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묵상연구/메시아계보 대 장정

기업무름 작전 (메시아계보대장정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탕 본문: 뤁 서(룻기) 3:1~18

뤁이라는 한 이방 여성을 통해 메시아 선대 계보가 이뤄지는 데는 '기업무름' 작전이 필요했고, 급기야는 좀 "야"하게(?) 보이는 상황도 불사하게 됩니다. 자칫 터질 지 모를 동네 추문도 각오한, 긴박하고 손에 땀 나는 '음모'요 작전입니다. 뤁/나오미/보아즈가 모두 이 음모의 '공범'들이랄까요.

사실, 이런 중대사엔 늘 긴박감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야콥은 팥죽 한 그릇에 형의 장자권을 가로챈 뒤로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목숨 내 걸고 형의 축복까지 가로챕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입니다.
타마르는 대를 잇기 위한 열망으로 자칫 시아버지한테 며느리인 사실을 들키면 죽을 각오로 목숨 걸고 '창녀' 짓을 했습니다.
라합은 이스라엘의 일원이 되기 위한 열망으로 목숨 내 놓고 조국을 배신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두 정탐꾼을 살려줍니다. 그 결과 다윋 왕과 메시아의 조상이 됩니다.

뤁은 나오미의 도움으로 극비리에 보아즈의 잠자리에 침투합니다. 현재로선 청상과부가 외간남자를 밤에 일부러 찾아가 기업무름과 함께 아내를 삼아 달라고 호소하는..비유컨대, '과부보쌈'을 자청한 셈이 됐지요.

당시로서도 들키면 오해를 받아 가히 일대 추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같은 긴장을 3:8,9,14 등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은 모종의 성적인 이슈에 가장 신경을 돋웁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뭔가가 있음이야~" - 뭐 이런 유의..

그래서 정말 극비의 음모와 같은 작전이 셋 사이에 펼쳐집니다.

우리는 기업무름 작전에 있어, 뤁/나오미/보아즈 등 세 사람 모두가 극히 슬기롭고 신중하고 용의주도함을 느낍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듯한 상황이기에 그렇습니다. 아차 하는 한 순간의 실수로 일을 그르칠 수 있는 정황입니다. 하나님의 천사들이 돕지 않을 수 없는 긴박 상황이지요.

이 작전은 나오미의 아이디어 및 전략 짜기와 뤁과 둘의 '음모'로 시작됐고, 보아즈는 미처 몰랐다가 감을 잡고 뒤늦게 동참해 극비리에 수행해 나가다 나중엔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사람들이 더 참여하게 되는, 말하자면 단계적 확대작전입니다. 점층 시너지라고나 할까요. 정말 숨가쁘게 전개되는 합동작전이요 종합 드라마입니다. 뤁 서만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나오미의 전략은 치밀하고 주도면밀합니다! 기업무름이라는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자는 주의입니다. 나오미가 이렇게까지 "막 가는" 극단적인 무리수(?)를 두게 된 까닭은 뭘까요?

우선은, 멀리 모압에서 남편들을 몽땅 잃고 세 과부로 남는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뤁이 조국 모압이 아닌 어머니와 이스라엘, 하나님을 선택하여 멀리 따라 온 그 믿음과 의지를 너무도 갸륵하고 기특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믿음입니다. 바로 이 추수 끝 시즌이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찬스라는 견고한 확신이 있었기에 이 작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확신은 3:18에서 뚜렷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나오미의 목표도 뚜렷합니다.

     "내 딸아, 내가 널 위해 안식처를 찾아 주어 너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하지 않겠니?"

- 이겁니다! 여기서 '안식'이란 미래의 남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안전보장을 의미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뤁의 가장 빛나는 요소와 덕성은 어머니에 대한 신뢰감과 자신의 의지와 용기. 뤁은 나오미의 제언에 대하여 조금도 당혹감, 의심의 빛이라든지 불신을 표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절대로, 철저히 믿고 그 말이 이룰 줄로 확신합니다. 그래서 과감히, 그러나 조용히 감행해 나갑니다.  

    "어머니. 저, 겁나요. 혹시..안 되면 어떡하죠? 그 분이 거절하시면, 아니 당장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사람이 만약에라는 게 있지 않아요?"

- 이러지를 않습니다.

사실, 뤁은 어느 모로든 그럴 만도 한 처지가 아닙니까? 이방인 모압 출신으로 생전 처음 온 고장, 어머니에 곁딸려 온 신분에다 청상과부이고. 눈치 보이고 두렵기도 하고 조바심도 나고 신경 쓰이고..충분히 그럴 수 있을 터입니다.
하물며 남의 남정네한데 밤에 근접하는 일이겠습니까? 아무리 친족이라기로서니.

