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비평/음악

회중 찬송 이끌기

 

김삼



강단에 서서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은 찬송가나 기타 노래도 마이크 앞에서 크게 부르기 때문에 결국 회중찬송도 이끌어 가는 셈이 된다. 익숙한 찬송가는 대부분 무난히 부를 수 있겠지만, 자주 부르지 않는 찬송가 또는 평소 잘 불렀더라도 멜로디를 잊어 버리는 경우 부득불 틀리게 부르게 된다.

목회자나 예배 인도자가 찬송가를 곡조에 맞지 않게 부르는 광경을 자주 본다. 특히 곡조 위아래가 거의 같은 멜로디의 형식인데 약간 달라서 혼동될 경우 그렇다. 또, 인도자가 소위 '음을 다스리려는 사람'(음치)이면 원음보다 반음이나 한음 정도 높낮이가 다르거나 또는 반주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음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럴 경우, 독보(악보읽기)나 음에 익지 않은 성도들은 인도자가 잘못 부르는 찬송가를 잘못 따라 가면서 잘못 배우게 된다. 특히 평소 잘 부르지 않던 찬송가를 무리하게 부를 경우 그렇다. 필자가 그랬다면, 솔직히 하나님께나 교인들, 방문객들 앞에서 송구스럽거나 망신살로 느껴질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틀리고도 자신은 전혀 모르고 틀린 대로 태연하게 힘차고 씩씩하게 불러 나가는 경우다.

모름지기 예배 인도자는 그 날 예배를 위해 미리 잘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 성가대는 다음 주일 특별찬양을 위해 미리 꼬박꼬박 리허설하게 시키면서, 찬송가에 익숙지 않은 예배 인도자가 다음 주일 예배 때 부를 찬송가를 미리 연습하지 않는 것은 넌센스다.

인도자는 물론, 모든 예배관계자들, 음악사역자들은 적어도 다음 주일 회중찬송가를 미리 몇 번 정도 불러 보는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 멜로디가 익숙지 않은 찬송가는 틀리지 않게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해야 옳다. 또 임의로 즉석에서 선곡하는 곡의 경우 멜로디에 자신이 없으면 잘 준비된 사람에게 이끌게 해야 한다. 무리하게 나서서 이끌면 예배 분위기를 흐린다. 예배 이끔이가 자신의 서투른 찬송가를 남이 "은혜롭게" 들어 주길 바라는 것은 일종의 청중 학대 행위나 같다. 간증시간 도중이라면 혹 모를까.

CCM은 구성지게 잘 불러 젖히면서 찬송가는 터무니 없이 적당히 부르는 사람도 없지 않다. 매주 예배 전 미리 찬송가를 연습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 기독교 서점에 흔해 빠진 찬송가(녹음) 전집이라도 구입해서 해당 찬송가를 몇 번이고 듣고 따라 불러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게으름' 이라고 할 수 밖에.

예배 때 부를 만한 찬송가들은 평소 미리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마치 끼니 때마다 양치질을 하듯, 평시에 공적, 사적인 장소에서 찬송가마다 정확하게 부르는 습관을 길러 두면 좋다. 독보법(악보를 읽는 법)을 배우면 더욱 좋다.

잘 연습을 했더라도 강단에 서면 멜로디를 잊어먹거나 도무지 음에 맞게 부를 수 없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런 교회는 예배 인도자 자신이 마이크로 찬송가를 이끌어 갈 게 아니라, 정확하게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내세워 회중찬송을 이끌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석이다.

찬송가를 정확히 잘 부르지 못하면서 단지 목회자, 인도자란 이유만으로 평소 연습도 없이 무리하게 회중찬송을 리드하려는 것은 독단에 속한다.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예배음악 사역자는 왜 고용했는가.

그리고 인도자가 워낙 음악에 소질이 없으면 모르되 평소 잘 부르다가 어느날 예배 때 잘못 불렀다면 그 찬송가 멜로디는 일반교우들에게도 까다롭다는 얘기다. 회중찬송가 멜로디는 평균적으로 무난히 부를 수 있도록, 쉬운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음악목사,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 등 교회음악 사역자는 단지 특별찬양 준비와 연주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일반회중이 찬송가나 복음성가, 경배찬양을 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회중찬송 수준은 저급한데 성가대만 잘 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거야 말로 종교개혁 원인의 하나였던 사제/성가대 귀족화인 것이다. 그것 때문에도 마르틴 루터는 교회음악 개혁도 부르짖고 나선 것이다. 루터는 제대에 섰던 성가대를 일반회중 사이에 앉혀 함께 부르게 했다.
신약시대 성가대나 찬양팀은 귀족이나 사제 계급이 아니라 회중의 일부다. 그러므로 따로 특별찬양만 할 게 아니라 회중찬송도 이끌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예배인도자나 목회자는 미리 음악사역자와 함께 찬송가를 연습하여 예배 때 틀리지 않게 부르든지, 평소 독보법이나 찬송가 부르기를 익혀 불시에 당황하지 말든지, 자기 대신 더 잘 부를 사람 즉 지휘자나 성가대원을 마이크 앞에 세우든지, 회중찬송 때 아예 마이크 앞에 서지를 말든지 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비평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발성을 위한 몇 귀띔 <1>  (0) 2007.12.01
'아베 마리아', 타당한가?  (6) 2007.12.01
교회음악의 가사 전달  (1) 2007.11.30
바람직한 찬송가 반주 방식  (1) 2007.11.30
예배 때의 박수 이야기  (7) 200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