실수할 때마다 이해를 바라는 멘트를 얼마나 날리나.
왜 남이 깜박하는 건 그리도 너그럽지 않은 맘과 눈으로 바라보는지.
실수는 배우고 커 나아 가기 위한 삶의 양념 아니 분신이기마저 한데 항상 미리 막으려고 한다. 모든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손상을 낳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안 봐도 비디오”고 뻔한 일이라도 그냥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실수의 힘을 아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실천해 보련다. 무한한 인내심과 여유가 나를 시험하려 들겠지만. 나도 쿨(cool) 해지련다.
자신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과 더불어 아들아이의 ‘me~’ 하는 멘트를 상기하며 기분전환을 한다.

하기야 부모인 우리에게 아들보다 더 중요한 세상의 보물단지가 어디 있으랴 마는 나도 남편도 아이도 우리 가족의 울타리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각자가 똑같이 소중하다.

각자 있어야 할 위치에 있어서 가족을 이루는 우리. 서로가 있어서 더 행복하고 서로에게 귀하다.

그리고 고맙다.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잠언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