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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비평/음악

바람직한 찬송가 반주 방식

 


김삼


혼성4부 합창 형식으로 된 찬송가 악보를 그대로 치는 것은 반주의 의미가 없다. 그것은 1개 화음을 위해 10개의 손가락들 중에서 4개만 사용한다는 뜻이다. '건반 위에서의 합창'일 망정 반주는 아니다.

한인교회에서의 회중찬송 반주 양태를 크게 3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1. 찬송가 악보를 거의 그대로 친다.
2. 찬송가의 원 화성 진행을 대부분 무시하고 적당히 친다.
3. 원 화성 진행을 중시하되 폭넓게 편곡해 가며 친다.

위에서, 3이 바람직하다. 위 1.의 경우, 반주가 아닌 독주나 간주 등에서 일시 합창 효과를 낼 때는 괜찮다. 특히 오르간이 그렇다.

성가대가 사용하는 무반주(a capella) 합창곡, 즉 4 성부를 파트 별로 한 줄씩 네(4) 줄로 나열한 합창총보(score) 아래, 역시 4성부로 된 작은 건반악기 악보를 흔히 본다. 거기 '연습용'(for rehearsals only)이란 말이 딸려 있다. 반주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부 연습을 위한 것일 뿐이다.
무반주 합창곡에다 구태여 반주를 넣겠다면, 제대로 편곡해 가며 반주답게 연주해야 한다. 반주자의 역량이 필요하다. 아니면 되도록 지휘자가 편곡을 해줘야 한다.

위에서 2.의 경우도 바람직한 반주는 아니다. 이 방식을 쓰는 반주자들은 혹 독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화음을 무시하거나 처음부터 원 화음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두 가지 경우다.
특히 재즈나 락, 경배찬양 등 '경음악' 식 반주 스타일에 흔한 반주법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재즈 화음(또는 기타코드)을 쓰더라도 원 화성에 붙여 분석하여 붙일 수 있는데도, 귀찮아서 하지 않는 때가 많다. 요즘은 기타코드가 붙은 찬송가도 나와 있다.

특정 찬송가의 작곡가가 본래 의도한 오리지널 화성과 조성은 성도들이 어릴 때부터 귀로 익혀 기억 속에 간직돼 온 것이다. 따라서 각 찬송가에 나타나는 화음 진행 순서를 주요 화성을 중심으로 최대한 존중해서 반주해야 한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도 낱낱이 원곡의 각 화음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적극적 의미의 찬송가 편곡이 불가하다는 말이 돼 버린다.

찬송시에 곡을 붙이는 작곡가는 주어진 가사 중 주로 1절을 갖고 멜로디와 화음을 붙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주로 1절 가사의 분위기/정서에 맞춰 화성 진행이 돼 나간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어떤 노래를 애창할 때 거기 붙은 특정 화음의 매력 때문에 좋아진 예가 많다. 그 화음을 무시하고 엉뚱한 화음을 붙이는 경우 기분이 전혀 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사람의 화음감각은 예민하다.

성가대를 위해 찬송가를 편곡한 합창곡에서 효과를 위해 오리지널 화음이나 조성을 적당히 무시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에서 중간부분을 단조로 바꾸는 것 등이다.

그러나 회중찬송가를 위해서는 작곡가가 원래 붙인 화음의 주요 흐름을 되도록 따라 주는 것이 좋다. 더욱이 회중 가운데는 어릴 때부터 4부 합창의 한 파트를 배워 익숙하게 부르는 교우들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전혀 다른 화음이 계속 튀어 나오면 기대감이 깨어져 화성으로 부를 마음마저 사라진다. 그러나 예배 도중 회중 찬송 순서에서 다같이 유니슨으로 잠재적인 합의가 있을 때 온갖 화음을 동원한 반주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오르간이 그렇다.

오르간/피아노/키보드/관현악단/밴드 등이 동시에 찬송가 반주를 할 때는 더더구나 원곡의 화성 진행을 무시하고 자유자재로 화음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혼자 반주할 경우라도 이에 준하는 것이 좋다.

이제 위 3.의 방식을 좀 더 풀어서 얘기해 보자. 효과적인 반주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찬송가의 상3성부(세 윗소리 즉 소프라노/앨토/테너 음)는 오른손으로 다 커버하고, 저음부인 베이스 파트는 왼손으로 1옥타브(8va.) 아래를 곁들여 8도 병행한다는 것은 웬만한 반주자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이럴 때 왼손은 마치 오르간에서 페달 음을, 관현악에서 첼로 군에다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군을 곁들이는 것 같은 중후한 효과를 낸다. (물론 오르간 페달이 찬송가의 베이스라인을 따라 항상 8도 병행하는 건 아니다. 그것은 좋은 주법이 아니다).

반주자가 찬송가의 4성부 악보로만 따라 치다 보면, 테너와 베이스 성부가 1 옥타브 이상 벌어질 때 커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 4 성부 중 어느 하나를 일시 빠뜨리는 반주자들을 자주 본다. 특히 삼화음 중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제3음(예를 들어 5도 화음 '솔시레'에서 '시'에 해당)을 빠뜨리면 "이 빠진" 소리가 난다. 그런 반주자는 상3 성부를 오른손으로 치는 주법을 익히면 필수 음을 빠뜨릴 염려가 없다.

