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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칠면조 조리법(뉴하우스)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지키는 추수감사절은 미국인의 삶을 가장 잘 상징하는 명절이다.

가족 모임, 칠면조 요리를 포함한 추수감사절 음식, 미식 축구 게임과 Thanksgiving Day 퍼레이드는 빠지지 않고 지켜지는 이 날의 전통이다. 이튿날인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은 스토어마다 파격 대 할인으로 새벽 4시부터 문 여는 상점 앞에 아예 캠핑까지 하거나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진풍경이다. 

이 날의 전통과 가정마다 다른 풍습이 내겐 아직 생소하던 학생 시절, 어느 미국인 가정에 초대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서로 만들어 온 애플 파이나 펌킨 파이 또는 스윗 포테이토 파이를 맛보며 감탄하던 부인들의 대화와 아주 만족해 하던 그들의 표정, 그리고 집안 가득한 맛있는 음식 냄새와 분위기를 가끔 상기하며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왜냐면 당시는 낯설던 그들의 풍습이, 세월이 지나 가정을 이룬 후 나의 삶 속에서 연장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손님을 초대하기도 하고 초대 받기도 했던 추수감사절 날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안겨 주었다.
어느 해 추운 추수감사절 날은 교회 청년들과 미식 축구를 하다 거구의 청년에게 태클 당해 나동그라져 뇌진탕을 일으킬 뻔한 남편. 우루루 몰려온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그 좋은 먹성으로 이내 거덜내던 터키. 어쩌다 부모님과 형제가 다 모일 수 있었던 해의 추수감사절 날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애쓰던 기억. 수술 후 아픈 위장 탓에 좋아하는 추수감사절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잘 먹지 못해 안쓰럽던 아들 아이. 초대 받아 간 집에서 남편과 아들아이가 동시에 고양이 앨러지 현상으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디저트도 먹기 전에 떠나야 했던 웃지 못할 일. 엄청 쌓인 눈길을 뚫고 가서 수 백명이 어울려 먹던 부대 식당의 추수 감사절 음식.

이렇게 내게도 많은 추억 거리가 생긴 특별한 날이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날 만큼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음식에 포커스를 두는 명절도 드물지 싶다.
그래서 이 날의 주인공은 말할 나위 없이 칠면조(turkey)이다. 

'작은 아씨들'(The little Women)의 저자인 루이사 메이 올코트(Louisa May Alcott)가 쓴 '구식 감사절'(Old-Fashioned Thanksgiving)이라는 단편을 읽어 보면, 추수감사절 아침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간병 때문에 출타한 부모 대신, 아이들이 추수감사절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정경들이 그려져 있다.

미국의 그 어느 명절과 달리 이 날은 집안 가득히 풍기는 음식 냄새가 어느 집이나 비슷하지 싶다. 만드는 방법의 차이는 있어도 식탁에 오르는 메뉴는 "거기서 거기". 이 날의 주인공인 칠면조 고기와 때로는 햄, 사이드 디쉬로 스터핑(칠면조 안을 채우는 속, 또는 '드레싱'), sweet potato, 으깬 감자(mashed potato), 크랜배리 소스 등은 반드시 등장한다. 그 외에 샐러드니 푸른콩(green been)이니, 아니면 다른 야채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디저트가 한 몫 하는 날이기도 하다. 칠면조 고기와 더불어 sweet potato pie나 단호박 파이는 일 년 중 그 어느 날 보다도 이 날 먹어야 가장 맛있는 것 같다. 물론 칠면조도 일 년 중 이 시기가 가장 싸서 한 마리로 대식구가 먹고도 남는다. 

며칠 안 있으면 우리 집에서도 오랜만에 귀가한 아들아이와 또 손님 몇 분이 우리의 식탁에서 '뉴하우스식' thanksgiving day dinner 를 나눈다.
한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곳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을 소개하고 미국 거주자들 중 아직 터키 굽기에 자신이 없거나 이날 무슨 음식을 차려야 되는지 몰라 하는 분들을 위해 몇가지 레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음식과 같이 차려도 아주 멋진 추수감사절 식사가 된다.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정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 가족이 즐기는 우리 식의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눈을 돌리면 주변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거나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분들을 초대하여 식사와 대화를 나누며 해마다 다른 추억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칠면조 요리 방법은 다양하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칠면조 굽기는 자칫 실패하기도 하고 예상 외로 쉽게 성공하기도 한다.
관건은 얼마나 부드럽고 주시(juicy)하게 되느냐 이다. 