그런데 뤁은 그 모두를 초극하고 오로지 어머니 말씀만을 따릅니다. 이로 미뤄 보건대, 나오미는 지난 세월 뤁의 철저한 신임을 얻을 만큼 신앙의 여인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참으로 복된 시어머니에 복된 며느리입니다!

나오미는 마치 배경과 장면이 눈 앞에 환히 보이는 듯, 하나하나 조목조목 차례차례 행동 지시를 뤁에게 합니다. 즉..
 
    1. 먼저 목욕단장 하고
    2. 타작마당으로 가서
    3. 숨어서 보아즈의 거동을 지켜 보다가
    4. 눕는 곳을 알아 두고
    5. 들어 가서 발치 이불을 들고 누우라고 합니다.

나오미는, 보아즈가 당일 밤 타작마당에서 보리를 까부르리란 정보도 어떻게 입수했든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일대 수확이 아닐 수 없지요.

나오미가 뤁에게 보아즈가 우리의 친족이라 아니냐(2절)고 묻는 것은 이미 설명한 대로 '고엘' 즉 기업 무를 사람의 한 명이라는 뜻입니다(2:20b).
고엘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각 지족 고유의 땅에 속한 가족토지를 사서 돌려 주기(레빝서 25:25) 
    자녀 없는 과부와 결혼해서 가족의 대를 이어 주기(신명기 25:5~10)
    동족을 사서 노예로부터 해방시켜 주기(레빝 15:45)
    동족 가족 중 일원이 피살됐을 때 피값 보복(민수기 35:19)

등의 책임을 이행할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고엘은 해당 친족의 가족/재산/후대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 고엘은 구속자와도 밀접한 관계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고엘이십니다. [기업무름과 구속의 관계는 차후 시리즈에서 다룹니다.]

나오미가 여태 알고 기억해 온 오랜 고엘/친족은 아마도 보아즈 뿐인 모양입니다. 게다가 우연히도-실은 우연치 않게-뤁이 이삭줍기를 위해 무턱대고(무작위로) 찾아간 보리밭이 보아즈의 밭이었기에, 또 보아즈가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어주기에 나오미는 하나님의 어떤 인도의 손길을 예감합니다.
  
그래서 보아즈에게 뤁을 기업무름 대상으로 받아 달라, 선처해 달라는 호소를 하려던 것입니다. 특히 3:4b에서 느낍니다. 사실, 이 길만이 엘리멜렠의 기업과 대를 이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호소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며늘아기의 전적인 복종입니다.

지금 나오미가 뤁에게 지시하는 방법은 결코, 모종의 선정적인 오퍼로 빌미를 잡아 상대를 빠져 나갈 길 없게 영락없는 함정에 몰아 넣겠다는 게 아닙니다. 나오미의 본심이 그랬다면 차라리 결정적인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들키도록, 그래서 충분히 스캔들이 되도록 눈에 띄게 행동하라고 했을지 모릅니다.

지금 이 시모녀는 기업무름을 위한 고향 고엘의 도움을 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보아즈에게 "당신이 고엘의 한 명이니 우리 기업을 대신 물어 달라"고 당당히 공개적으로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는 안 하고 상대 고엘의 선과 친절을 의존하면서 극비리에 마치 종처럼 최대한 겸손하게 근접하려는 것입니다. 보아즈의 발치 아래 눕게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뤁은 시어머니의 이 지시사항을 철저히 그대로 이행합니다.
뤁이 보아즈에게 "저는 님의 여종 뤁입니다. 그러니 님의 옷단으로 님의 여종을 덮으소서. 님은 우리의 고엘이시기 때문입니다."(3:9) 라고 한 말은 "님을 존경하고 신뢰합니다. 제 운명을 님의 손에 맡기오니 아내로 삼아주소서"란 말과도 같습니다. 고엘로서의 처분을 바라는 가장 겸허한 호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출 대로 낮춘 자세입니다.

나오미가 "그 분이 네 할 일을 네게 알려줄 것이다"라고 한 말 뜻엔 보아즈에 대한 이런 신뢰감이 담겨 있습니다(3:4b). 그동안 뤁이 받은 처우를 통해 보아즈의 사람됨을 충분히 인지한 결과입니다. 과연 보아즈는 나오미와 뤁의 이 기대와 예상에 걸맞게 응합니다!

만약 보아즈가 탁월한 경건과 고상한 인품의 사람이 아니었다면..한밤중 제 발로 찾아 든 젊은 여인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실로 뤁의 운명은 보아즈의 마음과 손길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긴장이 서려 있습니다.

"..님의 옷단으로 여종을 덮으소서"란 말은 아내로 삼아 달라는 완곡한 당대문화적 표현입니다(에제키엘=에스겔 16:8). 여기서 '옷단'(또는 홑이불가)이란 말은 은유적/시적으로는 '날개'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나를 님의 아내로 삼아, 님의 보호 속에 안전과 안식을 누리게 해 달라는 뜻입니다.