상3 성부를 오른손으로 치고 베이스를 왼손으로 8도 병행하는 주법은 베이스가 강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멜로디를 비롯한 나머지 성부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이런 반주에 익숙한 사람은 따라서, 베이스 반주를 다른 성부보다 비교적 음량(volume)을 작게 치는 것이 좋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 있다. 오른손으로 치는 3성부에서 멜로디 즉 소프라노 부분을 베이스처럼 8도 병행시키는 방법이다. 그럴 경우 오른손의 네 손가락, 또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활용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즉 멜로디를 다섯 손가락 중 바깥 쪽 두 손가락으로 동시에 치면서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는 중음(가운데소리 즉 앨토/테너)을 커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빠른 템포의 찬송가인 경우 계속 8도 병행을 해 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편곡된 찬송가 반주곡을 유심히 살펴 보면, 늘 멜로디를 8도 병행 하지는 않거나, 중음 부분을 생략시킨 채 (멜로디만) 8도 병행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 중음을 생략하면 역시 '이 빠진' 결과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손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인들은 평균적으로 서양인들보다 손바닥이 상대적으로 좁고 손가락이 짧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건반악기는 원래 서양인들을 위한 악기였다는 걸 잊지 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양인 현악 독주자는 많아도 유명 피아니스트는 드문 까닭이 바로 그 때문이다(혹 생각 있는 악기 제조업자들은 동양인 손가락 사이즈를 위한 피아노를 개발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위 3.의 방식을 쓰는 반주자가 서구교회엔 매우 많은데 한인교회에 많지 않은 이유는 연습이 부족하거나 연습이 귀찮거나 손이 작아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찬송가 편곡 반주곡, 독주곡을 잘 활용하면 가장 좋은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뛰어난 반주자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효과를 낸다. 그렇다 해서 항상 화려하게 펼친 분산화음으로 1-4절까지 계속 쳐 대는 것은 좋지 않다. 아래에, 바람직한 반주에 꼭 필요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둔다.

찬송가 1,2,3,4절을 각각 다르게 반주해 보도록 노력한다. 단 주요 화성진행은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가끔 옥타브 위 높은 음으로 반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래의 낮은 음으로만 계속 치는 것은 좋지 않다.

화성으로만 치지 말고 때로는 찬송가 한 부분의 멜로디를 양손으로 치면, 회중의 가사와 멜로디를 동시에 강조해 주는 효과가 난다.

한 마디를 거의 또는 다 차지하는 장음(온음표와 같은 긴 음)의 경우 건반 아래 쪽에서부터 위쪽으로 오르내리는 화려한 스케일의 분산화음을 활용하되 곡의 분위기에 맞춘다. 단, 너무 자주 사용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멜로디가 서서히 진행되는 찬송가의 경우 블럭코드(block chords)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블럭코드'란, 화음묶음을 건반 옥타브 아래 위로 오르내리면서 울려 주는 방법이다. 이때 원칙적으로 5,8도 병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행진곡조의 찬송가는 화음 안에서 스타카토 주법을 자주 활용한다. 일례로, '믿는 사람들아'(389장) 같은 경우 시작 부분의 베이스 진행을 (후렴처럼) '도, 솔, 도, 솔...' 식으로 가볍게 스타카토로 쳐 주면 매우 효과적이다. 물론 항상 이 방식으로 하면 지루하다.

일정한 화음이 2 마디 이상 지속될 경우, 건반 위 같은 위치에서 당김음(싱코페이션/강박에서 짧은 음이 앞서는 경우. 예: 8분음표+4분음표+8분음표)코드를 반복해서 치면 현대적인 효과가 난다.

3화음이 포함된 7, 9, 11 화음을 활용하고 '화음밖의 음'(불협화음)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면 효과가 증대된다. 예를 들어 뒤에서 해결해 주는 지속음(suspensions)이 그렇다. 단,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진행되는 화음은 찬송가 반주에 적절하지 않다. 찬송가는 본래 서양 전통음악이란 점을 잊지 말라.

참고로 미국인교회 반주자들을 보면, 익숙한 오르간 반주자는 3,4절 사이에서 간주로 조옮김(이조)을 하여 마지막절에서 분위기를 밝게 고조시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드물다.
또 전통적인 미국교회 다수는 찬송가 한 절 전체를 모두 전주해 줌으로써 멜로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리 분위기에 젖어 들게 해 준다. [요즘은 미국교회도 거개가 현대화 돼 간다.] 전주의 가치를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인교회는 친교/오찬 등 시간 관계 상 전주를 짧게 해 버린다. 교인들이 자연히 얼렁뚱땅 허둥지둥 따라가기 마련이다. 회중찬송이 예배나 설교의 '장식품'에 불과한가?

특히 한인 중대형교회는 목회자나 회중의 바람에 따라 모든 찬송가를 빠르게 달려 가듯 부르는 습관 내지 타성이 붙어 있다. 각 찬송가의 개성을 죽이는 행위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더 느리게 명상적으로 불러야 할 찬송가가 많다. 역으로, 찬송가마다 느리게 질질 끌면서 부르는 것도 분위기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음악의 해석은 전문가가 해야 정확하고 권위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음악교육과 음악대학은 왜 있는 것이며 교회음악인은 왜 존재하는가? 왜 비싼 비용으로 교회음악인들을 고용하는가?

오르간과 피아노로 동시 반주할 경우, 오르간의 음량이 너무 커서 피아노 소리가 죽어선 안되며, 피아노는 되도록 건반 전체에 폭넓게 펼쳐 '오케스트라' 효과를 내도록 한다. 오르간과 피아노가 동시에 거의 찬송가 악보 그대로 하는 반주방식은 서로 다른 악기를 둘다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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