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23장23절-28절말씀
어디까지 감출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감출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처음에는 선배들 처럼 시장 어귀에 나가서 오랫동안 서서 기도했다.
얼마 안 가 기도할 말이 모자라자, 그때부터는 중얼중얼 기도하는 척했다.
그 모자람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는지 기도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대여섯이 남았을 때, 주위에서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부러워하는 눈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큰 희열이었다.
실은 처음 시도할때는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가식적으로 해도 되는가 죄책감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이제는 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의
시선을 즐긴다.
죄책감도 없어졌고, 내 양심도 당연하게 여긴다.
이젠 옷술도 고급스럽게 길게 늘어뜨리고 걸음걸이도 거룩하게,
얼굴표정도 근엄하게, 성전의 예식도 아주 경건하게 집전한다.
자신을 성도들과 구별하면 할수록 더 거룩하게 느껴졌고,
사람들도 더 존경해 주는 것 같다.
성직자의 길을 걸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처음엔 세상 즐거움도 맘껏 누리지 못하고 평생살아야 하는 것이
못마땅했는데, 성전 마당을 세로 주고 얻는 이득도 생각보다 짭짤하다.
사회적으로도 수준높은 리더의 위치이다 보니, 명예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자꾸만 속사람은 썩어가고 있음을 간혹 느낀다.
사람들이 볼 때는 거룩해 보이고 부러워 할 정도로 많은 기득권을 누리지만,
오래 해온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삶이 두렵다.
마치 맨날 군중 앞에서 가면을 쓴 무도회를 열고
거룩한 연극을 하는 기분이다.
군중은 박수를 친다.
그런데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할까?
우리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지는 않을까?
거룩한 척, 의로운 척 하는 우리의 거짓된 마음을 보고
큰 박수 뒤에 비아냥이 숨어 있진 않을까?
그런데 오늘 나사렛 예수라는 자가 우리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며
우리의 더러운 마음을 박수치던 군중들에게 확 드러내고 있다.
내 양심도 속였고 모든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였던 마음을 단호하면서도
조용한 음성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의와 인과 신은 버렸도다."(마23:23).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심지어 하나님도 속이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확 드러나고 있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마23:25).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마23:27).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양심까지 속이고 하나님까지 속인 줄 알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다 알고 계셨다.
두 가지 선택 밖엔 없어 보인다.
하나님 앞에 엎드려 옷을 찢으며 회개하든가, 아니면 완전범죄를 위해
더 강력하게 대처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 밤에 분파별로 모임이 있다고 한다.
참여해 보면 무슨 해결방법이 나올 것이다.
이대로만 당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마음을 때렸던 그분의 말이 떠나질 않는다.
우리의 마음을 다 아는 저 분은 과연 누굴까?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에게 옳게 보이되 안으로는 외식과
불법이 가득하도다" (마23:28).
"소경된 바리새인아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 (마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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