이에 대한 보아즈의 반응은 놀랍습니다. 하나님을 존중하는 경건한 사람답습니다. 그는 자다가 인기척에 놀라 깼지만 신경질이나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먼저 그는 하나님을 의식합니다. "그대에게 주님의 복이 있기를, 나의 딸이여!"라고 축복의 말부터 건넵니다. 내숭스런 남정네처럼 속으로 "아니..한밤에 이 웬 떡이냐?" 하지를 않습니다.

    "그대의 사랑스런 마음씨는 지금이 처음보다 더하오. 그대가 빈부를 막론하고 젊은 사람을 따라가지 않으니 말이오."

보아즈의 이 말은 퍽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우선 보아즈는 그동안 들어 온 소문과 온 동네의 평판대로 뤁이 매우 경건하고 효성이 지극한 과부라는 점을 익히 압니다. 그동안 밭에서 지켜 보거나 대화를 나누면서도 느껴 왔습니다(2:23 참조). 참 현숙한 요조숙녀, 믿음의 사람이요 사랑스런 여인이라는 생각을 평소 해 왔다는 것입니다(3:11b). 

    둘째로, 뤁이 주변에서 은근히 남편감을 기대하고 내심 찾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연스런 추정입니다. 그렇다면 고엘의 한 명인 자신도 응당 한 후보자라고 생각했을 터입니다.

    셋째로, 자신과 비교할 때 뤁이 훨씬 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점에서 자신은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나 열등감 같은 것이었다고 봐지진 않습니다.

    그래서 넷째로, 뤁이 새 남편을 얻는다면 십중팔구 젊은 사내를 따라갈 것이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비록 자신이 풍요롭게 사는 농장주이긴 합니다만.  

    다섯째로, 그러나 방금 밝혀진 대로 뤁의 인품이 자신의 추정과는 훨씬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이른 바 "삽상한 전환"입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눈과 뜻이 바르고 심지가 곧은 여인임을 발견한 것입니다. 눈에 띄는 사내의 젊음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배우자 선택에 있어 우선적으로 또는 주로 외모에 치중하는 젊은 세대에 좋은 경종이 됩니다. 야콥은 라헬의 외모에 치우쳤기에 하나님은 레아에게 더 은총을 베푸셨습니다(창 29:17,18,31).

보아즈는 그래서 지금껏 보고 들어 온 인상과는 또 다르게, 뤁에게서 발견한 새 이미지와 신선한 충격 속에 매우 힘찬 약속을 하게 됩니다.
먼저 용기와 대담성으로 대쉬해 온 뤁에게 행여나 있을 지 모를 주변과 자신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을 달래고 진정시킵니다. 또한 그 품성을 치하하여 격려합니다(11b). 젊은이에 대한 칭찬은 가장 긍정적인 격려의 형태입니다.
그 다음은 합법적인 기업무름 의무를 다하겠다는, 고엘로서의 책임감과 최대한의 성실성이 깃든 답변을 합니다.

보아즈는 젊은 뤁을 어떻게든 아내로 차지해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성마름 따위를 견제합니다. 그보다는 사리와 법을 올바로 따지겠다는 타잎입니다. 만사불여튼튼형이라고 할까요. 하나님 앞에 바로 섰기(Coram Deo) 때문일 것입니다 .

그래서 나오미-뤁의 엘리멜렠 집안에 자기보다 더 가까운 친족, 더 직계인 고엘이 한 사람 있음을 사실대로 밝힙니다. 그러면서 그 친족이 고엘의 의무를 이행하겠대도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차서를 따라 자신이 살아 계신 주님 앞에 맹세코 이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보아즈의 올곧은 이성과 바른 사리판단, 철저한 준법정신, 진정 하나님을 경외하는, 대단히 이상적인 남성상을 엿보게 됩니다.

그리고 보아즈는 꼭 보리밭에서 만났던 첫날처럼 세심하게 뤁을 배려합니다. 그 밤을 자기 곁에서 지내게 하고는, 아무도 모를 새벽 미명에 일어나게 하되, 뤁의 겉옷에다 보리 여섯 되를 담아 머리에다 이어 준 것입니다. "시어머니께 빈손으로 돌아가지 마오"란 정다운 귀띔과 함께.

뤁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마도 뜬눈으로(?) 새벽부터 기다리던 시어머니 나오미가 궁금하여 결과를 묻습니다. 뤁이 상세히 보고하자 나오미는 이제 경과를 알기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라며, 보아즈가 모든 것을 오늘 안으로 성사시킬 것이라고 예단합니다.

나오미의 말대로 이뤄졌습니다.

[ 필자는 외래어는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는 생각입니다. 이 점, 독자의 이해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