조리법이 이 방법 저 방법 수없이 많고 나도 여러 번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 본 거 같다. 물론 오븐의 성능이라는 변수도 있다. 그중 가장 실수 없이 누구나 맛있다고 하는 레시피는 역시 brine에 터키를 담구었다가 굽는 방법이다.

Brine 즉 야채 육수에 하룻밤 담가 두었다가 하는 방법은 좀 번거롭긴 하지만 가장 맛도 나고 부드럽고 액즙이 많이 남는다. 칠면조를 굽는 시간도 단축된다. 단지 짜질 우려가 있으니 소금은 녹이되 평소 저염도 식사를 해야 하는 분은 소금의 양을 줄이면 된다. 
 

감사절 터키

재료(INGREDIENTS): 10-18 파운드(4.5-7kg) 터키용

묽은 야채국물(vegetable broth, 깡통/박스 제품 사용 가능) 1 갤런(gallon, 약4리터). 또는 ¾ 야채국물 + ¼ 물 (취향에 따라 물 대신 애플주스도 가능)
바다소금* 1 컵 또는 'Morton Tender Quick Cure' 1/4 컵

다음 서양 조미료: 각각 1 TS(테이블스푼 분량)씩

 말려 찧은 로즈메리(crushed dried rosemary) 
   말린 세이지(dried sage:차조깃과의 약용식물 잎, 조미료로 쓰임) 
     말린 백리향(dried thyme)
       말린 세이버리(dried savory, 꿀풀과 식물)
 
얼음물 1 갤런 

* 식탁용 소금(Table salt)은 너무 짜져 안 됨.

조리(DIRECTIONS)

1. 큰 수프냄비(stock pot, 또는 대형 찜통)에 야채국물, 소금, 로즈메리, 세이지, 백리향, 세이버리를 넣고 끓이는 동안 소금이 잘 녹도록 저어 준다. 안 그러면 간이 고루 배지 않는다. 불에서 내려 식힌다.

2. 다 식으면 다른 팟으로 옮기거나 구이용 백(brining bag/roasting bag)을 사용하면 양념(marinate) 하기 쉽다. 식힌 후 얼음물을 붓는다. 

3. 터키는 씻어서 물기를 없앤 뒤, 가슴살이 있는 쪽을 밑으로 국물에 잠기게 한다. 이때 몸통 안에도 육수가 들어가 배게 한다. 그리곤 냉장고에 넣거나 차게 둔다. 너무 커서 냉장고에 넣을 수 없을 경우 bag에 넣어 얼음을 재운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는 방법도 있다. (24 시간 정도 brine에 담궈 둔다. 중간에 두서너 번 터키를 뒤집어 돌려 준다.)

4. 이튿날 물기를 털고 닦아 낸 뒤 오븐에서 굽는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된 터키는 그냥 굽는 터키보다 20-30 분 빨리 구워지기 때문에 온도계를 잘 주시해야 한다. 

5. 굽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500F 고열에 터키가 노릇노릇할 때 까지 굽다가 호일(foil)을 씌우고 350F 도에서 마저 굽는다.
(350F 에서 겉이 약간 노릿해질 때까지만 굽다가 호일로 '텐트'를 친다. 다 구어지기 45분 전 호일 텐트를 걷고 브라운 색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 마저도 할 여유가 없을 경우 칠면조 상품에 딸려 나온 약식 조리법(instruction)을 따라 하면 된다.

터키의 넓적다리에 꽂은 온도계가 화씨 165도(F)에 다다르면 다 구어진 것이다.
 
오븐에서 꺼내 한 20분 정도 나눈 뒤 카빙(carving)을 한다. 이때가 터키 속의 즙이 재분비 되는 기간이다. 너무 일찍 자르기 시작하면 고기가 다 부서지기 때문에 약간 식은 후에 카빙한다. 

속 채우기와 드레싱하기 (Stuffing and Dressing)

주 재료로는 대부분 흰빵이나 크루톤(crouton)을 쓰지만 대신 옥수수 빵이나 쌀과 곡류 그리고 과일과 야채를 사용하기도 한다. 터키 고기도 고기이거니와, 속에 채워 넣는 양념 스터핑도 만두속처럼 중요하다
 
소시지, 사과, 크랜베리 스터핑(Sausage, Apple and Cranberry Stuffing)
(지금까지 시도해 본 것들 중 우리 식구들이 가장 좋아한 레서피)

재료

작은 네모로 토막친 통밀빵 (cubed whole wheat bread) 1&1/2 컵
(위처럼 자른) 흰빵 3&3/4 컵
저민 터키 소시지 또는 돼지 소시지 (pork sausage) 1 파운드
다진 양파 1 컵
다진 셀러리 3/4 컵
말린 세이지 1 ts(티스푼 분량)
말린 로즈메리(1 ts)
말린 백리향(1/2 ts)
'골든딜리셔스'종 사과 1개(씨방 제거한 뒤 다진 것)
말린 크랜베리 3/4 컵
저민 신선한 파슬리 1/3 컵
터키 또는 치킨 육수(turkey chicken stock) 3/4 컵
녹인 무염 버터 4 TB  

 
조리

오븐을 350도에 예열한다. 흰빵과 통밀빵을 큐브로 잘라 쿠키 굽는 판이나 오븐 용기에 담아 오븐에다 5-7분 정도 골고루 토스트 될 때까지 굽는다. 큰 보울에 옮겨 담는다.
 
팬에 소시지, 양파를 중간 불에서 볶는다. 이때 소시지는 잘라 고루 브라운 색이 돌도록 볶아 준다. 여기에다 셀러리, 세이지, 로즈메리, 백리향을 넣고 잘 섞어 2분 정도 익힌다.
 
익힌 소시지를 빵 큐브 속에다 섞는다. 자른 사과, 마른 크랜베리, 터키/치킨 육수, 녹인 버터를 넣고 살살 섞어 터키 속에 넣어도 되고 따로 오븐 용기에 담아 350F 도에서 한 시간 정도 익힌다. 
 
스윗 포테이토 찜(Sweet Potato Casserole)

재료

으깬 스윗포테이토 3 컵(mashed sweet potatoes)
설탕 1컵(1/4 c 만 사용해도 단 듯 만 듯 적당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계란 2개
버터 1/3 컵
우유 1/3 컵
바닐라 에센스 1 ts
팩으로 된 흑설탕 1컵
다진 피칸(pecans) 1컵
다용도 밀가루 1/3 컵
녹인 버터 1/3 컵

조리

오븐을 350F(175C)로 예열한다.
2 quart 짜리 오븐 용기를 안에다 spray oil을 뿌리거나 butter를 발라 준비해 놓는다.
구운 sweet potato 를 mash해 놓는다.
보울에 sweet potato, 설탕, 계란, 버터, 우유, 바닐라액을 넣고 잘 섞어 오븐 용기에 담는다.
다른 보울에 흑설탕, 피칸, 밀가루, 버터를 잘 섞어 sweet potato 위에 잘 펴서 얹는다.

예열된 오븐에서 25-35분 정도 굽는다.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

터키와 늘 걸맞은 크랜배리 소스는 berry 와 jell 두 종류로 판매된다.
가끔은 크랜베리를 사다가 직접 만드는 것이 훨씬 신선하고 맛 있고 만드는 재미도 있다.

역시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고 쉽고 조리 시간도 적게 들고 맛도 나는 레서피를 소개한다.
(기본 레서피에 계피가루 또는/또한 호두나 피칸을 넣을 수도 있다.)

재료

크랜베리 12 온스
설탕 1 컵
오렌지주스 1 컵

조리

중간 크기의 냄비에 오렌지주스와 설탕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잘 저어서 설탕이 녹도록 한다.
위에다 크랜베리를 넣고 크랜베리가 터지기 시작할 때까지 (10분 정도) 익힌다. 
불에서 내려 서빙 보울에 담는다. 식으면서 엉기기 시작한다. 
남은 소스는 크래커에다 크림치즈와 함께 발라 먹거나 샌드위치를 만들 때 사용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